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상생’은 배달이 안 되나요?

입력 2025.03.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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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나지 않은 배달수수료 갈등

지난해 배달수수료 갈등을 기억하실 겁니다.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배달플랫폼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와 똑같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회원제 기반의 '무료 배달'을 도입하고 6.8%였던 배달 중개수수료율을 9.8%까지 올린 것이었죠. 갑자기 중개수수료율을 3%P나 올리자,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갈등이 사회적 문제까지 됐습니다. 결국, 7월 정부가 나서서 배달플랫폼들과 자영업자 대표 단체들을 한자리에 모은 '상생협의체'를 발족했습니다.


당초 석 달 정도면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회의는 12회까지 늘어났고, 4개월이 넘어서서야 겨우 '상생방안'을 도출했습니다. 주문 금액의 9.8%에 달했던 배달수수료율을 내리고, 여기에 자영업자들의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었죠. 공정위는 이 상생안으로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2월 말 배달의민족이 상생안을 먼저 시행했습니다. (쿠팡이츠는 4월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에 맞춰,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상생안이 실제 상생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시 논의하자고 요구하면서입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
저희나 외식산업협회가 상생협의체를 박차고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그냥 조급하게 만들어진 상생협의체의 결과가 나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생협의체 결과는 무효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새롭게 상생 협의에 나서라'라고 주장하면서 천막 농성을 한 달 넘게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상생안 도출로 일단락된 줄 알았던 배달수수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 "상생안은 조삼모사"

지난해 도출한 상생안은 수수료율 차등 인하와 배달비 인상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9.8%의 중개수수료율을 배달 매출 상위 35% 매장에는 7.8%, 중위 매장에는 6.8%, 하위 20% 매장에는 2%까지 내려줬습니다. 하위 20% 매장에 적용되는 2% 수수료는 공공 배달앱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고 2,900원이었던 자영업자의 배달비 부담은 절반의 업주들에게는 조금씩 올랐습니다. 상위 35% 업주들에게 배달비 부담은 최고 3,400원으로까지 늘게 됐습니다.

3년째 중식당을 운영 중인 이진성 씨는 자신이 상위 35% 그룹에 속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상생안 도입으로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는가 기대하며 2월 25일 상생안 시행 전후 같은 금액의 주문 건을 비교해 봤습니다.


22,500원짜리 주문 건의 경우, 배달 중개수수료는 상생안 전보다 2%P가 줄어 금액으로 환산하면 450원의 부담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배달비가 늘어난 게 문제였습니다.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이 정액으로 늘어나면서 부가세와 같은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결과적으로는 이전보다 오히려 이익이 50원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이진성/ 중식당 운영
변화요? 있죠. 그런데 더 안 좋게 변화가 있는 거죠. 상생안이라고 하면 당연히 상생인데 더 좋아져야 상생하는 거지 같은 금액으로 팔았을 때 더 적게 정산이 되는 게 어떻게 상생이라는 건지.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객단가가 그렇게 높진 않아서, 이게 아무래도 1인분 2인분 주문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배달비에 부담이 더 올라가 버린 거죠.

수수료율을 내려주면서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올렸으니 '상생안'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조삼모사'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 하위 20%는 수수료 부담 확 덜었지만…

물론 이것은 상위 35%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차등 적용된 만큼, 상생안의 덕을 본 자영업자들도 있습니다. 서울 건대입구역 앞에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송재용 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곳은 업종 상 매장 손님이 많긴 하지만 안주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배달 주문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곳의 경우 배달 매출만으로 볼 때 하위 20%에 해당하는데, 중개수수료율이 9.8%에서 2%로까지 떨어지니 체감되는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송재용 / 이자카야 운영
저희 가게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배달 전문점이 아니라서 하위 그룹에 속해요. 배달 매출이 그렇게 크진 않거든요. 이제 (배달 수수료가) 2,900원인가로 알고 있어요. 원래는 그전에만 해도 3,000원대, 좀 많이 나가면 4,000원대까지 나갔었는데. 저희 가게를 놓고 봤을 때는 저는 좋죠. 아무래도 수수료가 건당 거의 1,000원 차이면 생각보다 큰 차이여서. 저희같이 홀을 전문적으로 하는 매장이고 배달을 서브로 하는 매장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송 씨의 말대로, 이건 배달 매출 비중이 적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입니다. 배달 매출이 적은 자영업자가 낮은 수수료 혜택을 보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배달 플랫폼의 주요 파트너인 배달전문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내가 최상위 구간이라고?" 업주들 반발

장사가 잘되는 매장에 부담을 좀 더 지우고 대신 매출이 적은 영세 업주의 부담을 더 덜어준다는 차등적용의 취지는 일단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차등적용의 기준이 명확하고 투명해야 할 텐데,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피세준/ 치킨 배달 전문점 운영
처음에는 솔직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안 됐어요. 왜냐하면 이 35% 이 구간에 어떤 매출이 들어갈 거라는 내용은 없었으니까요. 근데 문자 공지로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봐라' 그래서 들어가 봤더니 이제 제가 35%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저희 브랜드 점주님들한테 이제 수소문해서 조사를 해봤죠. 그랬더니 하루에 9만 원 매출인 매장이 35%에 들어가는 거죠.

