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21세기에 보릿고개?”…일본서 쌀값 2배 되자 벌어진 일
입력 2025.05.22 (15:25)
수정 2025.05.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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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가 결국 책임자 경질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쌀 수급의 총책임자인 농림수산상이 어처구니없는 실언을 한 까닭인데요.
두 배로 치솟은 쌀값에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과 파장에 대해, 이랑 기자와 월드이슈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일본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급등했다는 소식,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 결국 쌀 수급 책임자가 경질됐군요?
[기자]
네 농림과 수산을 담당하는 장관이 어제 전격 경질됐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쌀값이 오른 것에 대한 책임을 졌다기보다는 본인의 '실언' 때문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에토 다쿠/농림수산상/지난 18일 : "저도 쌀은 사 본 적이 없습니다. 지지자분들이 많이 가져다주셔서, 내다 팔 정도로 집 창고에 있습니다."]
쌀 가격이 올라서 다들 걱정하는데, 본인은 쌀이 넘친다, 이렇게 자랑으로 들릴 말을 한 건데요.
자민당 행사에서 나온 장관의 황당한 발언에 일본 국민들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결국 3일 만에 사의를 표했는데, 바로 이시바 총리가 수리하면서 사실상 경질됐습니다.
[앵커]
일본 국민들 분노가 이 정도면 쌀값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쌀값이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이미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1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는데요.
이달 둘째 주 기준 슈퍼마켓에서 쌀 5㎏ 평균 가격은 4,268엔, 우리 돈 약 4만 천 원 정도로 또다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이 무렵엔 2,000엔 정도였는데요.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도 쌀을 주식으로 먹는데, 값이 두 배가 됐으니 당장 식탁 물가가 비상입니다.
[히로노리 카토/회사원 : "우동이나 소면 같은 면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쌀이 비싸져서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덮밥, 초밥 이런 외식 물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업한 지 104년 된 한 도시락 기업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쌀밥에 보리를 넣기 시작했는데요.
도시락값을 도저히 올릴 수가 없어서 짜낸 고육책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모내기 하기도 전에 못자리 판에 모가 고개를 든 것만 보고도 선계약이 이뤄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올해 나올 햅쌀을 두고 외식업체, 식당 등에서 입도선매에 나선 겁니다.
[쌀 구매 담당자 : "위기감을 갖고 가능한 한 일찍 쌀을 모아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차라리 쌀을 수입해 먹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요?
[기자]
네 아닌게 아니라, 일본 여행객들이 한국에 왔다가 쌀을 사 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들고 가기에는 무게가 상당한데도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다는 거죠.
[오사카다 마사코/일본인 관광객 : "일본 쌀하고 비교해서 한국 쌀이 지금 반값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서, 역시 싼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한국에 여행 왔다 쌀을 사 간다는 일본인의 SNS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쌀 공급을 늘려보고자, 한국 쌀, 미국 쌀 가리지 않고 수입하고 있어요.
1kg당 3천 원 넘는 관세가 붙어도 현재는 일본산보다는 싸기 때문인데요.
35년 만에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 쌀은 특히 인기입니다.
지난달 2톤, 이달 들어 10톤 등 두 차례 수출했는데, 금세 동이 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 쌀값이 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기자]
네 쌀값 급등세의 중심엔 일본 정부의 '쌀 생산 조정 정책'이 있습니다.
70년대부터 일본은 쌀 소비를 예측하고 인위적으로 쌀 공급을 조절해 왔는데요.
하지만 수요와 공급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맞춰놓은 탓에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일본에 닥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인데요.
이상 기후로 주요 쌀 생산지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은 줄어드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게 됐고요.
여기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까지 발동하면서 계속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역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문제인 건데, 이건, 쌀 재배에 시간이 걸리니 당장은 해결할 수 없잖아요?
일본 정부, 대책은 있는 건가요?
[기자]
일본 정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는 있습니다.
쌀 수입도 하고 지난달부터 정부 비축미 31만 톤을 긴급 방출했는데요.
문제는 소비자들이 아직 이 쌀을 구경도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방출한 21만 톤에서 10% 정도만 시중에 유통됐기 때문인데요.
비축한 쌀이 전국 곳곳에 저장돼 있어서 이걸 일단 모아야 하고, 도정 작업도 해야 하고, 그러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쌀 공급이 계속 줄면서 쌀값 급등이 올해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건데요.
이미 일본 농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겼고, 경작을 포기하는 면적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쌀 생산도 한 해가 다르게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제작:여현수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가 결국 책임자 경질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쌀 수급의 총책임자인 농림수산상이 어처구니없는 실언을 한 까닭인데요.
