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50회 Ⅰ] 들썩이는 '강남 집값'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평택의 한 도시개발 구역.
인근에 모여 있는 분양 홍보관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중도금 무이자부터 발코니 무료 확장, 계약금 0원이라는 현수막도 내걸려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 홍보관 관계자(음성변조) 500만 원이 1차 계약금이에요. 100세대에 한해서 모든 계약금을 다시 돌려드리고 있기 때문에. |

기자 : 또 다른 건 없어요? 아파트 분양 홍보관 관계자(음성변조) : 전혀 내가 들어가는 돈은 없어. 중도금도 무이자이잖아요. |
아파트 입주까지 실제 투자금이 없다는 파격적인 조건.
아파트 분양 홍보관 관계자(음성변조) 경쟁 때문에 지금 (미분양) 문제가 돼서 이벤트성으로 지금 하고 있거든요. |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건설사마다 눈물의 미분양 털어내기에 나선 겁니다.
이판구/공인중개사 분양이 안 돼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죠. 한 20~30%도 지금 못 했어요. |
지방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산한 미분양의 공포.
종착지는 ' 불 꺼진 아파트'입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다 박살 났어요. 다 박살 났잖아. (분양이) 한 30% 됐을까요? 300세대 입주했다는데 50세대가 매매가 나왔어. |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이른바 ‘ 서울 강남’.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황진아/ 아파트 매수 희망자 전보다 한 2억. 그리고 오늘은 또 4억 올려서 나온 호가도 나왔더라고요. |
박재준/ 공인중개사 집도 안 보고 이제 계약금을 먼저 내러 오시는 분들도 계셨고. |
다시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
집, 사도 될까요?

■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서울 잠실의 한 대단지 아파트.
황진아 씨가 이른바 ‘ 상급지’ 갈아타기를 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는 곳입니다.
시세와 금리 변화 등 부동산을 공부하며 자금 조달 계획도 세웠습니다.
황진아/아파트 매수 희망자 강의나 책 같은 거 보면서 공부도 따로 하고 있고. 대출은 지금 규제상 얼마까지 받고 해서 ‘갈아타기를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
며칠 새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시가 4년 8개월 만에 주요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습니다.
이른바 ‘잠삼대청’, 잠실과 삼성, 대치, 청담동이 포함됐습니다.
집값 상승과 투기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겁니다.
조남준/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지난달 12일) 주택시장의 투기 우려가 없는 지역 등에 대해서는 주민 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과감히 규제 해제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
실거주 의무가 사라졌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도 가능해졌습니다.
강남 부동산 시장에선 곧장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해제 발표 다음 날, 대치동의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국민평형인 84㎡가 40억 원에 거래됐고, 잠실 엘스 84㎡도 처음으로 30억 원을 찍었습니다.
또 잠실주공 5단지 76㎡가 31억여 원에 거래되는 등 규제가 풀리지 않은 인근 재건축 단지에서도 신고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황진아 씨.
공인중개사 : 높은 금액으로 살 사람들이 있으면 내놓겠다. 황진아 : 호가에 사면? 공인중개사 : 네 맞아요. 3억에서 4억 가까이 이제 호가는 올라갔고 |
손에 잡힐 것 같던 아파트는 닿기 힘든 곳이 됐습니다.
황진아/ 아파트 매수 희망자 기존에 잡았던 예산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그 며칠 사이에 너무 뛰어서 조금 허탈하기도 하고 아쉬운 게 좀 크죠. |
단기간에 급등한 호가에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박재준/공인중개사 높은 금액에 내놓고 이 금액에 팔리면 ‘그러면 나도 매매하겠다.’ 그렇게 좀 살짝 동향이 바뀐 것 같습니다. 매수자 측면에서 봤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조금은 괴리감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하지만, 금리 인하 소식까지 전해지며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금세 꺾이지 않을 모양샙니다.

