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못 타는 장애인콜택시가 있다?…“‘헌법불합치’도 無소용” [취재후]
입력 2025.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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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김율만 씨는 24시간 누워서 지내야 하는 '와상장애인' 입니다. 앉아서 탑승하는 '표준형 휠체어' 이용이 어렵습니다. 이동할 때도 누워서 가는 '침대형 휠체어'를 탑니다.
이동이 불편한 여느 장애인이 그렇듯, 와상장애인의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장애인 콜택시'입니다.
하지만 이마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김 씨를 만나서 직접 콜택시를 불러봤습니다.
콜택시 탑승을 기다리는 김율만 씨
■ 콜택시에 '구겨지듯' 들어간 와상장애인…안전 괜찮나?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 '와상장애인용 차량' 배차를 요청하니, "와상 차량은 몇 대 없어서, 배차까지 1시간 훨씬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기다리겠다고 하자, "이 차량도 사실 휠체어를 최대 45도 정도만 젖힐 수 있고, 완전히 누워가실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반 장애인 콜택시보다 조금 더 공간이 넓을 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와상장애인도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 차량 10대를 운영하는 거였습니다.
결국 일반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김 씨가 와상장애인임을 확인한 운전기사는 곧 뒷좌석 의자를 앞으로 더 당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김 씨는 아슬아슬하게 콜택시 안에 '구겨지듯' 탑승했습니다. 접촉 사고라도 나면 곧바로 머리 부분이 다칠 우려가 있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중증 장애인을 위해 보다 강력한 안전 기준 적용이 필요한 겁니다.
콜택시에 탑승한 김율만 씨
경기도에 사는 이건창 씨도 마찬가집니다.
평소처럼 휠체어를 모두 핀 상태에서는 콜택시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경사를 조금 조정해서 이 씨의 상체를 들어야 문이 닫혔습니다.
장애 특성상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운 몸인데, 택시를 타기 위해 억지로 맞추다 보니 늘 "허리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취재진과 대화하는 이건창 씨
■"국가 의무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려워"…헌재 판단 이유는?
2년 전 헌법재판소는 '표준형 휠체어로만 장애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건 평등권에 침해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전까지 교통약자법상 장애인 콜택시의 안전 규정에는 '표준형 휠체어'만 적용됐습니다. '침대형 휠체어'를 쓰는 시민들은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헌재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 법령 바뀌었지만…도입된 지자체는 '0곳'
헌재 판결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와상장애인도 마음 놓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현장 변화는 더딥니다. 이런 콜택시를 도입한 지자체,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확보, 차량 개조 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 인권위 "지자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
그 사이, 국가인권위원회도 17개 광역 지자체장에게 "와상장애인용 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보급될 때까지 이동편의 제공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보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결정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인권위는 "와상장애인에 대한 이동 편의는 생존을 위한 기본권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라고 봤습니다.
인권위 진정을 주도한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그간 변화가 느렸던 이유는 국가와 담당 지자체의 소극 행정 때문이었다"라며 "이제라도 자치단체들이 인권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국토부 "올해 안에 9대 도입…와상장애인 공식 통계는 없어"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 필요에 맞게 올해 안에 와상장애인용 콜택시 9대를 먼저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국토부에서 추산한 전국 와상장애인 수는 1,600명 정도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다른 자료를 통해 추측할 뿐, 공식 통계는 없는 실정입니다.
국토부는 차량 도입에 8억 천만 원, 운영비 지원에 3억 6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와 국토부가 반반씩 부담합니다.
취재진과 대화하는 김율만 씨
김율만 씨는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로 취재진에게 답했습니다.
"지인들과 약속 있을 때 (자유롭게) 못 갔었는데, 콜택시가 늘어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도 여행을 못 가봤는데,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박한 김 씨의 바람, 연말에는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그래픽: 조은수
[연관 기사] 와상 장애인은 타기 어려운 장애인콜택시?…인권위 “개선해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68507
이동이 불편한 여느 장애인이 그렇듯, 와상장애인의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장애인 콜택시'입니다.
하지만 이마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김 씨를 만나서 직접 콜택시를 불러봤습니다.

