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열리는 평양마라톤…코스 변경, 이유는? [뒷北뉴스]

입력 2025.03.29 (07:03) 수정 2025.03.2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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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 대회. 평소 여행 가기 어려운 북한의 수도 평양을 달릴 수 있다는 매력에 수많은 마라토너가 참가하는 국제 대회인데요. 최근 공개된 마라톤 코스를 보니 이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 코스 변경,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라톤 코스 변경과 러우 전쟁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 6년 만에 열리는 '평양 국제 마라톤'

출처: 고려투어스출처: 고려투어스

다음 달 6일, 평양에서 제31회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이번 대회에는 46개국 200여 명이 참가하는데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에 따르면 신청자들의 국적은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우방국 외에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폴란드, 호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멕시코, 도미니카,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특정 정치·외교적 이유'에 따라 한국, 미국, 말레이시아 여권 소지자는 참가가 불가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출처: 고려투어스출처: 고려투어스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는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6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인데요. 1981년부터 매년 열려오다 코로나 사태로 2020년 중단된 뒤 처음 열리는 겁니다. 이번 마라톤 참가 여행상품을 판매한 고려투어스는 5박 6일의 일정 중에서 문수 물놀이장,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만수대 분수공원, 옥류관,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평양 '뉴타운' 화성 거를, 강동 온실농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여행 상품 가격은 1인당 2195유로(약 336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크게 달라진 마라톤 코스... 변경 이유는?

이번 마라톤의 코스는 개선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미래과학자거리, 평양 스포츠 거리 등 상징적인 대표 명소와 거리를 지나게 된다고 여행사는 선전했는데요. 이는 평양 마라톤 대회에서 지난 2019년까지 뛰었던 코스와는 다른 코스입니다.

2019년 마라톤 코스·오른쪽에서 출발, 북서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뛴다2019년 마라톤 코스·오른쪽에서 출발, 북서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뛴다

2025년 마라톤 코스. 오른쪽에서 출발, 북동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뛴다2025년 마라톤 코스. 오른쪽에서 출발, 북동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에는 김일성 경기장을 출발해 서북쪽으로 코스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서북쪽으로 출발했다가 부자연스럽게 동쪽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선택한 부분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변화의 이유로 '평양종합병원'을 들었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이 최근(2월 27일) 완공됐고, 이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선전하기 위해서 코스를 변경했다는 겁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평양종합병원과 관련해 "병원 외견상 국내 상급종합병원인 세브란스나 삼성병원 규모로 보인다. 30개 수술실 배치했다고 밝혔고, 의료 전문가들에게 자문 구한 결과 보통 병상 2~3천 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 특권층은 ‘봉화병원’(지도층), ‘남산병원’(고위급) 등 별도의 전용 병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평양종합병원은 주민 대상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내부에 의료 설비는 설치돼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평양 종합병원평양 종합병원

평양종합병원은 이른바 '장기 표류 사업'이었습니다.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업을 말하는데, 2020년부터 짓기 시작했던 평양종합병원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방 공업공장, 온포근로자휴양소,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이 2024년 말이 지나며 일제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인한 '러시아 특수'

우리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처음 확인 한 건 2024년 10월입니다.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병 북한군 1만 2천 명 중 4천 명 사상"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받은 자금이 현재 북한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포로가 된 북한군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포로가 된 북한군

전문가들은 파병 대가로 받은 자금이 최대 30억 달러, 한화로 4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1년 예산이 100억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수치인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 자금으로 지금까지 묵혀두었던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평양종합병원의 경우 아직 건물만 지어져 있고, 내부 의료 설비들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북한의 기술력과 자본만으로는 대형 병원을 운영할 만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는 이 또한 러시아와 보건 협력을 통해 개원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6월에 체결된 러·북 보건의료 협정 이후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이뤄진 북한 경제·보건대표단의 방러에서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세계 3위 가상자산 보유국, 북한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 17일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 등에 따르면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현재 11억 4천만 달러, 약 1조 6천500억 원에 해당하는 1만 3천562 비트코인(BTC)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미국이 19만 8천109 비트코인, 영국이 6만 1천245 비트코인을 보유한 데 이어 전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북한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많이 늘어난 것은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비트(Bybit)가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일당으로부터 해킹을 당한 이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외화 확보를 위해 주로 무기를 수출하거나 노동자 해외 파견, 혹은 광물·수산물 교역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 및 보유를 고집하면서 유엔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제재를 받게 됐고, 이와 같은 외화벌이 수단이 모두 차단됐습니다. 오랜 기간 제재의 감시망을 피해 밀수를 하거나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국제 제재를 피하면서도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있는 '꼼수'를 발견한 겁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의 암호화폐 보유 규모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경제적 고립과 외화 자금의 차단을 목표로 했던 기존 금융 제재 체계의 효과는 현저히 떨어질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에서 상당 수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 현재 시행 중인 금융 제재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국제정세 변화·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전략 세워야

급속도로 친밀해진 북러 관계, 또 국경을 넘나드는 비트코인 거래는 기존 대북 정책의 문법을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핵 비확산을 염원하는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큰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국제정세 변화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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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만에 열리는 평양마라톤…코스 변경, 이유는? [뒷北뉴스]
    • 입력 2025-03-29 07:03:54
    • 수정2025-03-29 07:13:35
    뒷北뉴스

