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올해도 펄펄 끓는 바다?…“이번엔 무사하길”

입력 2025.06.12 (19:35) 수정 2025.06.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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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해, 바다 역시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해 무려 71일 동안 이어진 고수온 특보.

피해는 양식장에 집중됐습니다.

우럭, 광어, 전복... 어종을 가리지 않고 떼죽음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지난해가 끝이 아니란 겁니다.

또다시 폭염이 예상되면서, 올여름 우리나라 해역 수온은 지난 30년간 평균치보다 1도 높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습니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가슴 졸이며 대비하는 곳, 바로 양식장이죠.

어민들은 벌써부터 수산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초여름을 맞이한 광어 양식장에서 사료를 주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수조에서 펄떡거리며 뛰어오르는 어린 광어들.

아직까진 활동성이 좋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바닷물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을 끌어 쓰는 이 광어 양식장의 수온은 21.8도입니다.

광어 양식에 가장 적합한 수온이 23~25도인데, 여기에서 3~4도만 올라가더라도 고수온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이 양식장에서만 광어 4만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김재중/광어 양식 : "(완도에서도) 여기가 수온이 제일 높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수심이 얕다 보니까 수온이 30도까지도 올라가요."]

올여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어민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사료 양도 세심하게 조절하고 산소 공급 장치도 점검합니다.

[김재중/광어 양식 : "(이건 산소통인가요?) 액화 산소통이죠. 여름철 고수온 대비해서 산소를 공급하는 통이에요. (얼마나 들어가죠?) 이게 4.95톤 정도 들어갑니다. 한 일주일 쓰거든요. 각 수조별로 액화 산소를 수중 모터를 통해서 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바다가 펄펄 끓는다면 피해를 원천 봉쇄할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김재중/광어 양식 : "고수온에 대비해서 대처 방법이 없고, 농사로 말한다면 '천수답', 하늘에서 비가 안 오면 농사를 못 짓듯이 그 방법밖에 없어요."]

여름이 더 걱정되는 곳은 바다 양식장입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15년째 전복을 키우는 장헌주 씨.

오전 내내 양식장의 그물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 내는 데 열중합니다.

그물에 있는 이물질 때문에 조류 흐름이 막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모여 있던 전복을 옮겨 양식장 밀도를 낮추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장헌주/전복 양식 : "전복 치패가 작은 새끼가 이만한데 이것의 반절을 빼내요. 그러니까 들어있는 게 지금 4천 마리가 들어있다, 그러면 2천 마리 정도를 빼내 가지고 이쪽으로 옮겨주는 거죠."]

보시는 것처럼, 이런 바다에 있는 이런 가두리 양식장은 수온이 올라갈수록 온도를 조절하는게 더 어렵습니다.

수온이 높아지기 전에 사육 밀도를 조절하거나, 그물을 청소해 대비하지만, 한계가 명확합니다.

지난 2023년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이 완도 해역 가두리 양식장에 산소 공급 장비를 설치하는 시도도 해 봤지만 큰 효과를 못 봤습니다.

[한승남/완도읍 가용리 어촌계장 : "행정에서도 거기에 발맞춰서 차광망을 덮어라, 조기 출하를 해라 하고 많은 시험을 했지만 그런 것이 별로 효율이 없더라고요. 왜 효율이 없냐면, 이 넓은 바다에서 그렇게 물 조류가, 산소 같은 걸 (공급)한다 해도 밀려가 버리고 하기 때문에 별로 혜택을 못 본 거예요."]

더위를 못 버티고 폐사하는 것보다 작은 전복이라도 빨리 출하하는 게 어민들에겐 유리한 상황.

하지만 여름철에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도 반복됩니다.

[한승남/완도읍 가용리 어촌계장 : "어민들이 지금 (전복을) 팔아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해 보더라도 자연재해에 대비해서 출하를 많이 하고 있는 입장이에요."]

정부와 자치단체는 대책으로 양식장 재배치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깊은 바다로 양식장을 옮겨 피해를 줄여 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환경에서 예전 같은 생산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예 어종을 바꾸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양식 기술을 새로 배워야 하고 수익 창출도 미지수인 만큼 어민들 입장에선 불확실한 길입니다.

[김준열/전남도 친환경양식팀장 : "고수온을 잘 견딜 수 있는 내성에 대한 품종을 연구한다든지, 아니면 현재 양식하고 있는 품종 말고 새로운 품종의 신품종을 개발한다든지, 그런 방법이 가장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 상승률은 전 지구 평균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수산양식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기만 합니다.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현장에 밀착한 대안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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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올해도 펄펄 끓는 바다?…“이번엔 무사하길”
    • 입력 2025-06-12 19:35:30
    • 수정2025-06-12 19:42:21
    뉴스7(광주)
맹렬한 폭염이 찾아왔던 지난해, 바다 역시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해 무려 71일 동안 이어진 고수온 특보.

