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되나요?’…제주 해수욕장 뒤집은 ‘미역 소동’

입력 2025.04.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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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17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17일) 오전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장정 20여 명이 수거 작업에 한창이었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해조류가 밀려 들어와 모래사장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모래밭에서 트랙터를 쓰기 어려워지자, 작업자들은 허리를 굽히고 일일이 손으로 미역 뭉치를 주워 포대에 담기를 반복했습니다. 백사장에 깔린 포대마다 미역이 가득했습니다. 일부 주민은 떠밀려온 미역을 주워다가 바닷물에 씻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이호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늘도 해변에서 수거한 미역이 10톤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저수온에 잘 자란 미역, 풍랑에 뿌리째 뜯겨 '동동'

중국에서 떠내려오는 괭생이모자반이 제주 해안가를 뒤덮어 악취를 풍긴다는 뉴스는 자주 나와도, 이처럼 많은 미역 더미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 건 제주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이 같은 이례적인 현상에 대해 해조류 전문가들은 수온바다 날씨를 원인으로 추정했습니다.

올겨울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 미역이 생장하는 데 좋은 환경이었고, 이렇게 잘 자란 미역이 높고 거센 파도에 뿌리째 꺾이고 뜯겨 해안가로 대거 떠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제주도 전 지역과 모든 앞바다에는 강풍과 풍랑특보가 내려졌습니다.

16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역 채취가 생장 속도 못 따라간 탓…먹을 수 있을까?"

김필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은 "이번에 떠밀려온 미역은 제주도 자연산이 맞고, 얕은 물 속에 있는 건 먹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해변에 올라온 건 모래와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고, 부패가 진행되는 것도 있어 먹기엔 부적절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역은 한해살이 해조류로 가을~겨울철 수온 12~13℃ 환경에서 생장이 빠릅니다. 제주 해역 수온은 12℃ 밑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데, 이번 겨울에는 수온이 10~13℃ 분포를 보이며 4년 만에 저수온을 보였습니다.

김 과장은 이 같은 저수온 현상에 대해 "미역은 가을·겨울철 수온에 따라 풍흉이 왔다 갔다 하는데, 올겨울 추웠던 데다 최근 '3월 한파' 영향도 있어 보인다"면서 " 구좌읍 종달리도 최근 조사에서 미역이 1.5~2m로 자라있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제주도는 바다 수온이 계속 높아서 오히려 문제가 됐습니다. 지역 어촌계마다 '미역, 감태가 없다'며 사라진 해조류와 뿔소라에 아우성쳤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김 과장은 "풍랑특보가 지난 12일부터 내려졌는데, 어촌계에서는 날씨로 지난 11일부터 조업을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면서 "수온이 4년 만에 크게 내려가 미역이 무성히 자랐는데, 최근 해녀 수도 많이 줄면서 채취하는 속도가 미역이 자라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6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16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풍랑이 잦아드는 대로 배를 타고 나가 이번 '미역 사태'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번 미역 소동이 제주 바다가 자원 조성이 잘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제주도 김동현 해양관리팀장은 "해양 생물 다양성을 위해 '바다의 숲' 해조류를 풍성하게 하려고 노력하고도 있지 않나. 그만큼 제주 바다 생태계가 건강하고 풍성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수거한 미역은 햇볕에 말려, 농가에 비료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1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지질트레일 일원에서 참가자들이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1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지질트레일 일원에서 참가자들이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세계유산으로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 함께 치워요"

