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진 산자락이 포근히 감싸안은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
문을 닫은 옛 학교 운동장 한쪽, 특별한 편의점이 차려졌습니다.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하는 스태프와 출연진.
금요일 밤 정 많고 웃음 많은 예능 프로그램,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입니다.
마트 하나 없는 오지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한가득 싣고 찾아온 이동식 편의점.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이 마을 초등학생들입니다.
원하던 간식을 신나게 나눠 먹는 아이들.
마을 어르신들도 아이들만큼이나 편의점을 반깁니다.

사실 이 기획은 배우 이민정 씨가 산골 촬영지에서 느꼈던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에겐 간식의 기쁨을 주고, 어르신들에겐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준 작은 기적.

하지만, 이 특별한 하루가 지나면, 다시 일상적인 먹거리조차 쉽게 누릴 수 없는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촬영장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두 손 가득 들고 오는 어르신.
전동차에 물건을 싣고 10분을 달려 집에 도착합니다.
80살 유옥자 할머니는 이곳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두 대의 냉장고엔 음식들이 가득하지만, 혼자 하는 식사에 푸짐한 한 끼는 선뜻 챙기지 못합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차로 20분 거리.
그 마트라도 가려면 차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하루 다섯 차례만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겨울엔 외출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점포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마을.
이런 지역을 이른바 ‘식품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행정리 가운데 73%는 마을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식품 사막’ 상태입니다.
대부분 농촌 지역인데, 식료품을 사려면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나가야 하는 마을도 14곳이나 됩니다.

녹음이 짙은 내장산 자락.
시내에서 차로 40여 분을 들어간 곳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는 백필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때는 100가구가 넘었지만, 이제는 1/3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사라진 가게를 대신하는 건 집집이 들어선 저온 저장고입니다.
이처럼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것도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을 깊숙한 곳엔 7가구만 모여 사는 더 외딴 동네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89살 최순자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준비합니다.
구부러진 허리에 거동도 불편하지만, 이웃들이 챙겨준 재료로 한 끼를 차려 봅니다.
마을 이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전북 정읍시는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식품 접근의 격차는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농촌 고령 인구의 식생활과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비수도권 농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 북부의 한 마을,
이 동네 역시 이제는 젊은 얼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신선식품 가득한 상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날, 마을에 귀한 손님이 찾았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 모여드는 주민들.

열흘에 한 번 마을 안까지 찾아오는 이동 장터입니다.
3.5톤 작은 화물차엔 계란과 고기, 우유 같은 신선식품부터 각종 생필품까지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홀로 사는 89살 장사용 할머니도 오늘은 고기 생각에 장터로 나섰습니다.
직접 물건을 가져가기 벅찬 어르신들에겐 집까지 배달도 해줍니다.
이 사업은 6년 전 농협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며 시작됐습니다.
이젠 어르신 개개인에 맞춘 주문까지 챙기고 있습니다.
이런 이동 장터를 원하는 곳은 많지만, 다 찾아가진 못하고 있습니다.
정읍처럼 마을 사이가 멀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선 차량 운영도, 인건비 부담도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확대되는 대한민국 속 식품 사막,
이제 중요한 건 각 지역 사정에 맞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충북 청주의 산촌 마을.
버스가 닿지 않는 이곳에서 여든 살 노인회장은 아직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일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조만간 이 마을에도 이동 장터가 들어올 거란 소식입니다.
지자체와 농협 사이에 인건비 부담 문제가 남아 있지만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전북은 새로운 모델을 고민 중입니다.
특히 돌봄과 식품 접근성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이미 공동체가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가는 마을도 있습니다.
끼니 앞에서 힘든 사람이 없도록, 그 식탁까지의 길을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식품 사막 #먹거리 #돌봄 #지역 소멸 #전북 #정읍 #건강 불균형 #농촌 #백필마을 #포천 #평창 #상안미2리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 #이민정 #편의점 #농협
취재:조정인
내레이션:남현종
촬영감독:조선기, 강우용
촬영기자: 이정태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문을 닫은 옛 학교 운동장 한쪽, 특별한 편의점이 차려졌습니다.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하는 스태프와 출연진.
금요일 밤 정 많고 웃음 많은 예능 프로그램,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입니다.
<인터뷰> 황성훈/'가는정 오는정 이민정' 연출 나이 드셔서 그런 분들은 정말 장 보러 가려면 하루 반나절을 거의 빼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겠다…. |
마트 하나 없는 오지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한가득 싣고 찾아온 이동식 편의점.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이 마을 초등학생들입니다.
<인터뷰>박하엘/ 안미초 4학년 (사고 싶은 거 있어요?) 그냥 간식이요. <인터뷰> 박성재/안미초 5학년 삼각김밥이요. (왜요?) 맛있어요. (그런 거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해요?) 어 쉬는 날에 먹죠. <인터뷰> 이건훈/ 안미초 3학년 눈에 보이는 건 다 살 거예요. (이런 편의점 얼마에 한 번씩이라도 들어오면 좋을 거 같아요?) 한 1년에 한 번? |
원하던 간식을 신나게 나눠 먹는 아이들.
마을 어르신들도 아이들만큼이나 편의점을 반깁니다.

