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한국주식 미국주식?

입력 2025.03.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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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2020.12.31.)
“올해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단어는 바로 동학개미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열풍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학개미’가 대세라고 합니다.

박지혁/개인투자자
“(주로 어떤 투자하고 계세요?)
지금은 배당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요?) 미국이요“

지봉준/개인투자자
“ETF 위주로 하고 있고요. 단품으로는 하지 않아요.
(어느 나라에 하고 계신가요?)
미국이요 (미국이요)“

어느새 한국 증시는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어찌 보면 한국 시장을 외면하고 미국 시장으로 가는 거는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라는 생각입니다”

위기의 한국 증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미국 주식에 투자해 이익을 내며 조기 퇴사를 결정한 최영민 씨.

최영민/개인투자자·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에서 20년 근무하고요. 작년 12월 말로 퇴사한 최영민 작가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떠난 건 아니었습니다.

최영민/개인투자자·작가
“앞으로 미래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계속하던 일이 내 미래 생활에 있어서 도움 되지 않겠다 생각하고 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요. 4년 전부터 퇴사를 준비했고 운 좋게 미국 월 배당 ETF를 알게 돼서 퇴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주식에 대한 영민 씨의 전망은 확고합니다.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오를 것이란 믿음입니다.


최영민/개인투자자·작가
“과거 30년간 나스닥 100지수가 4,500% 상승했거든요. 그동안 등락이 오르락내리락 그런 게 있었겠죠
미국 주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저는 신뢰하고 계속 미국 투자를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영민 씨와 같은 시각을 가진 국내 투자자가 늘며, 한국인이 거래하는 해외 주식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엔 천5백억 주가 거래돼, 3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반면 국내 주식 거래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해외주식 거래 중 대부분은 미국 주식으로,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은 지난해 처음으로 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작년에는 정말 심했던 것 같고요 한국 주식은 아예 보지 말자 쪽이 많았던 것 같고 미국 주식만 하자 이런 쪽이 많았는데”

특히 테슬라의 경우, 182억 달러어치로, 우리 돈 26조 원 정돕니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습니다.


존 청/미국 변호사
“예전에는 한국에서 미국에 투자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쉽지 않았잖아요 시장에 대한 접근도 부족했고 관리에 대한 부분 이런 것들이 제약이 있었는데 반해 이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한국의 증권사에서 계좌 만들어서 미국 주식 투자하는 게 어렵지 않잖아요”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다.'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고평가되거나 저평가가 될 때가 있지만 결국 기업 가치와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의 수익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한 증권사가 2023년 한국과 미국 증시를 비교한 결괍니다.

미국의 S&P500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6%, 이 기간 주가는 2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기업은 이익 성장률 22%, 주가 상승률 19%를 보였습니다. S&P500의 경우, 주가 상승률이 이익 성장률의 네 배나 됐지만, 코스피의 주가 상승률은 이익 성장률보다 낮았습니다.


국내 증시에선 기업의 이익이 고스란히 주가로 반영되지는 않은 겁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지금 한국 증시가 지난 5년 정도 보면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꼴찌입니다.
(투자자가) 계속 남아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죠. 지난 2~3년만 보더라도 미국이나 일본 증시는 거의 2배 올랐습니다. 한국 증시는 마이너스예요”

기업 실적 외에도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과 남북 관계, 환율, 국제 정세 등이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장기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주가가 이른바 ‘박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S&P 500은 5년 10년의 평균 수익률이 연 15%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대비) 거의 3배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 시장보다 미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고요”

주주에 대한 환원이 인색한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한국증시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율은 전 세계 꼴찌 수준.

