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파지 맞춰보니…‘이중·삼중분양’에 ‘임대차 사기’까지? [취재후/빌라왕]②
입력 2025.03.25 (17:01)
수정 2025.03.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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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40여 명에게서 50억 원가량을 받아 챙긴 '분양사기 빌라왕' 홍 씨.
홍 씨는 사업을 하느라 사채를 썼고, 번 돈을 모두 빚을 갚는 데에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엔 생활 급여와 주거급여 수급자로 등록돼, 증명서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다던 홍 씨가, 서울 송파구와 성북구 등 여러 곳에 주소지를 두고 거주하는 사실이 포착됐습니다.
취재진은 그중 한 집에서 홍 씨가 버린 파지 더미를 입수했습니다.
상자에 담긴 파지들은 급하게 손으로 찢은 듯, 큰 조각들이 수북했습니다.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보니, 수상한 서류들이 완성됐습니다.
■ 한 주소지에 수분양자가 2명?...'이중 분양' 의심 계약서 나와

가장 눈에 띄는 서류는 '이중 분양' 계약서였습니다.
같은 주소지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분양한 두 개의 서류가 나온 건데, 계약금과 중도금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A 씨/'이중 분양' 피해자 "계약한 빌라가 등기상으로는 15명인데, 실질적으로 이중 분양한 사람까지 치면 20명이 넘어요." |
홍 씨의 건축 현장 여러 곳이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A 씨는 계약한 부동산을 찾아갔습니다.
A 씨는 그곳에서 본인이 사들인 매물을 다른 사람과도 계약한 서류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중 분양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이중 분양 계약서를 쓴 주소지는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4곳. 그중 한 곳은 '삼중 분양' 의심 계약서까지 있었습니다.
홍 씨는 채권자에게 담보로 계약서를 써서 준 것일 뿐, 실제로 분양할 생각은 없었다며 이중 분양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수분양자에게 같은 주소지의 담보 분양 계약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느냐'고 묻자 "용두동에는 (이중분양이) 한두 건 있다"고 털어놓으며 경찰 조사에서 모두 진술했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 다 지은 건물에서도 '임대차 사기'...보증금 못 받고 발만 동동
이중 분양과 분양사기는 모두 '선분양', 즉 건물을 짓기 전 분양 계약서를 쓴 후 공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완공하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홍 씨 시행사에서 지은 멀쩡한 건물에서도 또 다른 계약 문제가 터졌습니다.
2023년 초,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빌라에 월세로 입주한 B 씨.
입주 두 달 만에 처음 보는 사람이 '전세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홍 씨가 이중 계약을 맺어, 빌라 전체 호실을 담보로 전세 계약서를 써주고 다닌 겁니다.
취재진이 맞춘 파지 더미에서는 이렇게 쓰인 '전세 계약서'가 수십장씩 나왔습니다.
B 씨가 계약한 건물주는 역시나 홍 씨의 바지 사장이었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B 씨를 포함한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는커녕, 홍 씨 채권자로부터 '월세를 우리 쪽으로 내라'는 요구를 받아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B 씨/'임대차 사기' 피해자 : "빌라 입주자들이 거의 20~30대니까 부동산 계약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고 또 대응하려면 다 돈인 거예요. 돈을 날려서 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계속 드는 거죠." |
홍 씨는 "정부의 최우선 변제금인 5천만 원으로 보증금을 맞춰놨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그건 정부 돈이지 본인 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사기 칠 의도는 없었다"고 둘러댔습니다.
[단독] 빌라왕 파지 더미 보니…이중 분양에 가짜 임대계약?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6200
■ 돈 없다더니 수백만 원씩 교회 헌금도

파지 더미 안에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홍 씨가 관리하던 바지 사장들의 계좌 내역이 여러 묶음 나왔는데, 매달 수백만 원이 '기부금'이란 이름으로 서울 시내 한 교회에 입금된 겁니다.
돈이 없어 수분양자들의 피해 구제도 해줄 수 없고, 심지어는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는데 매달 수백만 원의 돈을 기부하는 상황.
피해자들은 홍 씨가 교회로 돈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교회 측은 "오랜 신자인 홍 씨가 순수한 헌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책임지는 사람 없어 피해 구제 막막..."입주만이라도 하고 싶다"

분양사기와 임대차 사기 의혹, 이중 분양 의심 정황에 수상한 자금 흐름까지. 각종 의혹과 의심 정황이 잇따르는 상황.
수십 명의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피해 구제의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서류상 계약의 책임자인 바지 사장들은 신용불량 등으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고, 홍 씨는 계약서상으로는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가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니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지원해 주는 '부동산 공제'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금액이 턱없이 적습니다.
부동산 공제 금액은 2억 원에서 최대 4억 원까지 가능한데, 피해자 1명당 금액이 아닌 피해 건물 1곳 기준입니다.
이번처럼 빌라 한 곳의 피해자가 15명씩 나오면, 1인당 천여만 원에 불과한 공제금을 받게 되는 겁니다.
홍 씨의 해명대로 의도적인 사기가 아닌 사업 실패라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진 피해자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C 씨/'분양사기' 피해자 : "이제는 돈을 받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공사가 마무리돼서 입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요." |
1억 날렸는데 구제금은 천만 원?…피해보상 ‘막막’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0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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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린 파지 맞춰보니…‘이중·삼중분양’에 ‘임대차 사기’까지? [취재후/빌라왕]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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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25 17:01:04
- 수정2025-03-25 17:12:18