거래 절벽이 우려되던 서울 아파트는 조금씩 거래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2월 거래량은 4천 건 넘어가는 거는 기정사실이 될 것 같고요. 지금 분위기 같으면 3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
강남과 서초, 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의 집값 상승세는 두드러집니다.
이른바 ‘마용성’, 마포와 용산, 성동구도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노원과 도봉, 강북 등 그 외 지역은 소폭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2020년 2021년 폭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불안한 실수요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지금 이상 과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요. |
거래량이 적은 상황에서 나오는 일종의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광수/광수네 복덕방 대표 대형 평수의 아주 고가 아파트만 거래되다 보니까 평균 거래가격이 오른 거예요. 몇 건이 거래 안 되는데 나눠 보니까 평균 거래 가격이 상승한 거죠.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굉장히 제한적인 통계 수치입니다. |
7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2단계에서 3단계로 강화되는 것도 또 다른 변수입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부익부 빈익빈...부동산 시장 초양극화 신호탄
<인천 연수구>
4년 전 꿈에 그리던 내 집을 장만한 김도연 씨 부부.
김도연/ 인천 연수구 자가로 오니까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고. 우리 집이라서 좀 그런 든든함. 그리고 아기들도 너무 좋아하고. |
6억 원가량 대출을 받아 7억 원대 신축 아파트를 샀습니다.
이후 7개월 만에 아파트 시세는 12억 넘게 치솟았습니다.
김도연/인천 연수구 초반에는 엄청 올랐죠. 그래도 주변에서 축하도 굉장히 좀 많이 받았고 |
기쁨도 잠시, 시세가 곤두박질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샀던 가격보다 1억 원 넘게 떨어졌습니다.

금리 인상에 이른바 ‘영끌 매매’의 후폭풍은 더욱 거셌습니다.
장혜원/인천 연수구 신용 대출 금리도 점점 더 오르는 거예요. 5%가 넘어가는 거예요. 김도연/인천 연수구 월급 받은 거 다 이자랑 적금으로 이자로 다 나가고 |
대출 원금에 이자까지 매달 갚아야 하는 돈만 3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장혜원/인천 연수구 외식을 일단 절대 안 하고요. 키즈카페는 무료인 데가 좀 많거든요. 그런 박물관이나 키즈카페 찾아다니면서 그런 데서 아끼고. 커피 같은 것도 안 사 먹고 도시락을 싸 가요. |
기자:어찌 보면 지금은 좀 버티고 계신 중인데 어떠세요? 장혜원 :‘그만 좀 떨어져라’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 싸게 내놓은 집주인들을 조금 원망할 때도 있었고 |
가격 하락 현상은 서울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롤러코스터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영끌 족의 눈물’로 더 알려진 지역입니다.
김경숙/공인중개사 집값이 20% 30% 그렇게 팍 떨어졌었단 말이에요. 금리도 올라가고 더 힘들어지니까 버티다 버티다가 이제 못 버티는 사람들은 이제 손해 보고서 팔고. |

2021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서울의 6억 이하 아파트.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간 격차는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인 서울’이라 해서 다 (같은) ‘인 서울’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할 정도죠. 서울에서 블루칩이나 아니면 옐로칩 같은 데죠. 이쪽만 지금 반짝하고 오르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곳들도 많거든요. 시장 초양극화의 어떤 신호탄이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 수도권으로 확산한 미분양 공포...평택 이어 인천도 '경고등'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평택의 한 도시개발구역.
2만 세대가 들어서는 신도시급입니다.
지난해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는
999가구 모집에 21명만 청약을 신청했습니다.

지금도 800여 가구는 미분양 상태입니다.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판구/공인중개사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한 2천, 3천까지도 나오고 있으니까. 분양이 안 돼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죠. 한 20~30%도 지금 못 했어요. |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과 평택항 개발 등 각종 호재로 주목받은 평택시.
반도체 시장 불황에,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며, 1년 새 미분양 아파트가 18배나 급증했습니다.