하루 치킨 네 마리 정도 파는 매장이 최상위 35%에 들어가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총 3개월 동안 배민1플러스의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수수료 차등 구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합니다. 3개월 뒤에는 매출을 계산해 차등구간을 재설정하게 됩니다. 만일 배민1플러스를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 배민1플러스 매출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일단 최상위 구간인 상위 35%가 기본 적용된다고도 안내했습니다.

피세준/ 치킨 배달 전문점 운영
하루에 4마리면 예를 들어 2만 원이라고 봤을 때 한 달에 매출이 얼마일까요? 120만 원인가요? 이게 3개월 평균이거든요. 그러면 그거는 유령 매장이겠죠 아니면 뭐 큰 홀 음식점인데 그냥 간간이 배달 영업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 빼고는 전혀 혜택을 못 받는 수준인 거죠.

■ 배민 "상생안 시행으로 업주 부담 줄어 "

배달의민족은 이런 논란에 대해 평균 주문 음식 단가 25,000원을 기준으로, 하위 65% 입점 업체의 비용 부담이 평균적으로 기존 대비 20%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주문 금액이 높을수록 실질적으로 업주의 부담률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상생안 시행 이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위 20%에 업주 부담이 56.8% 줄어든 것은 물론, 상위 35% 업주들의 부담도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영업자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상생협의체에서 중개수수료 인하와 함께 업주 부담 배달비를 올린 부분에 대해선, 지난해 8월 중개수수료율을 9.8%로 올릴 당시 배달비를 300원 내렸던 것을 다시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설명대로라도, 이번 상생안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치킨이나 피자, 중식 등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배달 음식의 객단가는 25,000원 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음식을 팔수록 업주들에게 혜택이 크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저렴한 음식을 파는 영세한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적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배달 매출이 적을수록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도 결과적으로는 역차별이라는 논란을 불러옵니다. 앞서 하위 20% 매장에 속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본 업주의 경우처럼 배달을 부가적으로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수수료율 감면 덕을 보는 반면, 배달플랫폼의 매출을 더 많이 올려주는 배달전문점들이 도리어 부담을 더 지게 되는 상황은 부조리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 결국은 소비자 부담으로

배달플랫폼과 자영업자들 사이 중개수수료와 업주 부담 배달비 갈등 속에서 소비자들은 사실 빠져 있습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배달비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됐고 두 플랫폼 간 점유율 경쟁 속에서 할인 쿠폰의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 두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비교해 가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앱으로 주문하는 풍경도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경쟁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비용은 점차 음식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을 중심으로 배달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이는 이중가격제가 시작됐는데, 올해도 프랜차이즈 두 곳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이중가격제를 시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다음 달 16일부터, 그동안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6.8%의 중개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포장 주문 역시 중개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는 만큼 운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되면 그동안 포장 주문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왔던 할인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할인이 없어진 포장 주문 이용률을 줄여 배달주문을 늘리려는 전략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기도 합니다.

■ 상생으로 가기 위한 조건

배달 중개수수료 갈등은 지난해 쿠팡이츠가 배달비 무료를 선언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기 시작한 뒤 시작됐습니다. 쿠팡이츠가 9.8%의 수수료를 받는 대신 자사의 와우멤버십 회원들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자, 6.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던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의 수수료와 배달비 정책을 그대로 따라간 겁니다. 배달 시장 1위 사업자가 배달 수수료율을 한 번에 3%P나 올려버리자, 자영업자들이 반발했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상생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갖는 위기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쿠팡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e커머스 시장의 절대강자로 우뚝 섰고 쿠팡플레이는 미디어 시장을 크게 휘저어놨습니다.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553만 명 수준이었는데, 1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달의민족이 여전히 2,200만 명 수준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은 1위 사업자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들이 서로를 의식하며 이익률을 높이는 경쟁을 하는 사이, 자영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은 훼손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이 초기만 하더라도 업주들이 각 매장의 배달비 정책을 직접 정할 수 있게 하거나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배달생태계를 구성하는 파트너로 인정해 주며 편의를 제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따르지 않을 수 없게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배달 플랫폼에 종속된 것 같아졌다고 토로합니다.

