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샀더니 청약 탈락?…생활 속 ‘황당규제’ 개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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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차를 자산으로 간주해 공공주택 청약에서 탈락시키는 규제를 비롯해, 임업후계자 연령을 55세로 제한하는 제도 등 생활 속 '황당한 규제' 15건을 발표했습니다. 국민이 직접 제안한 1,061건 가운데 선별한 것으로, 최종 우수과제 10건은 오는 22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통해 결정됩니다.

■ "전기차 보유한 게 죄인가요?" 국민이 뽑은 황당 규제 15건
직장인 A씨는 무주택자입니다. A씨는 지난해 4천만 원 정도를 주고 전기차를 구매했습니다.현재 A씨의 자산 총액은 3억 5천만 원 수준. A씨는 공공임대주택 청약에 당첨될 수 있을까요?
현행 특공청약은 차량 기준가액이 3,496만 원(장기전세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차량을 자산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자산총액이 3억 3천만 원을 넘으면 청약 자격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A씨는 공공임대주택 청약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 단지 안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이 꾸준히 확충되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를 보유한 사람들은 자산 기준에 막혀 청약 때 불이익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재산 산정 기준이 전기차 현실과 괴리를 보이며, 정책 간 불협화음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친환경 차량의 가격과 보조금 현황 등을 반영해 적정 차량가액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이 뽑은 '황당 규제' 중에는 또 다른 시대착오적 사례도 눈길을 끕니다.
"새마을 지도자는 남성만 가능합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조항입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20세 이상의 남성에게만 지도자 회원 자격을 부여해왔습니다. 여성은 새마을부녀회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개선을 권고했던 이 회칙, 올해 하반기 중 개정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고령화 시대를 역행하는 '임업후계자 연령 제한', '군 운전병의 화물차 운전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 등도 국민의 실생활과 괴리가 있는 대표적 규제로 꼽힙니다.
1,061건의 국민제안 가운데 체감도가 높은 109건이 1차로 선별됐고, 이 가운데 51건이 관계부처 심의와 조정을 통해 개선 대상으로 확정됐습니다.

■ 바꾸는데 30년? '황당 규제'는 어떻게 수십 년을 존속했나
새마을지도자를 남성만 할 수 있는 회칙이 도입된 건 1970년대입니다. 새마을운동이 박정희 정부 시절 국가 주도로 시작되면서 당시 조직과 권한이 남성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여성은 부녀회를 하면 되지" 라는 인식은 2020년대까지도 이어졌습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여성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차별이 맞다"고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여성은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로 선출됐는데 지도자중앙회에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회칙에 따르면 남성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인권위는 "이런 관행을 바꾸고 새마을부녀회 명칭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측은 "지도자중앙협의회와 부녀회 중앙연합회 지위는 동일하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지도자는 남성이 적합하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정관념이 관행이 되고, 그 관행을 깨는 데 수십 년이 걸린 셈입니다.
군대에서 화물차를 몰던 운전병 역시 전역 후 민간 취업 시장에서 해당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전 경력 8개월 이상 및 복무 기간 중 무사고였던 군 운전병에 한해 자격을 인정하지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유사 조항이 없었습니다.
승객을 태우면 '경력'이 됐고, 짐을 나르면 '무경력'으로 분류된 비상식적인 규제가 20년 넘게 유지돼 온 겁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26년 상반기부터 군 소속 기관장이 발급하는 추천서(운전 경력확인서)를 통해 화물차 운전 경력을 공식 인정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고령화, 디지털 시대, 성평등…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인식은 달라졌지만, 규제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규제 개선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고칠 수도 없습니다.
정부는 오늘(15일)부터 22일까지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 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우수제안 10건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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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샀더니 청약 탈락?…생활 속 ‘황당규제’ 개선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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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7-15 17:42:12
- 수정2025-07-15 17:46:30

■ "전기차 보유한 게 죄인가요?" 국민이 뽑은 황당 규제 15건
직장인 A씨는 무주택자입니다. A씨는 지난해 4천만 원 정도를 주고 전기차를 구매했습니다.현재 A씨의 자산 총액은 3억 5천만 원 수준. A씨는 공공임대주택 청약에 당첨될 수 있을까요?
현행 특공청약은 차량 기준가액이 3,496만 원(장기전세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차량을 자산으로 간주합니다. 그리고 자산총액이 3억 3천만 원을 넘으면 청약 자격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A씨는 공공임대주택 청약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 단지 안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이 꾸준히 확충되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를 보유한 사람들은 자산 기준에 막혀 청약 때 불이익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재산 산정 기준이 전기차 현실과 괴리를 보이며, 정책 간 불협화음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친환경 차량의 가격과 보조금 현황 등을 반영해 적정 차량가액 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이 뽑은 '황당 규제' 중에는 또 다른 시대착오적 사례도 눈길을 끕니다.
"새마을 지도자는 남성만 가능합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 실제로 존재하는 조항입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20세 이상의 남성에게만 지도자 회원 자격을 부여해왔습니다. 여성은 새마을부녀회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개선을 권고했던 이 회칙, 올해 하반기 중 개정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고령화 시대를 역행하는 '임업후계자 연령 제한', '군 운전병의 화물차 운전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 등도 국민의 실생활과 괴리가 있는 대표적 규제로 꼽힙니다.
1,061건의 국민제안 가운데 체감도가 높은 109건이 1차로 선별됐고, 이 가운데 51건이 관계부처 심의와 조정을 통해 개선 대상으로 확정됐습니다.

■ 바꾸는데 30년? '황당 규제'는 어떻게 수십 년을 존속했나
새마을지도자를 남성만 할 수 있는 회칙이 도입된 건 1970년대입니다. 새마을운동이 박정희 정부 시절 국가 주도로 시작되면서 당시 조직과 권한이 남성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여성은 부녀회를 하면 되지" 라는 인식은 2020년대까지도 이어졌습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여성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차별이 맞다"고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여성은 마을에서 새마을지도자로 선출됐는데 지도자중앙회에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회칙에 따르면 남성만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인권위는 "이런 관행을 바꾸고 새마을부녀회 명칭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측은 "지도자중앙협의회와 부녀회 중앙연합회 지위는 동일하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지도자는 남성이 적합하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정관념이 관행이 되고, 그 관행을 깨는 데 수십 년이 걸린 셈입니다.
군대에서 화물차를 몰던 운전병 역시 전역 후 민간 취업 시장에서 해당 경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전 경력 8개월 이상 및 복무 기간 중 무사고였던 군 운전병에 한해 자격을 인정하지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유사 조항이 없었습니다.
승객을 태우면 '경력'이 됐고, 짐을 나르면 '무경력'으로 분류된 비상식적인 규제가 20년 넘게 유지돼 온 겁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2026년 상반기부터 군 소속 기관장이 발급하는 추천서(운전 경력확인서)를 통해 화물차 운전 경력을 공식 인정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고령화, 디지털 시대, 성평등…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인식은 달라졌지만, 규제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규제 개선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고칠 수도 없습니다.
정부는 오늘(15일)부터 22일까지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 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 우수제안 10건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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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기자 s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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