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활로 찾는 중국

입력 2025.04.05 (22:11) 수정 2025.04.0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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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미국발 34% 상호관세에 ‘반격조치’ 예고…교역 다각화도▲

이번에는 중국으로 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자마 대중 관세의 벽을 3차례 이상 높이면서 중국의 무역길을 사실상 막아 2차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무역 전쟁을 피하지 않고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불을 놓는 보복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베이징으로 갑니다

김민정 특파원!

중국은 트럼프 2기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 미국과 관세문제로 몇 차례 충돌을 빚었죠?

그때마다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는데, 이번에도 맞불 관세로 보복한다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하루만에 맞불 보복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미국의 상호관세율과 똑같은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중국산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꺼냈습니다.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7종류의 중희토류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길을 막는 금수조치를 내렸는데, 희토류 카드가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본 겁니다.

다만 보복 관세의 부과 시점을 닷새 뒤인 4월 10일 낮 12시 1분으로 정해 협상의 여지는 남겼습니다.

[앵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때 한 차례 무역전쟁을 겪었던 경험이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세웠을 걸로 보입니다.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있나요?

[기자]

중국은 대미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역선을 다각화하는데 꾸준히 힘써 왔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그야말로 관세폭탄을 던진 동남아시아 역시 중국이 새로운 무역 활로를 찾고 있던 곳인데요.

동남아에서 철도, 도로, 공항, 항구, 산업단지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이들 국가의 희귀 광물을 수입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물류 공급망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라오스 국경지역 개발현장을, 김효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무역 전쟁 격화…中, 동남아에서 새 활로 찾는다▲

중국의 동남아로 불리는 윈난성.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 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라오스와 마주 보고 있는 모한진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망치 소리가 요란합니다.

"선봉에 서서 대외 개방의 새로운 고지를 가속화하자"라는 선전물 아래 '중국-라오스 공동 경제 협력구 산업단지'가 외양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우리 한국 기업을 포함해 투자 시찰단이 바쁘게 오가며 입주 혜택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내년까지는 소득세 전액 면제, 2029년까지는 50% 감면 조건을 내걸고 해외에서 입주 기업을 모셔 오고 있습니다.

작은 국경 검문소를 지나던 왕복 2차선 도로는 현재 12차선으로 확장 공사 중입니다.

과거 연간 60만 톤 수준이었던 중국-라오스 육로 화물 운송량이 최근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루오펑/윈난 모한 개발 투자그룹 대표 : "2027년 말까지 중국-라오스 터널이 개통되면 양국 국민들과 물류가 단지 내에서 서로 교류할 때 지금보다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지도를 바꾸는 이런 변화는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고속철에서 시작됐습니다.

쿤밍에서 시작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천여 km를 통관 시간 포함 10시간 안에 주파합니다.

중국과 라오스가 7대 3으로 건설 투자비를 댔습니다.

라오스 정부는 중국 수출입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금을 조달해 사실상 중국 지분이 100%인 셈입니다.

중국은 이 고속열차를 통해 라오스의 자원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광물 매장량 추정치는 146억 톤, 이 가운데 ‘희귀 광물’ 칼륨 매장량은 100억 톤 이상으로 세계 10위권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은 라오스에서 칼륨비료와 철광석 농축산물 등 원료를 사들였고, 이를 가공한 기계 전자 부품과 철강 제품을 주로 라오스에 팔았습니다.

삼 년 전 화물 전용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중국 동남아 간 교역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국 라오스 수출입 교역액은 지난해 8조 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중국 라오스 경제협력구'에는 돈과 자원, 사람이 몰려오면서 투자액이 1년 사이 2배 늘었습니다.

인적 교류도 급증해 지난해 중국-라오스 열차 이용객은 30만 명이 넘습니다.

열차의 종착역인 라오스 비엔티안.

거리 곳곳에서 중국어를 병기한 간판이 늘어서 있습니다.

[중국 여행객 : "보세요. 여기는 정말 우리 중국 지방의 현 같아요. 와~"]

종업원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라오스 옷 가게 점원 : "170위안입니다. (비싸요. 싼 것은 없나요?) 반바지 가격은 다 똑같아요."]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중국 남부와 라오스가 1일 생활권으로 연결된 겁니다.

중국 기업에서 라오스 인재 고용이 늘면서 라오스 국립대 중문과 입학 경쟁률은 최고 50대 1까지 치솟았습니다.

[라오스 고등학생 : "(중국-라오스) 열차는 우리를 중국으로 안내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이제 중국의 눈길은 라오스 너머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라오스 고속철과 태국 방콕 농카이 고속철을 연결하는 데 최근 태국과 합의했고, 이에 더해 미얀마와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선로를 연장하는 게 중국의 목푭니다.

이 일대일로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태국만까지 진출해 해상 무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게 됩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2월 : "(중국과 태국)양국은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의 미래를 향해 더욱 강력하게 '중국-태국 공동체'를 구축해야 합니다."]

중국은 미얀마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긴급구조대를 급파하고 200억 원 규모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해외 지원과 구호를 담당하는 정부 기구를 사실상 해체시키자 그 틈을 파고든 겁니다.

