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대신 전기로”…수송분야 탄소중립 본격

입력 2025.07.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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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청 전기차 충전소. ‘탄소 없는 섬’ 비전을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기차 보급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제주특별자치도청 전기차 충전소. ‘탄소 없는 섬’ 비전을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기차 보급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의 또 다른 이름은 삼다도입니다. 돌, 바람, 그리고 여자가 많다는 뜻이죠. 여기서 바람은 과거 제주도민에게 고난의 상징이었습니다. 거센 바람은 극복해야만 했던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제주의 새로운 자원으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입니다. 제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20%를 넘어섰습니다.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제주는 '탄소 없는 섬' 비전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면서 전기차 비중도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대로 만족해도 될까요? 제주도 녹색성장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보면 2021년 기준 제주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는 수송 부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률 전국 1위라고는 하지만, 승용차에 한정된 성과인 겁니다. 결국 수송 부문의 탄소 중립 없이는 '탄소 없는 섬'으로 가는 길이 멀기만 합니다.

■ 전기차 넘어 화물차와 건설장비까지 전기화…2040년까지 '탄소 중립'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는 세계적인 상용차 업체인 볼보 그룹의 본거지입니다. 볼보는 2040년까지 모든 생산 차량의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 화물차 모델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 있는 이유입니다.

볼보그룹이 출시한 전기 화물차 모델. 볼보 그룹은 올해 하반기 한번 충전으로 600km 주행이 가능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 취재단)볼보그룹이 출시한 전기 화물차 모델. 볼보 그룹은 올해 하반기 한번 충전으로 600km 주행이 가능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 취재단)

흔히 화물차는 운송 거리가 길고, 적재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전기차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 차량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볼보는 모터나 변속기 같은 주요 부품들을 하나로 묶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 장착 공간도 확보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최신 모델은 배터리팩 6개를 달아 540kWh의 용량을 확보했는데, 2시간 30분 급속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모델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볼보그룹이 출시한 전기 건설장비. 전기 건설장비는 디젤 장비와 같거나 더 센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볼보그룹이 출시한 전기 건설장비. 전기 건설장비는 디젤 장비와 같거나 더 센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

건설장비의 전기화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2톤부터 40톤까지 다양한 중량의 건설장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디젤 장비와 같거나 더 센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현재 소형 굴삭기나 휠로더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입니다. 볼보가 환경 규제 때문에만 전기 건설장비들을 출시하는 건 아닙니다. 전기 건설장비는 조용하고 매연도 없기 때문에 도심 공사 현장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또 유지비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경제성도 더 뛰어나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과제도 있습니다. 전기 화물차와 전기 건설장비는 기존의 디젤 기반 장비보다 비싼 가격이 단점입니다. 또 화물차의 경우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충전 소요 시간 등이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볼보 그룹에서 상용차와 전기장비 판매 담당을 맡고 있는 니클라스 발터는 "2040년까지 탈탄소를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여러 국가와 충전 인프라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 바다 위를 나는 배가 있다고?…전기선박 상업운전 본격

수송의 또 다른 분야인 선박은 어떨까요? 스웨덴에서는 바다 위를 나는 전기 선박이 지난해 10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스웨덴의 전기선박 제조업체인 칸델라의 P-12 모델이 스톡홀름에서 수상버스 노선 상업 운항을 시작한 겁니다. P-12의 정원은 30명으로, 시속 50km 안팎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비슷한 배터리팩 6개를 달았는데, 배터리 충전은 20%에서 80%까지 약 45분이 걸립니다. 한 번 충전하면 70~80km를 운항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고 있는 전기 선박. 물 위에 떠서 운항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여 100% 전기로 운항할 수 있다.(화면제공: 칸델라)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고 있는 전기 선박. 물 위에 떠서 운항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여 100% 전기로 운항할 수 있다.(화면제공: 칸델라)