대주주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윱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미국 회사는 자기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배당하거나 주주 환원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의 20% 수준이에요 타이완도 절반 이상 또 영국은 70% 이상 가는 경우도 있고 일본도 상당히 많아서 30~40% 이상은 하거든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최근 삼성의 임원 세미나에서 공개된 이재용 회장의 발언입니다. 반도체 사업의 부진 등 삼성전자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한때 우리나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혁신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우리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새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 왜 도입되지 않았냐면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 사회적인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서 이것저것 피하다 보니까”

현재 전 세계의 주 관심사는 인공지능, AI입니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부분 미국 기업으로,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2000년대 인터넷 혁명이 생겼을 때 네이버 카카오 이런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 회사들이 잘 성장한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역할을 했다면 지금 AI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회사는 나와야 하는데 그 회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좀 문제인 것 같아요”

이 같은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2022년 세계 R&D 투자 현황 자료입니다.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중 미국 기업은 827개로, 2013년보다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은 81개에서 47개로 줄었습니다. 이처럼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기술이 나오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2022.1.29.)
“최근에도, 많은 주목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따로 떨어져나와 상장됐는데, 이런 걸 쪼개기 상장이라고 하죠. 쪼개지기 전 회사의 주식을 샀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그동안 있었습니다.”

2022년,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신규 상장했습니다. LG화학 소액주주들은 핵심 사업을 떼어낸다며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 후 상장 이런 것들이 그 거래가 있을 때 일반 주주는 손해가 좀 많이 드는데 지배주주(에게)는 좋은 그런 거래들입니다”

이렇게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중복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 주주는 반대하는데 지배주주는 합병이나 물적 분할을 밀고 나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 취약한 지배 구조가 우리나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이유다”

미국 등 해외에선 모회사가 이른바 ‘알짜배기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잘 알려진 사례가 미국의 대표 IT기업 ‘구글’입니다. 구글은 지주회사인 ‘알파벳’만 상장돼 있습니다. 자회사인 구글, 손자회사인 유튜브 같은 핵심 사업들은 별도로 상장하지 않았습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알파벳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구글을) 상장한다? 이건 미국에서 있을 수가 없는 얘기죠”

한국 증시의 중복 상장 비율은 18%대로, 일본과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높습니다. 여기에 버는 돈보다 이자로 내는 돈이 더 많은, 이른바 ‘좀비기업’도 400곳이 넘습니다. 결국 증시 규모에 비해 상장기업이 너무 많은,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을) 미국하고 비교해 보면 시가총액은 미국의 한 4% 정도밖에 안 돼요. 그런데 상장 기업 수는 한 40% 정도 됩니다. 10배가 많은 거예요.”

소액주주 운동을 하는 새싹기업입니다. 창업한 지 3년 만에 이용자가 10만 명이 넘습니다.

이상목/소액주주운동 기업 대표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요. 그 부분이 어떻게 보면 미국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우리나라 주주총회를 가면 이사회가 우리랑 마주 보고 앉아 있어요. 근데 미국은 이사회가 주주랑 같이 앉아 있고 경영진을 혼냅니다. 그러니까 저(주주)랑 같이 앉아 있고 경영진이 저를 마주 보고 앉아 있어요.”

한국증시 변화의 출발점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라는 얘깁니다. 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9곳은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이 100%였습니다. 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아닌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상목/소액주주운동 기업 대표
“이사회에 소속된 등기이사들이 정말 회사를 위해서 그리고 주주의 비례적인 이익을 위해서 충실하게 일하게 되면 저는 이렇게 저평가됐던 부분들이 점차 풀려나갈 거라고 보거든요”

한국증시 밸류업 성공에 필요한 또 다른 요인은, 외국계 자금의 유입입니다.

박소연/신영증권 이사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이 돼야 기업 가치 제고나 밸류업이 계속될 수 있는 터전이 생겨요. 그런데 사실 국민연금 이외의 장기 투자자가 사실상 우리나라에는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찌 보면 외국계의 장기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것들이 되게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 자산운용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참고 기준인 MSCI 지수. 한국은 신흥국 지수에 속해 있는데, 10%를 웃돌던 한국 시장의 비중은 계속 줄어 9%대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선진국 지수로 올라선다면, 획기적인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SCI 선진국 지수에 저희가 편입되면 50조 원 정도가 유입되는 걸로 추정되고 있어요. 시가총액을 한 2,000조 원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2.5%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 거고요”

지난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기업들이 수익성부터 주주환원 성과까지 투자자에게 상세하게 공시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밸류업 공시를 통해서 내가 관심 있는 기업이 3년 후에 ROE는 몇 퍼센트까지 올리고 PBR은 몇 퍼센트까지 올리고 소위 말해서 중장기 경영 계획이 밸류업 공시에 다 포함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줄 수가 있다’라는 차원에서도 밸류업의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되겠고요”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지금까지 120여 곳. 전체 상장사의 5%에도 못 미칩니다. 밸류업이 시작된 지 이제 1년이 됐습니다. 그런 만큼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 즉 제도의 일관성입니다.

