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낳은 방송인 사유리 씨 사례가 공개된 이후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올라갔습니다.

20대 청년 10명 중 4명은 이렇게 결혼을 안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년 새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확산한 겁니다.


정부도 최근 비혼 출산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아이를 낳거나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는 얼마나 열려 있을까요?

퇴근길, 내과 의사인 38살 이샘나 씨가 직장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사랑스럽기만한 아들의 모습에 얼굴엔 웃음꽃이 핍니다. 두 살배기 로빈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를 봅니다.
로빈이는 미혼인 샘나 씨가 덴마크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낳은 아들입니다.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는 로빈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합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듦보단 기쁨이 더 크다는 샘나 씨, 첫째 임신 때와 동일한 정자 기증자를 통해 둘째도 가졌습니다.

샘나 씨가 비혼 출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샘나 씨의 선택지는 정자은행 규모가 크고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이 가능한 덴마크였습니다. 두 차례 임신을 위한 현지 체류비와 각종 시술 비용에만 4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시술 직후 귀국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기 위해 오가기를 여러 번. 무엇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28살 김민서(가명)씨도 비혼 출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자은행은 난임부부만 이용할 수 있기에 덴마크 정자은행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8월에 덴마크로 건너가 배아를 배양해 냉동 보관하고, 2년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배아를 이식해 출산할 계획입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저히 낮습니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열 명 중 여섯 명 정도고, OECD 평균도 40%가 넘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이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는 게 불법은 아닙니다.
산부인과학회가 지침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부부에게만 시술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에서 난임을 부부 사이의 일로 규정해 독신 여성에겐 시술이 어렵다는 게 학회의 입장입니다.
해당 지침이 차별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을 권고했지만, 아직 변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독립출산지원법’이 발의된 상탭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동성혼 합법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습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조사 결괍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7.2%로, 10년 전보다 14.7%p 늘었습니다. 10대의 동의율이 44.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60대 이상은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 등 여전히 반대 비율이 높았습니다.
지금으로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초저출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비혼 출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는 60대 초반의 정은주 씨.
처음 결혼 후 낳았던 딸은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혼 후 보육원 봉사를 하다가 18년 전 지금의 아들을 입양했습니다.

당시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기 전이었지만, 심사를 통과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유아 세례 때는 오빠가 기꺼이 대부가 돼 주었고, 조카들도 은주 씨 아들과 허물없이 지냅니다. 이제 18살인 아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며 자신의 꿈을 찾고 있습니다.

은주 씨는 입양 희망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입양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신 입양을 희망하는 30대 초반 이지혜(가명)씨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입양 기관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다음 달 중순부턴 공적 입양 체계가 도입되면서 입양 신청은 입양 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받게 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독신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입양은 같은 절차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심의와 법원 허가 단계에서 독신 입양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저출생 고령화라는 이중의 난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한 출산, 입양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둘째 출산이 임박한 샘나 씨가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아기의 심박동 소리가 검사실에 울려 퍼집니다.

다음은 초음파 검삽니다.

뱃속 아기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감격스럽습니다.


연거푸 비혼 출산을 선택한 샘나 씨, 첫째 로빈이와 곧 태어날 둘째 제로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비혼출산 #정자은행 #정자기증 #덴마크정자은행 #독립출산지원법 #모자보건법 #독신입양 #출생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기결정권
취재:김영은
촬영감독:조선기
촬영기자:김대원 김민준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20대 청년 10명 중 4명은 이렇게 결혼을 안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년 새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확산한 겁니다.

20대 여성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제 주변에도 비혼 출산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몇 명 있고. 20대 여성/비혼 출산 준비(음성변조) 아기 때문에 별로 결혼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한국에서 (비혼 단독 출산이) 된다고 하면 저도 덴마크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

정부도 최근 비혼 출산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9(지난달 16일)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 제도 밖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들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
혼자서도 아이를 낳거나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는 얼마나 열려 있을까요?

퇴근길, 내과 의사인 38살 이샘나 씨가 직장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사랑스럽기만한 아들의 모습에 얼굴엔 웃음꽃이 핍니다. 두 살배기 로빈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를 봅니다.

로빈이는 미혼인 샘나 씨가 덴마크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낳은 아들입니다.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는 로빈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합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듦보단 기쁨이 더 크다는 샘나 씨, 첫째 임신 때와 동일한 정자 기증자를 통해 둘째도 가졌습니다.