피해자 40여 명에게서 50억 원가량을 받아 챙긴 '분양사기 빌라왕' 홍 씨.
홍 씨는 사업을 하느라 사채를 썼고, 번 돈을 모두 빚을 갚는 데에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엔 생활 급여와 주거급여 수급자로 등록돼, 증명서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다던 홍 씨가, 서울 송파구와 성북구 등 여러 곳에 주소지를 두고 거주하는 사실이 포착됐습니다.
취재진은 그중 한 집에서 홍 씨가 버린 파지 더미를 입수했습니다.
상자에 담긴 파지들은 급하게 손으로 찢은 듯, 큰 조각들이 수북했습니다.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보니, 수상한 서류들이 완성됐습니다.
■ 한 주소지에 수분양자가 2명?...'이중 분양' 의심 계약서 나와

가장 눈에 띄는 서류는 '이중 분양' 계약서였습니다.
같은 주소지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분양한 두 개의 서류가 나온 건데, 계약금과 중도금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A 씨/'이중 분양' 피해자 "계약한 빌라가 등기상으로는 15명인데, 실질적으로 이중 분양한 사람까지 치면 20명이 넘어요." |
홍 씨의 건축 현장 여러 곳이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A 씨는 계약한 부동산을 찾아갔습니다.
A 씨는 그곳에서 본인이 사들인 매물을 다른 사람과도 계약한 서류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중 분양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이중 분양 계약서를 쓴 주소지는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4곳. 그중 한 곳은 '삼중 분양' 의심 계약서까지 있었습니다.
홍 씨는 채권자에게 담보로 계약서를 써서 준 것일 뿐, 실제로 분양할 생각은 없었다며 이중 분양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수분양자에게 같은 주소지의 담보 분양 계약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느냐'고 묻자 "용두동에는 (이중분양이) 한두 건 있다"고 털어놓으며 경찰 조사에서 모두 진술했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 다 지은 건물에서도 '임대차 사기'...보증금 못 받고 발만 동동
이중 분양과 분양사기는 모두 '선분양', 즉 건물을 짓기 전 분양 계약서를 쓴 후 공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완공하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그런데 홍 씨 시행사에서 지은 멀쩡한 건물에서도 또 다른 계약 문제가 터졌습니다.
2023년 초,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빌라에 월세로 입주한 B 씨.
입주 두 달 만에 처음 보는 사람이 '전세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알고 보니 홍 씨가 이중 계약을 맺어, 빌라 전체 호실을 담보로 전세 계약서를 써주고 다닌 겁니다.
취재진이 맞춘 파지 더미에서는 이렇게 쓰인 '전세 계약서'가 수십장씩 나왔습니다.
B 씨가 계약한 건물주는 역시나 홍 씨의 바지 사장이었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B 씨를 포함한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기는커녕, 홍 씨 채권자로부터 '월세를 우리 쪽으로 내라'는 요구를 받아 민사소송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B 씨/'임대차 사기' 피해자 : "빌라 입주자들이 거의 20~30대니까 부동산 계약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고 또 대응하려면 다 돈인 거예요. 돈을 날려서 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계속 드는 거죠." |
홍 씨는 "정부의 최우선 변제금인 5천만 원으로 보증금을 맞춰놨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손해 볼 일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그건 정부 돈이지 본인 돈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사기 칠 의도는 없었다"고 둘러댔습니다.
[단독] 빌라왕 파지 더미 보니…이중 분양에 가짜 임대계약?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06200
■ 돈 없다더니 수백만 원씩 교회 헌금도

파지 더미 안에는 수상한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홍 씨가 관리하던 바지 사장들의 계좌 내역이 여러 묶음 나왔는데, 매달 수백만 원이 '기부금'이란 이름으로 서울 시내 한 교회에 입금된 겁니다.
돈이 없어 수분양자들의 피해 구제도 해줄 수 없고, 심지어는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는데 매달 수백만 원의 돈을 기부하는 상황.
피해자들은 홍 씨가 교회로 돈을 빼돌린 것이 아니냐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교회 측은 "오랜 신자인 홍 씨가 순수한 헌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책임지는 사람 없어 피해 구제 막막..."입주만이라도 하고 싶다"

분양사기와 임대차 사기 의혹, 이중 분양 의심 정황에 수상한 자금 흐름까지. 각종 의혹과 의심 정황이 잇따르는 상황.
수십 명의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피해 구제의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서류상 계약의 책임자인 바지 사장들은 신용불량 등으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고, 홍 씨는 계약서상으로는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인중개사가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니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인한 손해를 지원해 주는 '부동산 공제'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금액이 턱없이 적습니다.
부동산 공제 금액은 2억 원에서 최대 4억 원까지 가능한데, 피해자 1명당 금액이 아닌 피해 건물 1곳 기준입니다.
이번처럼 빌라 한 곳의 피해자가 15명씩 나오면, 1인당 천여만 원에 불과한 공제금을 받게 되는 겁니다.
홍 씨의 해명대로 의도적인 사기가 아닌 사업 실패라 하더라도, '내 집 마련'의 꿈이 무너진 피해자들의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C 씨/'분양사기' 피해자 : "이제는 돈을 받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공사가 마무리돼서 입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요." |
1억 날렸는데 구제금은 천만 원?…피해보상 ‘막막’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0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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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연 기자 ye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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