<인터뷰> 오순여/마을 주민 (뭐 많이 사셨네요?) 예. 제가 운전을 못 해서 아주 많이 불편해요, 여기. 그래서 일하다가 얼른 왔어요. |
사실 이 기획은 배우 이민정 씨가 산골 촬영지에서 느꼈던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이민정/배우 드라마의 경우에는 산골 같은 데 들어갈 때가 많잖아요. 그런 곳에 가면 뭘 사러 나가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게 힘들게 한 번 나가서 진짜 이만큼 가지고 오고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
아이들에겐 간식의 기쁨을 주고, 어르신들에겐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준 작은 기적.
<인터뷰>이민정/배우 저희한테 정말 고맙다고 하고 눈물 그렁그렁하신 분도 계시고 잊지 못할 추억을 준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해 주시면 그게 제일 보람이 있죠 |

하지만, 이 특별한 하루가 지나면, 다시 일상적인 먹거리조차 쉽게 누릴 수 없는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촬영장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두 손 가득 들고 오는 어르신.

<인터뷰>유옥자/마을 주민 우리는 차가 없어. 노인들은. 그러니까 장에 나가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도와주니까 고맙네. |
전동차에 물건을 싣고 10분을 달려 집에 도착합니다.
80살 유옥자 할머니는 이곳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녹취>유옥자/ 마을주민 삼겹살. 다 삼겹살이지 뭐. 애들이 올 때. 요번에 딸이 왔잖아. 올 때 사서. |
두 대의 냉장고엔 음식들이 가득하지만, 혼자 하는 식사에 푸짐한 한 끼는 선뜻 챙기지 못합니다.
<녹취>유옥자/마을 주민 귀찮으니까, 김치나 꺼내놓고 먹고 아니면 장 끓여서 먹고. 밥은 잘 챙겨 먹어요. 먹는 건 잘 먹는데 여러 가지를 안 먹지, 귀찮으니까. |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차로 20분 거리.
그 마트라도 가려면 차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하루 다섯 차례만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인터뷰>유옥자/마을 주민 전동차 세워놓고 버스 타고 가서 장 봐서 다시 거기서 싣고 오고. 마음먹고 나가려면 그렇게 나가는 거죠. 많이 가면 (한 달에) 세 번 가고 적게 가면 두 번. 또 어떤 때는 안 가는 때도 있고…. |
하지만 겨울엔 외출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유옥자/마을 주민 작년에 2월 22일 눈 엄청나게 왔잖아요. 그날 내려가다가 부러져서. 과연 뼈가 붙을까 그런 생각에 괜히 우울한 거야. 근데 그래도 시간이 가니까 뼈가 붙긴 붙어요. 그래서 걸어 다니지 뭐. |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점포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마을.
이런 지역을 이른바 ‘식품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인터뷰>황영모/전북연구원 농생명산업팀 선임연구위원 식품 사막은 영양가 있는 먹거리를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을 상징하는 이런 용어인데요. '먹거리 취약성의 표상 그리고 먹거리 접근성이 배제된 현실을 그대로 상징하는 말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행정리 가운데 73%는 마을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식품 사막’ 상태입니다.
대부분 농촌 지역인데, 식료품을 사려면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나가야 하는 마을도 14곳이나 됩니다.
<인터뷰>황영모/전북연구원 농생명산업팀 선임연구위원 농촌 지역에 사람이 적지 않습니까? 절대적으로 구매력이 도시에 비해서 낮게 되니까 소위 장사를 하는 이 가게가 가게를 열어도 수익을 내기 어렵죠. 그러니까 가게나 점포가 바로 문을 닫게 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겁니다. |