샘나 씨가 비혼 출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샘나/비혼 출산 계기가 나이인 것 같아요. 이거는 이제 미룰 수 없다. 빨리 추진을 해야겠다. 연애나 결혼이나 이런 과정, 그런 것들이 체질에 잘 안 맞더라고요. 아이한테는 이런 걸 해줘야지 이런 걸 해주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은 늘 했었는데 남편이 있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이런 샘나 씨의 선택지는 정자은행 규모가 크고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이 가능한 덴마크였습니다. 두 차례 임신을 위한 현지 체류비와 각종 시술 비용에만 4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덴마크 현지에서) 배아를 보관하는 비용 그리고 또 거기다가 배아를 이식하는 비용 등등 하니까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한국에서 쓴 비용은 또 어마어마하고요. 왜냐하면 주사 비용이나 이런 것들이 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
시술 직후 귀국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기 위해 오가기를 여러 번. 무엇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둘째 임신은) 세 번 만에 됐죠. 거기다 덴마크를 두 번 더 왔다 갔다 했어요. 동결한 배아를 이식하기만 할 때에는 완전 당일치기로 16시간 가서 아침에 도착해서 11시 반에 보통 시술하거든요. 그러면 시술하고 그다음에 한 3~4시 비행기로 오는 거죠. 한국이 되기만 했으면 사실 저는 당일로 갔다 오거나 그럴 수도 있고 집에서 쉴 수 있고요. |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아이를 키우기 전의 삶은 되게 만족스러웠는데 아이를 키우고 난 뒤의 삶은 되게 행복하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뭔가 조금 더 용기를 내고, 한 걸음 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발전시키고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고, 그런 드라이브가 되기도 하고 (그럼 셋째도?) 네, 저는 셋째까지는 생각하고 있어요. |
28살 김민서(가명)씨도 비혼 출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자은행은 난임부부만 이용할 수 있기에 덴마크 정자은행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김민서/비혼 출산 준비(가명/음성변조) 알아보는 데만 한 6개월 정도 걸렸어요. 왜냐하면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맨날 검색했어요. |
8월에 덴마크로 건너가 배아를 배양해 냉동 보관하고, 2년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배아를 이식해 출산할 계획입니다.

김민서/비혼 출산 준비(가명/음성변조) (난자) 채취만 덴마크 가서 하고 배아 만드는 건 (덴마크) 병원에 맡기고 저는 바로 돌아올 생각이에요. |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저히 낮습니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열 명 중 여섯 명 정도고, OECD 평균도 40%가 넘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지금 저출생이라고 국가적인 과제다, 이거는 국가 소멸의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외국을 들여다보면 비혼 출산이 많은 국가에서 파트너가 없다면 국가가 같이 키워주는 사회인 거예요. 이런 사회여야지만 우리가 성평등한 사회도 되고 아기를 많이 낳는, 그리고 차별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다. |
사실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이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는 게 불법은 아닙니다.
산부인과학회가 지침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부부에게만 시술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에서 난임을 부부 사이의 일로 규정해 독신 여성에겐 시술이 어렵다는 게 학회의 입장입니다.

해당 지침이 차별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을 권고했지만, 아직 변화가 없습니다.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중신/대한산부인과학회 당시 이사장 (2022년 10월/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월권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다시 한번 해보시면 좋겠어요. (네, 검토해 보겠습니다.) 검토 하시겠습니까? (네) |
이 때문에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독립출산지원법’이 발의된 상탭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동성혼 합법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습니다.

이재강/더불어민주당 의원(법안 발의) 독립 출산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주변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숨겨진 일처럼 되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그 벽을 좀 허물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
비혼 출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조사 결괍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7.2%로, 10년 전보다 14.7%p 늘었습니다. 10대의 동의율이 44.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60대 이상은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 등 여전히 반대 비율이 높았습니다.
50대 여성 정자를 기증받아서 하는 거, 그거는 개인적으로 반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기로 해서 아이를 출산하는 거, (결국) 결혼을 못하더라도 그거는 괜찮다. 60대 남성 기독교인이라 상대가 없이 혼자 애를 갖는다는 그 자체는 제 인생의 그런 지식, 상식으로는 수긍이 안 돼요. |
지금으로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초저출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비혼 출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형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제13차 인구 비상대책회의, 지난달 29일) 비혼 출산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차별적 요소와 제도적 보호의 미비점을 전면 점검하여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아빠 같은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2배로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여러 가지 그런 적용 가능한 제도들을 활용을 해서 실천을 하다 보면 인식이 조금씩 바뀌지 않겠습니까? |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는 60대 초반의 정은주 씨.
처음 결혼 후 낳았던 딸은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혼 후 보육원 봉사를 하다가 18년 전 지금의 아들을 입양했습니다.

