논 한가운데 미세먼지 차단 숲? “쓸모없다”

입력 2025.03.12 (07:25) 수정 2025.03.12 (15: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와 자치단체가 미세먼지 피해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한다며 차단 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6년 동안 들인 돈이 8천억 원이 넘는데요.

굳이 차단 숲이 필요 없는 곳에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박기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농촌의 도로 옆, 6억 원을 들여 만든 '미세먼지 차단 숲'입니다.

그런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습니다.

심지어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인 논 한가운데입니다.

주민들은 공기 좋은 곳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고동의/마을주민 : "그런 환경에다가 이것을 짓는 게 너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고요. 왜냐하면 여기 다 주변에 논, 밭이고 산입니다."]

축사 먼지를 막는다며 14억 원을 들여 가로수까지 심었는데, 도로 계획이 바뀌면서 2년째 차가 안 다니는 곳도 있습니다.

또 다른 차단 숲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남해군은 이곳 폐기물 매립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숲을 조성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작 매립장은 폐쇄를 앞두고 있고, 10억 원짜리 '차단 숲'은 1km 떨어진 산비탈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마치 이것은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 강릉에다가 녹지를 조성한 그런 형태랑 거의 별반 다르지 않은 거죠."]

쓸데없는 미세먼지 차단 숲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지자체가 마음대로 조성 지역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절반의 효과라도 거둘 수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비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지난 6년 동안 전국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에 들어간 돈은 8,200억 원.

산림청은 전문가 심의 과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논 한가운데 미세먼지 차단 숲? “쓸모없다”
    • 입력 2025-03-12 07:25:05
    • 수정2025-03-12 15:49:03
    뉴스광장
[앵커]

정부와 자치단체가 미세먼지 피해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한다며 차단 숲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6년 동안 들인 돈이 8천억 원이 넘는데요.

굳이 차단 숲이 필요 없는 곳에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박기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한적한 농촌의 도로 옆, 6억 원을 들여 만든 '미세먼지 차단 숲'입니다.

그런데 차가 거의 다니지 않습니다.

심지어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인 논 한가운데입니다.

주민들은 공기 좋은 곳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고동의/마을주민 : "그런 환경에다가 이것을 짓는 게 너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고요. 왜냐하면 여기 다 주변에 논, 밭이고 산입니다."]

축사 먼지를 막는다며 14억 원을 들여 가로수까지 심었는데, 도로 계획이 바뀌면서 2년째 차가 안 다니는 곳도 있습니다.

또 다른 차단 숲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남해군은 이곳 폐기물 매립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숲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숲을 조성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정작 매립장은 폐쇄를 앞두고 있고, 10억 원짜리 '차단 숲'은 1km 떨어진 산비탈 아래 만들어졌습니다.

[홍석환/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 "마치 이것은 서울시의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서 강릉에다가 녹지를 조성한 그런 형태랑 거의 별반 다르지 않은 거죠."]

쓸데없는 미세먼지 차단 숲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지자체가 마음대로 조성 지역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자치단체 관계자/음성변조 : "절반의 효과라도 거둘 수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국비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지난 6년 동안 전국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에 들어간 돈은 8,200억 원.

산림청은 전문가 심의 과정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