녹음이 짙은 내장산 자락.
시내에서 차로 40여 분을 들어간 곳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는 백필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때는 100가구가 넘었지만, 이제는 1/3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강연천/백필마을 이장 많았어요, 가게가. 이발소도 있었고 마트도 있고 식당도 있고 다 있었어. 여기가 옛날에 가게가 있었거든. 술도 팔고 여러 가지 식료품도 팔고 했었는데 없어졌어. (그때 생각하면 지금이랑은 다르죠?) 굉장히 불편하죠. 그때는 버스도 많이 다녔어요. 그때는…. |
사라진 가게를 대신하는 건 집집이 들어선 저온 저장고입니다.
<녹취> (왜 이렇게 크게 만드셨어요? 냉장고를?) 시골은 커야 되잖아. 그냥 뭐 한 일주일 치 사다 놓고 뭐. |
이처럼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것도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을 깊숙한 곳엔 7가구만 모여 사는 더 외딴 동네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89살 최순자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준비합니다.

<인터뷰>최순자/백필마을 주민 국물이 있어야 좋아요. 된장이 사람에게 좋대요. |
구부러진 허리에 거동도 불편하지만, 이웃들이 챙겨준 재료로 한 끼를 차려 봅니다.
<인터뷰>최순자/백필 마을 주민 하지 감자 볶은 거. 누가 줘서 이렇게 얻어먹네요, 나는. 다 이렇게 도와줘서 살아. 서로서로. |
마을 이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인터뷰>강연천/백필마을 이장 혼자 계시다 언제 돌아가시는지 모르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연락도 한번 하고 그래. 육류 같은 고기 생선 같은 고기를 사와야 하는데 제대로 먹지를 못하지 |
전북 정읍시는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인터뷰>서난이/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 상권이 붕괴한 문제 그리고 이제 고령층이 되면서 실제 교통을 원활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내가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을 바로 가서 살 수 없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교통편을 타지 못해서 며칠을, 라면을 먹은 적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시고요. |
식품 접근의 격차는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농촌 고령 인구의 식생활과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황영모/전북연구원 농생명산업팀 선임연구위원 농촌 지역에서는 신선 채소나 곡물이 많다고 해도 두부라든가 생선이라든가 이렇게 필수 단백질 영양소를 섭취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에 ‘농촌 지역이 도시지역보다 건강에 있어 취약성이 높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짠지나 절임류를 중심으로 식사하게 되니까 건강 불균형, 그다음에 성인병 이런 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
이런 문제는 비수도권 농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 북부의 한 마을,
이 동네 역시 이제는 젊은 얼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춘묵/경기 포천시 동교1통장 노인네들만 계시다 보니까 마을 청년회도 잘 운영이 됐었는데 그 사람도 이제 65살이야. 청년회장이 65살이에요. |
상황이 이러니 신선식품 가득한 상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날, 마을에 귀한 손님이 찾았습니다.

<마을 안내방송> 행복 장터 차가 마을 회관 앞에 나와 있으니 주민 여러분들께서는 생활필수품을 구입하시러 많이들 나오셔서.. |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 모여드는 주민들.