당시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기 전이었지만, 심사를 통과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은주/ 독신 입양 (입양 기관에서) 처음에는 되게 보수적으로 이렇게 대응하셨지만, 나중에는 허락이 된 운이 좋은 케이스였죠. |
아들의 유아 세례 때는 오빠가 기꺼이 대부가 돼 주었고, 조카들도 은주 씨 아들과 허물없이 지냅니다. 이제 18살인 아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며 자신의 꿈을 찾고 있습니다.

정은주/ 독신 입양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를 사랑해 주고 또 같이 도와주고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입양 심사에서) 독신이라는 외적 조건으로 그냥 탈락시키지 않기를 저는 바라는 거죠. |
은주 씨는 입양 희망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입양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신 입양을 희망하는 30대 초반 이지혜(가명)씨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입양 기관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지혜(가명)/독신 입양 준비 출산율 저하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로 지금 (입양) 대기가 이미 많다고 들어서 신청을 작년에 했던 것인데, 신청 단계에서부터 거절이 되니까 좀 되게 좌절했고요. |

입양기관 관계자(음성변조) 법원이랑 미팅을 했을 때 (독신 입양) 승인이 어렵다는 식으로 저희가 그걸 받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잘 진행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
다음 달 중순부턴 공적 입양 체계가 도입되면서 입양 신청은 입양 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받게 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독신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입양은 같은 절차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심의와 법원 허가 단계에서 독신 입양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이지혜(가명)/독신 입양 준비 동태를 지켜봤다가 도저히 (입양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비혼 출산 쪽도 알아보기는 해야겠죠. |
저출생 고령화라는 이중의 난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한 출산, 입양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인이 미성년 자녀를 돌보는 생활 공동체 그게 가족이란 말이에요. 아이를 보고 다른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면 되잖아요.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가부장적 가족에 대한 어떤 통념,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영향력을 아직은 발휘하고 있다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 오명을 뒤집어씌우지 않도록 하는 국민 교육 이것도 굉장히 필요한 과제인 거죠. |
둘째 출산이 임박한 샘나 씨가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아기의 심박동 소리가 검사실에 울려 퍼집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소리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안심되죠. 잘 뛰고 있으니까. |
다음은 초음파 검삽니다.

뱃속 아기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감격스럽습니다.


오상윤/산부인과 전문의 막달 검사해서 특별히 이상이 있으면 빈혈이 심하다 이러면 철분 주사나 이런 걸로 교정할 거고 이상 없으면 그냥 (제왕절개) 수술하면 되겠죠. (네, 알겠습니다). 일주일 후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

이샘나/비혼 출산 아이를 저 혼자 낳은 것만으로 평가받는 그런 환경에서는 비난하는 게 굉장히 쉬워요. 용기를 내서 계속해서 (방송에) 나가는 이유는 이웃이 되고 싶기 때문인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아이를 이 과정으로 낳긴 했지만 아주 성실한 직장인이고 또 정말 도덕적으로 사회에서 법 잘 지키면서 살고 세금 잘 내면서 살고,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분한테 인사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런 사람이거든요. |
연거푸 비혼 출산을 선택한 샘나 씨, 첫째 로빈이와 곧 태어날 둘째 제로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 로빈이는 부족한 것이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연대하고 또 결핍을 이해하고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고. 제로미야.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계속 이렇게 열심히 놀고 건강하게 만나자. 그리고 형이랑 사이좋게 지내. 형이 장난감 주는 거는 다 형의 호의라고 생각해야 해. 삭막한 도시를 자기의 향기로 물들일 때까지 그런 이름대로 잘 살아가렴. |

#비혼출산 #정자은행 #정자기증 #덴마크정자은행 #독립출산지원법 #모자보건법 #독신입양 #출생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기결정권
취재:김영은
촬영감독:조선기
촬영기자:김대원 김민준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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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다] “남편보다 아이”…비혼 출산하는 여성들
-
- 입력 2025-06-22 23:12:35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낳은 방송인 사유리 씨 사례가 공개된 이후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올라갔습니다.

20대 청년 10명 중 4명은 이렇게 결혼을 안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년 새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확산한 겁니다.


정부도 최근 비혼 출산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혼자서도 아이를 낳거나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는 얼마나 열려 있을까요?