그런데 전기 선박은 왜 바다 위를 날아야 했을까요? 정답은 바로 에너지 효율성입니다. 칸델라의 전기 선박은 '하이드로 포일(수중익)'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하이드로 포일'은 물속에서 양력을 발생시켜 선체를 물 위로 띄우는 기술입니다. 선박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물살을 가를 때 드는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배터리 출력만으로도 상업 운전이 가능할 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었던 거죠. 칸델라 관계자는 "하이드로 포일로 배를 띄우면 마찰이 거의 없기 때문에 디젤 선박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파도가 높을 때는 일반 선박처럼 물에 뜬 상태로 운항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선박 제조사가 한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소요 시간은 18분, 에너지 비용은 승객 한 사람당 282원으로 추산했다.(화면제공: 칸델라)전기선박 제조사가 한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소요 시간은 18분, 에너지 비용은 승객 한 사람당 282원으로 추산했다.(화면제공: 칸델라)

전기 선박 역시 관건은 다소 비싼 가격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P-12 모델의 시장 가격은 25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0억 원에 달합니다. 다만 칸델라 측은 수중익 기술로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인 만큼, 운영 과정에서 초기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칸델라 측은 국내 한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소요 시간은 18분, 에너지 비용은 승객 한 사람당 300원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칸델라는 최근 인도 뭄바이시에 P-12 모델 11척을 판매하는 계약도 맺었습니다. 대규모 선박이 필요한 물류 부문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관광이나 여객 수송 측면에서의 탄소 중립은 그리 먼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 항만이 탄소중립에 앞장선다!…예테보리항의 도전

스웨덴에서는 수송 수단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탄소 중립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바로 2030년까지 항만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70% 줄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예테보리항입니다.

예테보리항의 항만 검사선 ‘M/S HAMEN’. 1979년 디젤 기반 선박으로 건조했지만, 2023년 전기로도 구동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예테보리항의 항만 검사선 ‘M/S HAMEN’. 1979년 디젤 기반 선박으로 건조했지만, 2023년 전기로도 구동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예테보리항의 야심 찬 목표는 구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테보리항을 순찰하는 점검 선박을 전기 선박으로 개조한 겁니다. 이 선박의 이름은 'M/S HAMNEN'. 1979년 건조 당시 디젤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40여 년 동안 운항한 뒤 퇴역을 앞두고 있었는데, 2023년 전기로도 구동할 수 있도록 탈바꿈했습니다. 쉽게 말해 디젤과 전기, 두 가지 방식으로 운항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선박이 된 거죠.

예테보리항이 'M/S HAMNEN'을 전기 구동 선박으로 개조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과거 이 선박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이 항만당국이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의 15%나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만당국이 지속가능한 항만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먼저 모범을 보인 겁니다. 'M/S HAMNEN'을 1년 반 정도 운항한 결과 99%는 전기만 사용했습니다. 1%는 디젤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썼을 뿐입니다. 'M/S HAMNEN'의 선장 데이비드는 "이제는 디젤 엔진을 쓰지 않고 사실상 전기로만 구동하고 있다"며 "연간 탄소 배출량을 약 67톤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테보리항만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70%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선박 인센티브 지급과 육상 전력공급설비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예테보리항만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70%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선박 인센티브 지급과 육상 전력공급설비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

예테보리항은 해운업체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이 정박하면 항만 이용료를 깎아주고 있습니다. 또 정박 선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인 일명 OPS(Onshore Power Supply)도 확충하고 있습니다. 선박들이 항구에 정박하면 배 안에서 필요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선박에 설치된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렇게 공급하는 전기도 친환경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만큼, 인근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적게나마 지분도 투자했습니다.

항만에서 사용하는 화물차나 트랙터 같은 장비들의 전기화도 추진하고 있고, 나아가 볼보나 스카니아 같은 지역 기업들과 'TransZero Energy'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항만 안에 수소와 전기 화물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예테보리항의 혁신사업 개발매니저인 티나 말린드는 "시범 프로젝트들을 통해 항만에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EU 차원 또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성공 사례로 발전시킬 때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 진정한 '탄소 없는 섬'이 되려면…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해야

수송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까지 탄소 중립에 나서고 있는 스웨덴은 '탄소없는 섬'을 추구하는 제주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물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관광 이미지와 직결되는 건설 현장의 소음과 매연 문제, 그리고 섬이기 때문에 중요한 해상 교통과 연안 관광까지, 모두 다 탄소 중립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제주도 역시 대응에 나서고는 있습니다. 수소를 중심으로 한 상용차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고, 친환경 소형 선박이나 육상 전력설비 공급 등도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미흡한 상태입니다.