두 배로 치솟은 쌀값에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과 파장에 대해, 이랑 기자와 월드이슈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일본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급등했다는 소식,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 결국 쌀 수급 책임자가 경질됐군요?
[기자]
네 농림과 수산을 담당하는 장관이 어제 전격 경질됐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쌀값이 오른 것에 대한 책임을 졌다기보다는 본인의 '실언' 때문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에토 다쿠/농림수산상/지난 18일 : "저도 쌀은 사 본 적이 없습니다. 지지자분들이 많이 가져다주셔서, 내다 팔 정도로 집 창고에 있습니다."]
쌀 가격이 올라서 다들 걱정하는데, 본인은 쌀이 넘친다, 이렇게 자랑으로 들릴 말을 한 건데요.
자민당 행사에서 나온 장관의 황당한 발언에 일본 국민들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결국 3일 만에 사의를 표했는데, 바로 이시바 총리가 수리하면서 사실상 경질됐습니다.
[앵커]
일본 국민들 분노가 이 정도면 쌀값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쌀값이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이미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1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는데요.
이달 둘째 주 기준 슈퍼마켓에서 쌀 5㎏ 평균 가격은 4,268엔, 우리 돈 약 4만 천 원 정도로 또다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이 무렵엔 2,000엔 정도였는데요.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도 쌀을 주식으로 먹는데, 값이 두 배가 됐으니 당장 식탁 물가가 비상입니다.
[히로노리 카토/회사원 : "우동이나 소면 같은 면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쌀이 비싸져서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덮밥, 초밥 이런 외식 물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업한 지 104년 된 한 도시락 기업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쌀밥에 보리를 넣기 시작했는데요.
도시락값을 도저히 올릴 수가 없어서 짜낸 고육책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모내기 하기도 전에 못자리 판에 모가 고개를 든 것만 보고도 선계약이 이뤄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올해 나올 햅쌀을 두고 외식업체, 식당 등에서 입도선매에 나선 겁니다.
[쌀 구매 담당자 : "위기감을 갖고 가능한 한 일찍 쌀을 모아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차라리 쌀을 수입해 먹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요?
[기자]
네 아닌게 아니라, 일본 여행객들이 한국에 왔다가 쌀을 사 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들고 가기에는 무게가 상당한데도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다는 거죠.
[오사카다 마사코/일본인 관광객 : "일본 쌀하고 비교해서 한국 쌀이 지금 반값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서, 역시 싼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한국에 여행 왔다 쌀을 사 간다는 일본인의 SNS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쌀 공급을 늘려보고자, 한국 쌀, 미국 쌀 가리지 않고 수입하고 있어요.
1kg당 3천 원 넘는 관세가 붙어도 현재는 일본산보다는 싸기 때문인데요.
35년 만에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 쌀은 특히 인기입니다.
지난달 2톤, 이달 들어 10톤 등 두 차례 수출했는데, 금세 동이 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 쌀값이 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기자]
네 쌀값 급등세의 중심엔 일본 정부의 '쌀 생산 조정 정책'이 있습니다.
70년대부터 일본은 쌀 소비를 예측하고 인위적으로 쌀 공급을 조절해 왔는데요.
하지만 수요와 공급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맞춰놓은 탓에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일본에 닥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인데요.
이상 기후로 주요 쌀 생산지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은 줄어드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게 됐고요.
여기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까지 발동하면서 계속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역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문제인 건데, 이건, 쌀 재배에 시간이 걸리니 당장은 해결할 수 없잖아요?
일본 정부, 대책은 있는 건가요?
[기자]
일본 정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는 있습니다.
쌀 수입도 하고 지난달부터 정부 비축미 31만 톤을 긴급 방출했는데요.
문제는 소비자들이 아직 이 쌀을 구경도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방출한 21만 톤에서 10% 정도만 시중에 유통됐기 때문인데요.
비축한 쌀이 전국 곳곳에 저장돼 있어서 이걸 일단 모아야 하고, 도정 작업도 해야 하고, 그러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쌀 공급이 계속 줄면서 쌀값 급등이 올해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건데요.
이미 일본 농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겼고, 경작을 포기하는 면적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쌀 생산도 한 해가 다르게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제작: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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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5-22 15:25:49
- 수정2025-05-22 15:33:26

[앵커]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가 결국 책임자 경질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쌀 수급의 총책임자인 농림수산상이 어처구니없는 실언을 한 까닭인데요.
