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힙한 할머니’ 밀라논나가 말하는 인생이란?

입력 2025.06.20 (16:40) 수정 2025.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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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시간 : 6월 20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장명숙 / 패션 디자이너


https://youtu.be/a9A7pAn9vOA

◎김용준: 사사건건 금요일의 코너 이주의 사람입니다.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시쳇말로 꼰대가 아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어른이 좋은 어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힙한 할머니 한 분을 모셨습니다. 밀라노 디자인 유학생 1호로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이탈리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을 국내 처음으로 들여온 패션업계의 전설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100만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남다른 감각과 철학적인 명언을 쏟아내는 이분입니다. 밀라논나 장명숙 씨와 함께합니다. 차오 아미치. 이렇게 인사하는 거 맞죠? 제가 인사드리는 이 차오 아미치가 이탈리아로 안녕 친구라고 알고 있습니다. 100만 구독자 밀라노나 채널에서 사용하는 공식 인사말이기도 한데 사실 뭐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시작하는 곳도 많은데 경어체보다는 MZ세대를 누가 이렇게 인사를 나누시는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장명숙: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전 젊은 사람들하고 친구인 게 좋잖아요. 제가 경어를 쓰면서 그쪽에서 좀 거리감을 느낄 것 같아서 차오하면 안녕 아미치 하면 친구분들 이런 뜻이거든요.

◎김용준: 네 최근 유튜브 구독자 수가 100만을 넘으셨더라고요. 축하드립니다. 전체 구독자 중에서 이 연령대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장명숙: 제가 알기로는 2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있으시대요. 아주 골고루 그리고 특히 모녀가 그렇게 제가 가요 네. 제 채널을 많이 부녀가 보시는 저기도 있고...

◎김용준: 부녀나 모녀가 그러니까 세대 간에 이렇게 같이 사실 내 유튜브 채널과 부모님 유튜브 채널이 좀 같기가 좀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녀가 혹은 모녀와 같이 구독을 하는 비율이 꽤 있다고 하십니다. MZ세대들이 그런 말 하잖아요. 어른들하고 좀 말이 좀 잘 안 통한다. 그리고 이른바 뭐 꼰대들이랑 말 섞기 싫다 회식은 대체 왜 부르는 거야 뭐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왜 MZ세대들이 나이를 좀 언급해서 죄송합니다만 74세 할머니와 밀라논나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열광한다고 생각하세요?

▼장명숙: 조금만 줄여주세요. 저 52년생이에요.

◎김용준: 그럼 만 72세로 가겠습니다.

▼장명숙: 73을 향해서 가고 있어요.

◎김용준: 73으로 향해 가고 있는 72세, 그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장명숙: 글쎄요. 저야 잘 모르죠. 근데 지금도 지금 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어떤 젊은 아가씨가 사진을 부탁을 하면서...

◎김용준: 지하철 타고 오셨군요.

▼장명숙: 예 본인의 어머니가 저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어머니가 보여드리려고 사진을 부탁을 한다고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데 그럼 우리 젊은 분은 저를 어떻게 보세요 했더니 자기도 너무 열심히 보고 자기가 어머니한테 권했다고 이렇게 나랑 대화를 해달라고 권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야 사실 정확하게 모르죠. 젊은 분들이 왜 저를 좋아하는지 근데 제가 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마 느껴지는 것 같아요.

◎김용준: 뒤에서 제가 차근차근 좀 여쭤보고요. 밀라논나께서는 별칭처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밀라노와 인연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탈리아에 가서 명예 기사 작위도 받으실 정도이고 우리나라 최초로 1978년에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오셨는데, 그래서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도 단연 패션 관련. 멋있게 옷 입는 법 알려주는 영상인데 조회수가 55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페라가땡 또 막스막땡 뭐 이런 이탈리아 유명 명품 브랜드들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오셨고 지금의 어떻게 보면 명품 간의 시초를 만드신 것 같은데 그 착안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장명숙: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착안은 제가 한 게 아니죠. 유통업계에서 그런 착안을 했는데 그 담당자를 누구한테 맡길까 하다 찾아낸 게 저죠. 그래서 제가 이제 말하자면 큰 백화점에 고용이 된 거죠.

◎김용준: 네, 네. 참 겸손하게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나이 들어서도 좀 옷을 멋있게 입는 법 이게 우리가 꼭 명품을 입어야만 멋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꿀팁 간략히 좀 알려주신다면요.

▼장명숙: 저한테 그런 질문을 참 많이 하시는데 저는 항상 그렇게 말씀 입고 싶은 대로 입으시라고.

◎김용준: 입고 싶은 대로 입으라고요?

▼장명숙: 본인이 입고 싶은 대로 있는 게 제일 좋은 거잖아요.

◎김용준: 그럼 뭐 형광색 티셔츠에 반바지, 검정 양말. 이건 좀 별로지 않아요?

