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전환사채,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됐나
입력 2025.05.20 (21:36)
수정 2025.05.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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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위산업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년 전과 비교해 14배가 넘습니다.
요즘 가장 분위기 좋은 상장사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고비가 있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주들이 반발했고, 금융당국도 거듭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세 번 시도한 끝에 다음 주 2조 3천억 원 유상증자가 확정됩니다.
이런 '대장주'조차 큰 논란이 될 정도로, 국내에서 유상증자는 '공공의 적'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주주에게서 투자금을 더 받는 정상적인 방법인데 왜 이렇게 냉대를 받는 걸까요.
툭하면 지뢰밭이 되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문제를 박찬, 황현규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리포트]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인 차바이오텍.
개인 주주 모임은 2년째 1인 시위 중입니다.
주가 하락이 발단이었지만, 유상증자 말 바꾸기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차바이오텍 당시 대표/2023년 12월/음성변조 : "사업 부분에서 벌어들인 캐시로 저희가 R&D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그런 구조를 4년 만에 만들었다…."]
R&D를 위한 유상증자는 안 한다더니, 지난해 말 회사는 R&D와 자회사 투자 등을 위한 2천억 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합니다.
금융감독원은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증권신고서를 6번 고치면서도 유증은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는 거의 30% 빠졌습니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주주 등에게 돈을 받고 파는 행위입니다.
주주에게 '더' 투자를 받았으니 사업이 잘되면 주주에게 '더' 돌려줘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국내 상장사 2천7백여 곳을 분석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4번 이상 유상증자를 한 기업은 22곳.
최다관왕은, 유상증자를 9번이나 한 기업 3곳입니다.
상위권엔 대기업도 있는데, CJ CGV와 제주항공이 4번씩.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했습니다.
하지만,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은 전무했습니다.
이익이 안 나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경영진들은 주주한테 돈을 더 빌려오는 거는 거의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자 주는 거는 원래 없는 거고 그럼 배당 안 주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은 없잖아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코스피는 3배 올랐습니다.
반면, 시가총액은 6배 뛰었습니다.
유상증자 등으로 새 주식을 계속 찍어 내다 보니, 시가총액이 뛰는데, 주가지수는 기는 괴리가 커집니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전혀 다릅니다.
시가총액이 오른 만큼 주가지수도 오릅니다.
회사는 부자여도 주주는 가난한 역설.
유상증자 남발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리포트]
유상증자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전환사채'입니다.
처음엔 채권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채권입니다.
의료기구 업체 세종메디칼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서 거래정지됩니다.
자본금 55억 원 회사에 결손금이 9백억 원 넘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거래정지 석 달 뒤,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기존 전환사채를 새 전환사채로 갚겠다는 거였는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가격'이 황당했습니다.
기존 전환사채는 주당 2,344원에 바꾸는 조건이었지만, 새 전환사채는 주당 100원이었습니다.
회사가 받은 투자금은 그대로인데, 찍어줘야 하는 주식 수는 23배가 된 겁니다.
[이OO/세종메디칼 주주 : "(전환사채) 횟수도 많고, 그 양·액수 자체도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 (지분이) 그렇게 희석이 돼 있거든요."]
'세종메디칼'은 최근 3년 전환사채를 9차례 발행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세번째로 많습니다.
잦아도 너무 잦은 전환사채로 이들 회사 주식 수는 많게는 100% 넘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은 앉아서 손해를 봤지만, 배당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환사채는 유상증자보다 발행이 쉽습니다.
경우에 따라 주주총회를 안 거쳐도 되고, 얼마에 주식으로 바꿔줄 지 등 핵심 내용도 회사가 정할 수 있어 주가 조작 통로로도 악용됩니다.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이 연루된 제약회사 보타바이오가 대표적입니다.
전환사채를 견 씨가 인수했다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2심까지 유죄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전환사채 발행을) 투명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하다 보니까, 엉뚱한 곳으로만 사용하다 보니까. 너무 인식이 안 좋다."]
최근 3년 간 전환사채를 1번 이상 발행한 상장사는 5백 40여 곳.
전체 10곳 중 2곳 꼴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 류재현/영상편집:박주연 최찬종/그래픽:고석훈 김지혜 여현수
방위산업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년 전과 비교해 14배가 넘습니다.