두 배로 치솟은 쌀값에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과 파장에 대해, 이랑 기자와 월드이슈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일본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급등했다는 소식,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 결국 쌀 수급 책임자가 경질됐군요?
[기자]
네 농림과 수산을 담당하는 장관이 어제 전격 경질됐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쌀값이 오른 것에 대한 책임을 졌다기보다는 본인의 '실언' 때문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에토 다쿠/농림수산상/지난 18일 : "저도 쌀은 사 본 적이 없습니다. 지지자분들이 많이 가져다주셔서, 내다 팔 정도로 집 창고에 있습니다."]
쌀 가격이 올라서 다들 걱정하는데, 본인은 쌀이 넘친다, 이렇게 자랑으로 들릴 말을 한 건데요.
자민당 행사에서 나온 장관의 황당한 발언에 일본 국민들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결국 3일 만에 사의를 표했는데, 바로 이시바 총리가 수리하면서 사실상 경질됐습니다.
[앵커]
일본 국민들 분노가 이 정도면 쌀값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쌀값이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이미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1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는데요.
이달 둘째 주 기준 슈퍼마켓에서 쌀 5㎏ 평균 가격은 4,268엔, 우리 돈 약 4만 천 원 정도로 또다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이 무렵엔 2,000엔 정도였는데요.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도 쌀을 주식으로 먹는데, 값이 두 배가 됐으니 당장 식탁 물가가 비상입니다.
[히로노리 카토/회사원 : "우동이나 소면 같은 면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쌀이 비싸져서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덮밥, 초밥 이런 외식 물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업한 지 104년 된 한 도시락 기업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쌀밥에 보리를 넣기 시작했는데요.
도시락값을 도저히 올릴 수가 없어서 짜낸 고육책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모내기 하기도 전에 못자리 판에 모가 고개를 든 것만 보고도 선계약이 이뤄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올해 나올 햅쌀을 두고 외식업체, 식당 등에서 입도선매에 나선 겁니다.
[쌀 구매 담당자 : "위기감을 갖고 가능한 한 일찍 쌀을 모아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차라리 쌀을 수입해 먹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요?
[기자]
네 아닌게 아니라, 일본 여행객들이 한국에 왔다가 쌀을 사 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들고 가기에는 무게가 상당한데도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다는 거죠.
[오사카다 마사코/일본인 관광객 : "일본 쌀하고 비교해서 한국 쌀이 지금 반값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서, 역시 싼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한국에 여행 왔다 쌀을 사 간다는 일본인의 SNS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쌀 공급을 늘려보고자, 한국 쌀, 미국 쌀 가리지 않고 수입하고 있어요.
1kg당 3천 원 넘는 관세가 붙어도 현재는 일본산보다는 싸기 때문인데요.
35년 만에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 쌀은 특히 인기입니다.
지난달 2톤, 이달 들어 10톤 등 두 차례 수출했는데, 금세 동이 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 쌀값이 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기자]
네 쌀값 급등세의 중심엔 일본 정부의 '쌀 생산 조정 정책'이 있습니다.
70년대부터 일본은 쌀 소비를 예측하고 인위적으로 쌀 공급을 조절해 왔는데요.
하지만 수요와 공급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맞춰놓은 탓에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일본에 닥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인데요.
이상 기후로 주요 쌀 생산지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은 줄어드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게 됐고요.
여기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까지 발동하면서 계속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역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문제인 건데, 이건, 쌀 재배에 시간이 걸리니 당장은 해결할 수 없잖아요?
일본 정부, 대책은 있는 건가요?
[기자]
일본 정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는 있습니다.
쌀 수입도 하고 지난달부터 정부 비축미 31만 톤을 긴급 방출했는데요.
문제는 소비자들이 아직 이 쌀을 구경도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방출한 21만 톤에서 10% 정도만 시중에 유통됐기 때문인데요.
비축한 쌀이 전국 곳곳에 저장돼 있어서 이걸 일단 모아야 하고, 도정 작업도 해야 하고, 그러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쌀 공급이 계속 줄면서 쌀값 급등이 올해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건데요.
이미 일본 농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겼고, 경작을 포기하는 면적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쌀 생산도 한 해가 다르게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영상편집:구자람 김주은/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제작:여현수
일본의 쌀값 폭등 사태가 결국 책임자 경질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쌀 수급의 총책임자인 농림수산상이 어처구니없는 실언을 한 까닭인데요.