▼장명숙: 왜 별로예요? 그게 별로라는 기준이 어디 있어요? 본인이 입고 싶으면 입으면 되죠. 저는 누구한테나 그렇게 말씀드려요. 왜냐하면 단, 보는 사람이 너무 혐오스럽지 않을 정도로. 근데 형광색에다 검정 양말이 혐오스럽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김용준: 어떻게 보면 좀 내가 입는 옷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라는 말씀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좀 다방면에 유능하신 분 특히 패션업계의 선구자께서 갑자기 유튜브를 하시고, 또 책을 내셔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시고 그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명숙: 아, 갑자기 유튜브를 하게 된 거는 제 뜻은 아니었고요. 제가 길거리 캐스팅이에요, 요즘 표현으로.

◎김용준: 아, 그러세요?

▼장명숙: 제가 빵집에서 팥빙수를 먹고 있는데 어떤 젊은 분이 다가오셔서 뭐 하시는 분이냐고 너무 분위기가 독특하다고 하면서 이른바 요새 젊은 분들이 말하는 그 왜 번호 물어보는 걸 뭐라고... 용어가 있잖아요.

◎김용준: 네, 네. 은어로 있습니다.

▼장명숙: 그래서 이분이 누군지 내가 모르는데 어떻게 그러다가 얘기를 하게 됐는데 이런 쪽에 종사하시는 분이더라고요, 이렇게 저기 콘텐츠 쪽에. 그래서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그럼 그쪽 번호를 달라고 그래가지고 제가 연락을 드렸죠. 생각을 해보니까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김용준: 길거리 캐스팅으로 흔쾌히 응하셨고.

▼장명숙: 이게 6년 전이에요.

◎김용준: 6년 전의 일입니다. 6년 만에 100만 구독자가 되셨고요. 그리고 아까 인기 있는 영상 두 번째가 아침 루틴, 저녁 루틴. 건강과 일상에 관한 영상이던데 1952년생이신데도 지금 꼿꼿한 자세와 또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계신데 비결은 뭘까요?

▼장명숙: 사실은 제가 척추에 조금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서 매일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으라고

◎김용준: 매일요.

▼장명숙: 꼿꼿한 자세로.

◎김용준: 오늘도 그래서 굳이 지하철을 타고 걸어오셨나 보네요.

▼장명숙: 네, 왜냐하면 차를 타고 오거나 하면 제가 만보를 못 채우니까 그래서 20년 넘게 꼿꼿하게 걸어보려 했더니 그게 이제 습관이 돼서 보시는 분들이 자세가 좋다고.

◎김용준: 그러면 반대로요. 이거는 내가 꼭 피한다, 이런 것도 있으세요?

▼장명숙: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쯤 되니까 이제 하기 싫은 건 안 하죠.

◎김용준: 그러시구나.

▼장명숙: 늦게 일어나고 싶으면 늦게 일어나고. 하기 싫은 예전에는 왜 보기 싫은 사람들 막 만났어야 되잖아요. 근데 이 나이쯤 되니까 제가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안 만나도 되잖아요.

◎김용준: 어떻게 보면 마음이 평안한 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것을 좀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에 그 나이 듦에 대해서 또 저속노화, 슬로우에이징 뭐 이런 것들이 화두고, 또 인기인데 천천히 늙는 법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신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주변에 피부과에서 뭘 맞았다, 무슨 시술을 했다, 이거 20번 해서 되냐, 100번은 맞아야지. 이런 분도 계시고 또 이제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도 좋지만 되게 처지고 주름진 얼굴, 나이 든 그 모습 그 자체로 누구는 그러더라고요.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뭐 그런 분들도 계시는데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건강한 노화는 어떤 방향일까 싶습니다.

▼장명숙: 글쎄요. 저는 요즘 나이가 이제 이렇게 드니까... 그리고 아까 저한테 이제 두 가지를 물어보셨잖아요. 유튜버가 된 계기하고 그다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계기. 근데 저는 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호칭도 굉장히 제가 애착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책을 썼을 때 그 독자분들의 반응이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 근데 저는 그냥 억지로 제가 강물을 역류하면 탈이 나지 않겠어요? 저는 그냥 강물 흐르는 대로 저는 세월도 흘러가는 거니까 거기에 그냥 제가 맞춰서 같이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김용준: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뭔가 역경을 이겨내고 헤쳐 나가고 고난을 극복하고 이런 과정들을 귀히 여기는 것도 아직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장명숙: 그건 늙는 건 고난은 아니잖아요. 그거는 시간이 흘러가는 거지 저는 그래서 오히려 저는 그런 질문을 참 많이 봤거든요. 왜 머리 염색을 안 하냐고. 심지어 댓글에도 염색하면 더 젊어 보이실 텐데. 근데 제가 이 나이에 젊어 보여서 뭘 할 건지, 저는 그걸 한번 꼭 물어보고 싶어요. 뭘 할 건지, 젊어 보여서. 저는 그리고 어려서 할머니랑 많이 가까이, 할머니가 많이 키워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할머니 주름진 손을 만지는 걸 제가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따뜻하게 느꼈고 그래서 그런 주름이 왜 나쁘지 물론 저도 이제 막 주름이 생겼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받아들여야지.

◎김용준: 주름은 제 얼굴에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얼굴이 팽팽하신데.

▼장명숙: 감사합니다.

