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성 치매, 줄기세포로 치료 효과”…국제학술지 게재

입력 2025.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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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동 연구팀이 생산한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제공)국내 공동 연구팀이 생산한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제공)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으로 겪는 '혈관성 치매'를 앞으로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대학교 등 국내 공동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혈관성 치매를 치료하는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이 세포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 권위 학술지 '셀즈(Cells)'에 게재됐습니다.

제주대학교 바이오메디컬정보학과 박세필 교수(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와 학내 줄기세포치료제 전문 바이오 벤처기업인 '미래셀바이오', 건국대 줄기세포 재생공학과 이만열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오재상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최근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ultipotent Mesenchymal stem cell, MMSC)가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로 인한 인지와 행동 장애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 뇌경색·뇌출혈로 생긴 치매, 줄기세포로 치료하나?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뇌 조직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치매입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뇌세포가 손상돼 이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합니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 질환이 50~60%를 차지하고, 혈관성 치매가 20~30% 정도로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되고 있습니다.

뇌출혈이 발생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뇌출혈이 발생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

줄기세포에는 크게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가 있습니다.

배아 줄기세포는 수정란이 분열돼 생기는 만능성 줄기세포로,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성체 줄기세포는 골수나 지방 조직, 제대혈(산모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에서 얻은 혈액) 등 이미 형성된 신체 조직에 있는 세포로, 특정 조직 세포가 노화 또는 손상됐을 때 새로운 세포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중간엽이란 수정란이 분열하는 배아 발생 초기에 생기는 결합조직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체 줄기세포의 하나인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 MSC)는 뼈나 연골, 지방, 심근과 골격, 신경 등 다양한 결합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손상된 신체 조직 재생 등에 관여합니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수정란으로 만든 줄기세포에 성체 줄기세포 성질을 더한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MMSC)를 개발했습니다.

국내 공동 연구팀이 생산한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제주대학교 제공)국내 공동 연구팀이 생산한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제주대학교 제공)

박세필 제주대 바이오메디컬정보학과 교수(줄기세포연구센터장)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 치료제 99%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쓰지만, 세포 증식과 분화가 잘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이를 수정란 줄기세포로 보완해서 계속 증식할 수 있게 해, 중간엽 줄기세포를 띤 줄기세포로 만든 게 MMSC"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배아 줄기세포가 면역 거부 반응이 있는 것과 달리 중간엽 줄기세포는 면역원성이 없다"면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만 살린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렇게 만들어진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허혈성 뇌 손상으로 행동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 실험용 쥐의 뇌실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뇌혈관 손상으로 저하된 행동과 인지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뇌혈관의 안정성과 혈관-뇌 장벽(BBB) 형성을 촉진하는 등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공동 연구팀은 MMSC 이식을 통해 혈관성 치매 모델에서 인지기능과 행동 장애 개선 효과를 검증한 결과, 기존 치료제인 도네페질과 BMSC보다 더 우수한 약리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대학교 제공)공동 연구팀은 MMSC 이식을 통해 혈관성 치매 모델에서 인지기능과 행동 장애 개선 효과를 검증한 결과, 기존 치료제인 도네페질과 BMSC보다 더 우수한 약리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대학교 제공)

또 기존 치료제인 도네페질과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BMSC)보다도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MMSC는 미래셀바이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건복지부신기술(NET) 인증(제197호)을 받은 줄기세포입니다.

미래셀바이오 관계자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만성 간질성 방광염에 대한 임상 1상(안전성)과 2a상(유효성)에서 MMSC의 질환 치료 효능이 이미 입증된 바 있다"면서 "이번 혈관성 치매 연구를 통해 MMSC가 중추신경계 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새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대 박세필 교수는 "앞으로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난치성 신경·면역질환 치료제로 넓혀나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의학 연구소 과학자상(Medical Laboratory Scientist Awards)의 최고 연구자 상(Best Researcher Award)으로 잠정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미래셀바이오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관련 용도 특허 출원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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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관성 치매, 줄기세포로 치료 효과”…국제학술지 게재
    • 입력 2025-05-13 0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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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동 연구팀이 생산한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제공)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으로 겪는 '혈관성 치매'를 앞으로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대학교 등 국내 공동 연구팀이 줄기세포로 혈관성 치매를 치료하는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이 세포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 권위 학술지 '셀즈(Cells)'에 게재됐습니다.