열흘에 한 번 마을 안까지 찾아오는 이동 장터입니다.
3.5톤 작은 화물차엔 계란과 고기, 우유 같은 신선식품부터 각종 생필품까지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인터뷰>조삼순/마을 주민 참외도 사고 계란도 사고 올 때만 기다리죠. 그래서 아주 좋아. 늙은이들 살기에 편해. (전에 없을 때는 그러면요?) 그전에는 없었어. 아이고 저런 계란 먹고 싶으면 먹었나요. |
홀로 사는 89살 장사용 할머니도 오늘은 고기 생각에 장터로 나섰습니다.
<인터뷰> 장사용/마을 주민 고기 살 수 있을까? (어느 고기요 어머니?) 이럴 때 고기나 좀 먹어야지 뭐 |
직접 물건을 가져가기 벅찬 어르신들에겐 집까지 배달도 해줍니다.
<녹취> 아이고, 고마워라. (고기 넣어드렸고요. 이것만 정리하시면 될 것 같아요) 고마워요. |
이 사업은 6년 전 농협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김재원/소흘농업협동조합장 전방 부대에 아무런 마트 같은 게 없을 때 황금 마차가 오거든요. 그거에 착안해서 하게 됐는데 자연 마을을 위주로 해서 19곳을 다니는데, 보시다시피 여기 뭐 편의점도 하나 없는 데가 많아요. 그런데 위주로 다녀서 아주 호응도도 좋고…. |
이젠 어르신 개개인에 맞춘 주문까지 챙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우현/ 행복장터 팀장 배추하고, 어르신이 치아가 안 좋아서 목살을 비계 있는 거 빼고 살만 있는 거 정육에다 주문해 둔 상태고…. |
이런 이동 장터를 원하는 곳은 많지만, 다 찾아가진 못하고 있습니다.
정읍처럼 마을 사이가 멀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선 차량 운영도, 인건비 부담도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승우/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의 1.2~1.5배 이렇게 되는 지역들이 있거든요. 여기서 배송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자원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다음에 이제 적시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들도 있고요. 그러니까 한 번에 다 가겠다고 하면 투자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
갈수록 확대되는 대한민국 속 식품 사막,
이제 중요한 건 각 지역 사정에 맞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충북 청주의 산촌 마을.
버스가 닿지 않는 이곳에서 여든 살 노인회장은 아직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일까요?.

<인터뷰>이흥로/운교2리 노인회장 면허를 사고 자주 난다고 자꾸 이제 반납하라고 하니까 제재하니까 그게 조금 불만이지. 차 없으면 그나마 아무것도 못 하는 거지. 뭐. |
그래도 다행인 건 조만간 이 마을에도 이동 장터가 들어올 거란 소식입니다.
지자체와 농협 사이에 인건비 부담 문제가 남아 있지만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이춘자/마을 주민 들어오면 좋죠. 무슨 약 같은 것도 그 사람한테 얘기하면 다 사다 주고 그러니까. 옛날에도 그래서 살았고 |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전북은 새로운 모델을 고민 중입니다.
특히 돌봄과 식품 접근성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뷰>서난이/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찾아가는 목욕탕 서비스가 있어요. 보건소에서도 나가서 혈압이나 혈당 같은 걸 기본적인 걸 체크해 주는 서비스, 이런 공공 서비스를 저희가 한번 종합적으로 봤을 때 통폐합하거나 시간을 조정하면서 전반적인 농촌에 관한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 건지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미 공동체가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가는 마을도 있습니다.
끼니 앞에서 힘든 사람이 없도록, 그 식탁까지의 길을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식품 사막 #먹거리 #돌봄 #지역 소멸 #전북 #정읍 #건강 불균형 #농촌 #백필마을 #포천 #평창 #상안미2리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 #이민정 #편의점 #농협
취재:조정인
내레이션:남현종
촬영감독:조선기, 강우용
촬영기자: 이정태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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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식품 사막에 삽니다
-
- 입력 2025-06-22 23:12:29
굽이진 산자락이 포근히 감싸안은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
문을 닫은 옛 학교 운동장 한쪽, 특별한 편의점이 차려졌습니다.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하는 스태프와 출연진.
금요일 밤 정 많고 웃음 많은 예능 프로그램,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입니다.
마트 하나 없는 오지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한가득 싣고 찾아온 이동식 편의점.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이 마을 초등학생들입니다.
원하던 간식을 신나게 나눠 먹는 아이들.
마을 어르신들도 아이들만큼이나 편의점을 반깁니다.