피세준/ 치킨 배달전문점 운영
그때는 내 가게를 내가 꾸미고 내가 알리고 내가 운영할 수 있었어요. 고객과의 소통도 가능했었죠. 근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없어진 거죠.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을 주는 대로 만들어야 하고 배달 가야 되고 심지어 날씨가 안 좋아지면 배달의민족 영향을 받아서 매출이 더 안 나오고 이런 상황인 거죠. 일방적인 정책보다는 좀 소통하는 정책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화도 하고 서로 ‘상생’, 살생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좀 만들어지길 바라는 거죠.

배달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2019년만 해도 우리나라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10조 원이 안 됐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더니, 지난해는 37조 원 가까운 규모(잠정)로까지 커졌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 2~3년 사이 배달플랫폼들도 영업이익을 늘려 왔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 6천여 명인데, 이 가운데 음식업 폐업자 수도 16만 명에 가까웠습니다. 음식업 연간 폐업자 수는 2021년 12만 8천여 명까지 떨어졌다가 2년 연속 증가세에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영업자들 폐업의 원인이 배달 부담에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재료비와 임대료 인상, 소비 위축과 같은 여러 악조건도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한 배경일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배달플랫폼의 성장이 자영업자들이 만든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자영업자들이 줄게 되면 그 피해는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소비자와 플랫폼에도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 왜 수수료율이 이렇게 문제가 되느냐, 한계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수수료 1%라도 힘들거든요. 자영업자들이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이 되는 거고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배달 앱도 '그런 자영업자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이해하는 그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상생하고자 한다면,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운명공동체로서 함께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상생'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배달 #온라인플랫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자영업자 #상생 #라이더 #중개수수료 #배달앱 #입점업체 #이중가격제

취재: 이광열
촬영기자 : 김대원 윤희진
촬영감독: 강우용 조선기
편집: 이기승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채희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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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보다] ‘상생’은 배달이 안 되나요?
    • 입력 2025-03-30 23:10:31
    경제

■ 끝나지 않은 배달수수료 갈등

지난해 배달수수료 갈등을 기억하실 겁니다.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을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배달플랫폼 1위 업체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와 똑같은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회원제 기반의 '무료 배달'을 도입하고 6.8%였던 배달 중개수수료율을 9.8%까지 올린 것이었죠. 갑자기 중개수수료율을 3%P나 올리자,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갈등이 사회적 문제까지 됐습니다. 결국, 7월 정부가 나서서 배달플랫폼들과 자영업자 대표 단체들을 한자리에 모은 '상생협의체'를 발족했습니다.


당초 석 달 정도면 합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회의는 12회까지 늘어났고, 4개월이 넘어서서야 겨우 '상생방안'을 도출했습니다. 주문 금액의 9.8%에 달했던 배달수수료율을 내리고, 여기에 자영업자들의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이었죠. 공정위는 이 상생안으로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2월 말 배달의민족이 상생안을 먼저 시행했습니다. (쿠팡이츠는 4월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그런데 그에 맞춰,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한 상생안이 실제 상생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시 논의하자고 요구하면서입니다.

이중선/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
저희나 외식산업협회가 상생협의체를 박차고 나왔어요. 그러다 보니 그냥 조급하게 만들어진 상생협의체의 결과가 나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생협의체 결과는 무효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새롭게 상생 협의에 나서라'라고 주장하면서 천막 농성을 한 달 넘게 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상생안 도출로 일단락된 줄 알았던 배달수수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 "상생안은 조삼모사"

지난해 도출한 상생안은 수수료율 차등 인하와 배달비 인상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9.8%의 중개수수료율을 배달 매출 상위 35% 매장에는 7.8%, 중위 매장에는 6.8%, 하위 20% 매장에는 2%까지 내려줬습니다. 하위 20% 매장에 적용되는 2% 수수료는 공공 배달앱 수준입니다. 하지만 최고 2,900원이었던 자영업자의 배달비 부담은 절반의 업주들에게는 조금씩 올랐습니다. 상위 35% 업주들에게 배달비 부담은 최고 3,400원으로까지 늘게 됐습니다.

3년째 중식당을 운영 중인 이진성 씨는 자신이 상위 35% 그룹에 속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상생안 도입으로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는가 기대하며 2월 25일 상생안 시행 전후 같은 금액의 주문 건을 비교해 봤습니다.