제주대학교 바이오메디컬정보학과 박세필 교수(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와 학내 줄기세포치료제 전문 바이오 벤처기업인 '미래셀바이오', 건국대 줄기세포 재생공학과 이만열 교수,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오재상 교수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최근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ultipotent Mesenchymal stem cell, MMSC)가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로 인한 인지와 행동 장애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 뇌경색·뇌출혈로 생긴 치매, 줄기세포로 치료하나?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으로 인해 뇌 조직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치매입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뇌세포가 손상돼 이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합니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 질환이 50~60%를 차지하고, 혈관성 치매가 20~30% 정도로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되고 있습니다.

뇌출혈이 발생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
줄기세포에는 크게 배아 줄기세포와 성체 줄기세포가 있습니다.

배아 줄기세포는 수정란이 분열돼 생기는 만능성 줄기세포로,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성체 줄기세포는 골수나 지방 조직, 제대혈(산모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에서 얻은 혈액) 등 이미 형성된 신체 조직에 있는 세포로, 특정 조직 세포가 노화 또는 손상됐을 때 새로운 세포로 분화할 수 있습니다.

중간엽이란 수정란이 분열하는 배아 발생 초기에 생기는 결합조직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체 줄기세포의 하나인 중간엽 줄기세포(Mesenchymal stem cell, MSC)는 뼈나 연골, 지방, 심근과 골격, 신경 등 다양한 결합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손상된 신체 조직 재생 등에 관여합니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수정란으로 만든 줄기세포에 성체 줄기세포 성질을 더한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MMSC)를 개발했습니다.

국내 공동 연구팀이 생산한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제주대학교 제공)
박세필 제주대 바이오메디컬정보학과 교수(줄기세포연구센터장)는 KBS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 치료제 99%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쓰지만, 세포 증식과 분화가 잘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이를 수정란 줄기세포로 보완해서 계속 증식할 수 있게 해, 중간엽 줄기세포를 띤 줄기세포로 만든 게 MMSC"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배아 줄기세포가 면역 거부 반응이 있는 것과 달리 중간엽 줄기세포는 면역원성이 없다"면서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만 살린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렇게 만들어진 동종 배아줄기세포 유래 중간엽줄기세포(MMSC)를 허혈성 뇌 손상으로 행동과 인지 기능이 떨어진 실험용 쥐의 뇌실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뇌혈관 손상으로 저하된 행동과 인지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뇌혈관의 안정성과 혈관-뇌 장벽(BBB) 형성을 촉진하는 등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공동 연구팀은 MMSC 이식을 통해 혈관성 치매 모델에서 인지기능과 행동 장애 개선 효과를 검증한 결과, 기존 치료제인 도네페질과 BMSC보다 더 우수한 약리적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주대학교 제공)
또 기존 치료제인 도네페질과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BMSC)보다도 치료 효과가 더 뛰어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MMSC는 미래셀바이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건복지부신기술(NET) 인증(제197호)을 받은 줄기세포입니다.

미래셀바이오 관계자는 "희귀 난치성 질환인 만성 간질성 방광염에 대한 임상 1상(안전성)과 2a상(유효성)에서 MMSC의 질환 치료 효능이 이미 입증된 바 있다"면서 "이번 혈관성 치매 연구를 통해 MMSC가 중추신경계 질환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새로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주대 박세필 교수는 "앞으로 치매를 포함한 다양한 난치성 신경·면역질환 치료제로 넓혀나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의학 연구소 과학자상(Medical Laboratory Scientist Awards)의 최고 연구자 상(Best Researcher Award)으로 잠정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미래셀바이오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관련 용도 특허 출원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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