사실 이 기획은 배우 이민정 씨가 산골 촬영지에서 느꼈던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에겐 간식의 기쁨을 주고, 어르신들에겐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준 작은 기적.

하지만, 이 특별한 하루가 지나면, 다시 일상적인 먹거리조차 쉽게 누릴 수 없는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촬영장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두 손 가득 들고 오는 어르신.
전동차에 물건을 싣고 10분을 달려 집에 도착합니다.
80살 유옥자 할머니는 이곳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두 대의 냉장고엔 음식들이 가득하지만, 혼자 하는 식사에 푸짐한 한 끼는 선뜻 챙기지 못합니다.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차로 20분 거리.
그 마트라도 가려면 차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하루 다섯 차례만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겨울엔 외출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점포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마을.
이런 지역을 이른바 ‘식품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행정리 가운데 73%는 마을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식품 사막’ 상태입니다.
대부분 농촌 지역인데, 식료품을 사려면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나가야 하는 마을도 14곳이나 됩니다.

녹음이 짙은 내장산 자락.
시내에서 차로 40여 분을 들어간 곳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는 백필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때는 100가구가 넘었지만, 이제는 1/3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사라진 가게를 대신하는 건 집집이 들어선 저온 저장고입니다.
이처럼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것도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을 깊숙한 곳엔 7가구만 모여 사는 더 외딴 동네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89살 최순자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준비합니다.
구부러진 허리에 거동도 불편하지만, 이웃들이 챙겨준 재료로 한 끼를 차려 봅니다.
마을 이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전북 정읍시는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식품 접근의 격차는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농촌 고령 인구의 식생활과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비수도권 농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 북부의 한 마을,
이 동네 역시 이제는 젊은 얼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신선식품 가득한 상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날, 마을에 귀한 손님이 찾았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 모여드는 주민들.

열흘에 한 번 마을 안까지 찾아오는 이동 장터입니다.
3.5톤 작은 화물차엔 계란과 고기, 우유 같은 신선식품부터 각종 생필품까지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홀로 사는 89살 장사용 할머니도 오늘은 고기 생각에 장터로 나섰습니다.
직접 물건을 가져가기 벅찬 어르신들에겐 집까지 배달도 해줍니다.
이 사업은 6년 전 농협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며 시작됐습니다.
이젠 어르신 개개인에 맞춘 주문까지 챙기고 있습니다.
이런 이동 장터를 원하는 곳은 많지만, 다 찾아가진 못하고 있습니다.
정읍처럼 마을 사이가 멀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선 차량 운영도, 인건비 부담도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확대되는 대한민국 속 식품 사막,
이제 중요한 건 각 지역 사정에 맞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충북 청주의 산촌 마을.
버스가 닿지 않는 이곳에서 여든 살 노인회장은 아직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일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조만간 이 마을에도 이동 장터가 들어올 거란 소식입니다.
지자체와 농협 사이에 인건비 부담 문제가 남아 있지만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전북은 새로운 모델을 고민 중입니다.
특히 돌봄과 식품 접근성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이미 공동체가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가는 마을도 있습니다.
끼니 앞에서 힘든 사람이 없도록, 그 식탁까지의 길을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식품 사막 #먹거리 #돌봄 #지역 소멸 #전북 #정읍 #건강 불균형 #농촌 #백필마을 #포천 #평창 #상안미2리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 #이민정 #편의점 #농협
취재:조정인
내레이션:남현종
촬영감독:조선기, 강우용
촬영기자: 이정태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문을 닫은 옛 학교 운동장 한쪽, 특별한 편의점이 차려졌습니다.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하는 스태프와 출연진.
금요일 밤 정 많고 웃음 많은 예능 프로그램, <가는정 오는정 이민정>입니다.
<인터뷰> 황성훈/'가는정 오는정 이민정' 연출 나이 드셔서 그런 분들은 정말 장 보러 가려면 하루 반나절을 거의 빼야 하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겠다…. |
마트 하나 없는 오지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한가득 싣고 찾아온 이동식 편의점.

