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오전 8시 30분(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구성 : 김영성 작가 ■ 기술 : 민경수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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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충남 청양의 학교폭력 가해 고교생 4명이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만, 피해 학생은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있고, 가해 학생으로부터 사과 한 번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엔 대전의 한 대학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소중한 생명이 살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늘 생생인터뷰, 신소영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함께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하 신소영): 네, 안녕하세요.
◇ 박지은: 청양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 학생 4명이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형사 처벌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 신소영: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형법상 특수폭행, 공갈, 그리고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등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지은: 퇴학 처분과는 별개로 형사 처벌은 계속 이어지는 거군요.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초범, 미성년자, 도주 우려 없음 등이 판단 근거였습니다. 이 판단, 어떻게 보십니까?
◆ 신소영: 이번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걸 두고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법적으로만 보면 절차상 타당한 판단일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무려 4년 가까이 반복된 상습적인 가혹 행위였고, 현재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죠. 단순히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판단하기엔 사건의 중대성이나 피해자 상황을 고려할 때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법적 요건뿐 아니라,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박지은: 법적 요건뿐 아니라 피해자 입장을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대전과 보령 등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한 동급생 5명도 검찰에 송치됐다고 하는데, 이들에 대한 형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 신소영: 해당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교에 진학해 있다 하더라도 형사 절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검찰로 송치가 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학교폭력 가담 정도나 피해 규모, 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후 정식 재판을 통해 혐의가 입증되면 형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은: 최근에는 이렇게 초·중·고를 넘어서 대학에서까지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는데요. 이 사건 간단히 정리부터 해볼까요?
◆ 신소영: 대전의 한 사립대 기숙사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피해 학생은 같은 학교 동문 3명에게 기숙사 내에서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어 현재 치료를 받으며 휴학 중인 상태입니다. 경찰과 대학 측 모두 조사에 착수했고,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도 검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대학이라는 성인 공간에서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2023년에도 충남 천안의 한 대학에서 각목으로 때리거나 속옷을 벗기게 하거나,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등의 가혹 행위가 발생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 박지은: 초·중·고뿐만 아니라 이렇게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 신소영: 이런 폭력은 단절된 단편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자라오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학습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체벌이 당연시되거나 권위적인 태도가 이어져 왔다면, 힘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열, 위계, 힘의 논리가 용인되는 환경에서 그런 경험이 많아지면, 폭력이 일종의 소통 수단처럼 내면화되기도 합니다. 또 사회 전반에서도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문화가 팽배해지면,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런 방식이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 박지은: 전문가들은 초기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초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 신소영: 우선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겪는 괴롭힘이 이상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절대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반복되거나 상처가 남는다면 반드시 주변에 알려야 하죠. 학부모 역시 자녀의 말이나 행동, 표정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평소와 다른 기색이 보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물어보고,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는 교육자로서의 감수성과 책임감이 정말 중요하고요. 단순한 말다툼이나 짓궂은 장난처럼 보여도, 반복성, 집단성, 지속성이 보인다면 반드시 학교 내 전담 기구나 외부 지원 기관과 연계해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 경찰 역시 사법기관으로서 초기 단계부터 경고, 분리 조치 등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네 주체가 각각이 아니라 연결된 구조 안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예방과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학교나 학생, 학부모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초기에 괴롭힘이 시작될 때부터 외부에 알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폭력이 반복되고 장기화되면 가해자가 점점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점,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해자들의 심리 구조를 이해한다면 대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폭력 피해자가 됐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신소영: 폭력이 반복될수록 가해자의 행동이 점점 더 자극적이고 잔혹해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괴롭힘으로 시작해도 주변에서 제지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라는 학습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죠. 이를 심리학에서는 ‘둔감화’라고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는 자극이 안 되니까 점점 수위를 올리는 겁니다. 또 반복된 폭력 속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오히려 통제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되죠. 이걸 ‘ 가학적 통제 심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더 무서운 건 주변의 반응입니다. 