요즘 가장 분위기 좋은 상장사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고비가 있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주들이 반발했고, 금융당국도 거듭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세 번 시도한 끝에 다음 주 2조 3천억 원 유상증자가 확정됩니다.
이런 '대장주'조차 큰 논란이 될 정도로, 국내에서 유상증자는 '공공의 적'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주주에게서 투자금을 더 받는 정상적인 방법인데 왜 이렇게 냉대를 받는 걸까요.
툭하면 지뢰밭이 되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문제를 박찬, 황현규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리포트]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인 차바이오텍.
개인 주주 모임은 2년째 1인 시위 중입니다.
주가 하락이 발단이었지만, 유상증자 말 바꾸기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차바이오텍 당시 대표/2023년 12월/음성변조 : "사업 부분에서 벌어들인 캐시로 저희가 R&D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그런 구조를 4년 만에 만들었다…."]
R&D를 위한 유상증자는 안 한다더니, 지난해 말 회사는 R&D와 자회사 투자 등을 위한 2천억 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합니다.
금융감독원은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증권신고서를 6번 고치면서도 유증은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는 거의 30% 빠졌습니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주주 등에게 돈을 받고 파는 행위입니다.
주주에게 '더' 투자를 받았으니 사업이 잘되면 주주에게 '더' 돌려줘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국내 상장사 2천7백여 곳을 분석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4번 이상 유상증자를 한 기업은 22곳.
최다관왕은, 유상증자를 9번이나 한 기업 3곳입니다.
상위권엔 대기업도 있는데, CJ CGV와 제주항공이 4번씩.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했습니다.
하지만,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은 전무했습니다.
이익이 안 나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경영진들은 주주한테 돈을 더 빌려오는 거는 거의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자 주는 거는 원래 없는 거고 그럼 배당 안 주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은 없잖아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코스피는 3배 올랐습니다.
반면, 시가총액은 6배 뛰었습니다.
유상증자 등으로 새 주식을 계속 찍어 내다 보니, 시가총액이 뛰는데, 주가지수는 기는 괴리가 커집니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전혀 다릅니다.
시가총액이 오른 만큼 주가지수도 오릅니다.
회사는 부자여도 주주는 가난한 역설.
유상증자 남발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리포트]
유상증자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전환사채'입니다.
처음엔 채권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채권입니다.
의료기구 업체 세종메디칼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서 거래정지됩니다.
자본금 55억 원 회사에 결손금이 9백억 원 넘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거래정지 석 달 뒤,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기존 전환사채를 새 전환사채로 갚겠다는 거였는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가격'이 황당했습니다.
기존 전환사채는 주당 2,344원에 바꾸는 조건이었지만, 새 전환사채는 주당 100원이었습니다.
회사가 받은 투자금은 그대로인데, 찍어줘야 하는 주식 수는 23배가 된 겁니다.
[이OO/세종메디칼 주주 : "(전환사채) 횟수도 많고, 그 양·액수 자체도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 (지분이) 그렇게 희석이 돼 있거든요."]
'세종메디칼'은 최근 3년 전환사채를 9차례 발행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세번째로 많습니다.
잦아도 너무 잦은 전환사채로 이들 회사 주식 수는 많게는 100% 넘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은 앉아서 손해를 봤지만, 배당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환사채는 유상증자보다 발행이 쉽습니다.
경우에 따라 주주총회를 안 거쳐도 되고, 얼마에 주식으로 바꿔줄 지 등 핵심 내용도 회사가 정할 수 있어 주가 조작 통로로도 악용됩니다.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이 연루된 제약회사 보타바이오가 대표적입니다.
전환사채를 견 씨가 인수했다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2심까지 유죄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전환사채 발행을) 투명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하다 보니까, 엉뚱한 곳으로만 사용하다 보니까. 너무 인식이 안 좋다."]
최근 3년 간 전환사채를 1번 이상 발행한 상장사는 5백 40여 곳.
전체 10곳 중 2곳 꼴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 류재현/영상편집:박주연 최찬종/그래픽:고석훈 김지혜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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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5-20 21:36:47
- 수정2025-05-20 22:05:49

[앵커]
방위산업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년 전과 비교해 14배가 넘습니다.
