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섬 의료 현실은?

입력 2025.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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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의료붕괴 카운트다운' 중에서)

전남 완도군 흑일도, 50가구가 채 안 되는 주민들이 사는 섬에 반가운 배가 왔습니다. 섬 가까이에 큰 배를 댈 수가 없어서 작은 배로 주민들을 실어나릅니다.


전라남도 병원선은 1년에 4번 섬을 방문합니다. 접수실부터 내과 치과 임상병리실 약제실까지 갖춘 떠다니는 병원. 진료와 치료, 투약까지 외국인노동자에게도 무료입니다.


치료 뒤에는 상비 약품도 무료로 챙겨줍니다.

김영숙 / 전남 완도군 흑일도 주민
"(무슨 약이 이렇게 많아요?) 우리 식구가 10명 살아요. 그러니까 감기약이랑 관절약이랑 받았어요. 이거 3개월에 병원선이 한 번씩 오잖아요 그러면 섬에서 사니까 비상약으로 받아 놓고 아프면 먹죠. (당장 아파서가 아니라 일단 좀 받아놓고) 받아놓으면 이렇게 일하다 보면 얘들이 상비약으로 될 수가 있어요. 섬이라 바람 불고 그러면 배 타고 나오려면 못 나오잖아요. (아예 나가지도 못하니까)"


병원선이 없어진다면 어떨까요?

"(병원선이) 못 다니면... 우리는 죽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죠. 섬 주민이라 우리가 약 타다가 얼마나 편리하게 쓰는데요. 3개월이 다 되어가면 우리가 엄청 기다리거든요, 약이 떨어지고 그러면. 코로나 때도 섬이라 못 나가고 그러면
감기약 같은 거 먹고 코로나 이기고 그랬는데요."

하지만 병원선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병원선 의사는 모두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인데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의대 남학생의 병역 옵션은 대개 재학 중 현역병 입영 혹은 의사 면허 취득 후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복무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2019년 112명이던 의대생 현역 입영은 지난해는 12배가 됐습니다. 공중보건의 입대자는 같은 기간동안 절반 아래로 급감했습니다.


김진영 / 전남 511호 공중보건의
"서서히 공보의 선생님들 숫자가 줄어서 의료 취약계층 분들한테 돌아가는 의료는
점점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은 들기는 합니다."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은 육군 현역병사 복무기간의 두 배가 넘습니다. 병사 급여가 크게 인상됐는데 공보의 처우는 제자리수준인 것도 한 원인입니다.


현역 입대 예정 의대 휴학생
"배 타고 1시간씩 나와서 또 버스 타고 올라와서 (서울까지는) 왕복 열 몇 시간이 걸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섬 지역에 들어가서 1년을 거의 유배 생활을 해야 충청도나 이런 데로 다음 연도에 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취약지 보건지소가 비어갑니다. 의사 없는 보건지소가 전남에서만 지난해 84곳에서
올해 126곳으로 늘었습니다. 10곳 중 6곳에 의사가 없는 셈입니다.


취약지에서는 공중보건의가 보건지소 서너 곳을 돌아다니며 진료하거나 원격진료도 시도합니다.


섬 주민들은 보건진료소마저 닫을까 걱정입니다.

윤숙자 / 전남 완도군 주민
"다른 것도 아닌 사람의 아픈 데를 책임질 수 있는 진료소 아닙니까. 동네 사람 (수가) 적다고 (진료소가) 없어도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노령인구가 많아지는데 노인들은 자식들이 일일이 안 데리고 다니면 병원에 갈 수 없고 아파도 죽으나 사나 며칠씩 약을 구할 때까지는 참고 살아야 하고, 이런 어려움이 많죠."

전남 완도군. 50년 사이 인구가 3분의 1로 쪼그라든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역입니다. 완도에 신생아를 받는 의사는 37년차, 이제 70대가 된 전이양 원장 뿐입니다.


전이양 원장이 받는 아이는 1년에 한 자릿수, 분만실을 유지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전이양 / 전남 완도대성병원 원장
"지금 임계점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미래의 문제는 우리한테는 굉장히 사치스러운 이야기예요. 당장에 지금, 월급 주면 이 달에도 2월 3월이 지금 우리 평균 수입 지출이 안 맞아서 마이너스 상황이 되다 보니까 임금 주는 데 굉장히 신경 써야 할 상황인데 이 정도에서 전혀 관심을 안 두고 내버려두면 1년이 아니라 그 안에도 어려움을 당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죠."


