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짜폰’ 나올까?…‘단통법’ 역사 속으로

입력 2025.07.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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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ㆍ냉장고…'휴대폰' 사면 다 준다고요?

자전거에 디지털카메라, TV, 김치냉장고까지….

경품 행사장이냐고요? 아닙니다. 때는 2001년, 휴대폰 판매 대리점 풍경입니다.

당시 "휴대폰을 제값 주고 사면 바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가격 파괴 경쟁에 나섰고, 9시 뉴스에는 단속과 과징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불법 보조금' 실태 고발이 단골 뉴스였습니다.
결국 2003년, 정부는 보조금을 전면 금지합니다. 처벌도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한단 지적에 일몰제가 도입됐고, 보조금 금지 규정은 5년이 지난 2008년 3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휴대폰 시장은 다시 혼돈의 시간을 맞습니다.
보조금 금지 해제에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전환기를 맞으면서 '단말기 대란'을 촉발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유통망에서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성지'와 휴대폰 가격 정보를 모르고 비싸게 구입하는 '호갱(호구고객)'이란 신조어도 이때 나왔죠.

■ '호갱님'을 막아라!!...'단통법'의 등장

정부가 결국, 다시 칼을 빼 들었습니다.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시작됐습니다.

단통법은 이용자의 가입유형(번호이동, 신규, 기기 변경 등)과 요금제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걸 금지했습니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의 공개를 의무화했고, 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혜택을 줬습니다.

과열 경쟁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소비자 혜택은 줄고, 단말기 구입 부담은 계속 커져 휴대폰 한 대에 수백만 원 시대를 맞게 됩니다.

물론 이때도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웃지 못할 불법 지원금 '성지'는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이 단통법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22일 단통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 이제 '공짜폰' 나오나?…"출고가 초과 지원금 가능"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와 유통점 간의 경쟁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이용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단통법 폐지의 핵심은 보조금 규제 완화입니다.
휴대폰 구매 시 지급되는 보조금은 통신사의 공시지원금과 유통망이 제공하는 추가 지원금으로 나뉘는데요. 앞으로는 추가 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규정이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휴대폰 대리점 등 유통망은 보조금 규모를 자율적으로 정해 지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단말기 출고가를 초과하는 지원금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단말기 출고가 초과 지원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보지만,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그 부분은 계약서에 명확하게 기재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여기에 가입 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도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체리피커' 웃고, '정보 취약층' 울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우려도 있습니다.


일명 ‘체리피커(Cherry Picker)’. 실시간 가격 정보를 비교하고, ‘성지’를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반면, 휴대폰 가격 정보에 어두운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은 여전히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신사들의 마케팅 관련 내용을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대리점 같은 곳에서 상담 창구를 운영한다든가, 문자뿐 아니라 전화를 통해서도 안내하는 방식을 통해 정보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성엽 / 고려대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교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문가와 이통사, 유관 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단통법 폐지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연말까지 종합 시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모쪼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니만큼 '차별'이나 '격차' 없이 많은 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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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공짜폰’ 나올까?…‘단통법’ 역사 속으로
    • 입력 2025-07-19 08: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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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ㆍ냉장고…'휴대폰' 사면 다 준다고요?

자전거에 디지털카메라, TV, 김치냉장고까지….

경품 행사장이냐고요? 아닙니다. 때는 2001년, 휴대폰 판매 대리점 풍경입니다.

당시 "휴대폰을 제값 주고 사면 바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가격 파괴 경쟁에 나섰고, 9시 뉴스에는 단속과 과징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불법 보조금' 실태 고발이 단골 뉴스였습니다.
결국 2003년, 정부는 보조금을 전면 금지합니다. 처벌도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한단 지적에 일몰제가 도입됐고, 보조금 금지 규정은 5년이 지난 2008년 3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휴대폰 시장은 다시 혼돈의 시간을 맞습니다.
보조금 금지 해제에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 전환기를 맞으면서 '단말기 대란'을 촉발했습니다.

특정 지역의 유통망에서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성지'와 휴대폰 가격 정보를 모르고 비싸게 구입하는 '호갱(호구고객)'이란 신조어도 이때 나왔죠.

■ '호갱님'을 막아라!!...'단통법'의 등장

정부가 결국, 다시 칼을 빼 들었습니다. 2014년 10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이 시작됐습니다.

단통법은 이용자의 가입유형(번호이동, 신규, 기기 변경 등)과 요금제 등의 사유로 부당하게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걸 금지했습니다.

통신사가 지급하는 공시지원금의 공개를 의무화했고, 지원금을 받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혜택을 줬습니다.

과열 경쟁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소비자 혜택은 줄고, 단말기 구입 부담은 계속 커져 휴대폰 한 대에 수백만 원 시대를 맞게 됩니다.

물론 이때도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웃지 못할 불법 지원금 '성지'는 여전히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이 단통법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22일 단통법도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 이제 '공짜폰' 나오나?…"출고가 초과 지원금 가능"

단통법 폐지로 통신사와 유통점 간의 경쟁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입니다. 이용자 혜택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단통법 폐지의 핵심은 보조금 규제 완화입니다.
휴대폰 구매 시 지급되는 보조금은 통신사의 공시지원금과 유통망이 제공하는 추가 지원금으로 나뉘는데요. 앞으로는 추가 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15%) 규정이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휴대폰 대리점 등 유통망은 보조금 규모를 자율적으로 정해 지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단말기 출고가를 초과하는 지원금도 지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단말기 출고가 초과 지원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보지만,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그 부분은 계약서에 명확하게 기재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여기에 가입 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도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체리피커' 웃고, '정보 취약층' 울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변화지만, 우려도 있습니다.


일명 ‘체리피커(Cherry Picker)’. 실시간 가격 정보를 비교하고, ‘성지’를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반면, 휴대폰 가격 정보에 어두운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은 여전히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신사들의 마케팅 관련 내용을 모든 사람이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 것 같습니다. 대리점 같은 곳에서 상담 창구를 운영한다든가, 문자뿐 아니라 전화를 통해서도 안내하는 방식을 통해 정보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성엽 / 고려대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교수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문가와 이통사, 유관 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단통법 폐지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연말까지 종합 시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모쪼록 소비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니만큼 '차별'이나 '격차' 없이 많은 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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