두 배로 치솟은 쌀값에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과 파장에 대해, 이랑 기자와 월드이슈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일본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급등했다는 소식, 여러 차례 전해드렸는데, 결국 쌀 수급 책임자가 경질됐군요?
[기자]
네 농림과 수산을 담당하는 장관이 어제 전격 경질됐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쌀값이 오른 것에 대한 책임을 졌다기보다는 본인의 '실언' 때문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에토 다쿠/농림수산상/지난 18일 : "저도 쌀은 사 본 적이 없습니다. 지지자분들이 많이 가져다주셔서, 내다 팔 정도로 집 창고에 있습니다."]
쌀 가격이 올라서 다들 걱정하는데, 본인은 쌀이 넘친다, 이렇게 자랑으로 들릴 말을 한 건데요.
자민당 행사에서 나온 장관의 황당한 발언에 일본 국민들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결국 3일 만에 사의를 표했는데, 바로 이시바 총리가 수리하면서 사실상 경질됐습니다.
[앵커]
일본 국민들 분노가 이 정도면 쌀값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쌀값이 지난해부터 계속 오르고 있는 거죠?
[기자]
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이미 두 배를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말까지 17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는데요.
이달 둘째 주 기준 슈퍼마켓에서 쌀 5㎏ 평균 가격은 4,268엔, 우리 돈 약 4만 천 원 정도로 또다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이 무렵엔 2,000엔 정도였는데요.
우리도 그렇지만 일본도 쌀을 주식으로 먹는데, 값이 두 배가 됐으니 당장 식탁 물가가 비상입니다.
[히로노리 카토/회사원 : "우동이나 소면 같은 면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쌀이 비싸져서요."]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덮밥, 초밥 이런 외식 물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창업한 지 104년 된 한 도시락 기업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쌀밥에 보리를 넣기 시작했는데요.
도시락값을 도저히 올릴 수가 없어서 짜낸 고육책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모내기 하기도 전에 못자리 판에 모가 고개를 든 것만 보고도 선계약이 이뤄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올해 나올 햅쌀을 두고 외식업체, 식당 등에서 입도선매에 나선 겁니다.
[쌀 구매 담당자 : "위기감을 갖고 가능한 한 일찍 쌀을 모아 고객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이 정도면 차라리 쌀을 수입해 먹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한데요?
[기자]
네 아닌게 아니라, 일본 여행객들이 한국에 왔다가 쌀을 사 가는 웃지 못할 일까지 생기고 있는데요.
들고 가기에는 무게가 상당한데도 가격이 싸도 너무 싸다는 거죠.
[오사카다 마사코/일본인 관광객 : "일본 쌀하고 비교해서 한국 쌀이 지금 반값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서, 역시 싼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한국에 여행 왔다 쌀을 사 간다는 일본인의 SNS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쌀 공급을 늘려보고자, 한국 쌀, 미국 쌀 가리지 않고 수입하고 있어요.
1kg당 3천 원 넘는 관세가 붙어도 현재는 일본산보다는 싸기 때문인데요.
35년 만에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 쌀은 특히 인기입니다.
지난달 2톤, 이달 들어 10톤 등 두 차례 수출했는데, 금세 동이 났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 쌀값이 대체 왜 이렇게 오르는 건가요?
[기자]
네 쌀값 급등세의 중심엔 일본 정부의 '쌀 생산 조정 정책'이 있습니다.
70년대부터 일본은 쌀 소비를 예측하고 인위적으로 쌀 공급을 조절해 왔는데요.
하지만 수요와 공급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맞춰놓은 탓에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됐습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일본에 닥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인데요.
이상 기후로 주요 쌀 생산지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은 줄어드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게 됐고요.
여기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까지 발동하면서 계속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역시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문제인 건데, 이건, 쌀 재배에 시간이 걸리니 당장은 해결할 수 없잖아요?
일본 정부, 대책은 있는 건가요?
[기자]
일본 정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는 있습니다.
쌀 수입도 하고 지난달부터 정부 비축미 31만 톤을 긴급 방출했는데요.
문제는 소비자들이 아직 이 쌀을 구경도 못하고 있습니다.
먼저 방출한 21만 톤에서 10% 정도만 시중에 유통됐기 때문인데요.
비축한 쌀이 전국 곳곳에 저장돼 있어서 이걸 일단 모아야 하고, 도정 작업도 해야 하고, 그러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쌀 공급이 계속 줄면서 쌀값 급등이 올해만 벌어지는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건데요.
이미 일본 농가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겼고, 경작을 포기하는 면적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쌀 생산도 한 해가 다르게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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