결국 지난 7일, 평택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이판구/공인중개사 공급이 너무 많아요. 인구 수요는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도 않는데. 지금 삼성전자도 가동하다가 지금 중단하고 그래서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요. |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텅 비었고 불 켜진 세대는 손에 꼽힐 정돕니다.
준공 후에도 대부분 분양이 안 된 겁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분양가예요. 분양가가 비싸서 그런 거예요. 회사에서 1억을 더 빌려준다고 그랬어요. 입주를 일단 시켜야 미분양도 해소될 거 같으니까. |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월 기준 7만 2천여 가구, 이른바 불 꺼진 ‘악성 미분양’은 2만 3천 가구 가까이 늘었습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지난달 19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천 호를 LH가 직접 매입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입 규모 확대를 검토하겠습니다. |

이번 대책에선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한 수도권은 제외됐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방은 우대금리가 적용되는데 지방 미분양에 대해서는 평택 미분양에 대해서는 반대로 가산금리가 적용되거든요.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 나와서는 사실은 발이 더 시렸거든요. |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규제를 좀 완화해 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거나. 이런 악성 미분양에 대해서 판로를 좀 뚫어주는 부분이 정말로 절실합니다. |
■ 아파트 경매 시장도 '양극화'..."똘똘한 한 채 선호 뚜렷"
경매 법정이 열리는 날. 사람들이 법원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부동산 경매 전문가 정민우 씨도 서둘러 경매 목록부터 살펴봅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인기 단지 아파트가 2건 정도 있다 보니까 입찰자 수는 조금 있을 것 같고요. |
매일 같이 오고 간 경매 법정. 요즘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많은 분이 벌써 입찰 마감까지 1시간이 훨씬 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혼잡하잖아요. |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경매 시장, 때아닌 특수를 맞았습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분양, 청약 당첨도 쉽지 않고. 경매로 조금이라도 싸게 내 집 마련을 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
지난해 전국 법원의 아파트 경매 건수는 4만 2천여 건으로,
3년 만에 90% 정도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특히 서울에선 7.5배나 증가했습니다.

이주현/지지옥션 전문위원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서,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서 경매로 나온 것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고요. ‘영끌 족들이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 이렇게 추정해 볼 수가 있습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진행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경매.
무려 87명이 몰렸습니다.

낙찰가는 법원 감정가보다 3억 2천만 원이나 높았습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갈수록 '똘똘한 한 채'로 더 몰리는 거죠. 오히려 더 고가 아파트에 더 사람들이 몰리는 그런 추세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 |
아파트 경매는 서울 안에서도 온도 차가 났습니다.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었습니다.
이주현/지지옥션 전문위원 낙찰가율이라는 것은 감정가 대비 얼마에 낙찰이 됐느냐의 비율을 얘기하는 건데요. 토지거래 허가 구역이 해제되면서 (강남 지역은) 100%를 넘어가는 그런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비강남권 아파트 중에서도 특히 외곽에 있는 아파트들은 두 번 정도 유찰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
대출을 받아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한 김도연 씨 부부.
인천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퇴근에 왕복 3시간이나 걸립니다.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것도 너무 힘겹지만, 4번의 전월세를 전전한 끝에 마련한 내 집이기에 의미가 남다릅니다.
열심히 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거,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거, 그게 행복이기 때문일 겁니다.

김도연/인천 연수구 열심히 일하고 돈도 모으고 하려는 게 저희 가족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진짜 집 걱정 없이 그냥 아이들 키우는 삶이 오면 너무 좋겠죠. |
어두운 경제 전망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집 사기) 매우 좋은 시점이라고 봅니다. 오랜 기간 또 가격이 상승하지 못하고 전세가율은 굉장히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실거주 및 투자자들이 움직일 시기가 됐지 않나. |
이광수/광수네 복덕방 대표 거래가 지금 원활히 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고.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아서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대출받아서 집을 산다? 그렇게 예상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
#토허제 #잠삼대청 #강남 부동산 #양극화 #미분양 #악성 미분양 #토지거래허가구역 #집값 #경매 #똘똘한 한 채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조선기
편집:최정연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이승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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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들썩이는 ‘강남 집값’
-
- 입력 2025-03-16 23:16:23
[더 보다 50회 Ⅰ] 들썩이는 '강남 집값'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평택의 한 도시개발 구역.
인근에 모여 있는 분양 홍보관마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중도금 무이자부터 발코니 무료 확장, 계약금 0원이라는 현수막도 내걸려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 홍보관 관계자(음성변조) 500만 원이 1차 계약금이에요. 100세대에 한해서 모든 계약금을 다시 돌려드리고 있기 때문에. |