박소연/신영증권 이사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가를 올리거나 배당을 해서 내년에도 우리와 함께해 달라 내년에도 나를 믿어달라 이런 부분들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 거거든요”

앞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거쳐 간 길입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난 2~3년 동안 일본 증시가 굉장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 사실 그 전에 10여 년 동안의 준비 기간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는 굳건합니다. 국내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미국 증시를 선호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합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지배구조가 깨끗하다 그래서 내가 이 회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실제로도 사업을 잘한다면 그것이 우리 주주 것이라는 그 확신이 훨씬 더 높다는 거죠”

우리는 지금 변화의 시기에 서 있습니다.

박소연/신영증권 이사
“우리나라의 자본주의의 발전사에 따라서 나타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투자해 주고 너희한테 자본을 빌려줬는데 그러면 이제는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우리에게 보상을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가 이제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한국 주식시장 전체가 좋은 자산이냐?’라고 생각해 보면 그거는 아직은 아닌 거죠.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라고 하면 과거에 미국도 안 그랬으니까,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

#한국주식 #미국주식 #트럼프 #주식 #증시 #삼성전자 #아이온큐 #밸류업 #투자 #주주 #중복상장 #좀비기업 #코리아 디스카운트 #혁신

취재: 이승종
촬영: 조선기
편집: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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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한국주식 미국주식?
    • 입력 2025-03-30 23:10:26
    경제

KBS 뉴스(2020.12.31.)
“올해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단어는 바로 동학개미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동학개미’ 열풍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학개미’가 대세라고 합니다.

박지혁/개인투자자
“(주로 어떤 투자하고 계세요?)
지금은 배당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요?) 미국이요“

지봉준/개인투자자
“ETF 위주로 하고 있고요. 단품으로는 하지 않아요.
(어느 나라에 하고 계신가요?)
미국이요 (미국이요)“

어느새 한국 증시는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어찌 보면 한국 시장을 외면하고 미국 시장으로 가는 거는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라는 생각입니다”

위기의 한국 증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미국 주식에 투자해 이익을 내며 조기 퇴사를 결정한 최영민 씨.

최영민/개인투자자·작가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에서 20년 근무하고요. 작년 12월 말로 퇴사한 최영민 작가입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하루아침에 떠난 건 아니었습니다.

최영민/개인투자자·작가
“앞으로 미래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계속하던 일이 내 미래 생활에 있어서 도움 되지 않겠다 생각하고 퇴사를 준비하기 시작했고요. 4년 전부터 퇴사를 준비했고 운 좋게 미국 월 배당 ETF를 알게 돼서 퇴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주식에 대한 영민 씨의 전망은 확고합니다.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오를 것이란 믿음입니다.


최영민/개인투자자·작가
“과거 30년간 나스닥 100지수가 4,500% 상승했거든요. 그동안 등락이 오르락내리락 그런 게 있었겠죠
미국 주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저는 신뢰하고 계속 미국 투자를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영민 씨와 같은 시각을 가진 국내 투자자가 늘며, 한국인이 거래하는 해외 주식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엔 천5백억 주가 거래돼, 3년 전보다 세 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반면 국내 주식 거래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해외주식 거래 중 대부분은 미국 주식으로,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은 지난해 처음으로 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작년에는 정말 심했던 것 같고요 한국 주식은 아예 보지 말자 쪽이 많았던 것 같고 미국 주식만 하자 이런 쪽이 많았는데”

특히 테슬라의 경우, 182억 달러어치로, 우리 돈 26조 원 정돕니다. 현대자동차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습니다.