퇴근길, 내과 의사인 38살 이샘나 씨가 직장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사랑스럽기만한 아들의 모습에 얼굴엔 웃음꽃이 핍니다. 두 살배기 로빈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를 봅니다.
로빈이는 미혼인 샘나 씨가 덴마크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낳은 아들입니다.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는 로빈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합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듦보단 기쁨이 더 크다는 샘나 씨, 첫째 임신 때와 동일한 정자 기증자를 통해 둘째도 가졌습니다.

샘나 씨가 비혼 출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샘나 씨의 선택지는 정자은행 규모가 크고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이 가능한 덴마크였습니다. 두 차례 임신을 위한 현지 체류비와 각종 시술 비용에만 4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시술 직후 귀국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기 위해 오가기를 여러 번. 무엇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28살 김민서(가명)씨도 비혼 출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자은행은 난임부부만 이용할 수 있기에 덴마크 정자은행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8월에 덴마크로 건너가 배아를 배양해 냉동 보관하고, 2년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배아를 이식해 출산할 계획입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저히 낮습니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열 명 중 여섯 명 정도고, OECD 평균도 40%가 넘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이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는 게 불법은 아닙니다.
산부인과학회가 지침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부부에게만 시술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에서 난임을 부부 사이의 일로 규정해 독신 여성에겐 시술이 어렵다는 게 학회의 입장입니다.
해당 지침이 차별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을 권고했지만, 아직 변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독립출산지원법’이 발의된 상탭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동성혼 합법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습니다.

비혼 출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조사 결괍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7.2%로, 10년 전보다 14.7%p 늘었습니다. 10대의 동의율이 44.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60대 이상은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 등 여전히 반대 비율이 높았습니다.
지금으로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초저출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비혼 출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는 60대 초반의 정은주 씨.
처음 결혼 후 낳았던 딸은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혼 후 보육원 봉사를 하다가 18년 전 지금의 아들을 입양했습니다.

당시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기 전이었지만, 심사를 통과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유아 세례 때는 오빠가 기꺼이 대부가 돼 주었고, 조카들도 은주 씨 아들과 허물없이 지냅니다. 이제 18살인 아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며 자신의 꿈을 찾고 있습니다.

은주 씨는 입양 희망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입양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신 입양을 희망하는 30대 초반 이지혜(가명)씨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입양 기관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다음 달 중순부턴 공적 입양 체계가 도입되면서 입양 신청은 입양 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받게 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독신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입양은 같은 절차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심의와 법원 허가 단계에서 독신 입양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저출생 고령화라는 이중의 난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한 출산, 입양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둘째 출산이 임박한 샘나 씨가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아기의 심박동 소리가 검사실에 울려 퍼집니다.

다음은 초음파 검삽니다.

뱃속 아기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감격스럽습니다.


연거푸 비혼 출산을 선택한 샘나 씨, 첫째 로빈이와 곧 태어날 둘째 제로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비혼출산 #정자은행 #정자기증 #덴마크정자은행 #독립출산지원법 #모자보건법 #독신입양 #출생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자기결정권
취재:김영은
촬영감독:조선기
촬영기자:김대원 김민준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20대 청년 10명 중 4명은 이렇게 결혼을 안 해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년 새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더 확산한 겁니다.

20대 여성 저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제 주변에도 비혼 출산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몇 명 있고. 20대 여성/비혼 출산 준비(음성변조) 아기 때문에 별로 결혼을 하고 싶진 않았어요. 한국에서 (비혼 단독 출산이) 된다고 하면 저도 덴마크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

정부도 최근 비혼 출산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KBS 뉴스9(지난달 16일)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결혼 제도 밖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들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
혼자서도 아이를 낳거나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사회는 얼마나 열려 있을까요?

퇴근길, 내과 의사인 38살 이샘나 씨가 직장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사랑스럽기만한 아들의 모습에 얼굴엔 웃음꽃이 핍니다. 두 살배기 로빈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카메라를 봅니다.

로빈이는 미혼인 샘나 씨가 덴마크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받아 낳은 아들입니다. 오늘은 감기 기운이 있는 로빈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합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듦보단 기쁨이 더 크다는 샘나 씨, 첫째 임신 때와 동일한 정자 기증자를 통해 둘째도 가졌습니다.