가장 먼저 달려온 건 이 마을 초등학생들입니다.
<인터뷰>박하엘/ 안미초 4학년 (사고 싶은 거 있어요?) 그냥 간식이요. <인터뷰> 박성재/안미초 5학년 삼각김밥이요. (왜요?) 맛있어요. (그런 거 먹고 싶을 땐 어떻게 해요?) 어 쉬는 날에 먹죠. <인터뷰> 이건훈/ 안미초 3학년 눈에 보이는 건 다 살 거예요. (이런 편의점 얼마에 한 번씩이라도 들어오면 좋을 거 같아요?) 한 1년에 한 번? |
원하던 간식을 신나게 나눠 먹는 아이들.
마을 어르신들도 아이들만큼이나 편의점을 반깁니다.

<인터뷰> 오순여/마을 주민 (뭐 많이 사셨네요?) 예. 제가 운전을 못 해서 아주 많이 불편해요, 여기. 그래서 일하다가 얼른 왔어요. |
사실 이 기획은 배우 이민정 씨가 산골 촬영지에서 느꼈던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이민정/배우 드라마의 경우에는 산골 같은 데 들어갈 때가 많잖아요. 그런 곳에 가면 뭘 사러 나가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게 힘들게 한 번 나가서 진짜 이만큼 가지고 오고 이런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
아이들에겐 간식의 기쁨을 주고, 어르신들에겐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준 작은 기적.
<인터뷰>이민정/배우 저희한테 정말 고맙다고 하고 눈물 그렁그렁하신 분도 계시고 잊지 못할 추억을 준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해 주시면 그게 제일 보람이 있죠 |

하지만, 이 특별한 하루가 지나면, 다시 일상적인 먹거리조차 쉽게 누릴 수 없는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촬영장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두 손 가득 들고 오는 어르신.

<인터뷰>유옥자/마을 주민 우리는 차가 없어. 노인들은. 그러니까 장에 나가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도와주니까 고맙네. |
전동차에 물건을 싣고 10분을 달려 집에 도착합니다.
80살 유옥자 할머니는 이곳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녹취>유옥자/ 마을주민 삼겹살. 다 삼겹살이지 뭐. 애들이 올 때. 요번에 딸이 왔잖아. 올 때 사서. |
두 대의 냉장고엔 음식들이 가득하지만, 혼자 하는 식사에 푸짐한 한 끼는 선뜻 챙기지 못합니다.
<녹취>유옥자/마을 주민 귀찮으니까, 김치나 꺼내놓고 먹고 아니면 장 끓여서 먹고. 밥은 잘 챙겨 먹어요. 먹는 건 잘 먹는데 여러 가지를 안 먹지, 귀찮으니까. |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차로 20분 거리.
그 마트라도 가려면 차 없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하루 다섯 차례만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인터뷰>유옥자/마을 주민 전동차 세워놓고 버스 타고 가서 장 봐서 다시 거기서 싣고 오고. 마음먹고 나가려면 그렇게 나가는 거죠. 많이 가면 (한 달에) 세 번 가고 적게 가면 두 번. 또 어떤 때는 안 가는 때도 있고…. |
하지만 겨울엔 외출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유옥자/마을 주민 작년에 2월 22일 눈 엄청나게 왔잖아요. 그날 내려가다가 부러져서. 과연 뼈가 붙을까 그런 생각에 괜히 우울한 거야. 근데 그래도 시간이 가니까 뼈가 붙긴 붙어요. 그래서 걸어 다니지 뭐. |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점포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마을.
이런 지역을 이른바 ‘식품 사막’이라고 부릅니다.
<인터뷰>황영모/전북연구원 농생명산업팀 선임연구위원 식품 사막은 영양가 있는 먹거리를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을 상징하는 이런 용어인데요. '먹거리 취약성의 표상 그리고 먹거리 접근성이 배제된 현실을 그대로 상징하는 말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행정리 가운데 73%는 마을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식품 사막’ 상태입니다.
대부분 농촌 지역인데, 식료품을 사려면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나가야 하는 마을도 14곳이나 됩니다.
<인터뷰>황영모/전북연구원 농생명산업팀 선임연구위원 농촌 지역에 사람이 적지 않습니까? 절대적으로 구매력이 도시에 비해서 낮게 되니까 소위 장사를 하는 이 가게가 가게를 열어도 수익을 내기 어렵죠. 그러니까 가게나 점포가 바로 문을 닫게 되고 그러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겁니다. |

