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노는 제주 바다에 폐목재 무단 투기…바닷속엔 더한 것도?

입력 2025.07.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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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바다에서 공사 폐기물을 바다에 무단 투기하고, 교체한 해저 배관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어제(15일) 낮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바닷가. 공사 자재를 나르던 한 대형 선박에서 무언가가 후두두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이 일대를 감시하던 해양환경단체에 포착됐습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 대형 운반선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폐목재가 조류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 대형 운반선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폐목재가 조류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윤상훈 전문위원은 "취수관을 바닷속으로 투하하기 위해 묶어둔 쇠줄을 끊으면서, 운반에 사용했던 2m가량 고정목 30~40여 개를 그냥 바다에 버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수거되지 않은 폐목재는 둥둥 떠다니다가 자칫 해상 사고를 낼 수도 있습니다.

윤 전문위원은 "우리가 현장에서 20개 정도 수거했는데, 나머지는 조류에 떠밀려갔다. 선박 충돌 사고 위험이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수거된 폐기물. ‘해수관용’ 이라고 쓴 표시가 선명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수거된 폐기물. ‘해수관용’ 이라고 쓴 표시가 선명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건 이 일대에서 광어 양식장이 바닷물을 끌어올 때 쓰는 취수관 교체 공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신도리 바닷가에서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 융자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양어장 취수관 교체 공사는 모두 3곳. 수 미터에 달하는 노후 배관을 철거하고, 새 배관으로 바꾸는 겁니다.

수심 6미터 아래로 내려가자 녹슬어 쩍 벌어진 폐 배관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바닷속에 방치된 지 오래된 듯 부식이 심한 배관은 마치 과자처럼 부서져 있기도 합니다.

모두 이 일대 육상 양식장에서 해수를 공급하기 위해 수중에 설치했던 취수관입니다. 교체 공사를 마치고도 수거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노후 배관이 녹슬고 부서진 채 바닷속에 그대로 방치되면서, 해양 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정읍 노을해안로를 따라 자리를 잡은 육상 양식장만 약 70곳에 달하는데, 이 같은 교체 공사 후 노후 취수관이 제대로 수거되는지는 행정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융자 지원을 받거나, 자부담을 통해 어가마다 자체적으로 취수관 교체 공사를 하고 있다. 노후 취수관은 공사 업체에서 수거해가는 게 원칙"이라며 "방치 등 해양 오염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녹슨 채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녹슨 채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한편 해양 폐기물 무단 투기 신고를 접수한 서귀포해양경찰서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귀포해경 측은 "조만간 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제주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지키겠다며 정부가 최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해양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보호구역 지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녹슨 채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녹슨 채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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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래 노는 제주 바다에 폐목재 무단 투기…바닷속엔 더한 것도?
    • 입력 2025-07-16 1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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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바다에서 공사 폐기물을 바다에 무단 투기하고, 교체한 해저 배관을 수거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어제(15일) 낮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바닷가. 공사 자재를 나르던 한 대형 선박에서 무언가가 후두두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이 일대를 감시하던 해양환경단체에 포착됐습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 대형 운반선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폐목재가 조류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윤상훈 전문위원은 "취수관을 바닷속으로 투하하기 위해 묶어둔 쇠줄을 끊으면서, 운반에 사용했던 2m가량 고정목 30~40여 개를 그냥 바다에 버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수거되지 않은 폐목재는 둥둥 떠다니다가 자칫 해상 사고를 낼 수도 있습니다.

윤 전문위원은 "우리가 현장에서 20개 정도 수거했는데, 나머지는 조류에 떠밀려갔다. 선박 충돌 사고 위험이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 수거된 폐기물. ‘해수관용’ 이라고 쓴 표시가 선명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건 이 일대에서 광어 양식장이 바닷물을 끌어올 때 쓰는 취수관 교체 공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귀포시에 따르면 신도리 바닷가에서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 융자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양어장 취수관 교체 공사는 모두 3곳. 수 미터에 달하는 노후 배관을 철거하고, 새 배관으로 바꾸는 겁니다.

수심 6미터 아래로 내려가자 녹슬어 쩍 벌어진 폐 배관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바닷속에 방치된 지 오래된 듯 부식이 심한 배관은 마치 과자처럼 부서져 있기도 합니다.

모두 이 일대 육상 양식장에서 해수를 공급하기 위해 수중에 설치했던 취수관입니다. 교체 공사를 마치고도 수거하지 않고 내버려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노후 배관이 녹슬고 부서진 채 바닷속에 그대로 방치되면서, 해양 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대정읍 노을해안로를 따라 자리를 잡은 육상 양식장만 약 70곳에 달하는데, 이 같은 교체 공사 후 노후 취수관이 제대로 수거되는지는 행정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양식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융자 지원을 받거나, 자부담을 통해 어가마다 자체적으로 취수관 교체 공사를 하고 있다. 노후 취수관은 공사 업체에서 수거해가는 게 원칙"이라며 "방치 등 해양 오염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녹슨 채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한편 해양 폐기물 무단 투기 신고를 접수한 서귀포해양경찰서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서귀포해경 측은 "조만간 공사 관계자 등을 불러,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제주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는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지키겠다며 정부가 최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합니다.

해양오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보호구역 지정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 녹슨 채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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