제주도가 일찌감치 밝힌 '탄소 없는 섬' 비전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기차 보급률 전국 1위라는 성과에 안주해서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수송 부문 전반의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력이 갖춰져야 비로소 진짜 '탄소 없는 섬'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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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10 1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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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청 전기차 충전소. ‘탄소 없는 섬’ 비전을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기차 보급률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제주의 또 다른 이름은 삼다도입니다. 돌, 바람, 그리고 여자가 많다는 뜻이죠. 여기서 바람은 과거 제주도민에게 고난의 상징이었습니다. 거센 바람은 극복해야만 했던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바람이 제주의 새로운 자원으로 떠올랐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입니다. 제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중심으로 20%를 넘어섰습니다.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제주는 '탄소 없는 섬' 비전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면서 전기차 비중도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대로 만족해도 될까요? 제주도 녹색성장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보면 2021년 기준 제주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는 수송 부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률 전국 1위라고는 하지만, 승용차에 한정된 성과인 겁니다. 결국 수송 부문의 탄소 중립 없이는 '탄소 없는 섬'으로 가는 길이 멀기만 합니다.

■ 전기차 넘어 화물차와 건설장비까지 전기화…2040년까지 '탄소 중립'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는 세계적인 상용차 업체인 볼보 그룹의 본거지입니다. 볼보는 2040년까지 모든 생산 차량의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 화물차 모델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고 있는 이유입니다.

볼보그룹이 출시한 전기 화물차 모델. 볼보 그룹은 올해 하반기 한번 충전으로 600km 주행이 가능한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 취재단)
흔히 화물차는 운송 거리가 길고, 적재 용량이 크기 때문에 전기차로 전환하기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수소 차량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볼보는 모터나 변속기 같은 주요 부품들을 하나로 묶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 장착 공간도 확보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최신 모델은 배터리팩 6개를 달아 540kWh의 용량을 확보했는데, 2시간 30분 급속 충전으로 300km 주행이 가능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모델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볼보그룹이 출시한 전기 건설장비. 전기 건설장비는 디젤 장비와 같거나 더 센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
건설장비의 전기화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2톤부터 40톤까지 다양한 중량의 건설장비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디젤 장비와 같거나 더 센 출력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현재 소형 굴삭기나 휠로더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입니다. 볼보가 환경 규제 때문에만 전기 건설장비들을 출시하는 건 아닙니다. 전기 건설장비는 조용하고 매연도 없기 때문에 도심 공사 현장에서 강점을 가집니다. 또 유지비가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사용자 입장에서 경제성도 더 뛰어나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과제도 있습니다. 전기 화물차와 전기 건설장비는 기존의 디젤 기반 장비보다 비싼 가격이 단점입니다. 또 화물차의 경우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충전 소요 시간 등이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볼보 그룹에서 상용차와 전기장비 판매 담당을 맡고 있는 니클라스 발터는 "2040년까지 탈탄소를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여러 국가와 충전 인프라 업체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 바다 위를 나는 배가 있다고?…전기선박 상업운전 본격

수송의 또 다른 분야인 선박은 어떨까요? 스웨덴에서는 바다 위를 나는 전기 선박이 지난해 10월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스웨덴의 전기선박 제조업체인 칸델라의 P-12 모델이 스톡홀름에서 수상버스 노선 상업 운항을 시작한 겁니다. P-12의 정원은 30명으로, 시속 50km 안팎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비슷한 배터리팩 6개를 달았는데, 배터리 충전은 20%에서 80%까지 약 45분이 걸립니다. 한 번 충전하면 70~80km를 운항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대중교통으로 이용하고 있는 전기 선박. 물 위에 떠서 운항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여 100% 전기로 운항할 수 있다.(화면제공: 칸델라)
그런데 전기 선박은 왜 바다 위를 날아야 했을까요? 정답은 바로 에너지 효율성입니다. 칸델라의 전기 선박은 '하이드로 포일(수중익)'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하이드로 포일'은 물속에서 양력을 발생시켜 선체를 물 위로 띄우는 기술입니다. 선박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물살을 가를 때 드는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배터리 출력만으로도 상업 운전이 가능할 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었던 거죠. 칸델라 관계자는 "하이드로 포일로 배를 띄우면 마찰이 거의 없기 때문에 디젤 선박과 비교해 에너지 소비량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파도가 높을 때는 일반 선박처럼 물에 뜬 상태로 운항할 수도 있습니다.