■ 콜택시에 '구겨지듯' 들어간 와상장애인…안전 괜찮나?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 '와상장애인용 차량' 배차를 요청하니, "와상 차량은 몇 대 없어서, 배차까지 1시간 훨씬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기다리겠다고 하자, "이 차량도 사실 휠체어를 최대 45도 정도만 젖힐 수 있고, 완전히 누워가실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반 장애인 콜택시보다 조금 더 공간이 넓을 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와상장애인도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 차량 10대를 운영하는 거였습니다.
결국 일반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김 씨가 와상장애인임을 확인한 운전기사는 곧 뒷좌석 의자를 앞으로 더 당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김 씨는 아슬아슬하게 콜택시 안에 '구겨지듯' 탑승했습니다. 접촉 사고라도 나면 곧바로 머리 부분이 다칠 우려가 있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중증 장애인을 위해 보다 강력한 안전 기준 적용이 필요한 겁니다.

경기도에 사는 이건창 씨도 마찬가집니다.
평소처럼 휠체어를 모두 핀 상태에서는 콜택시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경사를 조금 조정해서 이 씨의 상체를 들어야 문이 닫혔습니다.
장애 특성상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운 몸인데, 택시를 타기 위해 억지로 맞추다 보니 늘 "허리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국가 의무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려워"…헌재 판단 이유는?
2년 전 헌법재판소는 '표준형 휠체어로만 장애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건 평등권에 침해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전까지 교통약자법상 장애인 콜택시의 안전 규정에는 '표준형 휠체어'만 적용됐습니다. '침대형 휠체어'를 쓰는 시민들은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헌재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침대형 휠체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은 특수한 설비가 갖춰진 차량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표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고정설비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 설비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누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 2023.05.25 헌법재판소 판결 |
■ 법령 바뀌었지만…도입된 지자체는 '0곳'
헌재 판결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와상장애인도 마음 놓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현장 변화는 더딥니다. 이런 콜택시를 도입한 지자체,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확보, 차량 개조 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 인권위 "지자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
그 사이, 국가인권위원회도 17개 광역 지자체장에게 "와상장애인용 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보급될 때까지 이동편의 제공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보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결정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인권위는 "와상장애인에 대한 이동 편의는 생존을 위한 기본권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라고 봤습니다.
특별교통수단의 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우선 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제작·인증되어야 하고,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철저한 검증과 수회에 걸친 시험 운전, 관련자 교육 및 종사자의 훈련 등을 통한 숙련도의 향상 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행규칙 개정의 효과를 즉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와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구급차 등의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정 기준이 적용된 특별교통수단의 실질적인 보급·확산이 없는 공백기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와상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특별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보급되는 때까지 적절하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 (2025.3.17.) |
인권위 진정을 주도한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그간 변화가 느렸던 이유는 국가와 담당 지자체의 소극 행정 때문이었다"라며 "이제라도 자치단체들이 인권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국토부 "올해 안에 9대 도입…와상장애인 공식 통계는 없어"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 필요에 맞게 올해 안에 와상장애인용 콜택시 9대를 먼저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국토부에서 추산한 전국 와상장애인 수는 1,600명 정도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다른 자료를 통해 추측할 뿐, 공식 통계는 없는 실정입니다.
국토부는 차량 도입에 8억 천만 원, 운영비 지원에 3억 6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와 국토부가 반반씩 부담합니다.

김율만 씨는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로 취재진에게 답했습니다.
"지인들과 약속 있을 때 (자유롭게) 못 갔었는데, 콜택시가 늘어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도 여행을 못 가봤는데,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박한 김 씨의 바람, 연말에는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그래픽: 조은수
[연관 기사] 와상 장애인은 타기 어려운 장애인콜택시?…인권위 “개선해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6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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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이 못 타는 장애인콜택시가 있다?…“‘헌법불합치’도 無소용”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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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6-01 07:00:50
뇌병변장애인 김율만 씨는 24시간 누워서 지내야 하는 '와상장애인' 입니다. 앉아서 탑승하는 '표준형 휠체어' 이용이 어렵습니다. 이동할 때도 누워서 가는 '침대형 휠체어'를 탑니다.
이동이 불편한 여느 장애인이 그렇듯, 와상장애인의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장애인 콜택시'입니다.
하지만 이마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김 씨를 만나서 직접 콜택시를 불러봤습니다.