기자 : 또 다른 건 없어요? 아파트 분양 홍보관 관계자(음성변조) : 전혀 내가 들어가는 돈은 없어. 중도금도 무이자이잖아요. |
아파트 입주까지 실제 투자금이 없다는 파격적인 조건.
아파트 분양 홍보관 관계자(음성변조) 경쟁 때문에 지금 (미분양) 문제가 돼서 이벤트성으로 지금 하고 있거든요. |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건설사마다 눈물의 미분양 털어내기에 나선 겁니다.
이판구/공인중개사 분양이 안 돼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죠. 한 20~30%도 지금 못 했어요. |
지방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산한 미분양의 공포.
종착지는 ' 불 꺼진 아파트'입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다 박살 났어요. 다 박살 났잖아. (분양이) 한 30% 됐을까요? 300세대 입주했다는데 50세대가 매매가 나왔어. |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이른바 ‘ 서울 강남’.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황진아/ 아파트 매수 희망자 전보다 한 2억. 그리고 오늘은 또 4억 올려서 나온 호가도 나왔더라고요. |
박재준/ 공인중개사 집도 안 보고 이제 계약금을 먼저 내러 오시는 분들도 계셨고. |
다시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
집, 사도 될까요?

■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서울 잠실의 한 대단지 아파트.
황진아 씨가 이른바 ‘ 상급지’ 갈아타기를 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는 곳입니다.
시세와 금리 변화 등 부동산을 공부하며 자금 조달 계획도 세웠습니다.
황진아/아파트 매수 희망자 강의나 책 같은 거 보면서 공부도 따로 하고 있고. 대출은 지금 규제상 얼마까지 받고 해서 ‘갈아타기를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
며칠 새 심상치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서울시가 4년 8개월 만에 주요 재건축 단지를 제외한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습니다.
이른바 ‘잠삼대청’, 잠실과 삼성, 대치, 청담동이 포함됐습니다.
집값 상승과 투기 우려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겁니다.
조남준/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지난달 12일) 주택시장의 투기 우려가 없는 지역 등에 대해서는 주민 생활 불편 해소 차원에서 과감히 규제 해제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
실거주 의무가 사라졌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도 가능해졌습니다.
강남 부동산 시장에선 곧장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해제 발표 다음 날, 대치동의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국민평형인 84㎡가 40억 원에 거래됐고, 잠실 엘스 84㎡도 처음으로 30억 원을 찍었습니다.
또 잠실주공 5단지 76㎡가 31억여 원에 거래되는 등 규제가 풀리지 않은 인근 재건축 단지에서도 신고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은 황진아 씨.
공인중개사 : 높은 금액으로 살 사람들이 있으면 내놓겠다. 황진아 : 호가에 사면? 공인중개사 : 네 맞아요. 3억에서 4억 가까이 이제 호가는 올라갔고 |
손에 잡힐 것 같던 아파트는 닿기 힘든 곳이 됐습니다.
황진아/ 아파트 매수 희망자 기존에 잡았던 예산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그 며칠 사이에 너무 뛰어서 조금 허탈하기도 하고 아쉬운 게 좀 크죠. |
단기간에 급등한 호가에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박재준/공인중개사 높은 금액에 내놓고 이 금액에 팔리면 ‘그러면 나도 매매하겠다.’ 그렇게 좀 살짝 동향이 바뀐 것 같습니다. 매수자 측면에서 봤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조금은 괴리감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하지만, 금리 인하 소식까지 전해지며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는 금세 꺾이지 않을 모양샙니다.

