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7년째 아버지의 조카입니다”

입력 2025.03.31 (21:45) 수정 2025.03.31 (22: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7년이 됐습니다.

아버지가 학살되던 해 태어난 소녀는 일흔일곱 살 할머니가 됐는데요.

국가가 배보상 등을 통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지만, 여전히 밀려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4·3으로 인해 부모가 숨지거나 행방불명돼 다른 이의 호적에 오른 이들인데요.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진척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보도에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1948년 아버지가 총살당하던 날 태어난 이순열 할머니.

5살 무렵에 작은아버지 딸로 입적됐습니다.

바로 잡고 싶어 2018년 무덤 속 유해로 유전자 대조에 나선 이 할머니.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지난 2022년 : "'아, 나도 이제는 아버지 호적에 놔야 되겠다'해서 유전자 검사를 한 번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되는 거예요. 20가지에서 4가지가 틀렸대요."]

2021년 4·3중앙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도록 4·3특별법이 개정되고, 이듬해 정정 대상을 희생자로 한정한 대법원 규칙이 유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 할머니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친자 관계를 증명하는 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현재에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 : "국가에서 다 통과도 됐다 하고 하니까 '이거 빨리 해줄건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빨리 해주지 않으니까 속이 타고 있지 뭐."]

직접 증언에 나서줄 고령의 보증인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보니 초조하기만 합니다.

[부동전/이순열 남편 : "정부에서 보살펴줘야 할 게 뭐냐면 아무 근거 댈 게 없어요. 주위 사람, 북촌에 나이 든 사람 두 사람밖에 없는데 아는 사람은."]

기다림에 지쳐가는 사이, 77살 이 할머니의 시간도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 : "몸도 아파서 자꾸 아파 가니까 '아휴 우리 아버지 호적에 못 놓고 내가 빨리 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해서…."]

가족관계 정정 접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제주도에 들어온 신청은 약 400건.

이 가운데 바로잡힌 건 아직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 : "아버지, 될 수 있으면 이 딸 생각해서 이거를 빨리하게끔 도와주세요. 나뿐 아니고 딴 사람들도 이렇게 나처럼 기다리고 있으니까…."]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나는 77년째 아버지의 조카입니다”
    • 입력 2025-03-31 21:45:21
    • 수정2025-03-31 22:01:54
    뉴스9(제주)
[앵커]

제주4·3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77년이 됐습니다.

아버지가 학살되던 해 태어난 소녀는 일흔일곱 살 할머니가 됐는데요.

국가가 배보상 등을 통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지만, 여전히 밀려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4·3으로 인해 부모가 숨지거나 행방불명돼 다른 이의 호적에 오른 이들인데요.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진척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보도에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1948년 아버지가 총살당하던 날 태어난 이순열 할머니.

5살 무렵에 작은아버지 딸로 입적됐습니다.

바로 잡고 싶어 2018년 무덤 속 유해로 유전자 대조에 나선 이 할머니.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지난 2022년 : "'아, 나도 이제는 아버지 호적에 놔야 되겠다'해서 유전자 검사를 한 번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되는 거예요. 20가지에서 4가지가 틀렸대요."]

2021년 4·3중앙위원회 결정으로 가족관계를 정정할 수 있도록 4·3특별법이 개정되고, 이듬해 정정 대상을 희생자로 한정한 대법원 규칙이 유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 할머니에게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친자 관계를 증명하는 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3년이 흐른 현재에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 : "국가에서 다 통과도 됐다 하고 하니까 '이거 빨리 해줄건가'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빨리 해주지 않으니까 속이 타고 있지 뭐."]

직접 증언에 나서줄 고령의 보증인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보니 초조하기만 합니다.

[부동전/이순열 남편 : "정부에서 보살펴줘야 할 게 뭐냐면 아무 근거 댈 게 없어요. 주위 사람, 북촌에 나이 든 사람 두 사람밖에 없는데 아는 사람은."]

기다림에 지쳐가는 사이, 77살 이 할머니의 시간도 빠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 : "몸도 아파서 자꾸 아파 가니까 '아휴 우리 아버지 호적에 못 놓고 내가 빨리 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해서…."]

가족관계 정정 접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제주도에 들어온 신청은 약 400건.

이 가운데 바로잡힌 건 아직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이순열/故 이양선 친딸 : "아버지, 될 수 있으면 이 딸 생각해서 이거를 빨리하게끔 도와주세요. 나뿐 아니고 딴 사람들도 이렇게 나처럼 기다리고 있으니까…."]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