미국의 부재와 공백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활동 공간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중국 윈난성에서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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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에서 활로 찾는 중국
    • 입력 2025-04-05 22:11:46
    • 수정2025-04-05 22: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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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미국발 34% 상호관세에 ‘반격조치’ 예고…교역 다각화도▲

이번에는 중국으로 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자마 대중 관세의 벽을 3차례 이상 높이면서 중국의 무역길을 사실상 막아 2차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무역 전쟁을 피하지 않고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불을 놓는 보복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베이징으로 갑니다

김민정 특파원!

중국은 트럼프 2기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 미국과 관세문제로 몇 차례 충돌을 빚었죠?

그때마다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는데, 이번에도 맞불 관세로 보복한다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하루만에 맞불 보복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먼저,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미국의 상호관세율과 똑같은 34%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중국산 희토류를 보복 카드로 꺼냈습니다.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7종류의 중희토류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길을 막는 금수조치를 내렸는데, 희토류 카드가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본 겁니다.

다만 보복 관세의 부과 시점을 닷새 뒤인 4월 10일 낮 12시 1분으로 정해 협상의 여지는 남겼습니다.

[앵커]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때 한 차례 무역전쟁을 겪었던 경험이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보다 치밀하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세웠을 걸로 보입니다.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있나요?

[기자]

중국은 대미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무역선을 다각화하는데 꾸준히 힘써 왔습니다.

미국이 이번에 그야말로 관세폭탄을 던진 동남아시아 역시 중국이 새로운 무역 활로를 찾고 있던 곳인데요.

동남아에서 철도, 도로, 공항, 항구, 산업단지 등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이들 국가의 희귀 광물을 수입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물류 공급망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라오스 국경지역 개발현장을, 김효신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무역 전쟁 격화…中, 동남아에서 새 활로 찾는다▲

중국의 동남아로 불리는 윈난성.

베트남과 미얀마, 라오스, 세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라오스와 마주 보고 있는 모한진에서는 발길 닿는 곳마다 망치 소리가 요란합니다.

"선봉에 서서 대외 개방의 새로운 고지를 가속화하자"라는 선전물 아래 '중국-라오스 공동 경제 협력구 산업단지'가 외양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우리 한국 기업을 포함해 투자 시찰단이 바쁘게 오가며 입주 혜택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내년까지는 소득세 전액 면제, 2029년까지는 50% 감면 조건을 내걸고 해외에서 입주 기업을 모셔 오고 있습니다.

작은 국경 검문소를 지나던 왕복 2차선 도로는 현재 12차선으로 확장 공사 중입니다.

과거 연간 60만 톤 수준이었던 중국-라오스 육로 화물 운송량이 최근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루오펑/윈난 모한 개발 투자그룹 대표 : "2027년 말까지 중국-라오스 터널이 개통되면 양국 국민들과 물류가 단지 내에서 서로 교류할 때 지금보다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겁니다."]

지도를 바꾸는 이런 변화는 중국과 라오스를 잇는 고속철에서 시작됐습니다.

쿤밍에서 시작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천여 km를 통관 시간 포함 10시간 안에 주파합니다.

중국과 라오스가 7대 3으로 건설 투자비를 댔습니다.

라오스 정부는 중국 수출입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금을 조달해 사실상 중국 지분이 100%인 셈입니다.

중국은 이 고속열차를 통해 라오스의 자원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라오스의 광물 매장량 추정치는 146억 톤, 이 가운데 ‘희귀 광물’ 칼륨 매장량은 100억 톤 이상으로 세계 10위권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은 라오스에서 칼륨비료와 철광석 농축산물 등 원료를 사들였고, 이를 가공한 기계 전자 부품과 철강 제품을 주로 라오스에 팔았습니다.

삼 년 전 화물 전용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중국 동남아 간 교역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국 라오스 수출입 교역액은 지난해 8조 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중국 라오스 경제협력구'에는 돈과 자원, 사람이 몰려오면서 투자액이 1년 사이 2배 늘었습니다.

인적 교류도 급증해 지난해 중국-라오스 열차 이용객은 30만 명이 넘습니다.

열차의 종착역인 라오스 비엔티안.

거리 곳곳에서 중국어를 병기한 간판이 늘어서 있습니다.

[중국 여행객 : "보세요. 여기는 정말 우리 중국 지방의 현 같아요. 와~"]

종업원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라오스 옷 가게 점원 : "170위안입니다. (비싸요. 싼 것은 없나요?) 반바지 가격은 다 똑같아요."]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중국 남부와 라오스가 1일 생활권으로 연결된 겁니다.

중국 기업에서 라오스 인재 고용이 늘면서 라오스 국립대 중문과 입학 경쟁률은 최고 50대 1까지 치솟았습니다.

[라오스 고등학생 : "(중국-라오스) 열차는 우리를 중국으로 안내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이제 중국의 눈길은 라오스 너머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라오스 고속철과 태국 방콕 농카이 고속철을 연결하는 데 최근 태국과 합의했고, 이에 더해 미얀마와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선로를 연장하는 게 중국의 목푭니다.

이 일대일로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태국만까지 진출해 해상 무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게 됩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2월 : "(중국과 태국)양국은 과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의 미래를 향해 더욱 강력하게 '중국-태국 공동체'를 구축해야 합니다."]

중국은 미얀마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긴급구조대를 급파하고 200억 원 규모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해외 지원과 구호를 담당하는 정부 기구를 사실상 해체시키자 그 틈을 파고든 겁니다.

미국의 부재와 공백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활동 공간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중국 윈난성에서 김효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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