◎김용준: 실제 우리나라 노인의 행복지수가 그런데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2024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한국 노인들의 행복지수, 보시는 것처럼 59위입니다. 1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고요. 전문가들은 소득 건강 지원 돌봄 체계 이런 것들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그런 걸 개선하면 행복지수가 올라갈까. 왜 한국의 노인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장명숙: 글쎄요. 저는 제가 이제 외국 생활을 유럽 생활을 오래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그분들하고 비교를 굳이 한다면,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굉장히 다른 유럽이나 서구에 비해서 빨리 변하잖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저를 예를 들면 저는 시부모 공양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컸어요. 생활비도 드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지금 제가 저희 자식 세대한테 저를 이른바 공양해 달라고 그러면 부담스러워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데서 오는 어떤 너무 빠른 변화에서 오는 가치관들의 차이 때문에 노인네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김용준: 네. 또 가끔씩 어르신들하고 말씀 나눠보면 그런 얘기해요.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뭘 하니, 뭐 이런 말씀하시는데 좀 연장자분들도 스스로 좀 이런 걸 좀 노력하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명숙: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제가 읽었던 책에 그 걸리버 여행기를 썼던 작가가 그런 글을 썼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젊은 사람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말아라.

◎김용준: 말아라.

▼장명숙: 그래서 저는 거기에 딱 아 맞다, 이거다.

◎김용준: 왜 맞나요?

▼장명숙: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저한테 다가오기 전에는 저는 다가가려고는 안 해요.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로 살게 두고 저는 제 리듬대로 제 거를 살면 되잖아요. 쉽게 말해서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젊은 사람들은 막 급하게 뛰어가야 되잖아요. 환승을 빨리 해야 되니까. 근데 제가 그러면 저는 가다가 넘어지잖아요. 그럴 때 저는 항상 그래서 가장자리로 걸어요. 방해 안 하려고.

◎김용준: 보통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 좀 다가가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장명숙: 아니요. 저는 그냥 그 사람들은 가게 둬요. 그 사람들이 그 대신 필요하면 찾아오겠죠.

◎김용준: 필요하면 찾아올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통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도 선생님한테 인생에 대한 조언을 참 많이 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청년들이 일단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뭐가 있고 또 그 고민에 대해서는 또 뭐라고 답을 해 주세요?

▼장명숙: 글쎄, 그 제가 그냥 외람되게 말씀을 드리면 댓글에 이제 저처럼 늙고 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거든요.

◎김용준: 저도 참 많이 봤습니다, 그 댓글.

▼장명숙: 워너비다, 뭐 멘토다, 그런데 아니죠. 저는 그분들은 저보다 훨씬 더 멋있게 늙겠죠. 왜냐하면 그분들은 지금 20~30대를 사시는 분이잖아요. 저는 70년대 80년대 20~30대를 살았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이렇게 너무 비교할 필요도 없고, 저는 서로 인정했으면 좋겠어. 다름도 인정하고 늙음도 인정하고. 그리고 역지사지 해보고, 그리고 배려하고 존중해 주고 그러면 서로 뭐 그렇게 어긋날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늙음도 인정해 주고 젊음도 인정해 주고.

◎김용준: 참 그래서 댓글 보면서 신기했었습니다. 지금을 한창 살아갈 나이인데 선생님처럼 늙고 싶어요라고 하는 댓글들이 참 많은 걸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참 많은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손자, 손녀 뻘 그보다 좀 더 되는 친구들도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20대 10대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비결이 뭘까 아마 보시는 분들도 궁금해하실 거예요.

▼장명숙: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 친구들이 필요로 하면 그야말로 도와줄 준비는 돼 있지만 제가 먼저 다가가서 귀찮게 하지는 않죠.

◎김용준: 근데 이제 그게 꼭 안 되는 사이가 있어요. 부모 자식 간 부모 자식 간에는 그렇게 끊임없이 간섭을 하려고 하고 소통을 좀 일부러라도 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참 많거든요.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장명숙: 저는 운이 좋게 제 특히 저기 아들들 친구들하고 참 친하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뭔가 고민이 있을 때 그러니까 자기 부모한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잖아요. 애인 문제라든지 뭐 그런 그냥 그러면 제가 제 자식 문제 같이 생각하고 다 들어주고 일단 다 들어주죠.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 주고 인정해 준 다음에 나라면 이렇게 하겠지만 판단은 자기가 하라고 제가...

◎김용준: 그게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거든요. 내 아이이기 때문에 꼭 이렇게 이렇게 강요하고 내가 했던 거를 얘기해 주고 이렇게 살아라라고 지침을 주고 이러거든요.

▼장명숙: 아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날로그 시대잖아요. 지금 분들은 인공지능이랑 견디면서 살아야 되잖아요.

◎김용준: 그렇죠

▼장명숙: 그분들한테 제가 무슨 조언을 해 드릴 수가 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상식이라는 건 너무 좁잖아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 뒤집어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생로병사는. 전 세계 어디나 똑같고 젊은 사람들 삶이나 저의 삶이나 생로병사는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냥 삶의 기본에 충실한 조언을 저는 원할 때 해드리죠.

