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고 어렵도다 에너지 전환
에너지 전환을 위한 ESS 시스템 경쟁에서 한국은 앞서지 못합니다. 배터리 강국인데, 의외지요?
①우선 많이 보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불 때문입니다.
정말 불이 꽤 났습니다. 걱정도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원인 규명도, 책임 소재 규명도 안 됐습니다. 점점 ESS 보급 속도가 느려졌죠.
그런데 지금은 관리 가능합니다. 화재는 관리를 잘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충전(과충전)하지 않고, 온도가 올라가는지 모니터링을 잘해서 사전 조처를 하면 됩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배터리 팩 단위로 공기 접촉을 차단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솔라시티 ESS에는 그런 시스템이 ICT 기술과 결합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은 아직 비쌉니다. 배터리가 계속 싸지고는 있는데, 이런 시스템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비쌉니다. 지금도 계속 화재가 나는 이유죠.
관리 시스템에는 추가로 돈이 듭니다. 기술이 더 나아가게 지원해야죠. 배터리 설치에도, 기술 개발에도 필요합니다.
②ESS용 배터리 경쟁도 뒤져있습니다. 불 안 나고 싼 배터리면 되거든요. 우리가 잘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는 중국이 잘하는 LFP가 ESS 시스템에 더 적합합니다. 가성비도, 화재위험 차원에서도요.
우리도 따라가야 합니다. 더 이상 삼원계가 성능과 효율에서 우월하니 우리가 낫다고 정신 승리하면 안 됩니다. 용도별로 기술이 달라져야 합니다.
고민은 또 있습니다. ESS가 있어도 여전히 ‘태양 빛도 바람도 전혀 없는 날이 계속되면’ 어떡하냐는 고민은 남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 중 4~6시간 정수요를 조절하는 ‘단주기’ ESS 말고, 좀 더 긴 시간 단위로 대응할 수 있는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만, 현재의 배터리 기술이나 가격으로는 안 됩니다. 수소나 열, 중력 기반 기술이 더 성숙해야 합니다. 해결할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거죠.
■그 어려운 걸 굳이 왜 하냐고요?
여기까지 말하면 반드시 이런 질문이 나올 겁니다.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어려운 길을 가냐고요.
의문은 당연합니다. 간헐적이고 비싼데 의문이 안 들면 이상한 겁니다. 질문은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답해야 합니다.
미래 때문입니다. 아 오해 마세요, 지구는 괜찮습니다. 1도 2도 높아진다고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아요. 뜨겁디뜨겁고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금성 같은 별도 아무 탈 없이 살아갑니다.
문제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인간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 일어납니다. 거대한 폭풍, 엄청난 비, 40도가 넘는 폭염... 이건 시작입니다. 해수면이 잠기고, 난민이 속출합니다. 그러다 아예 인간의 연약한 피부와 호흡기관으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 올 겁니다. 지구가 인류라는 종이 존재하기 어려운 행성이 될 겁니다. 그게 문제인 겁니다.
■타노스의 '핑거 스냅' 혹은 성장 포기
물론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이 무서운 미래, 타노스의 핑거 스냅 한 방이면 멈출 수 있습니다. 인류의 개체수가 절반이 되면, 더 이상 성장하겠답시고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하지 않으면, 공장 굴뚝으로 연기 내뿜지 않으면, 반도체 수출한다고 전기 쓰지 않으면 해결됩니다.
GDP 성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면 더 이상 지구는 뜨거워지지 않을 겁니다. 개발과 성장에 반대하면요.
새 옷은 사 입지 않고, 음식은 채식을 위주로 합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소, 돼지, 닭고기와 양식하는 연어 등을 먹지 않습니다. 새집 말고 지금 지어진 집만을 조금씩 꾸며가며 살기로 합니다. 항공 여행은 아예 하지 않고, 자가용은 갖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게 뜻있는 한두 사람은 몰라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는 삶이라는 점이죠.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딜레마입니다. 개발과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까지, 사실상 모두가 그렇습니다.
'미래에 소멸하느냐, 현재의 윤택한 삶을 포기하느냐' 처럼 들리시죠?
누구도 둘 다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럼 뭘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요. 그냥 이대로 하던 대로 사는 겁니다. 미래의 소멸을 애써 상상하지 않으면서, 올려다보지 않는 겁니다. Don’t Look Up. (보셨나요? 이 영화요, 어리석은 인간들의 협주곡이죠.)

