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에 핵잠까지…‘해군력 강화’ 북한 노림수는? [뒷北뉴스]
입력 2025.05.03 (07:00)
수정 2025.05.03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북한판 이지스' 최현호의 미사일 시험 사격은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함정을 물에 띄우는 진수식(4월 25일)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시험사격이 이뤄진 건데, 통상 신형 함정의 무장 발사 시험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합니다. 해수(海水)에 닿은 함 운용 시스템에 적응할 기간을 준 뒤, 해상 기동 시험을 하면서 추진 계통에 이상이 없는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에 띄우자마자 바다에 나가 미사일 여러 발과 함상 기관포 수백 발을 쏘는 건 함정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속된 말로 '미친 짓'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과 29일 ‘최현호’에서 시험 사격했다며 공개한 무기들 [조선중앙통신]](/data/fckeditor/new/image/2025/05/02/315831746077700724.jpg)
최현호가 이번에 시험 발사한 무기들은 초음속순항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반항공(대공)미사일, 127㎜ 함상자동포 등입니다. 시험 사격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책임적인 선택을 할 때"라며 최현호를 치켜세웠습니다. 전형적인 '무력 과시'로 보이긴 합니다만, 북한의 행보에선 조급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북한이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요.
■ 러시아 기술 지원받았나
이번 시험발사에서 주목할 만한 건 북한이 '초음속순항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처음으로 주장한 부분입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이동하는 탄도미사일은 '초음속', 더 나아가 '극초음속' 발사가 흔하고 북한도 발사에 이미 성공했지만, 순항미사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위험물을 피해 저고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데, 북한은 이번에 쏜 순항미사일이 '초음속'이라고 강조했고, 더군다나 해상 발사까지 성공했다고 밝힌 겁니다.

북한 매체가 처음 공개한 초음속순항미사일은 러시아의 함대지 순항미사일 ‘지르콘’과 형상이 유사하다는 게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설명입니다. 지르콘은 마하 5이상 날아갈 때 발생하는 충격파를 미끄러지듯 탈 수 있도록, 앞부분을 공기 역학적 형태인 '웨이브 라이더(Wave rider)' 모양으로 만드는 게 특징인데, 이번 북한의 미사일에서도 그런 형태가 관찰된다는 것이죠.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러시아 기술이 접목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최현호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최현호 마스트(함정 상부 구조물)에 장착된 4면 위상배열레이더는 러시아의 카라쿠르트급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와 배치 형상과 고정형 레이더 설치 각도 등이 비슷합니다.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위상배열레이더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합니다. 또 최현호에 탑재된 복합방공무기체계는 기관포를 포함해 함대공 유도탄 탑재 발수, 추적레이더, 구동축 등이 러시아의 '판치르'를 복제한 것처럼 형상이 유사합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각종 군사 기술을 전수받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과 발사체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 미사일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험 사격은 단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단 의견도 있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구축함으로서의 본질인 대잠수함전에 대한 소나 시험과 어뢰 발사 시험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초기 단계 발사 시험이고 각 체계를 분리해서 시험했다고 본다"며 "아직 무기 체계 통합운영은 안 되기 때문에, 김정은이 통합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지스함의 진가는 다양한 무기 체계를 통합해 수행하는 작전 능력에서 드러나는데, 이번 건 각 발사체를 개별로 쏘아 올린 시험에 불과다는 겁니다.
■ 핵 잠수함까지 공개…목적은?
'북한판 이지스' 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핵 추진 잠수함(SSBN), 흔히 얘기하는 '핵 잠수함'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북한은 2023년 9월 '핵 공격 잠수함'이라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는데, 이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는 가능하지만 핵 추진은 아닌 디젤 엔진 잠수함이었습니다. 김군옥영웅함은 3,000톤급이지만 북한의 핵 잠수함은 최소 두 배 이상인 6,000톤에서 8,000톤 급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당시 북한이 공개했던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건조 중인 잠수함 옆을 걸으며 참모들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북한 매체의 현지지도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해군무력 발전추세에 맞게 우리 해군의 현대성을 최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단기간’으로 표현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및 무기 지원의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단기간 내 최대한 잠수함 관련 기술 협력을 받아 해군의 핵무장화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 김정은의 '원양 함대', 어디로 향할까
북한이 첨단 해상 전력을 잇따라 공개하며 '공격용'이라 강조하는 건 주목할 만합니다. 이번 최현호 시험 사격 소식을 전하며 북한 매체들은 "강력한 공격 능력을 전제로 하는 주동적이며 공세적인 방어체계 수립"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최현호' 진수식에서 '원양 함대' 창설 구상을 밝힌 김정은 위원장은 시험 사격을 본 뒤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이지스함·핵잠수함 등을 갖추려 한다는 건, 방어 지향적이던 북한 해군의 임무와 역할이 공세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반도 주변에 국한됐던 군사전략을 넘어, 미국과 일본에 대응할 수 있는 해양세력으로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구상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파병 공식화로 우애가 다져진 '러시아'일 겁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축함·잠수함 뿐만 아니라 조기경보체계까지 갖추며 광범위한 플랫폼을 갖추려는 건 북한 해상 작전 능력의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 태세를 확립해 나가는 것처럼, 북한도 러시아 군과 보조를 맞춰 해상 연합훈련 등을 추진해 동북아 안보 질서에 영향을 끼치려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지스에 핵잠까지…‘해군력 강화’ 북한 노림수는? [뒷北뉴스]
-
- 입력 2025-05-03 07:00:22
- 수정2025-05-03 07:00:30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북한판 이지스' 최현호의 미사일 시험 사격은 일반적이지 않았습니다. 함정을 물에 띄우는 진수식(4월 25일)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시험사격이 이뤄진 건데, 통상 신형 함정의 무장 발사 시험은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합니다. 해수(海水)에 닿은 함 운용 시스템에 적응할 기간을 준 뒤, 해상 기동 시험을 하면서 추진 계통에 이상이 없는지 차근차근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에 띄우자마자 바다에 나가 미사일 여러 발과 함상 기관포 수백 발을 쏘는 건 함정 개발자 입장에서 보면 속된 말로 '미친 짓'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과 29일 ‘최현호’에서 시험 사격했다며 공개한 무기들 [조선중앙통신]](/data/fckeditor/new/image/2025/05/02/315831746077700724.jpg)
최현호가 이번에 시험 발사한 무기들은 초음속순항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반항공(대공)미사일, 127㎜ 함상자동포 등입니다. 시험 사격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책임적인 선택을 할 때"라며 최현호를 치켜세웠습니다. 전형적인 '무력 과시'로 보이긴 합니다만, 북한의 행보에선 조급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북한이 해군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요.