녹음이 짙은 내장산 자락.
시내에서 차로 40여 분을 들어간 곳에 400년 된 느티나무가 지키는 백필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때는 100가구가 넘었지만, 이제는 1/3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강연천/백필마을 이장 많았어요, 가게가. 이발소도 있었고 마트도 있고 식당도 있고 다 있었어. 여기가 옛날에 가게가 있었거든. 술도 팔고 여러 가지 식료품도 팔고 했었는데 없어졌어. (그때 생각하면 지금이랑은 다르죠?) 굉장히 불편하죠. 그때는 버스도 많이 다녔어요. 그때는…. |
사라진 가게를 대신하는 건 집집이 들어선 저온 저장고입니다.
<녹취> (왜 이렇게 크게 만드셨어요? 냉장고를?) 시골은 커야 되잖아. 그냥 뭐 한 일주일 치 사다 놓고 뭐. |
이처럼 냉장고를 가득 채우는 것도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을 깊숙한 곳엔 7가구만 모여 사는 더 외딴 동네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홀로 사는 89살 최순자 할머니가 늦은 점심을 준비합니다.

<인터뷰>최순자/백필마을 주민 국물이 있어야 좋아요. 된장이 사람에게 좋대요. |
구부러진 허리에 거동도 불편하지만, 이웃들이 챙겨준 재료로 한 끼를 차려 봅니다.
<인터뷰>최순자/백필 마을 주민 하지 감자 볶은 거. 누가 줘서 이렇게 얻어먹네요, 나는. 다 이렇게 도와줘서 살아. 서로서로. |
마을 이장은 어르신들의 건강이 늘 마음에 걸립니다.
<인터뷰>강연천/백필마을 이장 혼자 계시다 언제 돌아가시는지 모르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연락도 한번 하고 그래. 육류 같은 고기 생선 같은 고기를 사와야 하는데 제대로 먹지를 못하지 |
전북 정읍시는 소매점이 없는 마을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인터뷰>서난이/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역 상권이 붕괴한 문제 그리고 이제 고령층이 되면서 실제 교통을 원활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내가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을 바로 가서 살 수 없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교통편을 타지 못해서 며칠을, 라면을 먹은 적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시고요. |
식품 접근의 격차는 단순한 유통 문제를 넘어, 농촌 고령 인구의 식생활과 건강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황영모/전북연구원 농생명산업팀 선임연구위원 농촌 지역에서는 신선 채소나 곡물이 많다고 해도 두부라든가 생선이라든가 이렇게 필수 단백질 영양소를 섭취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많기 때문에 ‘농촌 지역이 도시지역보다 건강에 있어 취약성이 높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짠지나 절임류를 중심으로 식사하게 되니까 건강 불균형, 그다음에 성인병 이런 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
이런 문제는 비수도권 농촌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기 북부의 한 마을,
이 동네 역시 이제는 젊은 얼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이춘묵/경기 포천시 동교1통장 노인네들만 계시다 보니까 마을 청년회도 잘 운영이 됐었는데 그 사람도 이제 65살이야. 청년회장이 65살이에요. |
상황이 이러니 신선식품 가득한 상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날, 마을에 귀한 손님이 찾았습니다.

<마을 안내방송> 행복 장터 차가 마을 회관 앞에 나와 있으니 주민 여러분들께서는 생활필수품을 구입하시러 많이들 나오셔서.. |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 모여드는 주민들.

