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속초의료원 회계 부정 백태…줄줄 샌 예산

입력 2025.04.30 (19:44) 수정 2025.04.30 (19:5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KBS는 지난주 속초의료원 회계 부정 백태를 전해드렸습니다.

시설 중복 설치 등으로 예산이 줄줄 새 나갔고요.

계약부터 회계 관리, 관리·감독까지 모든 게 총체적으로 부실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속초의료원 문제는 지금까지 인력난이나 임금 체불 문제 위주로 불거졌죠.

그런데 이번엔 좀 다릅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시 한번 짚어주시죠.

[기자]

네, 이번엔 쉽게 말해 의료원 외형을 키우는 사업들이 문제가 됐다고 보면 됩니다.

2019년부터 해온 지역거점공공병원 기능보강사업인데요.

병동과 시설을 대폭 늘리는데, 국비와 도비 300억 원이 들었습니다.

잘 지어서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돈이 줄줄 샜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사가 안 끝났는데도 시공업체에 돈을 준 건입니다.

실제로 가보니, 간판이 있어야할 자리에 현수막만 내걸려 있었습니다.

시공하기로 한 비가림시설은 아예 없습니다.

공사가 아직 안 됐는데 공사비 1억 7,000만 원은 지급이 됐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업체에 물었더니 요청하지 않았는데 의료원이 먼저 돈을 준 거라고 입을 모읍니다.

중복 시설도 있습니다.

50미터 거리를 두고 주차 요금 정산기가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고요.

이미 사업비에 포함된 컨테이너를 4동이나 더 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단순히 예산 낭비됐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었죠?

[기자]

네, 지금 말씀드린 건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죠.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사업 초기, 계약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의계약이 변칙적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현행법상 2,000만 원이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을 하려면 나라장터를 통해야 합니다.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와 계약하는 건데요.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서 예산을 아끼게 하자는 취집니다.

하지만 속초의료원은 업체 2~3곳을 들러리로 세워놓고 견적 형식만 취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속초의료원의 6년간 기능보강사업 계약 180여 건 가운데, 60여 건이 이런 방식이었다는게 감사위원회의 판단입니다.

금액으로는 300억 원의 25%로 해당합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끼웠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업무상 배임 소지가 없는지, 경찰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사업이 시작하고도 자그마치 6년입니다.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겁니까?

[기자]

우선, 취재진은 이 사업을 주도한 사업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려고 수차례 시도 했었는데요.

오늘까지도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현직 원장과 직원들의 입을 빌려서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론은 한마디로 모두 "몰랐다"입니다.

기능보강사업을 한 사람이 도맡아서 하다보니, 다른 직원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해명도 선뜻 이해가 잘 안되실 겁니다.

통상적으로 그렇지가 않죠.

어떤 사업을 할 때 사업을 수행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계약이나 돈을 지출하는 부서가 따로 있으니까요.

몰랐다는 해명이 무색하게도 이 구조에 대해선 이미 경고음도 울렸습니다.

2023년 속초의료원 내부감사 보고서에도 잘 나옵니다.

계약, 검수, 정산 등 양립할 수 없는 업무를 1명이나 한 부서에 배당해, 견제가 안 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의료원 스스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 있다보니 속초의료원 재정 관리 실태가 드러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3년에 한 번 강원도의 정기감사, 해마다 회계감사를 받았지만 수년간 반복된 문제를 막지 못했습니다.

국비를 지원한 보건복지부도 정산은 사업이 끝난 뒤에 하고 있다며 한 발을 뺀 모양샙니다.

결국, 막대한 사업을 투입하고도 미시공, 공사비 과다 등 사업 곳곳에 구멍이 난 상태입니다.

이걸 막기 위해서 강원도는 재정을 또 투입해야할 처집니다.

특히나, 이 사업은 무너지는 지역공공의료 기반을 다지기 위한 사업이었습니다.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직·간접적인 피해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강원도 내 다른 의료원의 공사, 장비 계약을 점검할 계획인데요.

경찰 수사도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도 지켜봐야 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신정철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파일7] 속초의료원 회계 부정 백태…줄줄 샌 예산
    • 입력 2025-04-30 19:44:20
    • 수정2025-04-30 19:55:45
    뉴스7(춘천)
[앵커]

KBS는 지난주 속초의료원 회계 부정 백태를 전해드렸습니다.