◎김용준: 네 저희가 출연자분들에게 공통적으로 여쭤보는 질문이 있는데 밀라논나 장명숙 씨의 인생의 한 장면 어떤 장면이 있을까 싶습니다. 딱 한 장면만 꼽는다면요?

▼장명숙: 지금 떠오르는 장면이 제가 첫 아들 낳았을 때.

◎김용준: 네 왜요?

▼장명숙: 굉장히 난산이었거든요. 그러니까 50년 전이니까 그때는 지금 같은 의료 환경도 아니니까 아기를 선택을 할 거냐 산모를 선택을 할 거냐 그런 정도로 난산이었는데 다행히 이제 수술도 안 하고 막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났죠. 그랬는데 지금도 가끔 그때 장면이 제일 떠오르는데 지금 그런 질문을 해 주시니까 그 장면이 또 떠오르네요.

◎김용준: 저는 내가 처음으로 이탈리아 땅을 밟았을 때라든가 이 나라에 이런 걸 들여왔을 때 명예 기사 작위를 받았을 때 이런 것들 훈장을 받았을 때 이런 걸 줄 알았는데 좀 의외의 답변이 있는데요.

▼장명숙: 왜냐하면 제가 한 생명을 낳았잖아요. 예전에 움베르트 에코라는 이태리 작가가 그런 말씀을 인간이 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좋은 자식을 낳는 거 하고 좋은 글을 쓰는 거라는 말을 남겼거든요. 근데 제 자식이 뭐 이렇게 사회에 해를 끼치는 자식은 아니니까 그냥 그렇다고 대단히 좋은 자식도, 평범한 자식인데 일단 제가 자식을 낳았잖아요. 생명을 낳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책도 여러 권 썼어요. 그래서 그 책도 정말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산고의 고통은 똑같지만, 생명체는 또 다른 거잖아요.

◎김용준: 상당히 좀 의외의 답변을 저는 생각보다 들어서 굉장히 이색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 어떻게 보면 앞으로 물론 더 왕성한 활동을 하셔야겠지만 일흔 언저리에 유튜버가 되셨고 또 새로운 삶의 여정을 계속해서 펼치고 계세요. 70년 삶을 돌아보셨을 때 인생이란 뭔가요?

▼장명숙: 가끔 그런 질문들을 해 주시는데 이게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이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좀 더 입도 좀 조그맣고 이쁘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는데 태어나서 보니까 이렇게 태어나졌잖아요. 그냥 태어나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삶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용준: 어떻게 되게 답변이 되게 단촐하십니다. 저 같은 경우는 뭐 인생이란 뭘까라는 것을 지금 이 나이에도 계속 반추하고 반성하고 스스로 다그치고 이러거든요.

▼장명숙: 저는 항상 제 화두가 24시간이에요. 오늘 하루 내가 어떻게 정성껏 살을까.

◎김용준: 그러면 일흔넷 아니죠. 둘 빼야 하죠. 일흔둘의 장명숙 씨 밀라논나의 꿈은 뭘까요?

▼장명숙: 제 나이를 요새 생각하니까 예전에 저희 윗 세대들, 저희 부모님 세대들은 제 나이 언저리 보면 대충 가셨어요. 죽어도 괜찮은 나이야. 사실은 옛날로 치면 30년 전으로 치면 그래서 저는 요즘 제 꿈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여생이잖아요. 20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제가 첫 유튜브 영상을 올릴 때 질문을 이런 질문을 젊은이가 해 주셨어요. 그래서 내가 살아있는 한 움직이는 한 내 인생의 주인공이니까 사회의 패러다임이 좋은 쪽으로 가는 길의 것에 조금 기여하고 싶다.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 이런...

◎김용준: 짧게 마지막으로 요즘에 우리 사회가 참 분열과 갈등 극단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그런 좀 치유할 수 있는 말씀 한마디 시청자 여러분께 부탁드릴게요.

▼장명숙: 그런 거창한 말씀은 못 드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서로 인정하고 역지사지 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김용준: 우리 선생님의 저서를 보면 또 그런 내용이 참 많이 나와 있는데 오늘 참 귀한 말씀 어떻게 보면 또 소박한 말씀 잘 들어봤습니다. 사사건건 이주의 사람 100만 유튜브 구독자 MZ세대 소통왕 밀라노나 장명숙 님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장명숙: 네 감사합니다.