샘나 씨가 비혼 출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샘나/비혼 출산 계기가 나이인 것 같아요. 이거는 이제 미룰 수 없다. 빨리 추진을 해야겠다. 연애나 결혼이나 이런 과정, 그런 것들이 체질에 잘 안 맞더라고요. 아이한테는 이런 걸 해줘야지 이런 걸 해주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은 늘 했었는데 남편이 있는 그런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이런 샘나 씨의 선택지는 정자은행 규모가 크고 비혼 여성의 보조생식술이 가능한 덴마크였습니다. 두 차례 임신을 위한 현지 체류비와 각종 시술 비용에만 4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덴마크 현지에서) 배아를 보관하는 비용 그리고 또 거기다가 배아를 이식하는 비용 등등 하니까 비용이 훨씬 많이 들고, 한국에서 쓴 비용은 또 어마어마하고요. 왜냐하면 주사 비용이나 이런 것들이 다 비급여이기 때문에. |
시술 직후 귀국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다시 임신을 시도하기 위해 오가기를 여러 번. 무엇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둘째 임신은) 세 번 만에 됐죠. 거기다 덴마크를 두 번 더 왔다 갔다 했어요. 동결한 배아를 이식하기만 할 때에는 완전 당일치기로 16시간 가서 아침에 도착해서 11시 반에 보통 시술하거든요. 그러면 시술하고 그다음에 한 3~4시 비행기로 오는 거죠. 한국이 되기만 했으면 사실 저는 당일로 갔다 오거나 그럴 수도 있고 집에서 쉴 수 있고요. |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은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아이를 키우기 전의 삶은 되게 만족스러웠는데 아이를 키우고 난 뒤의 삶은 되게 행복하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뭔가 조금 더 용기를 내고, 한 걸음 더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를 발전시키고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하고, 그런 드라이브가 되기도 하고 (그럼 셋째도?) 네, 저는 셋째까지는 생각하고 있어요. |
28살 김민서(가명)씨도 비혼 출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자은행은 난임부부만 이용할 수 있기에 덴마크 정자은행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김민서/비혼 출산 준비(가명/음성변조) 알아보는 데만 한 6개월 정도 걸렸어요. 왜냐하면 정보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맨날 검색했어요. |
8월에 덴마크로 건너가 배아를 배양해 냉동 보관하고, 2년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배아를 이식해 출산할 계획입니다.

김민서/비혼 출산 준비(가명/음성변조) (난자) 채취만 덴마크 가서 하고 배아 만드는 건 (덴마크) 병원에 맡기고 저는 바로 돌아올 생각이에요. |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 비율은 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현저히 낮습니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열 명 중 여섯 명 정도고, OECD 평균도 40%가 넘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지금 저출생이라고 국가적인 과제다, 이거는 국가 소멸의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외국을 들여다보면 비혼 출산이 많은 국가에서 파트너가 없다면 국가가 같이 키워주는 사회인 거예요. 이런 사회여야지만 우리가 성평등한 사회도 되고 아기를 많이 낳는, 그리고 차별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다. |
사실 국내에서도 비혼 여성이 임신을 위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는 게 불법은 아닙니다.
산부인과학회가 지침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부부에게만 시술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에서 난임을 부부 사이의 일로 규정해 독신 여성에겐 시술이 어렵다는 게 학회의 입장입니다.

해당 지침이 차별적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정을 권고했지만, 아직 변화가 없습니다.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중신/대한산부인과학회 당시 이사장 (2022년 10월/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월권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한 검토를 다시 한번 해보시면 좋겠어요. (네, 검토해 보겠습니다.) 검토 하시겠습니까? (네) |
이 때문에 비혼 여성이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독립출산지원법’이 발의된 상탭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동성혼 합법화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일부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폐기됐습니다.

이재강/더불어민주당 의원(법안 발의) 독립 출산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주변에서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이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숨겨진 일처럼 되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은 그 벽을 좀 허물어야 되는 상황입니다. |
비혼 출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조사 결괍니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7.2%로, 10년 전보다 14.7%p 늘었습니다. 10대의 동의율이 44.2%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60대 이상은 10명 중 7명이 반대하는 등 여전히 반대 비율이 높았습니다.
50대 여성 정자를 기증받아서 하는 거, 그거는 개인적으로 반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기로 해서 아이를 출산하는 거, (결국) 결혼을 못하더라도 그거는 괜찮다. 60대 남성 기독교인이라 상대가 없이 혼자 애를 갖는다는 그 자체는 제 인생의 그런 지식, 상식으로는 수긍이 안 돼요. |
지금으로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초저출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인식하에 비혼 출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형환/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제13차 인구 비상대책회의, 지난달 29일) 비혼 출산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차별적 요소와 제도적 보호의 미비점을 전면 점검하여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는 부모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동등하게 |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이사)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아빠 같은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2배로 할 수 있게 한다든지 여러 가지 그런 적용 가능한 제도들을 활용을 해서 실천을 하다 보면 인식이 조금씩 바뀌지 않겠습니까? |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는 60대 초반의 정은주 씨.
처음 결혼 후 낳았던 딸은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혼 후 보육원 봉사를 하다가 18년 전 지금의 아들을 입양했습니다.

