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의료 폐기물 ‘급증’ 속 강원에 줄 잇는 ‘소각장’

입력 2025.05.22 (19:19) 수정 2025.05.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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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몇년 새 강원도 곳곳이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했는데요.

이에 따른 소각장 신설 계획이 가깝고, 땅값 싼 강원도로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초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시각, 한 대학병원 쓰레기장입니다.

방역복을 입은 수거업체 직원들이 끊임 없이 상자를 차에 싣습니다.

'감염주의'라고 돼 있습니다.

환자 치료에 쓰인 주사기나 붕대, 혈액 등이 담긴 의료폐기물입니다.

[의료폐기물 수거업자 : "하루에 한 차 이상 나와. 계속 싣고 와야 돼 날마다. 수술실이든가 중환자실 응급환자실 이런 데서 전부 나와요. 입원환자실에서도 나오고."]

한 시간도 안돼 5.5톤 트럭이 가득 찹니다.

수거차량이 떠난 뒤에도 창고에는 이렇게 수많은 의료폐기물 박스가 남아있습니다.

고령화 등 의료 수요가 늘면서 의료폐기물도 꾸준히 증가셉니다.

2023년, 배출량은 20만여 톤.

10년 새 35% 가까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발생과 처리의 불균형'입니다.

전국 배출량의 절반인 하루 300톤이 수도권에서 나오는데 정작 처리 시설은 3곳 뿐이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포화 상탭니다.

불똥은 농산어촌으로 튀었습니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에 소각장 건립 계획이 잇따르는 겁니다.

원주환경청 허가를 받은 계획만 원주, 횡성, 춘천, 강릉 등 4곳입니다.

[이영혁/소각장 추진 업체 이사 :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이 이제 전국적으로 많이 여유가 없는 편입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폐기물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고. 강원도에는 처리 시설이 또 한 군데도 없습니다."]

주민들은 반발합니다.

무엇보다 감염이나 환경오염을 걱정합니다.

[정명구/춘천 동산면 이장협의회장 : "주민들 지금 생애에 건강하게 사시는 거 그것만 바라고 있는 거죠. 더군다나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공해, 그 다음에 대기 오염 같은 심각한 피해가 올 수 있죠."]

형평성 문제도 나옵니다.

강원도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은 전체의 3%도 안되는데, 왜 수도권 폐기물까지 떠안느냐는 겁니다.

[김명기/횡성군수/지난달 : "발생하는 곳에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횡성에서 발생하지 않은 폐기물을 횡성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상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은 관련법에 따라 발생지에서 처리하는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의료폐기물 등 사업장 폐기물은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험성이 더 높은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 "영리업체들이 하는 사업이다보니까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남발될 우려도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폐기물도 동일하게 공공이 책임을 지고 또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 가지고."]

실제로 경상북도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잇따라 들어선 뒤, 주민 피해가 이어지자 의료폐기물에 지방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촬영기자:고명기·김남범·이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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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의료 폐기물 ‘급증’ 속 강원에 줄 잇는 ‘소각장’
    • 입력 2025-05-22 19:19:13
    • 수정2025-05-22 20:03:43
    뉴스7(춘천)
[앵커]

최근 몇년 새 강원도 곳곳이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했는데요.

이에 따른 소각장 신설 계획이 가깝고, 땅값 싼 강원도로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초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새벽 시각, 한 대학병원 쓰레기장입니다.

방역복을 입은 수거업체 직원들이 끊임 없이 상자를 차에 싣습니다.

'감염주의'라고 돼 있습니다.

환자 치료에 쓰인 주사기나 붕대, 혈액 등이 담긴 의료폐기물입니다.

[의료폐기물 수거업자 : "하루에 한 차 이상 나와. 계속 싣고 와야 돼 날마다. 수술실이든가 중환자실 응급환자실 이런 데서 전부 나와요. 입원환자실에서도 나오고."]

한 시간도 안돼 5.5톤 트럭이 가득 찹니다.

수거차량이 떠난 뒤에도 창고에는 이렇게 수많은 의료폐기물 박스가 남아있습니다.

고령화 등 의료 수요가 늘면서 의료폐기물도 꾸준히 증가셉니다.

2023년, 배출량은 20만여 톤.

10년 새 35% 가까이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발생과 처리의 불균형'입니다.

전국 배출량의 절반인 하루 300톤이 수도권에서 나오는데 정작 처리 시설은 3곳 뿐이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포화 상탭니다.

불똥은 농산어촌으로 튀었습니다.

["물러가라! 물러가라!"]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에 소각장 건립 계획이 잇따르는 겁니다.

원주환경청 허가를 받은 계획만 원주, 횡성, 춘천, 강릉 등 4곳입니다.

[이영혁/소각장 추진 업체 이사 :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이 이제 전국적으로 많이 여유가 없는 편입니다. 코로나 시절에는 폐기물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고. 강원도에는 처리 시설이 또 한 군데도 없습니다."]

주민들은 반발합니다.

무엇보다 감염이나 환경오염을 걱정합니다.

[정명구/춘천 동산면 이장협의회장 : "주민들 지금 생애에 건강하게 사시는 거 그것만 바라고 있는 거죠. 더군다나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온다면 공해, 그 다음에 대기 오염 같은 심각한 피해가 올 수 있죠."]

형평성 문제도 나옵니다.

강원도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은 전체의 3%도 안되는데, 왜 수도권 폐기물까지 떠안느냐는 겁니다.

[김명기/횡성군수/지난달 : "발생하는 곳에서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 횡성에서 발생하지 않은 폐기물을 횡성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상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은 관련법에 따라 발생지에서 처리하는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의료폐기물 등 사업장 폐기물은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험성이 더 높은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 "영리업체들이 하는 사업이다보니까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남발될 우려도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폐기물도 동일하게 공공이 책임을 지고 또 발생지 책임의 원칙을 적용해 가지고."]

실제로 경상북도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잇따라 들어선 뒤, 주민 피해가 이어지자 의료폐기물에 지방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촬영기자:고명기·김남범·이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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