전기선박 제조사가 한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소요 시간은 18분, 에너지 비용은 승객 한 사람당 282원으로 추산했다.(화면제공: 칸델라)
전기 선박 역시 관건은 다소 비싼 가격입니다. 현재 상용화된 P-12 모델의 시장 가격은 25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0억 원에 달합니다. 다만 칸델라 측은 수중익 기술로 에너지 효율성을 대폭 높인 만큼, 운영 과정에서 초기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칸델라 측은 국내 한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는데,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소요 시간은 18분, 에너지 비용은 승객 한 사람당 300원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습니다. 칸델라는 최근 인도 뭄바이시에 P-12 모델 11척을 판매하는 계약도 맺었습니다. 대규모 선박이 필요한 물류 부문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관광이나 여객 수송 측면에서의 탄소 중립은 그리 먼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 항만이 탄소중립에 앞장선다!…예테보리항의 도전

스웨덴에서는 수송 수단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탄소 중립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바로 2030년까지 항만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70% 줄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운 예테보리항입니다.

예테보리항의 항만 검사선 ‘M/S HAMEN’. 1979년 디젤 기반 선박으로 건조했지만, 2023년 전기로도 구동할 수 있도록 개조했다.
예테보리항의 야심 찬 목표는 구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예테보리항을 순찰하는 점검 선박을 전기 선박으로 개조한 겁니다. 이 선박의 이름은 'M/S HAMNEN'. 1979년 건조 당시 디젤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40여 년 동안 운항한 뒤 퇴역을 앞두고 있었는데, 2023년 전기로도 구동할 수 있도록 탈바꿈했습니다. 쉽게 말해 디젤과 전기, 두 가지 방식으로 운항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선박이 된 거죠.

예테보리항이 'M/S HAMNEN'을 전기 구동 선박으로 개조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과거 이 선박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이 항만당국이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의 15%나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만당국이 지속가능한 항만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먼저 모범을 보인 겁니다. 'M/S HAMNEN'을 1년 반 정도 운항한 결과 99%는 전기만 사용했습니다. 1%는 디젤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 썼을 뿐입니다. 'M/S HAMNEN'의 선장 데이비드는 "이제는 디젤 엔진을 쓰지 않고 사실상 전기로만 구동하고 있다"며 "연간 탄소 배출량을 약 67톤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테보리항만청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70% 줄이기 위해 친환경 선박 인센티브 지급과 육상 전력공급설비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 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취재단)
예테보리항은 해운업체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친환경 연료를 쓰는 선박이 정박하면 항만 이용료를 깎아주고 있습니다. 또 정박 선박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인 일명 OPS(Onshore Power Supply)도 확충하고 있습니다. 선박들이 항구에 정박하면 배 안에서 필요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선박에 설치된 디젤 발전기를 돌리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렇게 공급하는 전기도 친환경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만큼, 인근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적게나마 지분도 투자했습니다.

항만에서 사용하는 화물차나 트랙터 같은 장비들의 전기화도 추진하고 있고, 나아가 볼보나 스카니아 같은 지역 기업들과 'TransZero Energy'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항만 안에 수소와 전기 화물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도 갖추고 있습니다. 예테보리항의 혁신사업 개발매니저인 티나 말린드는 "시범 프로젝트들을 통해 항만에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EU 차원 또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성공 사례로 발전시킬 때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 진정한 '탄소 없는 섬'이 되려면…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해야

수송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까지 탄소 중립에 나서고 있는 스웨덴은 '탄소없는 섬'을 추구하는 제주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물류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관광 이미지와 직결되는 건설 현장의 소음과 매연 문제, 그리고 섬이기 때문에 중요한 해상 교통과 연안 관광까지, 모두 다 탄소 중립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제주도 역시 대응에 나서고는 있습니다. 수소를 중심으로 한 상용차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고, 친환경 소형 선박이나 육상 전력설비 공급 등도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미흡한 상태입니다.

제주도가 일찌감치 밝힌 '탄소 없는 섬' 비전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기차 보급률 전국 1위라는 성과에 안주해서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수송 부문 전반의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행력이 갖춰져야 비로소 진짜 '탄소 없는 섬'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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