당시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기 전이었지만, 심사를 통과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은주/ 독신 입양 (입양 기관에서) 처음에는 되게 보수적으로 이렇게 대응하셨지만, 나중에는 허락이 된 운이 좋은 케이스였죠. |
아들의 유아 세례 때는 오빠가 기꺼이 대부가 돼 주었고, 조카들도 은주 씨 아들과 허물없이 지냅니다. 이제 18살인 아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며 자신의 꿈을 찾고 있습니다.

정은주/ 독신 입양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를 사랑해 주고 또 같이 도와주고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입양 심사에서) 독신이라는 외적 조건으로 그냥 탈락시키지 않기를 저는 바라는 거죠. |
은주 씨는 입양 희망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며 입양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신 입양을 희망하는 30대 초반 이지혜(가명)씨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입양 기관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지혜(가명)/독신 입양 준비 출산율 저하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로 지금 (입양) 대기가 이미 많다고 들어서 신청을 작년에 했던 것인데, 신청 단계에서부터 거절이 되니까 좀 되게 좌절했고요. |

입양기관 관계자(음성변조) 법원이랑 미팅을 했을 때 (독신 입양) 승인이 어렵다는 식으로 저희가 그걸 받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잘 진행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
다음 달 중순부턴 공적 입양 체계가 도입되면서 입양 신청은 입양 기관이 아닌 아동권리보장원이 받게 됩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독신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입양은 같은 절차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심의와 법원 허가 단계에서 독신 입양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입니다.

이지혜(가명)/독신 입양 준비 동태를 지켜봤다가 도저히 (입양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비혼 출산 쪽도 알아보기는 해야겠죠. |
저출생 고령화라는 이중의 난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기준으로 한 출산, 입양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정재훈/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인이 미성년 자녀를 돌보는 생활 공동체 그게 가족이란 말이에요. 아이를 보고 다른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면 되잖아요.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가부장적 가족에 대한 어떤 통념,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영향력을 아직은 발휘하고 있다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 오명을 뒤집어씌우지 않도록 하는 국민 교육 이것도 굉장히 필요한 과제인 거죠. |
둘째 출산이 임박한 샘나 씨가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아기의 심박동 소리가 검사실에 울려 퍼집니다.

이샘나/비혼 출산 (소리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안심되죠. 잘 뛰고 있으니까. |
다음은 초음파 검삽니다.

뱃속 아기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감격스럽습니다.


오상윤/산부인과 전문의 막달 검사해서 특별히 이상이 있으면 빈혈이 심하다 이러면 철분 주사나 이런 걸로 교정할 거고 이상 없으면 그냥 (제왕절개) 수술하면 되겠죠. (네, 알겠습니다). 일주일 후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

이샘나/비혼 출산 아이를 저 혼자 낳은 것만으로 평가받는 그런 환경에서는 비난하는 게 굉장히 쉬워요. 용기를 내서 계속해서 (방송에) 나가는 이유는 이웃이 되고 싶기 때문인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아이를 이 과정으로 낳긴 했지만 아주 성실한 직장인이고 또 정말 도덕적으로 사회에서 법 잘 지키면서 살고 세금 잘 내면서 살고,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분한테 인사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런 사람이거든요. |
연거푸 비혼 출산을 선택한 샘나 씨, 첫째 로빈이와 곧 태어날 둘째 제로미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 로빈이는 부족한 것이 있는 사람들이랑 같이 연대하고 또 결핍을 이해하고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고. 제로미야.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계속 이렇게 열심히 놀고 건강하게 만나자. 그리고 형이랑 사이좋게 지내. 형이 장난감 주는 거는 다 형의 호의라고 생각해야 해. 삭막한 도시를 자기의 향기로 물들일 때까지 그런 이름대로 잘 살아가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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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김영은
촬영감독:조선기
촬영기자:김대원 김민준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한혜민 김아연
조연출:심은별 이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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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기자 paz@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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