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비자 탓에?…“불법 체류자로 내몰려”

입력 2025.04.16 (07:44) 수정 2025.04.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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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취업 비자를 통해 조선소에 취업한 이주 노동자가 울산에만 3천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일부 이주 노동자들은 1년 만에 일터를 잃고 재취업도 힘들어 불법 체류를 택하기도 하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김옥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생계를 위해 자녀 3명을 스리랑카에 두고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마두마 파타벤디게 씨.

대출받은 3천5백만 원으로 용접 기술을 배워 E-7 비자도 취득했습니다.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이 최대 4년 10개월간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취업 비자입니다.

이 비자로 울산의 조선소에 취업한 파타벤디게 씨는 1년 3개월 만에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마두마 파타벤디게 차라즈/이주노동자 : "한국말 공부하고, (한국어시험) 3단계까지 합격했어요. 우리 6개월 용접 배운 시간 있어요. 내가 잘 배운 거 (이주 노동자들에게) 알려준 적 있어요."]

파타벤디게 씨와 같은 이주 노동자들은 E-7 비자를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니던 회사와 계약이 끝나기 전 이직을 해야하는데, 휴업 또는 폐업, 임금체불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구직 비자를 따로 발급받아 6개월 안에 재취업하지 못하면 더 이상 국내에 체류하기도 힘듭니다.

문제는 조선·해양협회의 추천서가 필요한 데다, 일자리를 얻는 동안 다른 근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생계가 급한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로 내몰리는 이유입니다.

[무디사 마노즈/이주노동자 : "우리 불법으로 일하기 싫어요. 이렇게 일하는 거 우린 싫어요. 이렇게 되면 너무 무서워요. 언제 잡히고 언제 (돌아)갈지 몰라요."]

이 때문에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취업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현주/울산 이주민센터 센터장 : "다른 데 어디 미등록으로 가서 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이분들을 지금 몰고 있는 거예요. 근데 정부는 지금 이분들(한테) 어떻게 해요? 또 미등록은 단속한다고 하잖아요."]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단기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재계약하지 않는 노동자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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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비자 탓에?…“불법 체류자로 내몰려”
    • 입력 2025-04-16 07:44:18
    • 수정2025-04-16 07:55:08
    뉴스광장(울산)
[앵커]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취업 비자를 통해 조선소에 취업한 이주 노동자가 울산에만 3천 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일부 이주 노동자들은 1년 만에 일터를 잃고 재취업도 힘들어 불법 체류를 택하기도 하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김옥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생계를 위해 자녀 3명을 스리랑카에 두고 지난해 한국에 들어온 마두마 파타벤디게 씨.

대출받은 3천5백만 원으로 용접 기술을 배워 E-7 비자도 취득했습니다.

기술력이 있는 외국인이 최대 4년 10개월간 국내에 머물 수 있는 취업 비자입니다.

이 비자로 울산의 조선소에 취업한 파타벤디게 씨는 1년 3개월 만에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마두마 파타벤디게 차라즈/이주노동자 : "한국말 공부하고, (한국어시험) 3단계까지 합격했어요. 우리 6개월 용접 배운 시간 있어요. 내가 잘 배운 거 (이주 노동자들에게) 알려준 적 있어요."]

파타벤디게 씨와 같은 이주 노동자들은 E-7 비자를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니던 회사와 계약이 끝나기 전 이직을 해야하는데, 휴업 또는 폐업, 임금체불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구직 비자를 따로 발급받아 6개월 안에 재취업하지 못하면 더 이상 국내에 체류하기도 힘듭니다.

문제는 조선·해양협회의 추천서가 필요한 데다, 일자리를 얻는 동안 다른 근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생계가 급한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로 내몰리는 이유입니다.

[무디사 마노즈/이주노동자 : "우리 불법으로 일하기 싫어요. 이렇게 일하는 거 우린 싫어요. 이렇게 되면 너무 무서워요. 언제 잡히고 언제 (돌아)갈지 몰라요."]

이 때문에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외국인 취업 비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현주/울산 이주민센터 센터장 : "다른 데 어디 미등록으로 가서 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으로, 이분들을 지금 몰고 있는 거예요. 근데 정부는 지금 이분들(한테) 어떻게 해요? 또 미등록은 단속한다고 하잖아요."]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단기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재계약하지 않는 노동자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최진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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