요즘 가장 분위기 좋은 상장사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고비가 있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주들이 반발했고, 금융당국도 거듭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세 번 시도한 끝에 다음 주 2조 3천억 원 유상증자가 확정됩니다.
이런 '대장주'조차 큰 논란이 될 정도로, 국내에서 유상증자는 '공공의 적'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주주에게서 투자금을 더 받는 정상적인 방법인데 왜 이렇게 냉대를 받는 걸까요.
툭하면 지뢰밭이 되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문제를 박찬, 황현규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리포트]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인 차바이오텍.
개인 주주 모임은 2년째 1인 시위 중입니다.
주가 하락이 발단이었지만, 유상증자 말 바꾸기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차바이오텍 당시 대표/2023년 12월/음성변조 : "사업 부분에서 벌어들인 캐시로 저희가 R&D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그런 구조를 4년 만에 만들었다…."]
R&D를 위한 유상증자는 안 한다더니, 지난해 말 회사는 R&D와 자회사 투자 등을 위한 2천억 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합니다.
금융감독원은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증권신고서를 6번 고치면서도 유증은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는 거의 30% 빠졌습니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주주 등에게 돈을 받고 파는 행위입니다.
주주에게 '더' 투자를 받았으니 사업이 잘되면 주주에게 '더' 돌려줘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국내 상장사 2천7백여 곳을 분석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4번 이상 유상증자를 한 기업은 22곳.
최다관왕은, 유상증자를 9번이나 한 기업 3곳입니다.
상위권엔 대기업도 있는데, CJ CGV와 제주항공이 4번씩.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했습니다.
하지만,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은 전무했습니다.
이익이 안 나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경영진들은 주주한테 돈을 더 빌려오는 거는 거의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자 주는 거는 원래 없는 거고 그럼 배당 안 주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은 없잖아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코스피는 3배 올랐습니다.
반면, 시가총액은 6배 뛰었습니다.
유상증자 등으로 새 주식을 계속 찍어 내다 보니, 시가총액이 뛰는데, 주가지수는 기는 괴리가 커집니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전혀 다릅니다.
시가총액이 오른 만큼 주가지수도 오릅니다.
회사는 부자여도 주주는 가난한 역설.
유상증자 남발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리포트]
유상증자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전환사채'입니다.
처음엔 채권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채권입니다.
의료기구 업체 세종메디칼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서 거래정지됩니다.
자본금 55억 원 회사에 결손금이 9백억 원 넘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거래정지 석 달 뒤,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기존 전환사채를 새 전환사채로 갚겠다는 거였는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가격'이 황당했습니다.
기존 전환사채는 주당 2,344원에 바꾸는 조건이었지만, 새 전환사채는 주당 100원이었습니다.
회사가 받은 투자금은 그대로인데, 찍어줘야 하는 주식 수는 23배가 된 겁니다.
[이OO/세종메디칼 주주 : "(전환사채) 횟수도 많고, 그 양·액수 자체도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 (지분이) 그렇게 희석이 돼 있거든요."]
'세종메디칼'은 최근 3년 전환사채를 9차례 발행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세번째로 많습니다.
잦아도 너무 잦은 전환사채로 이들 회사 주식 수는 많게는 100% 넘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은 앉아서 손해를 봤지만, 배당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환사채는 유상증자보다 발행이 쉽습니다.
경우에 따라 주주총회를 안 거쳐도 되고, 얼마에 주식으로 바꿔줄 지 등 핵심 내용도 회사가 정할 수 있어 주가 조작 통로로도 악용됩니다.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이 연루된 제약회사 보타바이오가 대표적입니다.
전환사채를 견 씨가 인수했다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2심까지 유죄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전환사채 발행을) 투명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하다 보니까, 엉뚱한 곳으로만 사용하다 보니까. 너무 인식이 안 좋다."]
최근 3년 간 전환사채를 1번 이상 발행한 상장사는 5백 40여 곳.
전체 10곳 중 2곳 꼴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한빈 류재현/영상편집:박주연 최찬종/그래픽:고석훈 김지혜 여현수
방위산업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3년 전과 비교해 14배가 넘습니다.
