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반 침하 안전 지도' 비공개 왜?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지름 20미터, 깊이 18미터 규모의 땅 꺼짐 사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 지점을 지나던 30대 배달 노동자 1명이 숨졌습니다.
불과 7달 전,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4차선 도로에 대형 땅 꺼짐이 발생해 SUV 차량이 빠졌고 운전자 등 2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서울시는 '지반 침하 안전 지도'를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 5단계로 나눠 지반 침하 위험도 측정…시민들은 못 봐
지반 조건‧지하 시설물‧침하 이력 등을 종합 평가한 뒤, 땅 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지반 침하 안전 지도'는 완성됐지만, 시민들은 결과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공개 불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자치구와 공사 관계자 등에만 공유되고 서울시 자체 내부 관리용으로만 쓰입니다.
서울시 담당자에 비공개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안전 지도를 공개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위험 단계가 가장 높은 등급으로 나오면 그 지역 주민들이 과도하게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집값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위험을 표시한다고 시민분들이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 의원의 공개 요청이 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 "집값에 영향을 끼칠 수도…시의원에도 공개 안 해"
위험 지역을 공개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뿐 이렇다 할 효과가 없고, 해당 지역 부동산에 악재가 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되니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서울시 판단입니다.
이번 땅 꺼짐 사고 지역은 서울시가 '지반침하 안전 지도'를 통해 가장 위험이 높은 '5등급'으로 분류 했던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몇 달 전부터 주변 바닥에 금이 가는 등 이상 징후는 계속됐습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전후로 공식적인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만일 그곳이 땅 꺼짐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인지 시민들이 알았더라면, 대처가 달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 "위험 지역 공개돼야 사고 위험 낮아져" "공개 행정 역행"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위험 지역이 공개되면 위험도가 높은 지역 주민들은 지하 공사가 진행될 때 '신중하게 하라' '안전하게 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공사 업체와 자치구도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여 사고 위험도가 낮아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땅값 영향 등을 우려해 공개 안 한다는 것은 공개 행정에 역행하는 것이라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동북선 도시철도 등 각종 대규모 지하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해당 지역의 지반침하 위험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시민들이 공식적으로 알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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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에 영향 끼칠까’… 땅 꺼짐 ‘안전 지도’ 만들고도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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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3-27 11:30:07

■ '지반 침하 안전 지도' 비공개 왜?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지름 20미터, 깊이 18미터 규모의 땅 꺼짐 사고. 오토바이를 타고 사고 지점을 지나던 30대 배달 노동자 1명이 숨졌습니다.
불과 7달 전,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4차선 도로에 대형 땅 꺼짐이 발생해 SUV 차량이 빠졌고 운전자 등 2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서울시는 '지반 침하 안전 지도'를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 5단계로 나눠 지반 침하 위험도 측정…시민들은 못 봐
지반 조건‧지하 시설물‧침하 이력 등을 종합 평가한 뒤, 땅 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지반 침하 안전 지도'는 완성됐지만, 시민들은 결과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공개 불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자치구와 공사 관계자 등에만 공유되고 서울시 자체 내부 관리용으로만 쓰입니다.
서울시 담당자에 비공개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안전 지도를 공개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위험 단계가 가장 높은 등급으로 나오면 그 지역 주민들이 과도하게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집값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위험을 표시한다고 시민분들이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 의원의 공개 요청이 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
■ "집값에 영향을 끼칠 수도…시의원에도 공개 안 해"
위험 지역을 공개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뿐 이렇다 할 효과가 없고, 해당 지역 부동산에 악재가 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되니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 서울시 판단입니다.
이번 땅 꺼짐 사고 지역은 서울시가 '지반침하 안전 지도'를 통해 가장 위험이 높은 '5등급'으로 분류 했던 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몇 달 전부터 주변 바닥에 금이 가는 등 이상 징후는 계속됐습니다.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전후로 공식적인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만일 그곳이 땅 꺼짐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인지 시민들이 알았더라면, 대처가 달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 "위험 지역 공개돼야 사고 위험 낮아져" "공개 행정 역행"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위험 지역이 공개되면 위험도가 높은 지역 주민들은 지하 공사가 진행될 때 '신중하게 하라' '안전하게 하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이에 맞춰 공사 업체와 자치구도 더 안전에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여 사고 위험도가 낮아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땅값 영향 등을 우려해 공개 안 한다는 것은 공개 행정에 역행하는 것이라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동북선 도시철도 등 각종 대규모 지하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해당 지역의 지반침하 위험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시민들이 공식적으로 알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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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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