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21세기 골드러시

입력 2025.05.03 (22:16) 수정 2025.05.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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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광물 투자 우선권을 주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안보 재건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태도를 바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을 공식 언급한 점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스콧 베센트 : “이번 협정은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임을 러시아에 명확히 알리는 신호.”]

우크라이나에 다소 유리하게 작성됐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협정 서명 직후 러시아는 오데사 등을 공습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 없는 행보는 그린란드로도 향하고 있죠.

이번에 조빛나 특파원이 그린란드 현지를 다녀왔다구요?

[리포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가 요즘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입니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북극과 가까운 지정학적 요충지기도 합니다.

가치를 주목받으며 변화를 맞고 있는 그린란드 현지 분위기를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잡은 그린란드.

한반도 10배 면적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전체의 80%가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떠나 피오르를 따라 이동하자 거대한 빙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바다를 뒤덮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페아/수상관광업체 선장 : "얼음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누크 피오르 내부의 해빙이 녹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크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오면 빙하에서 녹아 떨어져나온 얼음 덩어리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에서 채굴이 이뤄지는 광산은 두 곳입니다.

누크에서 북서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엔 아노소사이트 즉 사장석 광산이 있습니다.

캐나다와 영국 자본이 투입된 이 광산 회사는 그린란드 다른 지역에서 탐사를 위한 추가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핵심 광물을 찾는 게 목표입니다.

[벤트 올스비 옌센/사장석 광산 총괄이사 : "미국 대통령은 소위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을 위해 그린란드를 구체적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물론 투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그린란드 정부가 내 준 자원 탐사 허가는 120여건, 얼음이 녹아 자원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커질 거란 기대에 19세기 미국 서부로 금을 찾아 나선 '골드 러시'같은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스테판 베른스테인/영국 광산회사 CEO :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린란드에서 중요 원자재 탐사 열풍의 시작을 볼 수도 있습니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은 EU가 지정한 34가지 핵심 광물 중 27가지가 그린란드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다수는 미국의 전략 광물에도 속합니다.

특히 첨단 산업을 떠받치는 필수 희토류 3,610만 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매장량의 (4400만 톤) 82% 수준입니다.

[야콥 클뢰베 카이딩/덴마크 그린란드 지질조사국 선임연구원 : "희토류, 백금족 원소, 티타늄, 니오븀, 탄탈럼, 스트론튬의 잠재력이 높습니다. 이런 원자재들은 첨단 기술 산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광물 자원은 양날의 칼입니다.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만들 수 있지만 강대국들의 간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 항로도 열리면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3월4일 상·하원 연설 : "우리는 그린란드가 세계 안보를 위해 정말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린란드를 얻게될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얻을 것입니다."]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트럼프의 장남 주니어 트럼프에 이어 밴스 미 부통령 부부가 그린란드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을 주선한 사람은 '그린란드의 트럼프 아들'이라고도 불리는 보아센 씨, 그는 덴마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미국과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외르겐 보아센/트럼프 지지자 : "군사기지가 있는 이곳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자원을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과 이야기해야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덴마크 식민지였던 지난 300년간의 고통을 떠올리며 강대국의 개입을 두려워합니다.

[아르나야라크 베르텔센/그린란드 주민 : "트럼프도 덴마크도 우리를 절대 소유할 수 없습니다. 식민지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어요."]

미국 편입 주장에 대한 우려는 지난 3월 치러진 총선에서도 드러나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 신중한 입장인 야당이 득표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나야 나다니엘센/그린란드 산업·광물·에너지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한)이런 종류의 발언은 실제로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친고 불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더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의 가치가 커지며 그린란드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누크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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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란드…21세기 골드러시
    • 입력 2025-05-03 22:16:47
    • 수정2025-05-03 22:29:2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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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핵심 광물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광물 투자 우선권을 주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안보 재건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태도를 바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을 공식 언급한 점은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스콧 베센트 : “이번 협정은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임을 러시아에 명확히 알리는 신호.”]

우크라이나에 다소 유리하게 작성됐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협정 서명 직후 러시아는 오데사 등을 공습하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 없는 행보는 그린란드로도 향하고 있죠.

이번에 조빛나 특파원이 그린란드 현지를 다녀왔다구요?

[리포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가 요즘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때문입니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하지만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북극과 가까운 지정학적 요충지기도 합니다.

가치를 주목받으며 변화를 맞고 있는 그린란드 현지 분위기를 취재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잡은 그린란드.

한반도 10배 면적의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지만 전체의 80%가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떠나 피오르를 따라 이동하자 거대한 빙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고 작은 얼음 조각들이 바다를 뒤덮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페아/수상관광업체 선장 : "얼음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누크 피오르 내부의 해빙이 녹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크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오면 빙하에서 녹아 떨어져나온 얼음 덩어리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에서 채굴이 이뤄지는 광산은 두 곳입니다.

누크에서 북서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엔 아노소사이트 즉 사장석 광산이 있습니다.

캐나다와 영국 자본이 투입된 이 광산 회사는 그린란드 다른 지역에서 탐사를 위한 추가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핵심 광물을 찾는 게 목표입니다.

[벤트 올스비 옌센/사장석 광산 총괄이사 : "미국 대통령은 소위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을 위해 그린란드를 구체적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물론 투자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그린란드 정부가 내 준 자원 탐사 허가는 120여건, 얼음이 녹아 자원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커질 거란 기대에 19세기 미국 서부로 금을 찾아 나선 '골드 러시'같은 경쟁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스테판 베른스테인/영국 광산회사 CEO : "앞으로 몇 년 안에 그린란드에서 중요 원자재 탐사 열풍의 시작을 볼 수도 있습니다."]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은 EU가 지정한 34가지 핵심 광물 중 27가지가 그린란드에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다수는 미국의 전략 광물에도 속합니다.

특히 첨단 산업을 떠받치는 필수 희토류 3,610만 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매장량의 (4400만 톤) 82% 수준입니다.

[야콥 클뢰베 카이딩/덴마크 그린란드 지질조사국 선임연구원 : "희토류, 백금족 원소, 티타늄, 니오븀, 탄탈럼, 스트론튬의 잠재력이 높습니다. 이런 원자재들은 첨단 기술 산업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광물 자원은 양날의 칼입니다.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만들 수 있지만 강대국들의 간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 해빙이 녹아 북극 항로도 열리면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3월4일 상·하원 연설 : "우리는 그린란드가 세계 안보를 위해 정말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린란드를 얻게될 것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얻을 것입니다."]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트럼프의 장남 주니어 트럼프에 이어 밴스 미 부통령 부부가 그린란드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을 주선한 사람은 '그린란드의 트럼프 아들'이라고도 불리는 보아센 씨, 그는 덴마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미국과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외르겐 보아센/트럼프 지지자 : "군사기지가 있는 이곳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누가, 어떻게 자원을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과 이야기해야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민들은 거의 없습니다.

덴마크 식민지였던 지난 300년간의 고통을 떠올리며 강대국의 개입을 두려워합니다.

[아르나야라크 베르텔센/그린란드 주민 : "트럼프도 덴마크도 우리를 절대 소유할 수 없습니다. 식민지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어요."]

미국 편입 주장에 대한 우려는 지난 3월 치러진 총선에서도 드러나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에 신중한 입장인 야당이 득표율 1위를 기록했습니다.

[나야 나다니엘센/그린란드 산업·광물·에너지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한)이런 종류의 발언은 실제로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친고 불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더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극의 가치가 커지며 그린란드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누크에서 조빛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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