■성장도 하고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를 쓴 사울 그리피스는 대안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휘발유나 가스, 석탄 대신 전기를 씁니다. 그리고 그 전기를 무탄소 재생에너지로 생산합니다. 아, 원자력도 포함입니다. 다만 원자력의 미래는 앞서 말씀드렸듯 제한됩니다.
하나 건설하는 데도 너무 오래 걸리고, 사회정치적 수용성에 한계가 분명하거든요. 원자력은 지금도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 더 기여할 수도 있겠으니, 주인공 자리가 아닐 뿐입니다. (제발 싸우지 맙시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깨끗한 전기를 생산합니다. 배터리 시스템으로 간헐성도 최대한 관리합니다. 자동차도, 난방도 모두 전기로 해결합니다. 전기차와 히트펌프가 그 방향입니다.
사울 그리피스는 이렇게 전기화에만 집중하면 기후 문제의 85%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새 일자리도 창출되고, 경제 성장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비싸지 않냐고요? 그래요, 그러나 반드시 더 싸질 겁니다. 그게 [Growth 성장]이라는 책을 통해 영국의 다니엘 서스킨트가 역설한 내용이에요.
인류는 혁신과 성장의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반대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면서도 성장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이 필요합니다. 바로 태양광과 풍력 기술입니다. 배터리도 포함됩니다.

이 기술은 지속적으로 더 싸질 겁니다. 반도체가 무어의 법칙을 따라 계속 작아지고 더 싸진 것처럼요. 지난 30년 동안 그랬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 경쟁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이 경쟁에 뛰어들어 있습니다. 조금 느린 분야(풍력)도 있지만 새로운 태양광 패널 개발 분야에선 신기술을 선도하는 그룹에 있습니다.
다만, 여기엔 목돈이 먼저 들어갑니다. 우선 새로운 발전 설비를 설치해야 하고, 배터리 저장 설비도 필요합니다. 전력망도 완전히 새로워져야 합니다. 약간 조정하는 것은 충분치 않죠. 분산형 기술, AI 혁신, 수요 반응(DR) 기법의 도입과 같은 엄청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가겠다는 정치적, 경제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있어도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길이 현재로선 가장 타당한 길입니다.

■수도권 집중도 해소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엔 또 하나의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변화요.
우선 수도권 집중의 해소입니다. 모든 것을 전기화하면 앞으로 1인당 전기 사용량은 훨씬 늘 겁니다. 당장 전기차만 늘어도 훨씬 많은 전기를 쓰게 되겠죠. 그런데 수도권은 전기를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지역입니다.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송전선을 대어서 빌려오고 있습니다. 이건 지속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는 용인에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정말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정부는 옆에서 삼성에 더 나은 대안이 없을지를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고, 지원도 해야 합니다. 삼성의 미래는 대한민국 성장의 미래이고, 용인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또, 수도권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땅이 없어서 태양광 발전을 못 한다고 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노력은 더 할 수 있거든요. 우리 수도권은 얼마나 많은 태양광 패널을 사용하고 있나요?
이를테면 아파트들. 아파트 베란다에는 함부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입주자 협의회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허가가 쉽지 않습니다. 미관상의 이유가 많습니다. 집값 걱정도 있고요.
일반 상가 건물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승완 넥스트 대표와 인터뷰를 할 때 김 교수는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당장 창밖을 보세요. 어느 건물 옥상에 태양광이 있죠? 제가 창밖을 보고 답했습니다. “아예 하나도 없는데요” 그러자 김 교수님이 말했습니다. “그게 현주소입니다.”
수도권은 전기 생산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땅이 없다고 하기 전에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 데 우리는 노력에 인색합니다.

관공서는 땅을 줍니다. 지붕을 빌려주는 거죠. 그러면 시민들은 협동조합을 결성합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태양광 패널을 삽니다. 공공청사 지붕에 이 패널을 설치해서 나오는 전기로 시민들은 전기요금 할인을 받습니다. 내 집 지붕은 없거나 좁아서 발전을 못 하지만, 정부가 지붕을 빌려주니 발전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도로 소음 차단 방음막을 태양광 패널로 합니다. 주택 담장도 태양광 패널, 철도 사이에도 태양광입니다. 햇빛으로 짜낼 수 있는 한 방울까지 짜내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서울의 지붕을 바라보며, 아파트를 바라보며 그 의지와 계획을 물어야 합니다.
지금 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는지,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지 않은지 물어야 합니다.
참고서적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사울 그리피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 <착한 자본의 탄생> 김경식 <Grwoth> 다니엘 서스킨트 <더 그리드> 그래천 바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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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나고 돈들고 어려워도 지금 지붕을 봐야하는 이유
-
- 입력 2025-07-16 07:02:55

