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 브라질산 닭 수입금지…치킨 값 오르나? [뉴스in뉴스]

입력 2025.05.23 (12:32) 수정 2025.05.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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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 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인데, 국내 닭고기 수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경제산업부 김채린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브라질산 닭에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15일 브라질의 남부에 있는 히우그란지두술 주의 한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습니다.

이 양계장에선 닭 1만 7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90% 이상이 고병원성 AI로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브라질의 상업용 가금류 사육 시설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유럽연합, 캐나다 등 약 20개 나라가 위생 협정에 따라, 브라질산 가금류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앵커]

브라질도 수출길이 막혔으니 문제겠지만, 수입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라질이 세계 최대의 닭고기 수출국이기 때문인데요.

닭고기 공급망에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요.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닭고기 중 86%가 브라질에서 왔고,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닭고기의 20% 가까이가 브라질산이었습니다.

가격이 국내산의 60~70%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가 크기가 크고 살이 많아서 활용도가 높기 떄문입니다.

순살 치킨이나 닭강정, 깐풍기, 닭꼬치 이런 음식들 만들 때 브라질산 닭고기가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일상적으로 먹는 메뉴들이라 실생활 영향이 클 거 같은데 당장 치킨 먹기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요?

[기자]

우리나라의 닭고기 자급율은 80%를 넘는 수준이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일단 많은데요.

다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브라질산 닭고기를 대체할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보니, 관련 업계에선 이미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순살 치킨을 주로 판매하는 한 치킨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국내에 남아 있는 브라질산 물량을 선점하려고 전 직원이 뛰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수입 금지 조치가 언제까지 갈지 불확실하고, 수입이 재개된다하더라도 브라질에서 우리나라까지 닭고기가 들어오는 데 두 달은 걸리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재료가 없어 장사 못하는 일이 실제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정부는 국내 주요 수입업체들이 2~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브라질산 닭 물량을 비축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

근데 순살 치킨은 프랜차이즈 말고 작게 개인 장사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가게들 사정은 더 심각한데요.

실제로 도매로 1kg에 4~5천 원대에 받아오던 브라질산 계육 가격이 이번주 들어 7~8천 원까지 뛰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만난 한 닭강정집 사장님은, 국산 순살로만 장사를 하고 있는데도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들어보시죠.

[닭강정 가게 사장/음성변조 : "거래처 사장님이랑 통화를 했거든요. 물어보니까 '사장님, 이번 주에 가능하면 최대한 많이 시키세요. 다음 주에 (가격이) 또 오를 거래요' 이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버티려면 (제품) 가격을 올려야 되는데, 올리면 또 주문율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지금 당장으로서는 답이 없어요."]

[앵커]

이런 식이면 결국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치킨 가격도 더 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사태가 길어지면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산 닭고기 가격까지 덩달아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인데요.

BBQ, bhc, 교촌처럼 국산 닭고기를 주로 쓰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나 가공식품 업체들은 국산으로 수요가 몰릴까봐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 국산 생닭이 부족해 가맹점에 충분히 공급을 못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문제가 가중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교촌 치킨은 최근 부분육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 주력 메뉴인 콤보 제품의 닭다리 수를 4개에서 3개로 줄이고 날개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까지 국내 닭고기 공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줄었는데요.

그러는 동안 닭고기 도매가격은 올 2월 1kg당 3천4백원 대에서 지난달 3천8백원 대로 이미 10% 넘게 뛰었습니다.

[앵커]

안그래도 식품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데 걱정이네요.

정부에선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 오전에 크게 세 가지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우선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은 브라질의 다른 지역에서는 닭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주에 한해서만 가금류 제품 수입을 중단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계속 닭고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 국내 닭고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부화된 병아리를 축산 농가로 이동시키는 입식을 늘리고, 육용 종계의 생산 기한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더해 닭고기 수입업체에 재고 물량을 쌓아두지 말고 이번 수입 금지 조치 기간 중에 시장에 풀도록 적극 독려하고, 남품 단가 인상도 자제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이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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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발생’ 브라질산 닭 수입금지…치킨 값 오르나? [뉴스in뉴스]
    • 입력 2025-05-23 12:32:02
    • 수정2025-05-23 14: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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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 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인데, 국내 닭고기 수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경제산업부 김채린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브라질산 닭에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 15일 브라질의 남부에 있는 히우그란지두술 주의 한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습니다.