■ 콜택시에 '구겨지듯' 들어간 와상장애인…안전 괜찮나?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 '와상장애인용 차량' 배차를 요청하니, "와상 차량은 몇 대 없어서, 배차까지 1시간 훨씬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기다리겠다고 하자, "이 차량도 사실 휠체어를 최대 45도 정도만 젖힐 수 있고, 완전히 누워가실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반 장애인 콜택시보다 조금 더 공간이 넓을 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와상장애인도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 차량 10대를 운영하는 거였습니다.
결국 일반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김 씨가 와상장애인임을 확인한 운전기사는 곧 뒷좌석 의자를 앞으로 더 당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김 씨는 아슬아슬하게 콜택시 안에 '구겨지듯' 탑승했습니다. 접촉 사고라도 나면 곧바로 머리 부분이 다칠 우려가 있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중증 장애인을 위해 보다 강력한 안전 기준 적용이 필요한 겁니다.

경기도에 사는 이건창 씨도 마찬가집니다.
평소처럼 휠체어를 모두 핀 상태에서는 콜택시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경사를 조금 조정해서 이 씨의 상체를 들어야 문이 닫혔습니다.
장애 특성상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운 몸인데, 택시를 타기 위해 억지로 맞추다 보니 늘 "허리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국가 의무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려워"…헌재 판단 이유는?
2년 전 헌법재판소는 '표준형 휠체어로만 장애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건 평등권에 침해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전까지 교통약자법상 장애인 콜택시의 안전 규정에는 '표준형 휠체어'만 적용됐습니다. '침대형 휠체어'를 쓰는 시민들은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헌재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 법령 바뀌었지만…도입된 지자체는 '0곳'
헌재 판결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와상장애인도 마음 놓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현장 변화는 더딥니다. 이런 콜택시를 도입한 지자체,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확보, 차량 개조 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 인권위 "지자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
그 사이, 국가인권위원회도 17개 광역 지자체장에게 "와상장애인용 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보급될 때까지 이동편의 제공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보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결정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인권위는 "와상장애인에 대한 이동 편의는 생존을 위한 기본권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라고 봤습니다.
인권위 진정을 주도한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그간 변화가 느렸던 이유는 국가와 담당 지자체의 소극 행정 때문이었다"라며 "이제라도 자치단체들이 인권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국토부 "올해 안에 9대 도입…와상장애인 공식 통계는 없어"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 필요에 맞게 올해 안에 와상장애인용 콜택시 9대를 먼저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국토부에서 추산한 전국 와상장애인 수는 1,600명 정도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다른 자료를 통해 추측할 뿐, 공식 통계는 없는 실정입니다.
국토부는 차량 도입에 8억 천만 원, 운영비 지원에 3억 6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와 국토부가 반반씩 부담합니다.

김율만 씨는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로 취재진에게 답했습니다.
"지인들과 약속 있을 때 (자유롭게) 못 갔었는데, 콜택시가 늘어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도 여행을 못 가봤는데,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박한 김 씨의 바람, 연말에는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그래픽: 조은수
[연관 기사] 와상 장애인은 타기 어려운 장애인콜택시?…인권위 “개선해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68507
이동이 불편한 여느 장애인이 그렇듯, 와상장애인의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장애인 콜택시'입니다.
하지만 이마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김 씨를 만나서 직접 콜택시를 불러봤습니다.