◎김용준: 주말 사이에도 거센 장맛비가 계속된다고 합니다. 집안이 약한 산사태 위험 지역은 미리 점검하시고 물이 불어난 도로나 지하차도는 절대 접근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작은 실천이 큰 피해를 막습니다. 6월 20일 금요일 사사건건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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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힙한 할머니’ 밀라논나가 말하는 인생이란?
    • 입력 2025-06-20 16:40:50
    • 수정2025-06-20 17:30:11
    사사건건
■ 방송 시간 : 6월 20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김용준 기자
■ 출연 : 장명숙 / 패션 디자이너


https://youtu.be/a9A7pAn9vOA

◎김용준: 사사건건 금요일의 코너 이주의 사람입니다.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시쳇말로 꼰대가 아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어른이 좋은 어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힙한 할머니 한 분을 모셨습니다. 밀라노 디자인 유학생 1호로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이탈리아 유명 명품 브랜드들을 국내 처음으로 들여온 패션업계의 전설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100만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남다른 감각과 철학적인 명언을 쏟아내는 이분입니다. 밀라논나 장명숙 씨와 함께합니다. 차오 아미치. 이렇게 인사하는 거 맞죠? 제가 인사드리는 이 차오 아미치가 이탈리아로 안녕 친구라고 알고 있습니다. 100만 구독자 밀라노나 채널에서 사용하는 공식 인사말이기도 한데 사실 뭐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시작하는 곳도 많은데 경어체보다는 MZ세대를 누가 이렇게 인사를 나누시는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장명숙: 특별한 이유는 없고 전 젊은 사람들하고 친구인 게 좋잖아요. 제가 경어를 쓰면서 그쪽에서 좀 거리감을 느낄 것 같아서 차오하면 안녕 아미치 하면 친구분들 이런 뜻이거든요.

◎김용준: 네 최근 유튜브 구독자 수가 100만을 넘으셨더라고요. 축하드립니다. 전체 구독자 중에서 이 연령대 비율이 어떻게 되나요?

▼장명숙: 제가 알기로는 20대부터 60대까지 골고루 있으시대요. 아주 골고루 그리고 특히 모녀가 그렇게 제가 가요 네. 제 채널을 많이 부녀가 보시는 저기도 있고...

◎김용준: 부녀나 모녀가 그러니까 세대 간에 이렇게 같이 사실 내 유튜브 채널과 부모님 유튜브 채널이 좀 같기가 좀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녀가 혹은 모녀와 같이 구독을 하는 비율이 꽤 있다고 하십니다. MZ세대들이 그런 말 하잖아요. 어른들하고 좀 말이 좀 잘 안 통한다. 그리고 이른바 뭐 꼰대들이랑 말 섞기 싫다 회식은 대체 왜 부르는 거야 뭐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왜 MZ세대들이 나이를 좀 언급해서 죄송합니다만 74세 할머니와 밀라논나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열광한다고 생각하세요?

▼장명숙: 조금만 줄여주세요. 저 52년생이에요.

◎김용준: 그럼 만 72세로 가겠습니다.

▼장명숙: 73을 향해서 가고 있어요.

◎김용준: 73으로 향해 가고 있는 72세, 그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장명숙: 글쎄요. 저야 잘 모르죠. 근데 지금도 지금 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어떤 젊은 아가씨가 사진을 부탁을 하면서...

◎김용준: 지하철 타고 오셨군요.

▼장명숙: 예 본인의 어머니가 저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어머니가 보여드리려고 사진을 부탁을 한다고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아 어머니가 좋아하시는데 그럼 우리 젊은 분은 저를 어떻게 보세요 했더니 자기도 너무 열심히 보고 자기가 어머니한테 권했다고 이렇게 나랑 대화를 해달라고 권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야 사실 정확하게 모르죠. 젊은 분들이 왜 저를 좋아하는지 근데 제가 젊은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마 느껴지는 것 같아요.

◎김용준: 뒤에서 제가 차근차근 좀 여쭤보고요. 밀라논나께서는 별칭처럼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밀라노와 인연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이탈리아에 가서 명예 기사 작위도 받으실 정도이고 우리나라 최초로 1978년에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오셨는데, 그래서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도 단연 패션 관련. 멋있게 옷 입는 법 알려주는 영상인데 조회수가 550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페라가땡 또 막스막땡 뭐 이런 이탈리아 유명 명품 브랜드들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오셨고 지금의 어떻게 보면 명품 간의 시초를 만드신 것 같은데 그 착안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장명숙: 정직하게 말씀드리면 착안은 제가 한 게 아니죠. 유통업계에서 그런 착안을 했는데 그 담당자를 누구한테 맡길까 하다 찾아낸 게 저죠. 그래서 제가 이제 말하자면 큰 백화점에 고용이 된 거죠.

◎김용준: 네, 네. 참 겸손하게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나이 들어서도 좀 옷을 멋있게 입는 법 이게 우리가 꼭 명품을 입어야만 멋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꿀팁 간략히 좀 알려주신다면요.

▼장명숙: 저한테 그런 질문을 참 많이 하시는데 저는 항상 그렇게 말씀 입고 싶은 대로 입으시라고.

◎김용준: 입고 싶은 대로 입으라고요?

▼장명숙: 본인이 입고 싶은 대로 있는 게 제일 좋은 거잖아요.

◎김용준: 그럼 뭐 형광색 티셔츠에 반바지, 검정 양말. 이건 좀 별로지 않아요?