4월 6일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마라톤 대회. 평소 여행 가기 어려운 북한의 수도 평양을 달릴 수 있다는 매력에 수많은 마라토너가 참가하는 국제 대회인데요. 최근 공개된 마라톤 코스를 보니 이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 코스 변경,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라톤 코스 변경과 러우 전쟁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 6년 만에 열리는 '평양 국제 마라톤'

출처: 고려투어스
다음 달 6일, 평양에서 제31회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립니다. 이번 대회에는 46개국 200여 명이 참가하는데요. 북한 전문 여행사 고려투어스에 따르면 신청자들의 국적은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우방국 외에도 영국,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폴란드, 호주,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캐나다, 멕시코, 도미니카,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특정 정치·외교적 이유'에 따라 한국, 미국, 말레이시아 여권 소지자는 참가가 불가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출처: 고려투어스
평양 국제마라톤 대회는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6년 만에 평양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인데요. 1981년부터 매년 열려오다 코로나 사태로 2020년 중단된 뒤 처음 열리는 겁니다. 이번 마라톤 참가 여행상품을 판매한 고려투어스는 5박 6일의 일정 중에서 문수 물놀이장,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만수대 분수공원, 옥류관, 김일성 광장, 주체사상탑, 평양 '뉴타운' 화성 거를, 강동 온실농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여행 상품 가격은 1인당 2195유로(약 336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크게 달라진 마라톤 코스... 변경 이유는?

이번 마라톤의 코스는 개선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 미래과학자거리, 평양 스포츠 거리 등 상징적인 대표 명소와 거리를 지나게 된다고 여행사는 선전했는데요. 이는 평양 마라톤 대회에서 지난 2019년까지 뛰었던 코스와는 다른 코스입니다.

2019년 마라톤 코스·오른쪽에서 출발, 북서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뛴다
2025년 마라톤 코스. 오른쪽에서 출발, 북동쪽으로 돌아 서쪽으로 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존에는 김일성 경기장을 출발해 서북쪽으로 코스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서북쪽으로 출발했다가 부자연스럽게 동쪽으로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선택한 부분입니다. 정부 당국자는 이 변화의 이유로 '평양종합병원'을 들었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이 최근(2월 27일) 완공됐고, 이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선전하기 위해서 코스를 변경했다는 겁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평양종합병원과 관련해 "병원 외견상 국내 상급종합병원인 세브란스나 삼성병원 규모로 보인다. 30개 수술실 배치했다고 밝혔고, 의료 전문가들에게 자문 구한 결과 보통 병상 2~3천 개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 특권층은 ‘봉화병원’(지도층), ‘남산병원’(고위급) 등 별도의 전용 병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평양종합병원은 주민 대상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내부에 의료 설비는 설치돼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평양 종합병원
평양종합병원은 이른바 '장기 표류 사업'이었습니다.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마치지 못한 사업을 말하는데, 2020년부터 짓기 시작했던 평양종합병원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지방 공업공장, 온포근로자휴양소,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평양종합병원 건설 등이 2024년 말이 지나며 일제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인한 '러시아 특수'

우리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처음 확인 한 건 2024년 10월입니다.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파병 북한군 1만 2천 명 중 4천 명 사상"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대가로 받은 자금이 현재 북한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포로가 된 북한군
전문가들은 파병 대가로 받은 자금이 최대 30억 달러, 한화로 4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1년 예산이 100억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수치인지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 자금으로 지금까지 묵혀두었던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평양종합병원의 경우 아직 건물만 지어져 있고, 내부 의료 설비들은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북한의 기술력과 자본만으로는 대형 병원을 운영할 만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는 이 또한 러시아와 보건 협력을 통해 개원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해 6월에 체결된 러·북 보건의료 협정 이후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이뤄진 북한 경제·보건대표단의 방러에서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세계 3위 가상자산 보유국, 북한

이뿐이 아닙니다. 지난 17일 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 등에 따르면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현재 11억 4천만 달러, 약 1조 6천500억 원에 해당하는 1만 3천562 비트코인(BTC)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미국이 19만 8천109 비트코인, 영국이 6만 1천245 비트코인을 보유한 데 이어 전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북한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많이 늘어난 것은 최근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바이비트(Bybit)가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일당으로부터 해킹을 당한 이후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외화 확보를 위해 주로 무기를 수출하거나 노동자 해외 파견, 혹은 광물·수산물 교역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 및 보유를 고집하면서 유엔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제재를 받게 됐고, 이와 같은 외화벌이 수단이 모두 차단됐습니다. 오랜 기간 제재의 감시망을 피해 밀수를 하거나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비트코인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국제 제재를 피하면서도 외환보유고를 늘릴 수 있는 '꼼수'를 발견한 겁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의 암호화폐 보유 규모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경제적 고립과 외화 자금의 차단을 목표로 했던 기존 금융 제재 체계의 효과는 현저히 떨어질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에서 상당 수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 현재 시행 중인 금융 제재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 국제정세 변화·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전략 세워야

급속도로 친밀해진 북러 관계, 또 국경을 넘나드는 비트코인 거래는 기존 대북 정책의 문법을 근본적으로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핵 비확산을 염원하는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큰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국제정세 변화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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