요즘 가장 분위기 좋은 상장사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최근 고비가 있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주들이 반발했고, 금융당국도 거듭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세 번 시도한 끝에 다음 주 2조 3천억 원 유상증자가 확정됩니다.
이런 '대장주'조차 큰 논란이 될 정도로, 국내에서 유상증자는 '공공의 적'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주주에게서 투자금을 더 받는 정상적인 방법인데 왜 이렇게 냉대를 받는 걸까요.
툭하면 지뢰밭이 되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문제를 박찬, 황현규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리포트]
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인 차바이오텍.
개인 주주 모임은 2년째 1인 시위 중입니다.
주가 하락이 발단이었지만, 유상증자 말 바꾸기가 기름을 부었습니다.
[차바이오텍 당시 대표/2023년 12월/음성변조 : "사업 부분에서 벌어들인 캐시로 저희가 R&D를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그런 구조를 4년 만에 만들었다…."]
R&D를 위한 유상증자는 안 한다더니, 지난해 말 회사는 R&D와 자회사 투자 등을 위한 2천억 원대 유상증자를 발표합니다.
금융감독원은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증권신고서를 6번 고치면서도 유증은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유증 발표 이후 주가는 거의 30% 빠졌습니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주주 등에게 돈을 받고 파는 행위입니다.
주주에게 '더' 투자를 받았으니 사업이 잘되면 주주에게 '더' 돌려줘야 할 텐데, 과연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국내 상장사 2천7백여 곳을 분석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4번 이상 유상증자를 한 기업은 22곳.
최다관왕은, 유상증자를 9번이나 한 기업 3곳입니다.
상위권엔 대기업도 있는데, CJ CGV와 제주항공이 4번씩.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했습니다.
하지만,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은 전무했습니다.
이익이 안 나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창민/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경영진들은 주주한테 돈을 더 빌려오는 거는 거의 비용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자 주는 거는 원래 없는 거고 그럼 배당 안 주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은 없잖아요."]
2002년 이후 지금까지 코스피는 3배 올랐습니다.
반면, 시가총액은 6배 뛰었습니다.
유상증자 등으로 새 주식을 계속 찍어 내다 보니, 시가총액이 뛰는데, 주가지수는 기는 괴리가 커집니다.
반면, 미국 나스닥은 전혀 다릅니다.
시가총액이 오른 만큼 주가지수도 오릅니다.
회사는 부자여도 주주는 가난한 역설.
유상증자 남발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리포트]
유상증자보다 한술 더 뜨는 게 '전환사채'입니다.
처음엔 채권이지만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채권입니다.
의료기구 업체 세종메디칼은 지난해 3월 코스닥에서 거래정지됩니다.
자본금 55억 원 회사에 결손금이 9백억 원 넘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거래정지 석 달 뒤, 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합니다.
기존 전환사채를 새 전환사채로 갚겠다는 거였는데,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가격'이 황당했습니다.
기존 전환사채는 주당 2,344원에 바꾸는 조건이었지만, 새 전환사채는 주당 100원이었습니다.
회사가 받은 투자금은 그대로인데, 찍어줘야 하는 주식 수는 23배가 된 겁니다.
[이OO/세종메디칼 주주 : "(전환사채) 횟수도 많고, 그 양·액수 자체도 굉장히 컸거든요. 지금 (지분이) 그렇게 희석이 돼 있거든요."]
'세종메디칼'은 최근 3년 전환사채를 9차례 발행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세번째로 많습니다.
잦아도 너무 잦은 전환사채로 이들 회사 주식 수는 많게는 100% 넘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은 앉아서 손해를 봤지만, 배당 등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환사채는 유상증자보다 발행이 쉽습니다.
경우에 따라 주주총회를 안 거쳐도 되고, 얼마에 주식으로 바꿔줄 지 등 핵심 내용도 회사가 정할 수 있어 주가 조작 통로로도 악용됩니다.
배우 견미리 씨의 남편이 연루된 제약회사 보타바이오가 대표적입니다.
전환사채를 견 씨가 인수했다고 허위 공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2심까지 유죄입니다.
[박주근/리더스인덱스 대표 : "(전환사채 발행을) 투명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하다 보니까, 엉뚱한 곳으로만 사용하다 보니까. 너무 인식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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