22,500원짜리 주문 건의 경우, 배달 중개수수료는 상생안 전보다 2%P가 줄어 금액으로 환산하면 450원의 부담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배달비가 늘어난 게 문제였습니다.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00원이 정액으로 늘어나면서 부가세와 같은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결과적으로는 이전보다 오히려 이익이 50원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이진성/ 중식당 운영
변화요? 있죠. 그런데 더 안 좋게 변화가 있는 거죠. 상생안이라고 하면 당연히 상생인데 더 좋아져야 상생하는 거지 같은 금액으로 팔았을 때 더 적게 정산이 되는 게 어떻게 상생이라는 건지.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객단가가 그렇게 높진 않아서, 이게 아무래도 1인분 2인분 주문이 많다 보니까 오히려 배달비에 부담이 더 올라가 버린 거죠.

수수료율을 내려주면서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올렸으니 '상생안'이라고 부르지만 결국 '조삼모사'가 아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 하위 20%는 수수료 부담 확 덜었지만…

물론 이것은 상위 35%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차등 적용된 만큼, 상생안의 덕을 본 자영업자들도 있습니다. 서울 건대입구역 앞에서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송재용 씨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곳은 업종 상 매장 손님이 많긴 하지만 안주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배달 주문도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곳의 경우 배달 매출만으로 볼 때 하위 20%에 해당하는데, 중개수수료율이 9.8%에서 2%로까지 떨어지니 체감되는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송재용 / 이자카야 운영
저희 가게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배달 전문점이 아니라서 하위 그룹에 속해요. 배달 매출이 그렇게 크진 않거든요. 이제 (배달 수수료가) 2,900원인가로 알고 있어요. 원래는 그전에만 해도 3,000원대, 좀 많이 나가면 4,000원대까지 나갔었는데. 저희 가게를 놓고 봤을 때는 저는 좋죠. 아무래도 수수료가 건당 거의 1,000원 차이면 생각보다 큰 차이여서. 저희같이 홀을 전문적으로 하는 매장이고 배달을 서브로 하는 매장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송 씨의 말대로, 이건 배달 매출 비중이 적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입니다. 배달 매출이 적은 자영업자가 낮은 수수료 혜택을 보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배달 플랫폼의 주요 파트너인 배달전문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내가 최상위 구간이라고?" 업주들 반발

장사가 잘되는 매장에 부담을 좀 더 지우고 대신 매출이 적은 영세 업주의 부담을 더 덜어준다는 차등적용의 취지는 일단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차등적용의 기준이 명확하고 투명해야 할 텐데,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피세준/ 치킨 배달 전문점 운영
처음에는 솔직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안 됐어요. 왜냐하면 이 35% 이 구간에 어떤 매출이 들어갈 거라는 내용은 없었으니까요. 근데 문자 공지로 (어느 구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봐라' 그래서 들어가 봤더니 이제 제가 35%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저희 브랜드 점주님들한테 이제 수소문해서 조사를 해봤죠. 그랬더니 하루에 9만 원 매출인 매장이 35%에 들어가는 거죠.

하루 치킨 네 마리 정도 파는 매장이 최상위 35%에 들어가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총 3개월 동안 배민1플러스의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수수료 차등 구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합니다. 3개월 뒤에는 매출을 계산해 차등구간을 재설정하게 됩니다. 만일 배민1플러스를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 배민1플러스 매출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에는, 일단 최상위 구간인 상위 35%가 기본 적용된다고도 안내했습니다.

피세준/ 치킨 배달 전문점 운영
하루에 4마리면 예를 들어 2만 원이라고 봤을 때 한 달에 매출이 얼마일까요? 120만 원인가요? 이게 3개월 평균이거든요. 그러면 그거는 유령 매장이겠죠 아니면 뭐 큰 홀 음식점인데 그냥 간간이 배달 영업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 빼고는 전혀 혜택을 못 받는 수준인 거죠.

■ 배민 "상생안 시행으로 업주 부담 줄어 "

배달의민족은 이런 논란에 대해 평균 주문 음식 단가 25,000원을 기준으로, 하위 65% 입점 업체의 비용 부담이 평균적으로 기존 대비 20%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주문 금액이 높을수록 실질적으로 업주의 부담률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상생안 시행 이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위 20%에 업주 부담이 56.8% 줄어든 것은 물론, 상위 35% 업주들의 부담도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영업자들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상생협의체에서 중개수수료 인하와 함께 업주 부담 배달비를 올린 부분에 대해선, 지난해 8월 중개수수료율을 9.8%로 올릴 당시 배달비를 300원 내렸던 것을 다시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설명대로라도, 이번 상생안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치킨이나 피자, 중식 등 서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배달 음식의 객단가는 25,000원 이하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싼 음식을 팔수록 업주들에게 혜택이 크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저렴한 음식을 파는 영세한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적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배달 매출이 적을수록 부담을 덜어주는 구조도 결과적으로는 역차별이라는 논란을 불러옵니다. 앞서 하위 20% 매장에 속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본 업주의 경우처럼 배달을 부가적으로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수수료율 감면 덕을 보는 반면, 배달플랫폼의 매출을 더 많이 올려주는 배달전문점들이 도리어 부담을 더 지게 되는 상황은 부조리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 결국은 소비자 부담으로