▼장명숙: 왜 별로예요? 그게 별로라는 기준이 어디 있어요? 본인이 입고 싶으면 입으면 되죠. 저는 누구한테나 그렇게 말씀드려요. 왜냐하면 단, 보는 사람이 너무 혐오스럽지 않을 정도로. 근데 형광색에다 검정 양말이 혐오스럽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김용준: 어떻게 보면 좀 내가 입는 옷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라는 말씀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좀 다방면에 유능하신 분 특히 패션업계의 선구자께서 갑자기 유튜브를 하시고, 또 책을 내셔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시고 그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명숙: 아, 갑자기 유튜브를 하게 된 거는 제 뜻은 아니었고요. 제가 길거리 캐스팅이에요, 요즘 표현으로.

◎김용준: 아, 그러세요?

▼장명숙: 제가 빵집에서 팥빙수를 먹고 있는데 어떤 젊은 분이 다가오셔서 뭐 하시는 분이냐고 너무 분위기가 독특하다고 하면서 이른바 요새 젊은 분들이 말하는 그 왜 번호 물어보는 걸 뭐라고... 용어가 있잖아요.

◎김용준: 네, 네. 은어로 있습니다.

▼장명숙: 그래서 이분이 누군지 내가 모르는데 어떻게 그러다가 얘기를 하게 됐는데 이런 쪽에 종사하시는 분이더라고요, 이렇게 저기 콘텐츠 쪽에. 그래서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그럼 그쪽 번호를 달라고 그래가지고 제가 연락을 드렸죠. 생각을 해보니까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김용준: 길거리 캐스팅으로 흔쾌히 응하셨고.

▼장명숙: 이게 6년 전이에요.

◎김용준: 6년 전의 일입니다. 6년 만에 100만 구독자가 되셨고요. 그리고 아까 인기 있는 영상 두 번째가 아침 루틴, 저녁 루틴. 건강과 일상에 관한 영상이던데 1952년생이신데도 지금 꼿꼿한 자세와 또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계신데 비결은 뭘까요?

▼장명숙: 사실은 제가 척추에 조금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께서 매일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으라고

◎김용준: 매일요.

▼장명숙: 꼿꼿한 자세로.

◎김용준: 오늘도 그래서 굳이 지하철을 타고 걸어오셨나 보네요.

▼장명숙: 네, 왜냐하면 차를 타고 오거나 하면 제가 만보를 못 채우니까 그래서 20년 넘게 꼿꼿하게 걸어보려 했더니 그게 이제 습관이 돼서 보시는 분들이 자세가 좋다고.

◎김용준: 그러면 반대로요. 이거는 내가 꼭 피한다, 이런 것도 있으세요?

▼장명숙: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쯤 되니까 이제 하기 싫은 건 안 하죠.

◎김용준: 그러시구나.

▼장명숙: 늦게 일어나고 싶으면 늦게 일어나고. 하기 싫은 예전에는 왜 보기 싫은 사람들 막 만났어야 되잖아요. 근데 이 나이쯤 되니까 제가 안 만나고 싶은 사람은 안 만나도 되잖아요.

◎김용준: 어떻게 보면 마음이 평안한 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것을 좀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요즘에 그 나이 듦에 대해서 또 저속노화, 슬로우에이징 뭐 이런 것들이 화두고, 또 인기인데 천천히 늙는 법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지신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주변에 피부과에서 뭘 맞았다, 무슨 시술을 했다, 이거 20번 해서 되냐, 100번은 맞아야지. 이런 분도 계시고 또 이제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것도 좋지만 되게 처지고 주름진 얼굴, 나이 든 그 모습 그 자체로 누구는 그러더라고요.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 뭐 그런 분들도 계시는데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건강한 노화는 어떤 방향일까 싶습니다.

▼장명숙: 글쎄요. 저는 요즘 나이가 이제 이렇게 드니까... 그리고 아까 저한테 이제 두 가지를 물어보셨잖아요. 유튜버가 된 계기하고 그다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계기. 근데 저는 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호칭도 굉장히 제가 애착을 갖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책을 썼을 때 그 독자분들의 반응이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 근데 저는 그냥 억지로 제가 강물을 역류하면 탈이 나지 않겠어요? 저는 그냥 강물 흐르는 대로 저는 세월도 흘러가는 거니까 거기에 그냥 제가 맞춰서 같이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김용준: 그럼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뭔가 역경을 이겨내고 헤쳐 나가고 고난을 극복하고 이런 과정들을 귀히 여기는 것도 아직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장명숙: 그건 늙는 건 고난은 아니잖아요. 그거는 시간이 흘러가는 거지 저는 그래서 오히려 저는 그런 질문을 참 많이 봤거든요. 왜 머리 염색을 안 하냐고. 심지어 댓글에도 염색하면 더 젊어 보이실 텐데. 근데 제가 이 나이에 젊어 보여서 뭘 할 건지, 저는 그걸 한번 꼭 물어보고 싶어요. 뭘 할 건지, 젊어 보여서. 저는 그리고 어려서 할머니랑 많이 가까이, 할머니가 많이 키워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할머니 주름진 손을 만지는 걸 제가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따뜻하게 느꼈고 그래서 그런 주름이 왜 나쁘지 물론 저도 이제 막 주름이 생겼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받아들여야지.

◎김용준: 주름은 제 얼굴에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얼굴이 팽팽하신데.

▼장명숙: 감사합니다.