존 청/미국 변호사
“예전에는 한국에서 미국에 투자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쉽지 않았잖아요 시장에 대한 접근도 부족했고 관리에 대한 부분 이런 것들이 제약이 있었는데 반해 이제는 그렇지 않잖아요 한국의 증권사에서 계좌 만들어서 미국 주식 투자하는 게 어렵지 않잖아요”

'주가는 기업 이익의 함수다.'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고평가되거나 저평가가 될 때가 있지만 결국 기업 가치와 비례한다는 뜻입니다.

기업의 수익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한 증권사가 2023년 한국과 미국 증시를 비교한 결괍니다.

미국의 S&P500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6%, 이 기간 주가는 2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기업은 이익 성장률 22%, 주가 상승률 19%를 보였습니다. S&P500의 경우, 주가 상승률이 이익 성장률의 네 배나 됐지만, 코스피의 주가 상승률은 이익 성장률보다 낮았습니다.


국내 증시에선 기업의 이익이 고스란히 주가로 반영되지는 않은 겁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지금 한국 증시가 지난 5년 정도 보면 전 세계에서 수익률이 꼴찌입니다.
(투자자가) 계속 남아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죠. 지난 2~3년만 보더라도 미국이나 일본 증시는 거의 2배 올랐습니다. 한국 증시는 마이너스예요”

기업 실적 외에도 일관성 없는 경제 정책과 남북 관계, 환율, 국제 정세 등이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장기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주가가 이른바 ‘박스피’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S&P 500은 5년 10년의 평균 수익률이 연 15%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대비) 거의 3배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 시장보다 미국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고요”

주주에 대한 환원이 인색한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한국증시의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율은 전 세계 꼴찌 수준.

대주주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이윱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미국 회사는 자기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배당하거나 주주 환원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의 20% 수준이에요 타이완도 절반 이상 또 영국은 70% 이상 가는 경우도 있고 일본도 상당히 많아서 30~40% 이상은 하거든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최근 삼성의 임원 세미나에서 공개된 이재용 회장의 발언입니다. 반도체 사업의 부진 등 삼성전자가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반영된 걸로 보입니다.

한때 우리나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혁신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우리 정부가 가장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지난 10년간 새 산업이 도입되지 않았다 왜 도입되지 않았냐면 새 산업을 도입하려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 사회적인 갈등을 감내하기 어려워서 이것저것 피하다 보니까”

현재 전 세계의 주 관심사는 인공지능, AI입니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부분 미국 기업으로, 한국 기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2000년대 인터넷 혁명이 생겼을 때 네이버 카카오 이런 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그 회사들이 잘 성장한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역할을 했다면 지금 AI 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회사는 나와야 하는데 그 회사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좀 문제인 것 같아요”

이 같은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2022년 세계 R&D 투자 현황 자료입니다. 글로벌 R&D 투자 상위 2500개 기업 중 미국 기업은 827개로, 2013년보다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은 81개에서 47개로 줄었습니다. 이처럼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 세계를 선도하는 혁신 기술이 나오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2022.1.29.)
“최근에도, 많은 주목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따로 떨어져나와 상장됐는데, 이런 걸 쪼개기 상장이라고 하죠. 쪼개지기 전 회사의 주식을 샀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그동안 있었습니다.”

2022년,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신규 상장했습니다. LG화학 소액주주들은 핵심 사업을 떼어낸다며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 후 상장 이런 것들이 그 거래가 있을 때 일반 주주는 손해가 좀 많이 드는데 지배주주(에게)는 좋은 그런 거래들입니다”

이렇게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중복 상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 주주는 반대하는데 지배주주는 합병이나 물적 분할을 밀고 나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 취약한 지배 구조가 우리나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한 이유다”

미국 등 해외에선 모회사가 이른바 ‘알짜배기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잘 알려진 사례가 미국의 대표 IT기업 ‘구글’입니다. 구글은 지주회사인 ‘알파벳’만 상장돼 있습니다. 자회사인 구글, 손자회사인 유튜브 같은 핵심 사업들은 별도로 상장하지 않았습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알파벳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구글을) 상장한다? 이건 미국에서 있을 수가 없는 얘기죠”

한국 증시의 중복 상장 비율은 18%대로, 일본과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높습니다. 여기에 버는 돈보다 이자로 내는 돈이 더 많은, 이른바 ‘좀비기업’도 400곳이 넘습니다. 결국 증시 규모에 비해 상장기업이 너무 많은, 비대칭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을) 미국하고 비교해 보면 시가총액은 미국의 한 4% 정도밖에 안 돼요. 그런데 상장 기업 수는 한 40% 정도 됩니다. 10배가 많은 거예요.”