배달플랫폼과 자영업자들 사이 중개수수료와 업주 부담 배달비 갈등 속에서 소비자들은 사실 빠져 있습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배달비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됐고 두 플랫폼 간 점유율 경쟁 속에서 할인 쿠폰의 혜택을 받기도 했습니다. 음식을 주문할 때 두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비교해 가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앱으로 주문하는 풍경도 조성됐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경쟁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이, 자영업자들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비용은 점차 음식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을 중심으로 배달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이는 이중가격제가 시작됐는데, 올해도 프랜차이즈 두 곳이 이중가격제를 도입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이중가격제를 시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다음 달 16일부터, 그동안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6.8%의 중개수수료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포장 주문 역시 중개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는 만큼 운영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되면 그동안 포장 주문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왔던 할인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할인이 없어진 포장 주문 이용률을 줄여 배달주문을 늘리려는 전략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기도 합니다.

■ 상생으로 가기 위한 조건

배달 중개수수료 갈등은 지난해 쿠팡이츠가 배달비 무료를 선언하며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기 시작한 뒤 시작됐습니다. 쿠팡이츠가 9.8%의 수수료를 받는 대신 자사의 와우멤버십 회원들에게 배달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자, 6.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던 배달의민족이 쿠팡이츠의 수수료와 배달비 정책을 그대로 따라간 겁니다. 배달 시장 1위 사업자가 배달 수수료율을 한 번에 3%P나 올려버리자, 자영업자들이 반발했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상생협의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갖는 위기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쿠팡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e커머스 시장의 절대강자로 우뚝 섰고 쿠팡플레이는 미디어 시장을 크게 휘저어놨습니다.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553만 명 수준이었는데, 1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달의민족이 여전히 2,200만 명 수준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은 1위 사업자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대 플랫폼들이 서로를 의식하며 이익률을 높이는 경쟁을 하는 사이, 자영업자들과의 파트너십은 훼손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이 초기만 하더라도 업주들이 각 매장의 배달비 정책을 직접 정할 수 있게 하거나 고객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배달생태계를 구성하는 파트너로 인정해 주며 편의를 제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따르지 않을 수 없게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배달 플랫폼에 종속된 것 같아졌다고 토로합니다.

피세준/ 치킨 배달전문점 운영
그때는 내 가게를 내가 꾸미고 내가 알리고 내가 운영할 수 있었어요. 고객과의 소통도 가능했었죠. 근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없어진 거죠.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을 주는 대로 만들어야 하고 배달 가야 되고 심지어 날씨가 안 좋아지면 배달의민족 영향을 받아서 매출이 더 안 나오고 이런 상황인 거죠. 일방적인 정책보다는 좀 소통하는 정책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화도 하고 서로 ‘상생’, 살생이 아닌 ‘상생’할 수 있는 이런 자리가 좀 만들어지길 바라는 거죠.

배달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릅니다. 2019년만 해도 우리나라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10조 원이 안 됐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더니, 지난해는 37조 원 가까운 규모(잠정)로까지 커졌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 2~3년 사이 배달플랫폼들도 영업이익을 늘려 왔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 6천여 명인데, 이 가운데 음식업 폐업자 수도 16만 명에 가까웠습니다. 음식업 연간 폐업자 수는 2021년 12만 8천여 명까지 떨어졌다가 2년 연속 증가세에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영업자들 폐업의 원인이 배달 부담에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재료비와 임대료 인상, 소비 위축과 같은 여러 악조건도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한 배경일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배달플랫폼의 성장이 자영업자들이 만든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자영업자들이 줄게 되면 그 피해는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소비자와 플랫폼에도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
지금 왜 수수료율이 이렇게 문제가 되느냐, 한계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수수료 1%라도 힘들거든요. 자영업자들이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이 되는 거고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같은 배달 앱도 '그런 자영업자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이해하는 그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상생하고자 한다면, 같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운명공동체로서 함께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상생'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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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이광열
촬영기자 : 김대원 윤희진
촬영감독: 강우용 조선기
편집: 이기승
그래픽: 장수현
리서처: 채희주
조연출: 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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