◎김용준: 실제 우리나라 노인의 행복지수가 그런데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2024 세계 행복 보고서를 보면 한국 노인들의 행복지수, 보시는 것처럼 59위입니다. 1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고요. 전문가들은 소득 건강 지원 돌봄 체계 이런 것들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그런 걸 개선하면 행복지수가 올라갈까. 왜 한국의 노인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장명숙: 글쎄요. 저는 제가 이제 외국 생활을 유럽 생활을 오래 많이 했잖아요. 그래서 그분들하고 비교를 굳이 한다면, 굳이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나라가 굉장히 다른 유럽이나 서구에 비해서 빨리 변하잖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저를 예를 들면 저는 시부모 공양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컸어요. 생활비도 드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지금 제가 저희 자식 세대한테 저를 이른바 공양해 달라고 그러면 부담스러워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데서 오는 어떤 너무 빠른 변화에서 오는 가치관들의 차이 때문에 노인네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요.

◎김용준: 네. 또 가끔씩 어르신들하고 말씀 나눠보면 그런 얘기해요.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뭘 하니, 뭐 이런 말씀하시는데 좀 연장자분들도 스스로 좀 이런 걸 좀 노력하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장명숙: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제가 읽었던 책에 그 걸리버 여행기를 썼던 작가가 그런 글을 썼더라고요. 나이 들수록 젊은 사람하고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말아라.

◎김용준: 말아라.

▼장명숙: 그래서 저는 거기에 딱 아 맞다, 이거다.

◎김용준: 왜 맞나요?

▼장명숙: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저한테 다가오기 전에는 저는 다가가려고는 안 해요.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로 살게 두고 저는 제 리듬대로 제 거를 살면 되잖아요. 쉽게 말해서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젊은 사람들은 막 급하게 뛰어가야 되잖아요. 환승을 빨리 해야 되니까. 근데 제가 그러면 저는 가다가 넘어지잖아요. 그럴 때 저는 항상 그래서 가장자리로 걸어요. 방해 안 하려고.

◎김용준: 보통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 좀 다가가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장명숙: 아니요. 저는 그냥 그 사람들은 가게 둬요. 그 사람들이 그 대신 필요하면 찾아오겠죠.

◎김용준: 필요하면 찾아올 것이다. 자연스럽게 소통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 것 같아요. 젊은 세대들도 선생님한테 인생에 대한 조언을 참 많이 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청년들이 일단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뭐가 있고 또 그 고민에 대해서는 또 뭐라고 답을 해 주세요?

▼장명숙: 글쎄, 그 제가 그냥 외람되게 말씀을 드리면 댓글에 이제 저처럼 늙고 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거든요.

◎김용준: 저도 참 많이 봤습니다, 그 댓글.

▼장명숙: 워너비다, 뭐 멘토다, 그런데 아니죠. 저는 그분들은 저보다 훨씬 더 멋있게 늙겠죠. 왜냐하면 그분들은 지금 20~30대를 사시는 분이잖아요. 저는 70년대 80년대 20~30대를 살았잖아요. 그러니까 서로 이렇게 너무 비교할 필요도 없고, 저는 서로 인정했으면 좋겠어. 다름도 인정하고 늙음도 인정하고. 그리고 역지사지 해보고, 그리고 배려하고 존중해 주고 그러면 서로 뭐 그렇게 어긋날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늙음도 인정해 주고 젊음도 인정해 주고.

◎김용준: 참 그래서 댓글 보면서 신기했었습니다. 지금을 한창 살아갈 나이인데 선생님처럼 늙고 싶어요라고 하는 댓글들이 참 많은 걸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참 많은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손자, 손녀 뻘 그보다 좀 더 되는 친구들도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20대 10대들과도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비결이 뭘까 아마 보시는 분들도 궁금해하실 거예요.

▼장명숙: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이 친구들이 필요로 하면 그야말로 도와줄 준비는 돼 있지만 제가 먼저 다가가서 귀찮게 하지는 않죠.

◎김용준: 근데 이제 그게 꼭 안 되는 사이가 있어요. 부모 자식 간 부모 자식 간에는 그렇게 끊임없이 간섭을 하려고 하고 소통을 좀 일부러라도 하려고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참 많거든요. 부모 자식 간의 소통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장명숙: 저는 운이 좋게 제 특히 저기 아들들 친구들하고 참 친하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뭔가 고민이 있을 때 그러니까 자기 부모한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이 있잖아요. 애인 문제라든지 뭐 그런 그냥 그러면 제가 제 자식 문제 같이 생각하고 다 들어주고 일단 다 들어주죠. 들어주고 아픔을 공감해 주고 인정해 준 다음에 나라면 이렇게 하겠지만 판단은 자기가 하라고 제가...

◎김용준: 그게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거든요. 내 아이이기 때문에 꼭 이렇게 이렇게 강요하고 내가 했던 거를 얘기해 주고 이렇게 살아라라고 지침을 주고 이러거든요.

▼장명숙: 아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날로그 시대잖아요. 지금 분들은 인공지능이랑 견디면서 살아야 되잖아요.