누군가 상황을 보고 웃거나, 그냥 넘기거나, 아무 말 없이 방관만 해도 가해자는 “내가 한 행동이 괜찮은 행동이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방관의 피드백도 폭력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초기에 단호하게 멈추게 하는 겁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게 장난인가 아닌가’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불쾌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어른에게 말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 SPO(학교전담경찰관), 청소년 상담센터 등에게 알릴 수 있고요. 직접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모바일 신고 어플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박지은: 장난인데 왜 문제를 일으키냐는 반응이나, 웃고 넘기는 것들도 방관의 피드백이 될 수 있다, 중요한 부분 짚어주셨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그런 방관자적 태도가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교육 당국과 사법 당국이 내놓고 있는 대책들,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 신소영: 학교폭력은 단순한 학생 간 갈등이 아니라, 교육 당국과 사법기관이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문제입니다. 먼저 교육 당국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력 부족이나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가 전학을 가거나, 대학에서는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는 피해자에게 이중 피해를 주고, 가해자는 반성 없이 복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중심의 적극적인 분리와 보호 조치를 일관되게 시행해야 합니다. 사법기관 역시, 청소년이라는 점은 고려하되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 처벌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고요. 즉, “학교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교육과 법이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중심에는 당연히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이 있어야 합니다.
◇ 박지은: 말씀하신 대로 현실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쉽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어떤 게 있을까요?
◆ 신소영: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정’입니다. 원할 경우 온라인 수업이나 임시 학업 공간, 심리적으로 안정된 공간을 제공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심리 상담이나 진로 지원 같은 개별적인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해야 하고요. 가해자에게는 일정 기간 격리 조치뿐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인성 회복 교육, 법 교육, 집단 상담 같은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해야 합니다. 단순히 떨어뜨려 놓는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반성과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또 가해자가 학교로 복귀하기 전에는 피해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사전 평가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것이 피해자 보호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촉법소년 연령 상향 문제가 늘 함께 거론됩니다. 현행 제도의 한계나 보완 방향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신소영: 최근 청소년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도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령 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고요. 물론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자는 건 아닙니다. 중대한 폭력 행위까지 형사책임에서 제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건 사회적으로 깊이 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보호처분의 실효성’입니다. 현재 제도상으론 교화나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교육이나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형사책임과 교화가 균형 있게 작용해야 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사후 관리 시스템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주제를 좀 확장해 보겠습니다. 대전에서 발생한 고 김하늘 양 사망 사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벌어진 강력 범죄였습니다. 가해자인 명재완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정신감정을 신청했는데요. 감형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 신소영: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경우처럼 혐의를 인정하면서 정신감정을 신청한 피고인의 경우, 말씀하신 대로 감형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런 절차가 반복되면 국민 입장에선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불신이 생긴다는 겁니다. 특히 이 사건은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 박지은: 말씀 듣고 보니, 피해자 중심으로 법과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교수님께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의 법체계와 사회적 시선은 아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여러 물음을 남긴 것 같습니다. 이런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피해 학생을 위한 대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은 어떻게 연계되고 있고, 제도적으로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 신소영: 신체적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훨씬 더 오래 남습니다. 지금도 교육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심리 상담이나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는 있지만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 지 짚어봐야 겠습니다.)
◇ 박지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신소영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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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뉴스] 청양 학교폭력 이후 ‘2차 피해’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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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03 10:30:37

■ 프로그램명: KBS대전 생생뉴스 ■ 방송시간 : 오전 8시 30분(1Radio 94.7 MHz) ■ 진행 : 박지은 기자 ■ 출연 :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구성 : 김영성 작가 ■ 기술 : 민경수 감독 |
■ 유튜브 영상 바로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sCDjRxAKGBY?si=UzY_6l28WIQxcZv1
◇ 박지은 기자 (이하 박지은): 충남 청양의 학교폭력 가해 고교생 4명이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만, 피해 학생은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있고, 가해 학생으로부터 사과 한 번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엔 대전의 한 대학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소중한 생명이 살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늘 생생인터뷰, 신소영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함께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이하 신소영): 네, 안녕하세요.
