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가자지구 인도적 ‘재앙’…이스라엘, ‘공세 확대’ 승인
입력 2025.05.07 (15:29)
수정 2025.05.0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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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 봉쇄 조치를 단행한 지 두 달이 넘은 가운데,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완전 재점령을 포함한 공세 작전을 확대하는 계획을 승인했는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이슈에서 금철영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그동안 서방세계의 구호품에 의존해 왔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야말로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현재 가자지구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식량은 물론 의약품 공급까지 전면 차단한 것이 지난 3월 2일인데요.
가자지구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들 급식소의 비상식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극소량의 식량을 배급하는 장소에선 빈 냄비를 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밥을 달라며 밀치고 울부짖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눠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무스타파 아슈르/피란민 :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물도 필수품도 없습니다. 시장에서 팔리는 식량은 너무 귀하고 비쌉니다."]
[니빈 아부 아라르/피란민 :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3일 보도에서 하마스 보건당국을 인용해 봉쇄 조치 이후 지금까지 최소 57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엔은 급성 영양실조로 긴급 치료를 받은 어린이가 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습은 지구 최후의 날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잿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식량조차 바닥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올 초만 해도 양측이 인질과 포로를 교환해서 중동에서의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근본적인 입장차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의 완전 소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전면 철수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대규모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로 이뤄지던 인질 석방과 수감자 교환이 번번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앵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때 정치적 위기설까지 나왔죠.
지난해 미국과 유럽 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도 있었고요.
이스라엘 안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있었는데, 지금 정치적 입지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인질 협상을 원활히 성사시키지도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전쟁 피로감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파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물러났다가 복귀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대표적인데요.
벤-그비르 장관은 극우성향의 대표적 인물로 '유대의 힘'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연립정부에 참여 중입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휴전에 합의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가 3월에 복귀하기도 했었죠.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알아크사 사원에 유대인 회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슬람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인물입니다.
[앵커]
심화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현재, 국제사회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파이낸셜 타임스가 오늘 자 기획 기사로 '가자지구에 대한 서방세계의 부끄러운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그 제목이 상징하듯이 서방세계는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식량 지원을 시사한 것 외에는 이번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서방세계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국제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며 주민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네타냐후가 강경책을 구사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전쟁 발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등 힘없는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숨지고 있는 이 상황을 국제사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 봉쇄 조치를 단행한 지 두 달이 넘은 가운데,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완전 재점령을 포함한 공세 작전을 확대하는 계획을 승인했는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이슈에서 금철영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그동안 서방세계의 구호품에 의존해 왔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야말로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현재 가자지구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식량은 물론 의약품 공급까지 전면 차단한 것이 지난 3월 2일인데요.
가자지구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들 급식소의 비상식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극소량의 식량을 배급하는 장소에선 빈 냄비를 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밥을 달라며 밀치고 울부짖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눠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무스타파 아슈르/피란민 :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물도 필수품도 없습니다. 시장에서 팔리는 식량은 너무 귀하고 비쌉니다."]
[니빈 아부 아라르/피란민 :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3일 보도에서 하마스 보건당국을 인용해 봉쇄 조치 이후 지금까지 최소 57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엔은 급성 영양실조로 긴급 치료를 받은 어린이가 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습은 지구 최후의 날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잿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식량조차 바닥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올 초만 해도 양측이 인질과 포로를 교환해서 중동에서의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근본적인 입장차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의 완전 소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전면 철수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대규모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로 이뤄지던 인질 석방과 수감자 교환이 번번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앵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때 정치적 위기설까지 나왔죠.
지난해 미국과 유럽 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도 있었고요.
이스라엘 안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있었는데, 지금 정치적 입지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인질 협상을 원활히 성사시키지도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전쟁 피로감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파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물러났다가 복귀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대표적인데요.
벤-그비르 장관은 극우성향의 대표적 인물로 '유대의 힘'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연립정부에 참여 중입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휴전에 합의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가 3월에 복귀하기도 했었죠.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알아크사 사원에 유대인 회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슬람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인물입니다.
[앵커]
심화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현재, 국제사회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파이낸셜 타임스가 오늘 자 기획 기사로 '가자지구에 대한 서방세계의 부끄러운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그 제목이 상징하듯이 서방세계는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식량 지원을 시사한 것 외에는 이번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서방세계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국제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며 주민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네타냐후가 강경책을 구사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전쟁 발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등 힘없는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숨지고 있는 이 상황을 국제사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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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5-07 15:29:07
- 수정2025-05-07 15:36:11

[앵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 봉쇄 조치를 단행한 지 두 달이 넘은 가운데,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완전 재점령을 포함한 공세 작전을 확대하는 계획을 승인했는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이슈에서 금철영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그동안 서방세계의 구호품에 의존해 왔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야말로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현재 가자지구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식량은 물론 의약품 공급까지 전면 차단한 것이 지난 3월 2일인데요.