소액주주 운동을 하는 새싹기업입니다. 창업한 지 3년 만에 이용자가 10만 명이 넘습니다.

이상목/소액주주운동 기업 대표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고요. 그 부분이 어떻게 보면 미국과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우리나라 주주총회를 가면 이사회가 우리랑 마주 보고 앉아 있어요. 근데 미국은 이사회가 주주랑 같이 앉아 있고 경영진을 혼냅니다. 그러니까 저(주주)랑 같이 앉아 있고 경영진이 저를 마주 보고 앉아 있어요.”

한국증시 변화의 출발점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라는 얘깁니다. 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9곳은 사외이사의 안건 찬성률이 100%였습니다. 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아닌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상목/소액주주운동 기업 대표
“이사회에 소속된 등기이사들이 정말 회사를 위해서 그리고 주주의 비례적인 이익을 위해서 충실하게 일하게 되면 저는 이렇게 저평가됐던 부분들이 점차 풀려나갈 거라고 보거든요”

한국증시 밸류업 성공에 필요한 또 다른 요인은, 외국계 자금의 유입입니다.

박소연/신영증권 이사
“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이 돼야 기업 가치 제고나 밸류업이 계속될 수 있는 터전이 생겨요. 그런데 사실 국민연금 이외의 장기 투자자가 사실상 우리나라에는 아직은 많지 않기 때문에 어찌 보면 외국계의 장기 투자자들이 들어오는 것들이 되게 필요한데"

현재 전 세계 자산운용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참고 기준인 MSCI 지수. 한국은 신흥국 지수에 속해 있는데, 10%를 웃돌던 한국 시장의 비중은 계속 줄어 9%대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선진국 지수로 올라선다면, 획기적인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MSCI 선진국 지수에 저희가 편입되면 50조 원 정도가 유입되는 걸로 추정되고 있어요. 시가총액을 한 2,000조 원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2.5%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는 거고요”

지난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기업들이 수익성부터 주주환원 성과까지 투자자에게 상세하게 공시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준서/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밸류업 공시를 통해서 내가 관심 있는 기업이 3년 후에 ROE는 몇 퍼센트까지 올리고 PBR은 몇 퍼센트까지 올리고 소위 말해서 중장기 경영 계획이 밸류업 공시에 다 포함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줄 수가 있다’라는 차원에서도 밸류업의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되겠고요”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지금까지 120여 곳. 전체 상장사의 5%에도 못 미칩니다. 밸류업이 시작된 지 이제 1년이 됐습니다. 그런 만큼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함, 즉 제도의 일관성입니다.

박소연/신영증권 이사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가를 올리거나 배당을 해서 내년에도 우리와 함께해 달라 내년에도 나를 믿어달라 이런 부분들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한 거거든요”

앞서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거쳐 간 길입니다.

천준범/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난 2~3년 동안 일본 증시가 굉장히 많이 올랐기 때문에 관심이 많으실 텐데 사실 그 전에 10여 년 동안의 준비 기간이 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는 굳건합니다. 국내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미국 증시를 선호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합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지배구조가 깨끗하다 그래서 내가 이 회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실제로도 사업을 잘한다면 그것이 우리 주주 것이라는 그 확신이 훨씬 더 높다는 거죠”

우리는 지금 변화의 시기에 서 있습니다.

박소연/신영증권 이사
“우리나라의 자본주의의 발전사에 따라서 나타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고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투자해 주고 너희한테 자본을 빌려줬는데 그러면 이제는 목적이 달성되었으니, 우리에게 보상을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가 이제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이효석/투자교육 기업 대표
“‘한국 주식시장 전체가 좋은 자산이냐?’라고 생각해 보면 그거는 아직은 아닌 거죠.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라고 하면 과거에 미국도 안 그랬으니까,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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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승종
촬영: 조선기
편집: 김태형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이승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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