◇ 박지은: 청양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 학생 4명이 퇴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형사 처벌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 신소영: 이번 사건 같은 경우, 형법상 특수폭행, 공갈, 그리고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등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지은: 퇴학 처분과는 별개로 형사 처벌은 계속 이어지는 거군요. 이번 사건에서 가해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는데, 초범, 미성년자, 도주 우려 없음 등이 판단 근거였습니다. 이 판단, 어떻게 보십니까?
◆ 신소영: 이번 사건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걸 두고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법적으로만 보면 절차상 타당한 판단일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무려 4년 가까이 반복된 상습적인 가혹 행위였고, 현재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죠. 단순히 초범이라는 이유만으로 판단하기엔 사건의 중대성이나 피해자 상황을 고려할 때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법적 요건뿐 아니라, 피해자 입장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박지은: 법적 요건뿐 아니라 피해자 입장을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대전과 보령 등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한 동급생 5명도 검찰에 송치됐다고 하는데, 이들에 대한 형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 신소영: 해당 학생들이 다른 지역 학교에 진학해 있다 하더라도 형사 절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검찰로 송치가 되었기 때문에, 각자의 학교폭력 가담 정도나 피해 규모, 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후 정식 재판을 통해 혐의가 입증되면 형량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은: 최근에는 이렇게 초·중·고를 넘어서 대학에서까지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에서도 학교폭력이 발생했는데요. 이 사건 간단히 정리부터 해볼까요?
◆ 신소영: 대전의 한 사립대 기숙사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피해 학생은 같은 학교 동문 3명에게 기숙사 내에서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고,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어 현재 치료를 받으며 휴학 중인 상태입니다. 경찰과 대학 측 모두 조사에 착수했고,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도 검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대학이라는 성인 공간에서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2023년에도 충남 천안의 한 대학에서 각목으로 때리거나 속옷을 벗기게 하거나,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등의 가혹 행위가 발생해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 박지은: 초·중·고뿐만 아니라 이렇게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 신소영: 이런 폭력은 단절된 단편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자라오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학습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체벌이 당연시되거나 권위적인 태도가 이어져 왔다면, 힘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열, 위계, 힘의 논리가 용인되는 환경에서 그런 경험이 많아지면, 폭력이 일종의 소통 수단처럼 내면화되기도 합니다. 또 사회 전반에서도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문화가 팽배해지면,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런 방식이 반복되기 마련입니다.
◇ 박지은: 전문가들은 초기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초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 신소영: 우선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겪는 괴롭힘이 이상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절대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됩니다.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반복되거나 상처가 남는다면 반드시 주변에 알려야 하죠. 학부모 역시 자녀의 말이나 행동, 표정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평소와 다른 기색이 보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물어보고,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는 교육자로서의 감수성과 책임감이 정말 중요하고요. 단순한 말다툼이나 짓궂은 장난처럼 보여도, 반복성, 집단성, 지속성이 보인다면 반드시 학교 내 전담 기구나 외부 지원 기관과 연계해 신속히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 경찰 역시 사법기관으로서 초기 단계부터 경고, 분리 조치 등 사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네 주체가 각각이 아니라 연결된 구조 안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예방과 회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학교나 학생, 학부모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반응해야 한다. 그리고 초기에 괴롭힘이 시작될 때부터 외부에 알리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폭력이 반복되고 장기화되면 가해자가 점점 더 자극적인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점,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런 가해자들의 심리 구조를 이해한다면 대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폭력 피해자가 됐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신소영: 폭력이 반복될수록 가해자의 행동이 점점 더 자극적이고 잔혹해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괴롭힘으로 시작해도 주변에서 제지하거나 처벌하지 않으면,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라는 학습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죠. 이를 심리학에서는 ‘둔감화’라고 합니다. 같은 방식으로는 자극이 안 되니까 점점 수위를 올리는 겁니다. 또 반복된 폭력 속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오히려 통제하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되죠. 이걸 ‘ 가학적 통제 심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더 무서운 건 주변의 반응입니다. 