이 양계장에선 닭 1만 7천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90% 이상이 고병원성 AI로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브라질의 상업용 가금류 사육 시설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유럽연합, 캐나다 등 약 20개 나라가 위생 협정에 따라, 브라질산 가금류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앵커]

브라질도 수출길이 막혔으니 문제겠지만, 수입국 입장에서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라질이 세계 최대의 닭고기 수출국이기 때문인데요.

닭고기 공급망에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요.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닭고기 중 86%가 브라질에서 왔고,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닭고기의 20% 가까이가 브라질산이었습니다.

가격이 국내산의 60~70%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가 크기가 크고 살이 많아서 활용도가 높기 떄문입니다.

순살 치킨이나 닭강정, 깐풍기, 닭꼬치 이런 음식들 만들 때 브라질산 닭고기가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일상적으로 먹는 메뉴들이라 실생활 영향이 클 거 같은데 당장 치킨 먹기 힘들어지는 건 아닌가요?

[기자]

우리나라의 닭고기 자급율은 80%를 넘는 수준이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일단 많은데요.

다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브라질산 닭고기를 대체할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보니, 관련 업계에선 이미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순살 치킨을 주로 판매하는 한 치킨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국내에 남아 있는 브라질산 물량을 선점하려고 전 직원이 뛰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수입 금지 조치가 언제까지 갈지 불확실하고, 수입이 재개된다하더라도 브라질에서 우리나라까지 닭고기가 들어오는 데 두 달은 걸리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재료가 없어 장사 못하는 일이 실제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겁니다.

정부는 국내 주요 수입업체들이 2~3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는 브라질산 닭 물량을 비축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앵커]

근데 순살 치킨은 프랜차이즈 말고 작게 개인 장사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가게들 사정은 더 심각한데요.

실제로 도매로 1kg에 4~5천 원대에 받아오던 브라질산 계육 가격이 이번주 들어 7~8천 원까지 뛰었다고 합니다.

저희가 만난 한 닭강정집 사장님은, 국산 순살로만 장사를 하고 있는데도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금지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들어보시죠.

[닭강정 가게 사장/음성변조 : "거래처 사장님이랑 통화를 했거든요. 물어보니까 '사장님, 이번 주에 가능하면 최대한 많이 시키세요. 다음 주에 (가격이) 또 오를 거래요' 이렇게 얘기를 하셨어요. 버티려면 (제품) 가격을 올려야 되는데, 올리면 또 주문율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지금 당장으로서는 답이 없어요."]

[앵커]

이런 식이면 결국 소비자들이 내야 하는 치킨 가격도 더 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사태가 길어지면 가격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산 닭고기 가격까지 덩달아 크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인데요.

BBQ, bhc, 교촌처럼 국산 닭고기를 주로 쓰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나 가공식품 업체들은 국산으로 수요가 몰릴까봐 사태를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 국산 생닭이 부족해 가맹점에 충분히 공급을 못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문제가 가중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교촌 치킨은 최근 부분육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 주력 메뉴인 콤보 제품의 닭다리 수를 4개에서 3개로 줄이고 날개로 대체하기도 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까지 국내 닭고기 공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줄었는데요.

그러는 동안 닭고기 도매가격은 올 2월 1kg당 3천4백원 대에서 지난달 3천8백원 대로 이미 10% 넘게 뛰었습니다.

[앵커]

안그래도 식품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는데 걱정이네요.

정부에선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오늘 오전에 크게 세 가지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우선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은 브라질의 다른 지역에서는 닭고기를 수입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브라질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주에 한해서만 가금류 제품 수입을 중단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계속 닭고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 국내 닭고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부화된 병아리를 축산 농가로 이동시키는 입식을 늘리고, 육용 종계의 생산 기한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더해 닭고기 수입업체에 재고 물량을 쌓아두지 말고 이번 수입 금지 조치 기간 중에 시장에 풀도록 적극 독려하고, 남품 단가 인상도 자제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이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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