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뉴스] 제주 장마 시작…올해 여름도 극값 경신?
입력 2025.06.12 (11:35)
수정 2025.06.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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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월~금 오전 8시 30분~8시 57분 (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장 ■ 구성 : 김영성 작가 ■ 기술 : 송환 감독 |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V1wA5mUXgho
◇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변화무쌍한 봄을 보내면서 올여름 날씨 걱정하는 분들 많으신데요. 제주도는 오늘 새벽, 올해 첫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평년과 비교하면 일주일 빠른 기록입니다. 내일은 충청권에도 많은 비가 예보돼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 날씨, 앞으로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그 대응책은 어떻게 세우면 좋을지,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 대응 연구센터장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장(이하 이상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지은: 먼저 올봄 날씨부터 좀 정리해 볼까요?
◆ 이상신: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됐죠. 한 10년 이상 전부터 날씨나 기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요. 또 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봄도 마찬가지로,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들을 보면 우리 지역의 봄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꽤 높았습니다. 수치로 보면 약 0.9도 정도였고요. 작년보다는 조금 낮았습니다만, 이런 높고 낮음의 문제에서 보면 아마 다들 느끼셨을 텐데요, 우리가 보는 건 단순히 기온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기후 변동성, 그러니까 단기간에 추웠다가 더웠다 하는 진폭이 커지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현상들이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우리 진행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걸 보통 ‘변덕스럽다’라고 표현하죠. 아마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3월에는 갑작스러운 고온 현상이 있었고, 4월에는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충남 지역은 역대 가장 높은 일평균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5월에는 우리 지역에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 변동폭인 14도 이상을 기록해서,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변동폭이 더 커지고, 극값, 즉 최대값과 최소값의 출현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은: 이렇게 변동폭이 컸던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요.
◆ 이상신: 요즘 언론 등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제트기류라고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온난화로 인해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남하하고 따뜻한 공기가 북상하면서 이런 진폭이 커지게 됩니다. 특히 올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많이 불규칙했어요. 3월에는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4~5도 높은 날이 연속으로 이어져 힘들었죠. 그리고 4월에는 갑작스럽게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집에 자동 온도조절기가 있잖아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그런 온도조절기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고장난 것처럼 기후 시스템의 균형이 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지은: 이런 기후 시스템, 즉 온도조절 시스템이라고 이해되는 것들이 붕괴된 원인,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요?
◆ 이상신: 당연히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입니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원인은 모두 온실가스 때문이고, 그 온실가스는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 박지은: 네, 말씀하신 대로 4월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는데요. 이런 현상의 원인이 결국 지구 온난화와 불규칙한 기온 변동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되겠네요?
◆ 이상신: 네, 그렇습니다.
◇ 박지은: 우리 지역을 따로 떼어 봤을 때도 이번 봄철에 주목할 만한 변화 있었을까요?
◆ 이상신: 올해로 한정해서 보면, 아니, 사실 올해만이 아니죠. 기후변화라는 게 예전에는 광범위하게 서서히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확연하고, 또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 충남 지역을 보면, 서산·태안 같은 서해안 지역은 원래 연안 지역 특성상 기후 변동 폭이 작아야 하는데, 해풍과 육풍이 오가면서 오히려 일교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내륙 지역인 천안이나 아산은 기억하시겠지만 4월 중순 한파가 와서 최저 기온이 영하권까지 떨어졌고,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도 있었습니다. 대전은 분지 지형이다 보니 열섬 현상과 복사 냉각이 동시에 강하게 나타나면서 "오늘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겪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5월에는 아침 최저기온과 낮 최고기온의 차이가 무려 15도 이상 나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적응하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박지은: 최저기온과 최고기온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실제로 감기나 기침을 달고 사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서해안 연안 같은 경우, 해수면 온도 상승도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 이상신: 원래 연안 지역은 기후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기후는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해양은 지구의 에너지를 대부분 저장하고 있어서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주죠. 중학교 과학시간을 떠올려보시면, 모래와 물에 열을 가하면 물은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식고, 모래는 빨리 올라가고 빨리 식잖아요. 해양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변화해야 하는데, 올해는 해풍과 육풍이 에너지 교환을 빠르게 하면서 연안 지역에서 기온 변동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 박지은: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 경향이 있었나요?