누군가 상황을 보고 웃거나, 그냥 넘기거나, 아무 말 없이 방관만 해도 가해자는 “내가 한 행동이 괜찮은 행동이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방관의 피드백도 폭력을 키우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초기에 단호하게 멈추게 하는 겁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게 장난인가 아닌가’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불쾌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어른에게 말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 SPO(학교전담경찰관), 청소년 상담센터 등에게 알릴 수 있고요. 직접 말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모바일 신고 어플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박지은: 장난인데 왜 문제를 일으키냐는 반응이나, 웃고 넘기는 것들도 방관의 피드백이 될 수 있다, 중요한 부분 짚어주셨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그런 방관자적 태도가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교육 당국과 사법 당국이 내놓고 있는 대책들,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 신소영: 학교폭력은 단순한 학생 간 갈등이 아니라, 교육 당국과 사법기관이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문제입니다. 먼저 교육 당국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력 부족이나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가 전학을 가거나, 대학에서는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는 피해자에게 이중 피해를 주고, 가해자는 반성 없이 복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 중심의 적극적인 분리와 보호 조치를 일관되게 시행해야 합니다. 사법기관 역시, 청소년이라는 점은 고려하되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사 처벌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하고요. 즉, “학교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교육과 법이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습니다. 중심에는 당연히 피해자의 회복과 안전이 있어야 합니다.
◇ 박지은: 말씀하신 대로 현실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쉽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떠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 어떤 게 있을까요?
◆ 신소영: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정’입니다. 원할 경우 온라인 수업이나 임시 학업 공간, 심리적으로 안정된 공간을 제공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심리 상담이나 진로 지원 같은 개별적인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해야 하고요. 가해자에게는 일정 기간 격리 조치뿐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인성 회복 교육, 법 교육, 집단 상담 같은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해야 합니다. 단순히 떨어뜨려 놓는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반성과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또 가해자가 학교로 복귀하기 전에는 피해자와 충분히 협의하고, 사전 평가 절차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것이 피해자 보호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촉법소년 연령 상향 문제가 늘 함께 거론됩니다. 현행 제도의 한계나 보완 방향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신소영: 최근 청소년 강력 범죄가 늘어나면서, 촉법소년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도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령 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고요. 물론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자는 건 아닙니다. 중대한 폭력 행위까지 형사책임에서 제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이건 사회적으로 깊이 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보호처분의 실효성’입니다. 현재 제도상으론 교화나 교육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교육이나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형사책임과 교화가 균형 있게 작용해야 하고, 재범 방지를 위한 사후 관리 시스템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지은: 주제를 좀 확장해 보겠습니다. 대전에서 발생한 고 김하늘 양 사망 사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벌어진 강력 범죄였습니다. 가해자인 명재완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정신감정을 신청했는데요. 감형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 신소영: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경우처럼 혐의를 인정하면서 정신감정을 신청한 피고인의 경우, 말씀하신 대로 감형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런 절차가 반복되면 국민 입장에선 “책임 회피를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불신이 생긴다는 겁니다. 특히 이 사건은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 박지은: 말씀 듣고 보니, 피해자 중심으로 법과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교수님께서 일관되게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의 법체계와 사회적 시선은 아직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여러 물음을 남긴 것 같습니다. 이런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피해 학생을 위한 대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 상담은 어떻게 연계되고 있고, 제도적으로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 신소영: 신체적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훨씬 더 오래 남습니다. 지금도 교육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심리 상담이나 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는 있지만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는 지 짚어봐야 겠습니다.)
◇ 박지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신소영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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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no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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