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억 원 들인 자율상권 사업…상인들 ‘글쎄’

입력 2025.07.07 (21:41) 수정 2025.07.0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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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북적였지만 지금은 예년 같지 않은 상권이 부산에 많은데요,

이런 곳을 되살리자며 정부가 상권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제법 많은 돈을 어떻게 쓰는지 살펴봤더니, 상권 특색에 맞게 사업 취지를 살리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이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부산 대표 상권인 하단역 일대.

썰렁한 골목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상가 공실률은 15%에 달합니다.

또 다른 번화가, 남구 대학로는 더 심각합니다.

1번지 역할을 했던 골목엔 건물이 통째로 빈 곳도 있습니다.

400여 개 점포 중 190여 곳, 절반 가까이 공실입니다.

[상인 : "외식 문화가 전부 다 배달 위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나오질 않아요."]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해법은 '자율상권구역' 사업.

부산의 침체한 상권 5곳을 정해 260억 원을 지원합니다.

상권별로 최대 6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봤습니다.

부산대 상권에는 반짝 매장 형태의 '팝업스토어'와 캐릭터 개발.

16개 사업에 60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하단 상권에도 각종 축제와 함께 어김없이 '팝업스토어'를 계획했고 60억 원이 투입됩니다.

방문객 연령대가 높은 기장시장. 청년마켓과 홍보단, 역시, '팝업스토어'를 만듭니다.

5곳 모두, 고유의 특색을 살리기보다 획일화된 유행을 좇는 형태로 사업 계획을 세웠습니다.

정작 상인들은 사업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하단상권 상인 : "나는 모른다. 알린 적이 없어요. 금시초문이야. 언제 돈이 내려오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골목상권이 살아날지, 우려합니다.

[남구상권 상인 : "팝업(스토어) 생긴다고, 애들 장난하는 것 같은 그런 걸로 될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살아날까요? 의문이죠."]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 방식의 한계가 우려되는 상황.

창의적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상권을 재편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모종린/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잠재력 있는 사람들을 투자하고 도와주고 해서 로컬 브랜드(지역 상표)를 육성해야 하는 거예요. 쉽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외부 인재를 유치해야 해요."]

위기의 지역 상권을 되살리자는 정부의 '자율상권구역' 사업.

지난해 4월 첫 지정 이후 1년 넘게 흘렀지만, 부산에서 실제 사업에 착수하거나 성과를 내는 곳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영상편집:이동훈/그래픽:김소연//자료조사:옥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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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억 원 들인 자율상권 사업…상인들 ‘글쎄’
    • 입력 2025-07-07 21:41:11
    • 수정2025-07-07 21:46:14
    뉴스9(부산)
[앵커]

한때 북적였지만 지금은 예년 같지 않은 상권이 부산에 많은데요,

이런 곳을 되살리자며 정부가 상권 활성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제법 많은 돈을 어떻게 쓰는지 살펴봤더니, 상권 특색에 맞게 사업 취지를 살리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이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부산 대표 상권인 하단역 일대.

썰렁한 골목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상가 공실률은 15%에 달합니다.

또 다른 번화가, 남구 대학로는 더 심각합니다.

1번지 역할을 했던 골목엔 건물이 통째로 빈 곳도 있습니다.

400여 개 점포 중 190여 곳, 절반 가까이 공실입니다.

[상인 : "외식 문화가 전부 다 배달 위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나오질 않아요."]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해법은 '자율상권구역' 사업.

부산의 침체한 상권 5곳을 정해 260억 원을 지원합니다.

상권별로 최대 6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봤습니다.

부산대 상권에는 반짝 매장 형태의 '팝업스토어'와 캐릭터 개발.

16개 사업에 60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하단 상권에도 각종 축제와 함께 어김없이 '팝업스토어'를 계획했고 60억 원이 투입됩니다.

방문객 연령대가 높은 기장시장. 청년마켓과 홍보단, 역시, '팝업스토어'를 만듭니다.

5곳 모두, 고유의 특색을 살리기보다 획일화된 유행을 좇는 형태로 사업 계획을 세웠습니다.

정작 상인들은 사업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하단상권 상인 : "나는 모른다. 알린 적이 없어요. 금시초문이야. 언제 돈이 내려오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골목상권이 살아날지, 우려합니다.

[남구상권 상인 : "팝업(스토어) 생긴다고, 애들 장난하는 것 같은 그런 걸로 될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살아날까요? 의문이죠."]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 방식의 한계가 우려되는 상황.

창의적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상권을 재편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모종린/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잠재력 있는 사람들을 투자하고 도와주고 해서 로컬 브랜드(지역 상표)를 육성해야 하는 거예요. 쉽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외부 인재를 유치해야 해요."]

위기의 지역 상권을 되살리자는 정부의 '자율상권구역' 사업.

지난해 4월 첫 지정 이후 1년 넘게 흘렀지만, 부산에서 실제 사업에 착수하거나 성과를 내는 곳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영상편집:이동훈/그래픽:김소연//자료조사:옥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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