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이슈] 무해(無害)하다

입력 2025.06.11 (19:48) 수정 2025.06.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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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푸바오입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SNS에선 랜선 이모 삼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아기 스타들도 많은데요,

귀엽고, 작고, 순수한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무해'한 매력 때문입니다.

키워드 이슈에서 전해드립니다.

'무해'는 말이 원래 식품이 '인체에 무해하다'에서 시작됐는데, 최근들어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생명과학에선 윤리성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무해한 조합, 무해한 예능 같은 인물과 콘텐츠를 설명하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해한 영상 콘텐츠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정서적 안정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힐링 예능, 일상 브이로그, 귀여운 동물 영상들은 강렬한 자극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무해함’은 기업들의 마케팅 키워드로도 이어집니다.

한 식음료 업체가 귀여운,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굿즈 덕분에 신제품은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거리에서도 쉽게 무해한 놀이문화와 마주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캡슐토이 뽑기방입니다.

동전을 넣고 돌리면 나오는 캡슐안에는 작은 피규어나 인형, 문구류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들어 있습니다.

몇천 원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적인 즐거움이, 바로 무해한 매력인 겁니다.

무해함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디지털 피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도파민 충전용 숏폼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뉴스, 쉴틈 없이 울리는 알림, 광고 같은 피곤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찾게 되는거죠.

여기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피로감도 맞닿아 있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 과정까지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높았습니다.

정책보다 정쟁, 소통보다는 대립, 여야 모두 서로를 유해한 존재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제는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또 취업난, 부동산 문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감도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큰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작고 확실한 안전, 무해한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을 소비하는 뉴스에 지쳐, 작고 귀여운 장난감 하나에 위로를 얻고 있습니다.

결국 무해함을 찾는 이유는 갈등이 팽배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자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키워드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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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드이슈] 무해(無害)하다
    • 입력 2025-06-11 19:48:48
    • 수정2025-06-11 20:17:33
    뉴스7(부산)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푸바오입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SNS에선 랜선 이모 삼촌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아기 스타들도 많은데요,

귀엽고, 작고, 순수한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무해'한 매력 때문입니다.

키워드 이슈에서 전해드립니다.

'무해'는 말이 원래 식품이 '인체에 무해하다'에서 시작됐는데, 최근들어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나 생명과학에선 윤리성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무해한 조합, 무해한 예능 같은 인물과 콘텐츠를 설명하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최근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해한 영상 콘텐츠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정서적 안정을 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힐링 예능, 일상 브이로그, 귀여운 동물 영상들은 강렬한 자극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무해함’은 기업들의 마케팅 키워드로도 이어집니다.

한 식음료 업체가 귀여운,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굿즈 덕분에 신제품은 출시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거리에서도 쉽게 무해한 놀이문화와 마주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캡슐토이 뽑기방입니다.

동전을 넣고 돌리면 나오는 캡슐안에는 작은 피규어나 인형, 문구류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들어 있습니다.

몇천 원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개인적인 즐거움이, 바로 무해한 매력인 겁니다.

무해함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디지털 피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도파민 충전용 숏폼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뉴스, 쉴틈 없이 울리는 알림, 광고 같은 피곤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찾게 되는거죠.

여기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피로감도 맞닿아 있습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이 과정까지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높았습니다.

정책보다 정쟁, 소통보다는 대립, 여야 모두 서로를 유해한 존재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제는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또 취업난, 부동산 문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감도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큰 위험을 감수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작고 확실한 안전, 무해한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갈등을 소비하는 뉴스에 지쳐, 작고 귀여운 장난감 하나에 위로를 얻고 있습니다.

결국 무해함을 찾는 이유는 갈등이 팽배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의 새로운 생존 방식이자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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