■ 콜택시에 '구겨지듯' 들어간 와상장애인…안전 괜찮나?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콜센터에 '와상장애인용 차량' 배차를 요청하니, "와상 차량은 몇 대 없어서, 배차까지 1시간 훨씬 넘게 걸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기다리겠다고 하자, "이 차량도 사실 휠체어를 최대 45도 정도만 젖힐 수 있고, 완전히 누워가실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반 장애인 콜택시보다 조금 더 공간이 넓을 뿐,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와상장애인도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 차량 10대를 운영하는 거였습니다.
결국 일반 장애인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김 씨가 와상장애인임을 확인한 운전기사는 곧 뒷좌석 의자를 앞으로 더 당겨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김 씨는 아슬아슬하게 콜택시 안에 '구겨지듯' 탑승했습니다. 접촉 사고라도 나면 곧바로 머리 부분이 다칠 우려가 있었습니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한 중증 장애인을 위해 보다 강력한 안전 기준 적용이 필요한 겁니다.

경기도에 사는 이건창 씨도 마찬가집니다.
평소처럼 휠체어를 모두 핀 상태에서는 콜택시 문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경사를 조금 조정해서 이 씨의 상체를 들어야 문이 닫혔습니다.
장애 특성상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운 몸인데, 택시를 타기 위해 억지로 맞추다 보니 늘 "허리가 아프다"고 말합니다.


■"국가 의무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 어려워"…헌재 판단 이유는?
2년 전 헌법재판소는 '표준형 휠체어로만 장애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건 평등권에 침해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전까지 교통약자법상 장애인 콜택시의 안전 규정에는 '표준형 휠체어'만 적용됐습니다. '침대형 휠체어'를 쓰는 시민들은 그간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헌재는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침대형 휠체어만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은 특수한 설비가 갖춰진 차량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표준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고정설비 안전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특별교통수단에 장착되는 휠체어 탑승 설비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진할 국가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누워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 안전기준 등을 별도로 규정한다고 해서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심해진다고 볼 수도 없다. 2023.05.25 헌법재판소 판결 |
■ 법령 바뀌었지만…도입된 지자체는 '0곳'
헌재 판결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이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와상장애인도 마음 놓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현장 변화는 더딥니다. 이런 콜택시를 도입한 지자체, 아직 한 곳도 없습니다. 예산 확보, 차량 개조 등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입니다.
■ 인권위 "지자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
그 사이, 국가인권위원회도 17개 광역 지자체장에게 "와상장애인용 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보급될 때까지 이동편의 제공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보낸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결정문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인권위는 "와상장애인에 대한 이동 편의는 생존을 위한 기본권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정당하게 제공해야 할 편의"라고 봤습니다.
특별교통수단의 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우선 기준에 따라 안전하게 제작·인증되어야 하고, 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철저한 검증과 수회에 걸친 시험 운전, 관련자 교육 및 종사자의 훈련 등을 통한 숙련도의 향상 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행규칙 개정의 효과를 즉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와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구급차 등의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형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개정 기준이 적용된 특별교통수단의 실질적인 보급·확산이 없는 공백기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와상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특별교통수단이 충분하게 보급되는 때까지 적절하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 (2025.3.17.) |
인권위 진정을 주도한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그간 변화가 느렸던 이유는 국가와 담당 지자체의 소극 행정 때문이었다"라며 "이제라도 자치단체들이 인권위 권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국토부 "올해 안에 9대 도입…와상장애인 공식 통계는 없어"
국토교통부는 각 지자체 필요에 맞게 올해 안에 와상장애인용 콜택시 9대를 먼저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국토부에서 추산한 전국 와상장애인 수는 1,600명 정도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다른 자료를 통해 추측할 뿐, 공식 통계는 없는 실정입니다.
국토부는 차량 도입에 8억 천만 원, 운영비 지원에 3억 6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와 국토부가 반반씩 부담합니다.

김율만 씨는 느리지만 또렷한 말투로 취재진에게 답했습니다.
"지인들과 약속 있을 때 (자유롭게) 못 갔었는데, 콜택시가 늘어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도 여행을 못 가봤는데,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소박한 김 씨의 바람, 연말에는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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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와상 장애인은 타기 어려운 장애인콜택시?…인권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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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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