■ 러시아 기술 지원받았나
이번 시험발사에서 주목할 만한 건 북한이 '초음속순항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처음으로 주장한 부분입니다.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이동하는 탄도미사일은 '초음속', 더 나아가 '극초음속' 발사가 흔하고 북한도 발사에 이미 성공했지만, 순항미사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위험물을 피해 저고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데, 북한은 이번에 쏜 순항미사일이 '초음속'이라고 강조했고, 더군다나 해상 발사까지 성공했다고 밝힌 겁니다.

북한 매체가 처음 공개한 초음속순항미사일은 러시아의 함대지 순항미사일 ‘지르콘’과 형상이 유사하다는 게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설명입니다. 지르콘은 마하 5이상 날아갈 때 발생하는 충격파를 미끄러지듯 탈 수 있도록, 앞부분을 공기 역학적 형태인 '웨이브 라이더(Wave rider)' 모양으로 만드는 게 특징인데, 이번 북한의 미사일에서도 그런 형태가 관찰된다는 것이죠.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러시아 기술이 접목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은 최현호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최현호 마스트(함정 상부 구조물)에 장착된 4면 위상배열레이더는 러시아의 카라쿠르트급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와 배치 형상과 고정형 레이더 설치 각도 등이 비슷합니다.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위상배열레이더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합니다. 또 최현호에 탑재된 복합방공무기체계는 기관포를 포함해 함대공 유도탄 탑재 발수, 추적레이더, 구동축 등이 러시아의 '판치르'를 복제한 것처럼 형상이 유사합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각종 군사 기술을 전수받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비공개 간담회가 끝난 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과 발사체 기술 자문, 무인기 실물, 전자전 장비, SA-22 지대공 미사일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험 사격은 단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단 의견도 있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은 "구축함으로서의 본질인 대잠수함전에 대한 소나 시험과 어뢰 발사 시험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초기 단계 발사 시험이고 각 체계를 분리해서 시험했다고 본다"며 "아직 무기 체계 통합운영은 안 되기 때문에, 김정은이 통합운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지스함의 진가는 다양한 무기 체계를 통합해 수행하는 작전 능력에서 드러나는데, 이번 건 각 발사체를 개별로 쏘아 올린 시험에 불과다는 겁니다.
■ 핵 잠수함까지 공개…목적은?
'북한판 이지스' 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은 지난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실태를 시찰했다며 현장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춘 핵 추진 잠수함(SSBN), 흔히 얘기하는 '핵 잠수함'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북한은 2023년 9월 '핵 공격 잠수함'이라며 '김군옥영웅함'을 공개했는데, 이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는 가능하지만 핵 추진은 아닌 디젤 엔진 잠수함이었습니다. 김군옥영웅함은 3,000톤급이지만 북한의 핵 잠수함은 최소 두 배 이상인 6,000톤에서 8,000톤 급에 이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당시 북한이 공개했던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건조 중인 잠수함 옆을 걸으며 참모들의 보고를 받았습니다. 북한 매체의 현지지도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해군무력 발전추세에 맞게 우리 해군의 현대성을 최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단기간’으로 표현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및 무기 지원의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단기간 내 최대한 잠수함 관련 기술 협력을 받아 해군의 핵무장화를 달성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 김정은의 '원양 함대', 어디로 향할까
북한이 첨단 해상 전력을 잇따라 공개하며 '공격용'이라 강조하는 건 주목할 만합니다. 이번 최현호 시험 사격 소식을 전하며 북한 매체들은 "강력한 공격 능력을 전제로 하는 주동적이며 공세적인 방어체계 수립"을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최현호' 진수식에서 '원양 함대' 창설 구상을 밝힌 김정은 위원장은 시험 사격을 본 뒤 "해군의 핵무장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이지스함·핵잠수함 등을 갖추려 한다는 건, 방어 지향적이던 북한 해군의 임무와 역할이 공세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반도 주변에 국한됐던 군사전략을 넘어, 미국과 일본에 대응할 수 있는 해양세력으로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구상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파병 공식화로 우애가 다져진 '러시아'일 겁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축함·잠수함 뿐만 아니라 조기경보체계까지 갖추며 광범위한 플랫폼을 갖추려는 건 북한 해상 작전 능력의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 태세를 확립해 나가는 것처럼, 북한도 러시아 군과 보조를 맞춰 해상 연합훈련 등을 추진해 동북아 안보 질서에 영향을 끼치려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
-
장혁진 기자 analogue@kbs.co.kr
장혁진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