한편, 이처럼 거센 풍랑이 몰아치고 난 뒤 제주 해안가는 해조류뿐만 아니라 각종 해양 쓰레기도 밀려 들어와 환경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역 수거 작업이 한창이던 이날 같은 시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수월봉 일대에서는 민관협력 환경보전 캠페인의 하나로 세계유산본부와 고산1리 주민, 기업 등 200여 명이 해안 정화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도내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를 중심으로 1년에 다섯 차례 이상 정례적으로 민관 협력 플로깅 활동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1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지질트레일 일원에서 참가자들이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1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지질트레일 일원에서 참가자들이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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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7 18: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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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17일) 오전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장정 20여 명이 수거 작업에 한창이었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해조류가 밀려 들어와 모래사장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모래밭에서 트랙터를 쓰기 어려워지자, 작업자들은 허리를 굽히고 일일이 손으로 미역 뭉치를 주워 포대에 담기를 반복했습니다. 백사장에 깔린 포대마다 미역이 가득했습니다. 일부 주민은 떠밀려온 미역을 주워다가 바닷물에 씻어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이호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늘도 해변에서 수거한 미역이 10톤은 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저수온에 잘 자란 미역, 풍랑에 뿌리째 뜯겨 '동동'

중국에서 떠내려오는 괭생이모자반이 제주 해안가를 뒤덮어 악취를 풍긴다는 뉴스는 자주 나와도, 이처럼 많은 미역 더미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온 건 제주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이 같은 이례적인 현상에 대해 해조류 전문가들은 수온바다 날씨를 원인으로 추정했습니다.

올겨울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 미역이 생장하는 데 좋은 환경이었고, 이렇게 잘 자란 미역이 높고 거센 파도에 뿌리째 꺾이고 뜯겨 해안가로 대거 떠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제주도 전 지역과 모든 앞바다에는 강풍과 풍랑특보가 내려졌습니다.

16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미역 채취가 생장 속도 못 따라간 탓…먹을 수 있을까?"

김필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수산종자연구과장은 "이번에 떠밀려온 미역은 제주도 자연산이 맞고, 얕은 물 속에 있는 건 먹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해변에 올라온 건 모래와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고, 부패가 진행되는 것도 있어 먹기엔 부적절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역은 한해살이 해조류로 가을~겨울철 수온 12~13℃ 환경에서 생장이 빠릅니다. 제주 해역 수온은 12℃ 밑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데, 이번 겨울에는 수온이 10~13℃ 분포를 보이며 4년 만에 저수온을 보였습니다.

김 과장은 이 같은 저수온 현상에 대해 "미역은 가을·겨울철 수온에 따라 풍흉이 왔다 갔다 하는데, 올겨울 추웠던 데다 최근 '3월 한파' 영향도 있어 보인다"면서 " 구좌읍 종달리도 최근 조사에서 미역이 1.5~2m로 자라있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제주도는 바다 수온이 계속 높아서 오히려 문제가 됐습니다. 지역 어촌계마다 '미역, 감태가 없다'며 사라진 해조류와 뿔소라에 아우성쳤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김 과장은 "풍랑특보가 지난 12일부터 내려졌는데, 어촌계에서는 날씨로 지난 11일부터 조업을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면서 "수온이 4년 만에 크게 내려가 미역이 무성히 자랐는데, 최근 해녀 수도 많이 줄면서 채취하는 속도가 미역이 자라는 속도를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6일 오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바다환경지킴이 등이 이틀째 떠밀려온 미역 더미를 수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풍랑이 잦아드는 대로 배를 타고 나가 이번 '미역 사태'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번 미역 소동이 제주 바다가 자원 조성이 잘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제주도 김동현 해양관리팀장은 "해양 생물 다양성을 위해 '바다의 숲' 해조류를 풍성하게 하려고 노력하고도 있지 않나. 그만큼 제주 바다 생태계가 건강하고 풍성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수거한 미역은 햇볕에 말려, 농가에 비료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1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지질트레일 일원에서 참가자들이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세계유산으로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 함께 치워요"

한편, 이처럼 거센 풍랑이 몰아치고 난 뒤 제주 해안가는 해조류뿐만 아니라 각종 해양 쓰레기도 밀려 들어와 환경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역 수거 작업이 한창이던 이날 같은 시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수월봉 일대에서는 민관협력 환경보전 캠페인의 하나로 세계유산본부와 고산1리 주민, 기업 등 200여 명이 해안 정화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도내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를 중심으로 1년에 다섯 차례 이상 정례적으로 민관 협력 플로깅 활동을 이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17일 오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지질트레일 일원에서 참가자들이 해안 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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