◆ 이상신: 실제 데이터로 확인해봐도 봄이 짧아지고 있다는 체감과 데이터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계절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계절은 3월부터 5월까지 봄,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등 3개월씩 나누어 생각하죠. 이건 ‘위도상 계절’이라고 합니다. 또 24절기처럼 천문학적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죠. 그런데 기상학적으로는 ‘봄’은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하고, ‘여름’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이 된 후 다시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봅니다. 그 사이가 봄이 되는 거죠. 기상학적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우리 지역 봄 평균 길이가 약 86일이었는데, 최근 10년 동안은 약 2주 정도 짧아졌습니다. 그리고 ‘온화한 봄’, 즉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봄은 무려 40%가량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를 천천히 타고 올라갈 땐 여유가 있고 안정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빠르게 올라가면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느낌이 드는 거죠. 우리 몸도 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박지은: 갑자기 겨울 같다가 또 어느새 여름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단순한 체감이 아니었군요. 2주 정도 봄이 짧아졌고, 쾌적한 봄 날씨의 비중도 확 줄었다는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봄이 불안정하게 지나갔는데, 기후 변화가 여름에도 영향을 줄지 걱정이 큽니다. 올해 첫 태풍인 우딥이 세력을 약화할 거란 전망도 있지만, 제주도는 이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우리 지역의 장마 시작 시점은 어떻게 예상되나요?
◆ 이상신: 결국 장마전선이라는 게 제주도부터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다가 하니까, 우리 지역도 그 흐름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다만 올해 예측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량 자체보다는 집중호우나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가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있어서 좀 더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박지은: 극값이라는 건 최대치와 최저치를 말씀하시는 거죠? 변동 폭이 커지고, (최고·최저기온 같은)기록 자체도 자주 경신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일 텐데요.
◆ 이상신: 네, 맞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시스템은 평균값에 맞춰져 있었는데, 실제로 식물을 키워보면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우면 잘 자라지 않잖아요. 결국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라 극한 상황, 즉 최대값과 최저값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사회 시스템도 그 방향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그렇다면 그런 극값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있습니까?
◆ 이상신: 대안은 결국 정책으로 구현됩니다. 예를 들어 재해보험이나 기후 관련 보험 같은 걸 통해 피해 복구를 돕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장기 예보를 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날씨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생활 계획의 기준이 돼야 하죠. 일주일 정도 예보를 미리 보고, 내 스케줄에 맞춰 대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박지은: 예보를 보고 예를 들면 겉옷을 챙겨서 체온을 조절한다든지 그런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 이상신: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333 원칙’이라고 해서 3일 후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3가지 옷을 준비하고, 3단계 대응책을 세우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에 있는 날씨 알림 앱을 그냥 두지 말고, 특보 알림을 켜두는 것도 좋습니다. 생활기상지수도 매일 발표되거든요. 자외선 지수, 불쾌지수, 식중독 지수 같은 것들인데, 이런 정보들도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면 챙겨보면 도움이 됩니다.
◇박지은: 저희가 어제도 전해드렸지만, 지난 한 달간 온열 질환자가 전국적으로 100명을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기온 변화가 실제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데요. 미리 정보를 파악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네요.
◆ 이상신: 맞습니다.

◇ 박지은: 그렇다면 올여름 특히 주목해야 할 기후 변수,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상신: 예측은 빗나가기 위해서 하는 거다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참고는 할 수 있죠. 매년 이렇게 변하는 예측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우리 기후는 문화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 문화를 기후 변화에 맞게 바꾸는 겁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극값의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그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기후 예보를 보면서 나의 일상이나 계획, 미래 설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극한 홍수나 가뭄이 발생할 수 있고, 온도의 경우에도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 박지은: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도 이런 기후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재 능력, 배수 능력 등 점검해야 할 부분도 많을 텐데요. 짧게 정리해 주신다면요?
◆ 이상신: 모든 분야가 기후 적응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으로 다 나열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확률적 대응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의 대응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법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는 탄소중립기본법에 기후위기 적응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이걸 별도의 기후적응법으로 정비해 법적 기초를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박지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 대응 연구센터장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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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월~금 오전 8시 30분~8시 57분 (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장 ■ 구성 : 김영성 작가 ■ 기술 : 송환 감독 |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V1wA5mUXgho
◇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변화무쌍한 봄을 보내면서 올여름 날씨 걱정하는 분들 많으신데요. 제주도는 오늘 새벽, 올해 첫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평년과 비교하면 일주일 빠른 기록입니다. 내일은 충청권에도 많은 비가 예보돼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 날씨, 앞으로는 어떤 양상을 보이고 그 대응책은 어떻게 세우면 좋을지,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 대응 연구센터장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센터장(이하 이상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지은: 먼저 올봄 날씨부터 좀 정리해 볼까요?