거래 절벽이 우려되던 서울 아파트는 조금씩 거래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2월 거래량은 4천 건 넘어가는 거는 기정사실이 될 것 같고요. 지금 분위기 같으면 3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
강남과 서초, 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의 집값 상승세는 두드러집니다.
이른바 ‘마용성’, 마포와 용산, 성동구도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노원과 도봉, 강북 등 그 외 지역은 소폭 하락하거나 변동이 없었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2020년 2021년 폭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불안한 실수요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면서 지금 이상 과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고요. |
거래량이 적은 상황에서 나오는 일종의 착시 효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광수/광수네 복덕방 대표 대형 평수의 아주 고가 아파트만 거래되다 보니까 평균 거래가격이 오른 거예요. 몇 건이 거래 안 되는데 나눠 보니까 평균 거래 가격이 상승한 거죠.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굉장히 제한적인 통계 수치입니다. |
7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2단계에서 3단계로 강화되는 것도 또 다른 변수입니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막차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부익부 빈익빈...부동산 시장 초양극화 신호탄
<인천 연수구>
4년 전 꿈에 그리던 내 집을 장만한 김도연 씨 부부.
김도연/ 인천 연수구 자가로 오니까 그냥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고. 우리 집이라서 좀 그런 든든함. 그리고 아기들도 너무 좋아하고. |
6억 원가량 대출을 받아 7억 원대 신축 아파트를 샀습니다.
이후 7개월 만에 아파트 시세는 12억 넘게 치솟았습니다.
김도연/인천 연수구 초반에는 엄청 올랐죠. 그래도 주변에서 축하도 굉장히 좀 많이 받았고 |
기쁨도 잠시, 시세가 곤두박질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샀던 가격보다 1억 원 넘게 떨어졌습니다.

금리 인상에 이른바 ‘영끌 매매’의 후폭풍은 더욱 거셌습니다.
장혜원/인천 연수구 신용 대출 금리도 점점 더 오르는 거예요. 5%가 넘어가는 거예요. 김도연/인천 연수구 월급 받은 거 다 이자랑 적금으로 이자로 다 나가고 |
대출 원금에 이자까지 매달 갚아야 하는 돈만 3백만 원이 넘었습니다.

장혜원/인천 연수구 외식을 일단 절대 안 하고요. 키즈카페는 무료인 데가 좀 많거든요. 그런 박물관이나 키즈카페 찾아다니면서 그런 데서 아끼고. 커피 같은 것도 안 사 먹고 도시락을 싸 가요. |
기자:어찌 보면 지금은 좀 버티고 계신 중인데 어떠세요? 장혜원 :‘그만 좀 떨어져라’ 싶기도 하고. 왜 이렇게 싸게 내놓은 집주인들을 조금 원망할 때도 있었고 |
가격 하락 현상은 서울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노원구.
롤러코스터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영끌 족의 눈물’로 더 알려진 지역입니다.
김경숙/공인중개사 집값이 20% 30% 그렇게 팍 떨어졌었단 말이에요. 금리도 올라가고 더 힘들어지니까 버티다 버티다가 이제 못 버티는 사람들은 이제 손해 보고서 팔고. |

2021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서울의 6억 이하 아파트.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위 20%와 하위 20%간 격차는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습니다

박원갑/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인 서울’이라 해서 다 (같은) ‘인 서울’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할 정도죠. 서울에서 블루칩이나 아니면 옐로칩 같은 데죠. 이쪽만 지금 반짝하고 오르고 있고 나머지 지역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곳들도 많거든요. 시장 초양극화의 어떤 신호탄이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 수도권으로 확산한 미분양 공포...평택 이어 인천도 '경고등'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평택의 한 도시개발구역.
2만 세대가 들어서는 신도시급입니다.
지난해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는
999가구 모집에 21명만 청약을 신청했습니다.

지금도 800여 가구는 미분양 상태입니다.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판구/공인중개사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한 2천, 3천까지도 나오고 있으니까. 분양이 안 돼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죠. 한 20~30%도 지금 못 했어요. |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과 평택항 개발 등 각종 호재로 주목받은 평택시.
반도체 시장 불황에,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쏟아지며, 1년 새 미분양 아파트가 18배나 급증했습니다.

