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미국의 힘은 대학서 나온다?’…하버드대 압박에 ‘옛말’ 될 듯

입력 2025.05.26 (15:24) 수정 2025.05.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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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 차단 조치에 맞서, 대학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유학생들이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학생 이름과 국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요.

연이은 하버드 때리기에 미 대학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국제부 금철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지난 주말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잖아요.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또 짐을 싸야 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거라고 봐도 될까요?

[기자]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23일 국토안보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 인증 취소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하버드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하버드대의 설명 논리가 타당했다고 본 것이죠.

학생들이 일단 짐을 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쉬지 않고 또 하버드대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현지 시각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왜 하버드는 전체 학생의 31퍼센트가 외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냐"고 한 것인데요.

몇몇 나라는 미국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이라면서 외국인 학생들의 이름과 국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란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최악의 상황은 피했어도, 미국 정부의 압박 조치는 계속되는 형국이군요.

앞으로 대학 당국이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법원이 내린 결정은 국토안보부가 국가 안보 위협 등의 이유로 내린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에 대한 취소 효력만을 중단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22억 달러의 연방 연구 자금을 동결한 조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죠.

트럼프 행정부는 4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도 취소했는데, 이 조치도 계속됩니다.

하버드대는 앞으로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이죠.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하버드대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가 6억 8천만 달러로 전체 연구비의 68퍼센트를 차지했던 만큼, 정부 지원이 끊기면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앵커]

대학 교육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그렇게 크다는 건데, 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버드대를 압박하고 나선 겁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티 놈/미국 국토안보부 장관/22일/폭스 뉴스 인터뷰 : "이 결과는 하버드대가 자초한 겁니다. 하버드대는 교내에서의 폭력적 활동을 조장하고 허용해 왔습니다."]

둘째는 수십억 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정부 통제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정 부분 정부가 인사권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셋째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제 학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하버드 전체 학생 2만 4천 명 가운데 외국인 학생은 6천8백 명인데, 이 중 1200명 정도가 중국 유학생입니다.

전체 외국인 학생 가운데 18퍼센트, 하버드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는 5퍼센트에 달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중국 유학생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단순히 하버드에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재 미국 내 다른 대학들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다른 대학들도 초긴장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정부의 조치 하나만으로 해외 학생 등록이 차단될 수 있단 하버드대 사례를 보면서, 미국 주요 대학의 지도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의 샐리 콘블루스 총장도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재의 타깃은 하버드대이지만, 곧 미국의 모든 주요 대학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한마디로 다른 대학들도 정부 말을 곱게 들으라는 것이죠.

이번 조치가 중국 견제 등 여러 포석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인재들의 허브로서 미국 명문대의 위상은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이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면 '미국의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뿐 아니라 대학에서 나온다'는 평가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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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이슈] ‘미국의 힘은 대학서 나온다?’…하버드대 압박에 ‘옛말’ 될 듯
    • 입력 2025-05-26 15:24:58
    • 수정2025-05-26 15: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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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등록 차단 조치에 맞서, 대학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습니다.

유학생들이 한숨 돌리기도 전에,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학생 이름과 국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는데요.

연이은 하버드 때리기에 미 대학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월드이슈에서 국제부 금철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지난 주말 미국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잖아요.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또 짐을 싸야 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거라고 봐도 될까요?

[기자]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은 지난 23일 국토안보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 인증 취소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하버드대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하버드대의 설명 논리가 타당했다고 본 것이죠.

학생들이 일단 짐을 싸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쉬지 않고 또 하버드대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현지 시각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왜 하버드는 전체 학생의 31퍼센트가 외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냐"고 한 것인데요.

몇몇 나라는 미국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이라면서 외국인 학생들의 이름과 국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여기서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란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최악의 상황은 피했어도, 미국 정부의 압박 조치는 계속되는 형국이군요.

앞으로 대학 당국이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되지는 않을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법원이 내린 결정은 국토안보부가 국가 안보 위협 등의 이유로 내린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에 대한 취소 효력만을 중단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22억 달러의 연방 연구 자금을 동결한 조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죠.

트럼프 행정부는 4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도 취소했는데, 이 조치도 계속됩니다.

하버드대는 앞으로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것이죠.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하버드대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가 6억 8천만 달러로 전체 연구비의 68퍼센트를 차지했던 만큼, 정부 지원이 끊기면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앵커]

대학 교육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그렇게 크다는 건데, 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하버드대를 압박하고 나선 겁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학 내 반유대주의를 근절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티 놈/미국 국토안보부 장관/22일/폭스 뉴스 인터뷰 : "이 결과는 하버드대가 자초한 겁니다. 하버드대는 교내에서의 폭력적 활동을 조장하고 허용해 왔습니다."]

둘째는 수십억 달러의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 정부 통제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일정 부분 정부가 인사권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셋째로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제 학생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하버드 전체 학생 2만 4천 명 가운데 외국인 학생은 6천8백 명인데, 이 중 1200명 정도가 중국 유학생입니다.

전체 외국인 학생 가운데 18퍼센트, 하버드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는 5퍼센트에 달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중국 유학생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단순히 하버드에 그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재 미국 내 다른 대학들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다른 대학들도 초긴장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정부의 조치 하나만으로 해외 학생 등록이 차단될 수 있단 하버드대 사례를 보면서, 미국 주요 대학의 지도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의 샐리 콘블루스 총장도 "연방정부가 하버드대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현재의 타깃은 하버드대이지만, 곧 미국의 모든 주요 대학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를 묻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는데요.

한마디로 다른 대학들도 정부 말을 곱게 들으라는 것이죠.

이번 조치가 중국 견제 등 여러 포석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 인재들의 허브로서 미국 명문대의 위상은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이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산한다면 '미국의 힘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뿐 아니라 대학에서 나온다'는 평가도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김주은 이은빈/자료조사:이장미/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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