◎김용준: 그렇죠

▼장명숙: 그분들한테 제가 무슨 조언을 해 드릴 수가 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상식이라는 건 너무 좁잖아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 뒤집어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생로병사는. 전 세계 어디나 똑같고 젊은 사람들 삶이나 저의 삶이나 생로병사는 다 똑같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냥 삶의 기본에 충실한 조언을 저는 원할 때 해드리죠.

◎김용준: 네 저희가 출연자분들에게 공통적으로 여쭤보는 질문이 있는데 밀라논나 장명숙 씨의 인생의 한 장면 어떤 장면이 있을까 싶습니다. 딱 한 장면만 꼽는다면요?

▼장명숙: 지금 떠오르는 장면이 제가 첫 아들 낳았을 때.

◎김용준: 네 왜요?

▼장명숙: 굉장히 난산이었거든요. 그러니까 50년 전이니까 그때는 지금 같은 의료 환경도 아니니까 아기를 선택을 할 거냐 산모를 선택을 할 거냐 그런 정도로 난산이었는데 다행히 이제 수술도 안 하고 막 이렇게 구사일생으로 났죠. 그랬는데 지금도 가끔 그때 장면이 제일 떠오르는데 지금 그런 질문을 해 주시니까 그 장면이 또 떠오르네요.

◎김용준: 저는 내가 처음으로 이탈리아 땅을 밟았을 때라든가 이 나라에 이런 걸 들여왔을 때 명예 기사 작위를 받았을 때 이런 것들 훈장을 받았을 때 이런 걸 줄 알았는데 좀 의외의 답변이 있는데요.

▼장명숙: 왜냐하면 제가 한 생명을 낳았잖아요. 예전에 움베르트 에코라는 이태리 작가가 그런 말씀을 인간이 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좋은 자식을 낳는 거 하고 좋은 글을 쓰는 거라는 말을 남겼거든요. 근데 제 자식이 뭐 이렇게 사회에 해를 끼치는 자식은 아니니까 그냥 그렇다고 대단히 좋은 자식도, 평범한 자식인데 일단 제가 자식을 낳았잖아요. 생명을 낳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책도 여러 권 썼어요. 그래서 그 책도 정말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산고의 고통은 똑같지만, 생명체는 또 다른 거잖아요.

◎김용준: 상당히 좀 의외의 답변을 저는 생각보다 들어서 굉장히 이색적인 것 같습니다. 지금 어떻게 보면 앞으로 물론 더 왕성한 활동을 하셔야겠지만 일흔 언저리에 유튜버가 되셨고 또 새로운 삶의 여정을 계속해서 펼치고 계세요. 70년 삶을 돌아보셨을 때 인생이란 뭔가요?

▼장명숙: 가끔 그런 질문들을 해 주시는데 이게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잖아요. 그렇죠 이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거든요. 좀 더 입도 좀 조그맣고 이쁘고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는데 태어나서 보니까 이렇게 태어나졌잖아요. 그냥 태어나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삶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용준: 어떻게 되게 답변이 되게 단촐하십니다. 저 같은 경우는 뭐 인생이란 뭘까라는 것을 지금 이 나이에도 계속 반추하고 반성하고 스스로 다그치고 이러거든요.

▼장명숙: 저는 항상 제 화두가 24시간이에요. 오늘 하루 내가 어떻게 정성껏 살을까.

◎김용준: 그러면 일흔넷 아니죠. 둘 빼야 하죠. 일흔둘의 장명숙 씨 밀라논나의 꿈은 뭘까요?

▼장명숙: 제 나이를 요새 생각하니까 예전에 저희 윗 세대들, 저희 부모님 세대들은 제 나이 언저리 보면 대충 가셨어요. 죽어도 괜찮은 나이야. 사실은 옛날로 치면 30년 전으로 치면 그래서 저는 요즘 제 꿈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여생이잖아요. 20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지만 제가 첫 유튜브 영상을 올릴 때 질문을 이런 질문을 젊은이가 해 주셨어요. 그래서 내가 살아있는 한 움직이는 한 내 인생의 주인공이니까 사회의 패러다임이 좋은 쪽으로 가는 길의 것에 조금 기여하고 싶다.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 이런...

◎김용준: 짧게 마지막으로 요즘에 우리 사회가 참 분열과 갈등 극단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그런 좀 치유할 수 있는 말씀 한마디 시청자 여러분께 부탁드릴게요.

▼장명숙: 그런 거창한 말씀은 못 드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서로 인정하고 역지사지 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김용준: 우리 선생님의 저서를 보면 또 그런 내용이 참 많이 나와 있는데 오늘 참 귀한 말씀 어떻게 보면 또 소박한 말씀 잘 들어봤습니다. 사사건건 이주의 사람 100만 유튜브 구독자 MZ세대 소통왕 밀라노나 장명숙 님과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장명숙: 네 감사합니다.

◎김용준: 주말 사이에도 거센 장맛비가 계속된다고 합니다. 집안이 약한 산사태 위험 지역은 미리 점검하시고 물이 불어난 도로나 지하차도는 절대 접근하지 마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작은 실천이 큰 피해를 막습니다. 6월 20일 금요일 사사건건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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