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강원의 대서사시 ‘태백 아라레이’

입력 2025.03.17 (19:24) 수정 2025.03.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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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의 숨겨진 유산을 다시 찾아가는 '강원유산지도' 두번째 순섭니다.

오늘은 근대화 시기를 관통하며 끈질기게 이어진 강원도의 가락, '태백 아라레이'를 만나봅니다.

거친 화전민의 노동요에서 시작해 광부의 소리가 되기까지.

구슬픈 가락에는 강원도민의 한이 담겨 있습니다.

김문영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탄가루를 시커멓게 뒤집어쓴 태백의 산골짜기.

구슬픈 아리랑이 울려퍼집니다.

["아들놈은 광부마라 막장의 아라리요."]

땅 밑 1,000m 삶과 죽음의 갈림길.

빛줄기 하나 없는 막장으로 남편을 보낸 광부의 아내가 빨래터 검은 개울물에 함께 흘려보낸 한의 소립니다.

시간이 멈춘 폐광 앞에서 일확천금을 꿈꿨던 늙은 광부의 청춘도 아리랑 가락에 되살아납니다.

["내년 간다 후년 간다 열두 해가 지났네."]

백두대간을 닮은 산과 물의 소리에서 시작해.

한때는 가난한 화전민의 희망의 소리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울분의 소리가 되어 불리다.

1937년 탄광이 열리면서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거친 광부의 소리가 됐습니다.

그 긴 시간 끊기지 않고 이어온 가락이 천 소절.

채집한 분량만 230쪽이 됐습니다.

그 노랫말과 가락은 그 자체가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김금수/태백아라레이보존회장 : "일본 순사가 하이카라를 했어요. 2대 8이 하이카라에요. 그래서 그 사람이 나타나면 무섭다는 노래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기록조차 되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느린 중모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 태백 아라레이.

태백아라레이 보존회는 20년을 꼬박 가락 전수에 힘쓴 공로로 지난해 '강원도의 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회원은 약 20여 명.

모두 다 장년층이지만,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태산/태백시 황지동 : "애환의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가슴 아픈 가사가 굉장히 많거든요. 한의 소리를 부르면서 과거 생각이 날 때도 있지만 또 모든 잡념이 다 없어지기 때문에."]

근대 대서사시이자, 시대의 자화상을 담은 광부의 아리랑.

애닯게 떠난 이들을 위해 오늘도 희로애락을 노래합니다.

["황지연못 깊은 물은 낙동강의 근원이요 깊은 막장 검은 탄은 먹고 사는 근본일세."]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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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 강원의 대서사시 ‘태백 아라레이’
    • 입력 2025-03-17 19:24:21
    • 수정2025-03-17 20:08:59
    뉴스7(춘천)
[앵커]

강원도의 숨겨진 유산을 다시 찾아가는 '강원유산지도' 두번째 순섭니다.

오늘은 근대화 시기를 관통하며 끈질기게 이어진 강원도의 가락, '태백 아라레이'를 만나봅니다.

거친 화전민의 노동요에서 시작해 광부의 소리가 되기까지.

구슬픈 가락에는 강원도민의 한이 담겨 있습니다.

김문영 기자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탄가루를 시커멓게 뒤집어쓴 태백의 산골짜기.

구슬픈 아리랑이 울려퍼집니다.

["아들놈은 광부마라 막장의 아라리요."]

땅 밑 1,000m 삶과 죽음의 갈림길.

빛줄기 하나 없는 막장으로 남편을 보낸 광부의 아내가 빨래터 검은 개울물에 함께 흘려보낸 한의 소립니다.

시간이 멈춘 폐광 앞에서 일확천금을 꿈꿨던 늙은 광부의 청춘도 아리랑 가락에 되살아납니다.

["내년 간다 후년 간다 열두 해가 지났네."]

백두대간을 닮은 산과 물의 소리에서 시작해.

한때는 가난한 화전민의 희망의 소리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울분의 소리가 되어 불리다.

1937년 탄광이 열리면서는 삶의 무게를 짊어진 거친 광부의 소리가 됐습니다.

그 긴 시간 끊기지 않고 이어온 가락이 천 소절.

채집한 분량만 230쪽이 됐습니다.

그 노랫말과 가락은 그 자체가 역사의 한 장면입니다.

[김금수/태백아라레이보존회장 : "일본 순사가 하이카라를 했어요. 2대 8이 하이카라에요. 그래서 그 사람이 나타나면 무섭다는 노래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기록조차 되지 않는 민초들의 삶을 '느린 중모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 태백 아라레이.

태백아라레이 보존회는 20년을 꼬박 가락 전수에 힘쓴 공로로 지난해 '강원도의 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회원은 약 20여 명.

모두 다 장년층이지만, 10년 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태산/태백시 황지동 : "애환의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가슴 아픈 가사가 굉장히 많거든요. 한의 소리를 부르면서 과거 생각이 날 때도 있지만 또 모든 잡념이 다 없어지기 때문에."]

근대 대서사시이자, 시대의 자화상을 담은 광부의 아리랑.

애닯게 떠난 이들을 위해 오늘도 희로애락을 노래합니다.

["황지연못 깊은 물은 낙동강의 근원이요 깊은 막장 검은 탄은 먹고 사는 근본일세."]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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