■어렵고 어렵도다 에너지 전환
에너지 전환을 위한 ESS 시스템 경쟁에서 한국은 앞서지 못합니다. 배터리 강국인데, 의외지요?
①우선 많이 보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불 때문입니다.
정말 불이 꽤 났습니다. 걱정도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원인 규명도, 책임 소재 규명도 안 됐습니다. 점점 ESS 보급 속도가 느려졌죠.
그런데 지금은 관리 가능합니다. 화재는 관리를 잘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충전(과충전)하지 않고, 온도가 올라가는지 모니터링을 잘해서 사전 조처를 하면 됩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배터리 팩 단위로 공기 접촉을 차단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솔라시티 ESS에는 그런 시스템이 ICT 기술과 결합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은 아직 비쌉니다. 배터리가 계속 싸지고는 있는데, 이런 시스템까지 고려하면 아직은 비쌉니다. 지금도 계속 화재가 나는 이유죠.
관리 시스템에는 추가로 돈이 듭니다. 기술이 더 나아가게 지원해야죠. 배터리 설치에도, 기술 개발에도 필요합니다.
②ESS용 배터리 경쟁도 뒤져있습니다. 불 안 나고 싼 배터리면 되거든요. 우리가 잘하는 삼원계 배터리보다는 중국이 잘하는 LFP가 ESS 시스템에 더 적합합니다. 가성비도, 화재위험 차원에서도요.
우리도 따라가야 합니다. 더 이상 삼원계가 성능과 효율에서 우월하니 우리가 낫다고 정신 승리하면 안 됩니다. 용도별로 기술이 달라져야 합니다.
고민은 또 있습니다. ESS가 있어도 여전히 ‘태양 빛도 바람도 전혀 없는 날이 계속되면’ 어떡하냐는 고민은 남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 중 4~6시간 정수요를 조절하는 ‘단주기’ ESS 말고, 좀 더 긴 시간 단위로 대응할 수 있는 장주기 ESS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만, 현재의 배터리 기술이나 가격으로는 안 됩니다. 수소나 열, 중력 기반 기술이 더 성숙해야 합니다. 해결할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거죠.
■그 어려운 걸 굳이 왜 하냐고요?
여기까지 말하면 반드시 이런 질문이 나올 겁니다. 왜 그 많은 돈을 들여 어려운 길을 가냐고요.
의문은 당연합니다. 간헐적이고 비싼데 의문이 안 들면 이상한 겁니다. 질문은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답해야 합니다.
미래 때문입니다. 아 오해 마세요, 지구는 괜찮습니다. 1도 2도 높아진다고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아요. 뜨겁디뜨겁고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금성 같은 별도 아무 탈 없이 살아갑니다.
문제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인간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 일어납니다. 거대한 폭풍, 엄청난 비, 40도가 넘는 폭염... 이건 시작입니다. 해수면이 잠기고, 난민이 속출합니다. 그러다 아예 인간의 연약한 피부와 호흡기관으로는 견디기 힘든 시간이 올 겁니다. 지구가 인류라는 종이 존재하기 어려운 행성이 될 겁니다. 그게 문제인 겁니다.
■타노스의 '핑거 스냅' 혹은 성장 포기
물론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이 무서운 미래, 타노스의 핑거 스냅 한 방이면 멈출 수 있습니다. 인류의 개체수가 절반이 되면, 더 이상 성장하겠답시고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하지 않으면, 공장 굴뚝으로 연기 내뿜지 않으면, 반도체 수출한다고 전기 쓰지 않으면 해결됩니다.
GDP 성장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면 더 이상 지구는 뜨거워지지 않을 겁니다. 개발과 성장에 반대하면요.
새 옷은 사 입지 않고, 음식은 채식을 위주로 합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소, 돼지, 닭고기와 양식하는 연어 등을 먹지 않습니다. 새집 말고 지금 지어진 집만을 조금씩 꾸며가며 살기로 합니다. 항공 여행은 아예 하지 않고, 자가용은 갖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게 뜻있는 한두 사람은 몰라도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는 삶이라는 점이죠.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겁니다. 그게 딜레마입니다. 개발과 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 사람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까지, 사실상 모두가 그렇습니다.
'미래에 소멸하느냐, 현재의 윤택한 삶을 포기하느냐' 처럼 들리시죠?
누구도 둘 다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럼 뭘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끓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요. 그냥 이대로 하던 대로 사는 겁니다. 미래의 소멸을 애써 상상하지 않으면서, 올려다보지 않는 겁니다. Don’t Look Up. (보셨나요? 이 영화요, 어리석은 인간들의 협주곡이죠.)