시설 중복 설치 등으로 예산이 줄줄 새 나갔고요.

계약부터 회계 관리, 관리·감독까지 모든 게 총체적으로 부실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속초의료원 문제는 지금까지 인력난이나 임금 체불 문제 위주로 불거졌죠.

그런데 이번엔 좀 다릅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시 한번 짚어주시죠.

[기자]

네, 이번엔 쉽게 말해 의료원 외형을 키우는 사업들이 문제가 됐다고 보면 됩니다.

2019년부터 해온 지역거점공공병원 기능보강사업인데요.

병동과 시설을 대폭 늘리는데, 국비와 도비 300억 원이 들었습니다.

잘 지어서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돈이 줄줄 샜습니다.

대표적으로 공사가 안 끝났는데도 시공업체에 돈을 준 건입니다.

실제로 가보니, 간판이 있어야할 자리에 현수막만 내걸려 있었습니다.

시공하기로 한 비가림시설은 아예 없습니다.

공사가 아직 안 됐는데 공사비 1억 7,000만 원은 지급이 됐습니다.

어떻게 된거냐고 업체에 물었더니 요청하지 않았는데 의료원이 먼저 돈을 준 거라고 입을 모읍니다.

중복 시설도 있습니다.

50미터 거리를 두고 주차 요금 정산기가 이중으로 설치돼 있었고요.

이미 사업비에 포함된 컨테이너를 4동이나 더 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단순히 예산 낭비됐다,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었죠?

[기자]

네, 지금 말씀드린 건 겉으로 드러난 부분이죠.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사업 초기, 계약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의계약이 변칙적으로 이뤄졌다는 겁니다.

현행법상 2,000만 원이 넘는 공사를 수의계약을 하려면 나라장터를 통해야 합니다.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서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와 계약하는 건데요.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서 예산을 아끼게 하자는 취집니다.

하지만 속초의료원은 업체 2~3곳을 들러리로 세워놓고 견적 형식만 취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속초의료원의 6년간 기능보강사업 계약 180여 건 가운데, 60여 건이 이런 방식이었다는게 감사위원회의 판단입니다.

금액으로는 300억 원의 25%로 해당합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끼웠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부분은 업무상 배임 소지가 없는지, 경찰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런데 사업이 시작하고도 자그마치 6년입니다.

그동안 아무도 몰랐던 겁니까?

[기자]

우선, 취재진은 이 사업을 주도한 사업 담당자의 설명을 들어보려고 수차례 시도 했었는데요.

오늘까지도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현직 원장과 직원들의 입을 빌려서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론은 한마디로 모두 "몰랐다"입니다.

기능보강사업을 한 사람이 도맡아서 하다보니, 다른 직원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해명도 선뜻 이해가 잘 안되실 겁니다.

통상적으로 그렇지가 않죠.

어떤 사업을 할 때 사업을 수행하는 부서가 따로 있고, 계약이나 돈을 지출하는 부서가 따로 있으니까요.

몰랐다는 해명이 무색하게도 이 구조에 대해선 이미 경고음도 울렸습니다.

2023년 속초의료원 내부감사 보고서에도 잘 나옵니다.

계약, 검수, 정산 등 양립할 수 없는 업무를 1명이나 한 부서에 배당해, 견제가 안 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의료원 스스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런 구조 속에 있다보니 속초의료원 재정 관리 실태가 드러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입니다.

3년에 한 번 강원도의 정기감사, 해마다 회계감사를 받았지만 수년간 반복된 문제를 막지 못했습니다.

국비를 지원한 보건복지부도 정산은 사업이 끝난 뒤에 하고 있다며 한 발을 뺀 모양샙니다.

결국, 막대한 사업을 투입하고도 미시공, 공사비 과다 등 사업 곳곳에 구멍이 난 상태입니다.

이걸 막기 위해서 강원도는 재정을 또 투입해야할 처집니다.

특히나, 이 사업은 무너지는 지역공공의료 기반을 다지기 위한 사업이었습니다.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직·간접적인 피해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 감사위원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강원도 내 다른 의료원의 공사, 장비 계약을 점검할 계획인데요.

경찰 수사도 이뤄지는 만큼 그 결과도 지켜봐야 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상편집:신정철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춘천-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