피해는 양식장에 집중됐습니다.

우럭, 광어, 전복... 어종을 가리지 않고 떼죽음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지난해가 끝이 아니란 겁니다.

또다시 폭염이 예상되면서, 올여름 우리나라 해역 수온은 지난 30년간 평균치보다 1도 높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습니다.

바다가 뜨거워질수록 가슴 졸이며 대비하는 곳, 바로 양식장이죠.

어민들은 벌써부터 수산물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초여름을 맞이한 광어 양식장에서 사료를 주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수조에서 펄떡거리며 뛰어오르는 어린 광어들.

아직까진 활동성이 좋지만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바닷물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을 끌어 쓰는 이 광어 양식장의 수온은 21.8도입니다.

광어 양식에 가장 적합한 수온이 23~25도인데, 여기에서 3~4도만 올라가더라도 고수온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여름 이 양식장에서만 광어 4만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김재중/광어 양식 : "(완도에서도) 여기가 수온이 제일 높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수심이 얕다 보니까 수온이 30도까지도 올라가요."]

올여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어민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사료 양도 세심하게 조절하고 산소 공급 장치도 점검합니다.

[김재중/광어 양식 : "(이건 산소통인가요?) 액화 산소통이죠. 여름철 고수온 대비해서 산소를 공급하는 통이에요. (얼마나 들어가죠?) 이게 4.95톤 정도 들어갑니다. 한 일주일 쓰거든요. 각 수조별로 액화 산소를 수중 모터를 통해서 공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바다가 펄펄 끓는다면 피해를 원천 봉쇄할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김재중/광어 양식 : "고수온에 대비해서 대처 방법이 없고, 농사로 말한다면 '천수답', 하늘에서 비가 안 오면 농사를 못 짓듯이 그 방법밖에 없어요."]

여름이 더 걱정되는 곳은 바다 양식장입니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15년째 전복을 키우는 장헌주 씨.

오전 내내 양식장의 그물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 내는 데 열중합니다.

그물에 있는 이물질 때문에 조류 흐름이 막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섭니다.

모여 있던 전복을 옮겨 양식장 밀도를 낮추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장헌주/전복 양식 : "전복 치패가 작은 새끼가 이만한데 이것의 반절을 빼내요. 그러니까 들어있는 게 지금 4천 마리가 들어있다, 그러면 2천 마리 정도를 빼내 가지고 이쪽으로 옮겨주는 거죠."]

보시는 것처럼, 이런 바다에 있는 이런 가두리 양식장은 수온이 올라갈수록 온도를 조절하는게 더 어렵습니다.

수온이 높아지기 전에 사육 밀도를 조절하거나, 그물을 청소해 대비하지만, 한계가 명확합니다.

지난 2023년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이 완도 해역 가두리 양식장에 산소 공급 장비를 설치하는 시도도 해 봤지만 큰 효과를 못 봤습니다.

[한승남/완도읍 가용리 어촌계장 : "행정에서도 거기에 발맞춰서 차광망을 덮어라, 조기 출하를 해라 하고 많은 시험을 했지만 그런 것이 별로 효율이 없더라고요. 왜 효율이 없냐면, 이 넓은 바다에서 그렇게 물 조류가, 산소 같은 걸 (공급)한다 해도 밀려가 버리고 하기 때문에 별로 혜택을 못 본 거예요."]

더위를 못 버티고 폐사하는 것보다 작은 전복이라도 빨리 출하하는 게 어민들에겐 유리한 상황.

하지만 여름철에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도 반복됩니다.

[한승남/완도읍 가용리 어촌계장 : "어민들이 지금 (전복을) 팔아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해 보더라도 자연재해에 대비해서 출하를 많이 하고 있는 입장이에요."]

정부와 자치단체는 대책으로 양식장 재배치 사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깊은 바다로 양식장을 옮겨 피해를 줄여 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환경에서 예전 같은 생산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예 어종을 바꾸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하지만 양식 기술을 새로 배워야 하고 수익 창출도 미지수인 만큼 어민들 입장에선 불확실한 길입니다.

[김준열/전남도 친환경양식팀장 : "고수온을 잘 견딜 수 있는 내성에 대한 품종을 연구한다든지, 아니면 현재 양식하고 있는 품종 말고 새로운 품종의 신품종을 개발한다든지, 그런 방법이 가장 장기적인 대책이라고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 상승률은 전 지구 평균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수산양식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도 빠르기만 합니다.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현장에 밀착한 대안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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