◆ 이상신: 말씀하신 것처럼, 기후에 대한 관심은 꽤 오래됐죠. 한 10년 이상 전부터 날씨나 기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요. 또 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봄도 마찬가지로,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들을 보면 우리 지역의 봄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꽤 높았습니다. 수치로 보면 약 0.9도 정도였고요. 작년보다는 조금 낮았습니다만, 이런 높고 낮음의 문제에서 보면 아마 다들 느끼셨을 텐데요, 우리가 보는 건 단순히 기온이 천천히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기후 변동성, 그러니까 단기간에 추웠다가 더웠다 하는 진폭이 커지기 때문에 적응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현상들이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우리 진행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걸 보통 ‘변덕스럽다’라고 표현하죠. 아마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3월에는 갑작스러운 고온 현상이 있었고, 4월에는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충남 지역은 역대 가장 높은 일평균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5월에는 우리 지역에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 변동폭인 14도 이상을 기록해서, 역대 1위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변동폭이 더 커지고, 극값, 즉 최대값과 최소값의 출현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은: 이렇게 변동폭이 컸던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요.
◆ 이상신: 요즘 언론 등에서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제트기류라고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온난화로 인해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남하하고 따뜻한 공기가 북상하면서 이런 진폭이 커지게 됩니다. 특히 올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많이 불규칙했어요. 3월에는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기온이 평년보다 4~5도 높은 날이 연속으로 이어져 힘들었죠. 그리고 4월에는 갑작스럽게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눈이 내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집에 자동 온도조절기가 있잖아요?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그런 온도조절기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게 고장난 것처럼 기후 시스템의 균형이 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지은: 이런 기후 시스템, 즉 온도조절 시스템이라고 이해되는 것들이 붕괴된 원인,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라고 봐야 할까요?
◆ 이상신: 당연히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입니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기후변화, 또는 기후위기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원인은 모두 온실가스 때문이고, 그 온실가스는 대부분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 박지은: 네, 말씀하신 대로 4월에 눈이 내렸습니다. 그래서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는데요. 이런 현상의 원인이 결국 지구 온난화와 불규칙한 기온 변동 때문이라고 이해해도 되겠네요?
◆ 이상신: 네, 그렇습니다.
◇ 박지은: 우리 지역을 따로 떼어 봤을 때도 이번 봄철에 주목할 만한 변화 있었을까요?
◆ 이상신: 올해로 한정해서 보면, 아니, 사실 올해만이 아니죠. 기후변화라는 게 예전에는 광범위하게 서서히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확연하고, 또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 충남 지역을 보면, 서산·태안 같은 서해안 지역은 원래 연안 지역 특성상 기후 변동 폭이 작아야 하는데, 해풍과 육풍이 오가면서 오히려 일교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내륙 지역인 천안이나 아산은 기억하시겠지만 4월 중순 한파가 와서 최저 기온이 영하권까지 떨어졌고,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도 있었습니다. 대전은 분지 지형이다 보니 열섬 현상과 복사 냉각이 동시에 강하게 나타나면서 "오늘 하루에 사계절을 다 겪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고, 5월에는 아침 최저기온과 낮 최고기온의 차이가 무려 15도 이상 나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적응하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 박지은: 최저기온과 최고기온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실제로 감기나 기침을 달고 사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서해안 연안 같은 경우, 해수면 온도 상승도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 이상신: 원래 연안 지역은 기후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기후는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해양은 지구의 에너지를 대부분 저장하고 있어서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주죠. 중학교 과학시간을 떠올려보시면, 모래와 물에 열을 가하면 물은 천천히 올라가고 천천히 식고, 모래는 빨리 올라가고 빨리 식잖아요. 해양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변화해야 하는데, 올해는 해풍과 육풍이 에너지 교환을 빠르게 하면서 연안 지역에서 기온 변동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 박지은: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게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 경향이 있었나요?