■성장도 하고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를 쓴 사울 그리피스는 대안이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휘발유나 가스, 석탄 대신 전기를 씁니다. 그리고 그 전기를 무탄소 재생에너지로 생산합니다. 아, 원자력도 포함입니다. 다만 원자력의 미래는 앞서 말씀드렸듯 제한됩니다.
하나 건설하는 데도 너무 오래 걸리고, 사회정치적 수용성에 한계가 분명하거든요. 원자력은 지금도 기여하고 있고, 앞으로 더 기여할 수도 있겠으니, 주인공 자리가 아닐 뿐입니다. (제발 싸우지 맙시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깨끗한 전기를 생산합니다. 배터리 시스템으로 간헐성도 최대한 관리합니다. 자동차도, 난방도 모두 전기로 해결합니다. 전기차와 히트펌프가 그 방향입니다.
사울 그리피스는 이렇게 전기화에만 집중하면 기후 문제의 85%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새 일자리도 창출되고, 경제 성장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비싸지 않냐고요? 그래요, 그러나 반드시 더 싸질 겁니다. 그게 [Growth 성장]이라는 책을 통해 영국의 다니엘 서스킨트가 역설한 내용이에요.
인류는 혁신과 성장의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맞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반대가 아닙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면서도 성장하는 새로운 아이디어, 혁신이 필요합니다. 바로 태양광과 풍력 기술입니다. 배터리도 포함됩니다.

이 기술은 지속적으로 더 싸질 겁니다. 반도체가 무어의 법칙을 따라 계속 작아지고 더 싸진 것처럼요. 지난 30년 동안 그랬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 경쟁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이 경쟁에 뛰어들어 있습니다. 조금 느린 분야(풍력)도 있지만 새로운 태양광 패널 개발 분야에선 신기술을 선도하는 그룹에 있습니다.
다만, 여기엔 목돈이 먼저 들어갑니다. 우선 새로운 발전 설비를 설치해야 하고, 배터리 저장 설비도 필요합니다. 전력망도 완전히 새로워져야 합니다. 약간 조정하는 것은 충분치 않죠. 분산형 기술, AI 혁신, 수요 반응(DR) 기법의 도입과 같은 엄청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가겠다는 정치적, 경제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있어도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길이 현재로선 가장 타당한 길입니다.

■수도권 집중도 해소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엔 또 하나의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수도권의 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변화요.
우선 수도권 집중의 해소입니다. 모든 것을 전기화하면 앞으로 1인당 전기 사용량은 훨씬 늘 겁니다. 당장 전기차만 늘어도 훨씬 많은 전기를 쓰게 되겠죠. 그런데 수도권은 전기를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지역입니다. 다른 지역에 의존하고, 송전선을 대어서 빌려오고 있습니다. 이건 지속 불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는 용인에 새 공장을 짓는 계획을 정말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정부는 옆에서 삼성에 더 나은 대안이 없을지를 진심으로 함께 고민하고, 지원도 해야 합니다. 삼성의 미래는 대한민국 성장의 미래이고, 용인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또, 수도권은 더 노력해야 합니다. 땅이 없어서 태양광 발전을 못 한다고 하죠. 그렇지 않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노력은 더 할 수 있거든요. 우리 수도권은 얼마나 많은 태양광 패널을 사용하고 있나요?
이를테면 아파트들. 아파트 베란다에는 함부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입주자 협의회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허가가 쉽지 않습니다. 미관상의 이유가 많습니다. 집값 걱정도 있고요.
일반 상가 건물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승완 넥스트 대표와 인터뷰를 할 때 김 교수는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당장 창밖을 보세요. 어느 건물 옥상에 태양광이 있죠? 제가 창밖을 보고 답했습니다. “아예 하나도 없는데요” 그러자 김 교수님이 말했습니다. “그게 현주소입니다.”
수도권은 전기 생산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땅이 없다고 하기 전에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 데 우리는 노력에 인색합니다.

관공서는 땅을 줍니다. 지붕을 빌려주는 거죠. 그러면 시민들은 협동조합을 결성합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태양광 패널을 삽니다. 공공청사 지붕에 이 패널을 설치해서 나오는 전기로 시민들은 전기요금 할인을 받습니다. 내 집 지붕은 없거나 좁아서 발전을 못 하지만, 정부가 지붕을 빌려주니 발전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도로 소음 차단 방음막을 태양광 패널로 합니다. 주택 담장도 태양광 패널, 철도 사이에도 태양광입니다. 햇빛으로 짜낼 수 있는 한 방울까지 짜내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서울의 지붕을 바라보며, 아파트를 바라보며 그 의지와 계획을 물어야 합니다.
지금 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는지,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지 않은지 물어야 합니다.
참고서적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사울 그리피스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곽재식 <착한 자본의 탄생> 김경식 <Grwoth> 다니엘 서스킨트 <더 그리드> 그래천 바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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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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