열흘에 한 번 마을 안까지 찾아오는 이동 장터입니다.
3.5톤 작은 화물차엔 계란과 고기, 우유 같은 신선식품부터 각종 생필품까지 알차게 실려있습니다.

<인터뷰>조삼순/마을 주민 참외도 사고 계란도 사고 올 때만 기다리죠. 그래서 아주 좋아. 늙은이들 살기에 편해. (전에 없을 때는 그러면요?) 그전에는 없었어. 아이고 저런 계란 먹고 싶으면 먹었나요. |
홀로 사는 89살 장사용 할머니도 오늘은 고기 생각에 장터로 나섰습니다.
<인터뷰> 장사용/마을 주민 고기 살 수 있을까? (어느 고기요 어머니?) 이럴 때 고기나 좀 먹어야지 뭐 |
직접 물건을 가져가기 벅찬 어르신들에겐 집까지 배달도 해줍니다.
<녹취> 아이고, 고마워라. (고기 넣어드렸고요. 이것만 정리하시면 될 것 같아요) 고마워요. |
이 사업은 6년 전 농협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며 시작됐습니다.
<인터뷰>김재원/소흘농업협동조합장 전방 부대에 아무런 마트 같은 게 없을 때 황금 마차가 오거든요. 그거에 착안해서 하게 됐는데 자연 마을을 위주로 해서 19곳을 다니는데, 보시다시피 여기 뭐 편의점도 하나 없는 데가 많아요. 그런데 위주로 다녀서 아주 호응도도 좋고…. |
이젠 어르신 개개인에 맞춘 주문까지 챙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우현/ 행복장터 팀장 배추하고, 어르신이 치아가 안 좋아서 목살을 비계 있는 거 빼고 살만 있는 거 정육에다 주문해 둔 상태고…. |
이런 이동 장터를 원하는 곳은 많지만, 다 찾아가진 못하고 있습니다.
정읍처럼 마을 사이가 멀고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에선 차량 운영도, 인건비 부담도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승우/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울의 1.2~1.5배 이렇게 되는 지역들이 있거든요. 여기서 배송한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자원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다음에 이제 적시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들도 있고요. 그러니까 한 번에 다 가겠다고 하면 투자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
갈수록 확대되는 대한민국 속 식품 사막,
이제 중요한 건 각 지역 사정에 맞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일입니다.

충북 청주의 산촌 마을.
버스가 닿지 않는 이곳에서 여든 살 노인회장은 아직도 운전대를 잡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일까요?.

<인터뷰>이흥로/운교2리 노인회장 면허를 사고 자주 난다고 자꾸 이제 반납하라고 하니까 제재하니까 그게 조금 불만이지. 차 없으면 그나마 아무것도 못 하는 거지. 뭐. |
그래도 다행인 건 조만간 이 마을에도 이동 장터가 들어올 거란 소식입니다.
지자체와 농협 사이에 인건비 부담 문제가 남아 있지만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인터뷰> 이춘자/마을 주민 들어오면 좋죠. 무슨 약 같은 것도 그 사람한테 얘기하면 다 사다 주고 그러니까. 옛날에도 그래서 살았고 |
식품 사막이 가장 심각한 전북은 새로운 모델을 고민 중입니다.
특히 돌봄과 식품 접근성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비용은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인터뷰>서난이/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찾아가는 목욕탕 서비스가 있어요. 보건소에서도 나가서 혈압이나 혈당 같은 걸 기본적인 걸 체크해 주는 서비스, 이런 공공 서비스를 저희가 한번 종합적으로 봤을 때 통폐합하거나 시간을 조정하면서 전반적인 농촌에 관한 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 건지에 대한 총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미 공동체가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가는 마을도 있습니다.
끼니 앞에서 힘든 사람이 없도록, 그 식탁까지의 길을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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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조정인
내레이션:남현종
촬영감독:조선기, 강우용
촬영기자: 이정태
편집:김기곤
그래픽:장수현
리서처: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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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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