가자지구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들 급식소의 비상식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극소량의 식량을 배급하는 장소에선 빈 냄비를 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밥을 달라며 밀치고 울부짖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눠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무스타파 아슈르/피란민 :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물도 필수품도 없습니다. 시장에서 팔리는 식량은 너무 귀하고 비쌉니다."]
[니빈 아부 아라르/피란민 :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3일 보도에서 하마스 보건당국을 인용해 봉쇄 조치 이후 지금까지 최소 57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엔은 급성 영양실조로 긴급 치료를 받은 어린이가 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습은 지구 최후의 날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잿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식량조차 바닥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올 초만 해도 양측이 인질과 포로를 교환해서 중동에서의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근본적인 입장차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의 완전 소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전면 철수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대규모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로 이뤄지던 인질 석방과 수감자 교환이 번번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앵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때 정치적 위기설까지 나왔죠.
지난해 미국과 유럽 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도 있었고요.
이스라엘 안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있었는데, 지금 정치적 입지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인질 협상을 원활히 성사시키지도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전쟁 피로감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파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물러났다가 복귀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대표적인데요.
벤-그비르 장관은 극우성향의 대표적 인물로 '유대의 힘'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연립정부에 참여 중입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휴전에 합의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가 3월에 복귀하기도 했었죠.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알아크사 사원에 유대인 회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슬람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인물입니다.
[앵커]
심화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현재, 국제사회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파이낸셜 타임스가 오늘 자 기획 기사로 '가자지구에 대한 서방세계의 부끄러운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그 제목이 상징하듯이 서방세계는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식량 지원을 시사한 것 외에는 이번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서방세계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국제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며 주민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네타냐후가 강경책을 구사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앵커]
전쟁 발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등 힘없는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숨지고 있는 이 상황을 국제사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적 봉쇄 조치를 단행한 지 두 달이 넘은 가운데,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완전 재점령을 포함한 공세 작전을 확대하는 계획을 승인했는데,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월드이슈에서 금철영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그동안 서방세계의 구호품에 의존해 왔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야말로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현재 가자지구는 어떤 상황입니까?
[기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식량은 물론 의약품 공급까지 전면 차단한 것이 지난 3월 2일인데요.
가자지구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들 급식소의 비상식량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극소량의 식량을 배급하는 장소에선 빈 냄비를 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밥을 달라며 밀치고 울부짖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눠줄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입니다.
[무스타파 아슈르/피란민 : "식량이 바닥났습니다. 물도 필수품도 없습니다. 시장에서 팔리는 식량은 너무 귀하고 비쌉니다."]
[니빈 아부 아라르/피란민 : "앞으로 얼마나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우리는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3일 보도에서 하마스 보건당국을 인용해 봉쇄 조치 이후 지금까지 최소 57명이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엔은 급성 영양실조로 긴급 치료를 받은 어린이가 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모습은 지구 최후의 날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건물 대부분이 파괴돼 잿더미 속에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식량조차 바닥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올 초만 해도 양측이 인질과 포로를 교환해서 중동에서의 전쟁이 끝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가요?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근본적인 입장차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의 완전 소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전면 철수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대규모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로 이뤄지던 인질 석방과 수감자 교환이 번번이 중단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입니다.
[앵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한때 정치적 위기설까지 나왔죠.
지난해 미국과 유럽 내에서 반이스라엘 시위도 있었고요.
이스라엘 안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있었는데, 지금 정치적 입지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있는 상황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인질 협상을 원활히 성사시키지도 못한 것에 대한 불만과 전쟁 피로감까지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파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월 물러났다가 복귀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대표적인데요.
벤-그비르 장관은 극우성향의 대표적 인물로 '유대의 힘'이라는 정당을 이끌고 연립정부에 참여 중입니다.
지난 1월에는 정부가 휴전에 합의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가 3월에 복귀하기도 했었죠.
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 모스크 알아크사 사원에 유대인 회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이슬람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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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고 있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현재, 국제사회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파이낸셜 타임스가 오늘 자 기획 기사로 '가자지구에 대한 서방세계의 부끄러운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그 제목이 상징하듯이 서방세계는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일요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식량 지원을 시사한 것 외에는 이번 인도주의 위기를 막기 위한 서방세계의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국제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며 주민들이 이주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도 네타냐후가 강경책을 구사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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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가자지구의 어린이와 노약자, 여성 등 힘없는 사람들이 영양실조로 숨지고 있는 이 상황을 국제사회가 더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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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철영 기자 cyk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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