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분단의 상징 ‘노동당사’

입력 2025.06.23 (19:28) 수정 2025.06.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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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며칠 뒤면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습니다.

총성은 멎었지만, 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데요.

오늘, 유산 지도는 분단의 아픔을 말없이 증언하는 철원 노동당사를 찾아가 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울타리 안에 갇힌 3층짜리 건물.

회색 골조가 훤히 드러나 있습니다.

지붕은 간데없고 검게 그을린 창틀만 자리를 지킵니다.

외벽에는 총탄과 포탄 자국이 선명합니다.

1946년 세워진 노동당사입니다.

광복 이듬해, 조선노동당이 당시 북한 땅이었던 철원 지역을 관할하려 지은 것입니다.

[김병욱/문화해설사 : "밑에 내려보고 사람들 다 집합시키고 위에서 뒷짐 지고 이야기하면 위압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로 이렇게 단 높이를 지었다고 그래요. 3번 국도는 구 철원역을 지나고 여기는 그야말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심인데 그 중심에 노동당사를 지었다고 하는 의미는 남한을 적화 통일해서 다 통치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지은 거예요."]

지금은 출입이 금지된 내부를 3D 영상으로 살펴봤습니다.

높은 계단을 넘어서자 건물 중앙계단 옆으로 콘크리트 벽이 대칭을 이루며 마주합니다.

좁은 복도를 끼고 양옆으로 수많은 벽이 공간을 나눕니다.

일부는 한두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아 보입니다

2층은 정돈된 러시아식 건축 양식을 보여줍니다.

천장은 목조 삼각 지붕틀 흔적에, 원기둥 위로는 아치로 장식했습니다.

당시 조선노동당은 이 건물을 짓는데 주민을 강제 동원했다고 전해집니다.

사라진 건물 뒤편 방공호에선 인골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반공 인사를 취조하는 곳으로 악명 높았던 이곳.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품고 있어, 2002년 국가등록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김영규/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 "공산 치하에서 혹은 전쟁 상황에서 겪었던 민간인들의 아픔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희생이 너무 컸죠. 공산 치하의 산물이긴 하지만…. 지금 남북분단 상황에서 또 우리가 앞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그런 의미에서 이것을 좀 재해석해서."]

분단의 아픔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승화시키는 공간적 거점이라는 의미도 큽니다.

[이종화/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사무국장 : "노동당사도 그렇지만 이산가족 여전히 남아계신 분들도 있고 통일이 이제 단순히 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또 잘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고 또 결과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청년들이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평화통일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 패인 전쟁의 상흔은 세월이 흘러도 아물기 힘들다고 노동당사에 남은 총탄의 흔적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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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성 없는 분단의 상징 ‘노동당사’
    • 입력 2025-06-23 19:28:56
    • 수정2025-06-23 19:36:59
    뉴스7(춘천)
[앵커]

며칠 뒤면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습니다.

총성은 멎었지만, 전쟁의 상흔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데요.

오늘, 유산 지도는 분단의 아픔을 말없이 증언하는 철원 노동당사를 찾아가 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울타리 안에 갇힌 3층짜리 건물.

회색 골조가 훤히 드러나 있습니다.

지붕은 간데없고 검게 그을린 창틀만 자리를 지킵니다.

외벽에는 총탄과 포탄 자국이 선명합니다.

1946년 세워진 노동당사입니다.

광복 이듬해, 조선노동당이 당시 북한 땅이었던 철원 지역을 관할하려 지은 것입니다.

[김병욱/문화해설사 : "밑에 내려보고 사람들 다 집합시키고 위에서 뒷짐 지고 이야기하면 위압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로 이렇게 단 높이를 지었다고 그래요. 3번 국도는 구 철원역을 지나고 여기는 그야말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심인데 그 중심에 노동당사를 지었다고 하는 의미는 남한을 적화 통일해서 다 통치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지은 거예요."]

지금은 출입이 금지된 내부를 3D 영상으로 살펴봤습니다.

높은 계단을 넘어서자 건물 중앙계단 옆으로 콘크리트 벽이 대칭을 이루며 마주합니다.

좁은 복도를 끼고 양옆으로 수많은 벽이 공간을 나눕니다.

일부는 한두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좁아 보입니다

2층은 정돈된 러시아식 건축 양식을 보여줍니다.

천장은 목조 삼각 지붕틀 흔적에, 원기둥 위로는 아치로 장식했습니다.

당시 조선노동당은 이 건물을 짓는데 주민을 강제 동원했다고 전해집니다.

사라진 건물 뒤편 방공호에선 인골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반공 인사를 취조하는 곳으로 악명 높았던 이곳.

전쟁의 비극을 온몸으로 품고 있어, 2002년 국가등록 문화유산이 됐습니다.

[김영규/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 "공산 치하에서 혹은 전쟁 상황에서 겪었던 민간인들의 아픔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희생이 너무 컸죠. 공산 치하의 산물이긴 하지만…. 지금 남북분단 상황에서 또 우리가 앞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그런 의미에서 이것을 좀 재해석해서."]

분단의 아픔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승화시키는 공간적 거점이라는 의미도 큽니다.

[이종화/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사무국장 : "노동당사도 그렇지만 이산가족 여전히 남아계신 분들도 있고 통일이 이제 단순히 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아픔과 상처를 또 잘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고 또 결과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청년들이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평화통일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번 패인 전쟁의 상흔은 세월이 흘러도 아물기 힘들다고 노동당사에 남은 총탄의 흔적은 온몸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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