결국 지난 7일, 평택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이판구/공인중개사 공급이 너무 많아요. 인구 수요는 그렇게 많이 늘어나지도 않는데. 지금 삼성전자도 가동하다가 지금 중단하고 그래서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요. |
지난해 9월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텅 비었고 불 켜진 세대는 손에 꼽힐 정돕니다.
준공 후에도 대부분 분양이 안 된 겁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분양가예요. 분양가가 비싸서 그런 거예요. 회사에서 1억을 더 빌려준다고 그랬어요. 입주를 일단 시켜야 미분양도 해소될 거 같으니까. |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월 기준 7만 2천여 가구, 이른바 불 꺼진 ‘악성 미분양’은 2만 3천 가구 가까이 늘었습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지난달 19일)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천 호를 LH가 직접 매입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매입 규모 확대를 검토하겠습니다. |

이번 대책에선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한 수도권은 제외됐습니다.
김인만/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방은 우대금리가 적용되는데 지방 미분양에 대해서는 평택 미분양에 대해서는 반대로 가산금리가 적용되거든요.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이 나와서는 사실은 발이 더 시렸거든요. |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규제를 좀 완화해 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거나. 이런 악성 미분양에 대해서 판로를 좀 뚫어주는 부분이 정말로 절실합니다. |
■ 아파트 경매 시장도 '양극화'..."똘똘한 한 채 선호 뚜렷"
경매 법정이 열리는 날. 사람들이 법원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부동산 경매 전문가 정민우 씨도 서둘러 경매 목록부터 살펴봅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인기 단지 아파트가 2건 정도 있다 보니까 입찰자 수는 조금 있을 것 같고요. |
매일 같이 오고 간 경매 법정. 요즘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많은 분이 벌써 입찰 마감까지 1시간이 훨씬 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혼잡하잖아요. |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경매 시장, 때아닌 특수를 맞았습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분양, 청약 당첨도 쉽지 않고. 경매로 조금이라도 싸게 내 집 마련을 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
지난해 전국 법원의 아파트 경매 건수는 4만 2천여 건으로,
3년 만에 90% 정도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특히 서울에선 7.5배나 증가했습니다.

이주현/지지옥션 전문위원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서, 원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해서 경매로 나온 것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고요. ‘영끌 족들이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 이렇게 추정해 볼 수가 있습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진행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경매.
무려 87명이 몰렸습니다.

낙찰가는 법원 감정가보다 3억 2천만 원이나 높았습니다.
정민우/바른자산주식회사 대표 갈수록 '똘똘한 한 채'로 더 몰리는 거죠. 오히려 더 고가 아파트에 더 사람들이 몰리는 그런 추세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 |
아파트 경매는 서울 안에서도 온도 차가 났습니다.
서울 외곽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었습니다.
이주현/지지옥션 전문위원 낙찰가율이라는 것은 감정가 대비 얼마에 낙찰이 됐느냐의 비율을 얘기하는 건데요. 토지거래 허가 구역이 해제되면서 (강남 지역은) 100%를 넘어가는 그런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비강남권 아파트 중에서도 특히 외곽에 있는 아파트들은 두 번 정도 유찰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
대출을 받아 어렵게 내 집을 마련한 김도연 씨 부부.
인천에서 서울까지 매일 출퇴근에 왕복 3시간이나 걸립니다.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것도 너무 힘겹지만, 4번의 전월세를 전전한 끝에 마련한 내 집이기에 의미가 남다릅니다.
열심히 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거, 그곳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거, 그게 행복이기 때문일 겁니다.

김도연/인천 연수구 열심히 일하고 돈도 모으고 하려는 게 저희 가족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진짜 집 걱정 없이 그냥 아이들 키우는 삶이 오면 너무 좋겠죠. |
어두운 경제 전망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이승훈/이승훈부동산연구소장 (집 사기) 매우 좋은 시점이라고 봅니다. 오랜 기간 또 가격이 상승하지 못하고 전세가율은 굉장히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실거주 및 투자자들이 움직일 시기가 됐지 않나. |
이광수/광수네 복덕방 대표 거래가 지금 원활히 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고.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안 좋아서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대출받아서 집을 산다? 그렇게 예상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
#토허제 #잠삼대청 #강남 부동산 #양극화 #미분양 #악성 미분양 #토지거래허가구역 #집값 #경매 #똘똘한 한 채
취재:이규명
촬영:강우용 조선기
편집:최정연
그래픽:장수현
자료조사:이승민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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