취재: 범기영
촬영: 오광택
영상편집: 성동혁
자료조사: 백은세
조연출: 최명호 김세빈

방송일시: 2025년 5월 13일(화) 밤10시 KBS1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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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7 0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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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의료붕괴 카운트다운' 중에서)

전남 완도군 흑일도, 50가구가 채 안 되는 주민들이 사는 섬에 반가운 배가 왔습니다. 섬 가까이에 큰 배를 댈 수가 없어서 작은 배로 주민들을 실어나릅니다.


전라남도 병원선은 1년에 4번 섬을 방문합니다. 접수실부터 내과 치과 임상병리실 약제실까지 갖춘 떠다니는 병원. 진료와 치료, 투약까지 외국인노동자에게도 무료입니다.


치료 뒤에는 상비 약품도 무료로 챙겨줍니다.

김영숙 / 전남 완도군 흑일도 주민
"(무슨 약이 이렇게 많아요?) 우리 식구가 10명 살아요. 그러니까 감기약이랑 관절약이랑 받았어요. 이거 3개월에 병원선이 한 번씩 오잖아요 그러면 섬에서 사니까 비상약으로 받아 놓고 아프면 먹죠. (당장 아파서가 아니라 일단 좀 받아놓고) 받아놓으면 이렇게 일하다 보면 얘들이 상비약으로 될 수가 있어요. 섬이라 바람 불고 그러면 배 타고 나오려면 못 나오잖아요. (아예 나가지도 못하니까)"


병원선이 없어진다면 어떨까요?

"(병원선이) 못 다니면... 우리는 죽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죠. 섬 주민이라 우리가 약 타다가 얼마나 편리하게 쓰는데요. 3개월이 다 되어가면 우리가 엄청 기다리거든요, 약이 떨어지고 그러면. 코로나 때도 섬이라 못 나가고 그러면
감기약 같은 거 먹고 코로나 이기고 그랬는데요."

하지만 병원선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병원선 의사는 모두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인데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의대 남학생의 병역 옵션은 대개 재학 중 현역병 입영 혹은 의사 면허 취득 후 공중보건의나 군의관 복무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2019년 112명이던 의대생 현역 입영은 지난해는 12배가 됐습니다. 공중보건의 입대자는 같은 기간동안 절반 아래로 급감했습니다.


김진영 / 전남 511호 공중보건의
"서서히 공보의 선생님들 숫자가 줄어서 의료 취약계층 분들한테 돌아가는 의료는
점점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은 들기는 합니다."

공중보건의 복무기간은 육군 현역병사 복무기간의 두 배가 넘습니다. 병사 급여가 크게 인상됐는데 공보의 처우는 제자리수준인 것도 한 원인입니다.


현역 입대 예정 의대 휴학생
"배 타고 1시간씩 나와서 또 버스 타고 올라와서 (서울까지는) 왕복 열 몇 시간이 걸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섬 지역에 들어가서 1년을 거의 유배 생활을 해야 충청도나 이런 데로 다음 연도에 쓸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취약지 보건지소가 비어갑니다. 의사 없는 보건지소가 전남에서만 지난해 84곳에서
올해 126곳으로 늘었습니다. 10곳 중 6곳에 의사가 없는 셈입니다.


취약지에서는 공중보건의가 보건지소 서너 곳을 돌아다니며 진료하거나 원격진료도 시도합니다.


섬 주민들은 보건진료소마저 닫을까 걱정입니다.

윤숙자 / 전남 완도군 주민
"다른 것도 아닌 사람의 아픈 데를 책임질 수 있는 진료소 아닙니까. 동네 사람 (수가) 적다고 (진료소가) 없어도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갈수록 노령인구가 많아지는데 노인들은 자식들이 일일이 안 데리고 다니면 병원에 갈 수 없고 아파도 죽으나 사나 며칠씩 약을 구할 때까지는 참고 살아야 하고, 이런 어려움이 많죠."

전남 완도군. 50년 사이 인구가 3분의 1로 쪼그라든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역입니다. 완도에 신생아를 받는 의사는 37년차, 이제 70대가 된 전이양 원장 뿐입니다.


전이양 원장이 받는 아이는 1년에 한 자릿수, 분만실을 유지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전이양 / 전남 완도대성병원 원장
"지금 임계점이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미래의 문제는 우리한테는 굉장히 사치스러운 이야기예요. 당장에 지금, 월급 주면 이 달에도 2월 3월이 지금 우리 평균 수입 지출이 안 맞아서 마이너스 상황이 되다 보니까 임금 주는 데 굉장히 신경 써야 할 상황인데 이 정도에서 전혀 관심을 안 두고 내버려두면 1년이 아니라 그 안에도 어려움을 당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죠."


취재: 범기영
촬영: 오광택
영상편집: 성동혁
자료조사: 백은세
조연출: 최명호 김세빈

방송일시: 2025년 5월 13일(화) 밤10시 KBS1TV/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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