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속죄듀오’ 완규와~ 기제~ “연승만 한다면 시즌내내 삭발할게요”

입력 2025.04.10 (10:5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수원 권완규에게 이제 3.1절은 다른 의미로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2025년 3월 1일에 열린 수원과 인천의 K리그2 2라운드 맞대결. 3.1절을 맞이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곳곳에서도 태극기가 펄럭였다.

한국인의 본능이랄까? 그날따라 유독 컨디션이 좋았던 권완규는 관중석에 수 놓인 태극기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전 추가시간, 권완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주심은 주저 없이 권완규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날따라 너무 컨디션이 좋았어요. 경기 잘 풀릴 때 '아 뭔가 (찜찜한 게) 있나?' 했는데 바로 제가 있더라고요. 그 날따라 유독 경기장에 태극기가 많이 보였어요. 애국심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흥분되더라고요. 만세를 하면 상대 선수가 공을 안 던질 줄 알았는데 섣불리 판단해서 퇴장을 당했죠. 설마 던질까 했는데 진짜 던지더라고요. 저도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이게 퇴장이 맞나?' 했는데 진짜 퇴장이더라고요."

그날 권완규에 앞서 먼저 퇴장을 당한 91년생 동갑내기 이기제는 자책감에 휩싸여 남은 경기를 보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 그때 트레이너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기제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형! 완규 형도 퇴장당했어요!"

퇴장을 당해 라커 룸으로 들어오는 친구 권완규를 바라보고 이기제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 오늘 경기 잘못되겠구나…."

이기제와 권완규의 연속 퇴장이라는 초유의 악재 속에 수원은 승격을 다툴 라이벌 인천에 0대 2로 졌고, 시즌 초반 흐름도 꼬이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수원의 수비를 책임지던 든든한 고참은 팬들 앞에서도, 선수단 내에서도 죄인이 됐다.


팀 규정에 의해 수백만 원의 벌금까지 내며 절치부심한 완규는 결심했다. 기제와 머리를 밀기로.
완규는 기제를 이끌고 자신의 단골 미용실이 있는 강남 신사동으로 향했다.

"축구에 대해서 더 집중하기 위해서 머리를 밀기로 했죠. 밀고 나니깐 마음도 편하고, 축구도 잘돼서 한 번 더 잘라야 하나 생각도 해요.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머리 자른 거예요. 좋은 데서 밀어야 좋은 기운을 받으니까요. 이게 하기 힘든 머리예요. 잘못 밀면 뒤죽박죽돼요. (강남이면 커트 비용이 많이 들 텐데?)만 원이었을 거예요. 하하하. 기제가 결제했어요."

삭발의 효과일까? 권완규와 이기제가 퇴장 징계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수원은 최근 FA컵 포함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주말 경남과의 경기에선 4대 0 대승을 거뒀고, 두 선수가 이끈 수비라인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권완규와 이기제는 앞으로도 팀이 연승을 달릴 수만 있다면 계속해서 삭발할 생각이다. 권완규는 '멋을 부릴 나이는 이미 지났다'라며 경기 때 긴 머리는 오히려 방해된다고 했다. 그때 이기제가 권완규에게 말했다. "너 '나는 솔로' 나가보고 싶다며…."

벚꽃 구경까지 같이 갈 만큼 절친한 1991년생 동갑내기 권완규와 이기제가 시즌 내내 짧은 머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일찌감치 액땜을 경험한 수원은 주말 K리그2 3위를 달리고 있는 부천을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까까머리 ‘속죄듀오’ 완규와~ 기제~ “연승만 한다면 시즌내내 삭발할게요”
    • 입력 2025-04-10 10:59:22
    스포츠K

수원 권완규에게 이제 3.1절은 다른 의미로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2025년 3월 1일에 열린 수원과 인천의 K리그2 2라운드 맞대결. 3.1절을 맞이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곳곳에서도 태극기가 펄럭였다.

한국인의 본능이랄까? 그날따라 유독 컨디션이 좋았던 권완규는 관중석에 수 놓인 태극기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반전 추가시간, 권완규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주심은 주저 없이 권완규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날따라 너무 컨디션이 좋았어요. 경기 잘 풀릴 때 '아 뭔가 (찜찜한 게) 있나?' 했는데 바로 제가 있더라고요. 그 날따라 유독 경기장에 태극기가 많이 보였어요. 애국심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흥분되더라고요. 만세를 하면 상대 선수가 공을 안 던질 줄 알았는데 섣불리 판단해서 퇴장을 당했죠. 설마 던질까 했는데 진짜 던지더라고요. 저도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이게 퇴장이 맞나?' 했는데 진짜 퇴장이더라고요."

그날 권완규에 앞서 먼저 퇴장을 당한 91년생 동갑내기 이기제는 자책감에 휩싸여 남은 경기를 보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 그때 트레이너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기제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형! 완규 형도 퇴장당했어요!"

퇴장을 당해 라커 룸으로 들어오는 친구 권완규를 바라보고 이기제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 오늘 경기 잘못되겠구나…."

이기제와 권완규의 연속 퇴장이라는 초유의 악재 속에 수원은 승격을 다툴 라이벌 인천에 0대 2로 졌고, 시즌 초반 흐름도 꼬이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수원의 수비를 책임지던 든든한 고참은 팬들 앞에서도, 선수단 내에서도 죄인이 됐다.


팀 규정에 의해 수백만 원의 벌금까지 내며 절치부심한 완규는 결심했다. 기제와 머리를 밀기로.
완규는 기제를 이끌고 자신의 단골 미용실이 있는 강남 신사동으로 향했다.

"축구에 대해서 더 집중하기 위해서 머리를 밀기로 했죠. 밀고 나니깐 마음도 편하고, 축구도 잘돼서 한 번 더 잘라야 하나 생각도 해요.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머리 자른 거예요. 좋은 데서 밀어야 좋은 기운을 받으니까요. 이게 하기 힘든 머리예요. 잘못 밀면 뒤죽박죽돼요. (강남이면 커트 비용이 많이 들 텐데?)만 원이었을 거예요. 하하하. 기제가 결제했어요."

삭발의 효과일까? 권완규와 이기제가 퇴장 징계를 마치고 복귀하자마자 수원은 최근 FA컵 포함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주말 경남과의 경기에선 4대 0 대승을 거뒀고, 두 선수가 이끈 수비라인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권완규와 이기제는 앞으로도 팀이 연승을 달릴 수만 있다면 계속해서 삭발할 생각이다. 권완규는 '멋을 부릴 나이는 이미 지났다'라며 경기 때 긴 머리는 오히려 방해된다고 했다. 그때 이기제가 권완규에게 말했다. "너 '나는 솔로' 나가보고 싶다며…."

벚꽃 구경까지 같이 갈 만큼 절친한 1991년생 동갑내기 권완규와 이기제가 시즌 내내 짧은 머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일찌감치 액땜을 경험한 수원은 주말 K리그2 3위를 달리고 있는 부천을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