◆ 이상신: 실제 데이터로 확인해봐도 봄이 짧아지고 있다는 체감과 데이터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계절을 정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계절은 3월부터 5월까지 봄, 6월부터 8월까지 여름 등 3개월씩 나누어 생각하죠. 이건 ‘위도상 계절’이라고 합니다. 또 24절기처럼 천문학적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죠. 그런데 기상학적으로는 ‘봄’은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하고, ‘여름’은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이 된 후 다시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때를 기준으로 봅니다. 그 사이가 봄이 되는 거죠. 기상학적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우리 지역 봄 평균 길이가 약 86일이었는데, 최근 10년 동안은 약 2주 정도 짧아졌습니다. 그리고 ‘온화한 봄’, 즉 쾌적하게 느낄 수 있는 봄은 무려 40%가량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를 천천히 타고 올라갈 땐 여유가 있고 안정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빠르게 올라가면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느낌이 드는 거죠. 우리 몸도 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박지은: 갑자기 겨울 같다가 또 어느새 여름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 단순한 체감이 아니었군요. 2주 정도 봄이 짧아졌고, 쾌적한 봄 날씨의 비중도 확 줄었다는 설명, 잘 들었습니다. 이렇게 봄이 불안정하게 지나갔는데, 기후 변화가 여름에도 영향을 줄지 걱정이 큽니다. 올해 첫 태풍인 우딥이 세력을 약화할 거란 전망도 있지만, 제주도는 이미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우리 지역의 장마 시작 시점은 어떻게 예상되나요?
◆ 이상신: 결국 장마전선이라는 게 제주도부터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다가 하니까, 우리 지역도 그 흐름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다만 올해 예측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량 자체보다는 집중호우나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의 발생 빈도가 늘어날 거라고 보고 있어서 좀 더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박지은: 극값이라는 건 최대치와 최저치를 말씀하시는 거죠? 변동 폭이 커지고, (최고·최저기온 같은)기록 자체도 자주 경신된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일 텐데요.
◆ 이상신: 네, 맞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시스템은 평균값에 맞춰져 있었는데, 실제로 식물을 키워보면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우면 잘 자라지 않잖아요. 결국 중요한 건 평균이 아니라 극한 상황, 즉 최대값과 최저값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사회 시스템도 그 방향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그렇다면 그런 극값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 있습니까?
◆ 이상신: 대안은 결국 정책으로 구현됩니다. 예를 들어 재해보험이나 기후 관련 보험 같은 걸 통해 피해 복구를 돕거나,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장기 예보를 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날씨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생활 계획의 기준이 돼야 하죠. 일주일 정도 예보를 미리 보고, 내 스케줄에 맞춰 대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박지은: 예보를 보고 예를 들면 겉옷을 챙겨서 체온을 조절한다든지 그런 실질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 이상신: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333 원칙’이라고 해서 3일 후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3가지 옷을 준비하고, 3단계 대응책을 세우자는 내용이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에 있는 날씨 알림 앱을 그냥 두지 말고, 특보 알림을 켜두는 것도 좋습니다. 생활기상지수도 매일 발표되거든요. 자외선 지수, 불쾌지수, 식중독 지수 같은 것들인데, 이런 정보들도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생각하면 챙겨보면 도움이 됩니다.
◇박지은: 저희가 어제도 전해드렸지만, 지난 한 달간 온열 질환자가 전국적으로 100명을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기온 변화가 실제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데요. 미리 정보를 파악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겠네요.
◆ 이상신: 맞습니다.

◇ 박지은: 그렇다면 올여름 특히 주목해야 할 기후 변수, 어떤 게 있을까요?
◆ 이상신: 예측은 빗나가기 위해서 하는 거다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참고는 할 수 있죠. 매년 이렇게 변하는 예측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우리 기후는 문화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활 문화를 기후 변화에 맞게 바꾸는 겁니다. 제가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극값의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그 폭도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기후 예보를 보면서 나의 일상이나 계획, 미래 설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극한 홍수나 가뭄이 발생할 수 있고, 온도의 경우에도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 박지은: 개인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도 이런 기후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재 능력, 배수 능력 등 점검해야 할 부분도 많을 텐데요. 짧게 정리해 주신다면요?
◆ 이상신: 모든 분야가 기후 적응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으로 다 나열하긴 어렵지만, 기존의 확률적 대응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의 대응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법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현재는 탄소중립기본법에 기후위기 적응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이걸 별도의 기후적응법으로 정비해 법적 기초를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박지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상신 충남연구원 기후변화 대응 연구센터장과 함께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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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no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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