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체포’ 문건 건넨 ‘민간인’ 노상원…“날 단장이라 불러라” [피고인 윤석열]⑯

입력 2025.07.27 (06:04) 수정 2025.07.2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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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군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12·3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

이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인 정보사령부 김봉규 대령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증인신문은 군사기밀을 이유로 차폐막이 설치된 상태로 진행됐습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제2수사단'을 어떻게 기획하고 또 실행하려 했는지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노상원, 비상계엄 두 달 전 '부정선거 책자 요약' 지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 대령은 지난해 10월 초쯤,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상한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정선거 관련 책자의 내용을 정리해달라는 거였는데, 전직 군 장성 모임 강의에 사용할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책자 요약만 부탁했지만, 나중에는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정리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김 대령은 비슷한 시기 노 전 사령관이 '공작요원을 20명 정도 추천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격이나 특수 훈련 등에서 능력이 뛰어난 인원을 추천해 달라면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예비역 군인의 요청이었지만, 상관인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잘 대응 해줘라" 당부한 탓에 김 대령은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이상했던 이런 지시의 실체는 노 전 사령관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드러났습니다.

■'계엄' 적힌 문건 보니…"선관위 직원 체포·조사"

비상계엄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김 대령은 문 전 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경기 안산 상록수역의 한 카페에서 노 전 사령관을 만났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에게 "할 일이 정리돼 있으니 보면 알 거다"라며 문건 하나를 건넸습니다.

A4 용지 10장이 조금 넘는 분량의 이 문건은 대부분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김 대령은 "이전에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내준 그런 내용이 반복되는 것이었다"며 "'계엄'이라는 표현도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건 중간부터는 김 대령을 포함해 앞서 노 전 사령관 요청으로 선발한 요원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가 정리돼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선관위 직원 30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노 전 사령관이) 그 직원들이 출근하면 확인해서 30명을 데려오라고 이야기했다"며, "(데려오면) 부정선거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선관위 직원을 체포한다는 것이냐" 묻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잡아 와야 된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 비원(B1) 벙커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느냐"는 질문엔 "있었다"며 "인원을 그쪽으로 옮겨야 하고, 거기서 조사가 이루어질 거라는 그런 식의 내용이었다"고 답했습니다.

김 대령은 이 문건에는 케이블타이 등 선관위 직원 체포에 사용할 구체적인 물품도 기재돼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오물 풍선 부양과 그에 따른 탈북자 발생 문제'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그 과정에서 "계엄이 관련될 수도 있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김 대령은 밝혔습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나를 단장이라고 불러라"라고도 말했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편의상 단장이라고 부르라고 한 것이냐"고 묻자, 정 대령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고, 본인이 와서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군인들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꾸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계획을 세운 혐의를 받는데,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배후에서 단장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태악은 내가 직접 담당"…'위압감 느끼게 하라' 지시도

회동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김 대령은 '1차 햄버거집 회동'으로 알려진 이 자리에서 문건에 담긴 임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 본인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해서 직접 담당하겠다고 말했다"며 "직접 진술을 받아내겠다, 그럼 상당 많은 게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노상원은 일반인인데, 예비역이 수사단장을 할 수 있냐"고 묻자 "지금 와서도 말이 안 되는 상황 같긴 하다"며 "(문상호) 사령관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얘기를 들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간인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이 기획한 선관위 직원 체포 임무는 실제로 정보사 군인들에게 하달됐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보사 군인들은 비상계엄 당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임무 수행을 위해 집결해 대기하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복귀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5월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기소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정보사 소속 군인들에게 선관위 직원을 체포해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3주 연속 불출석…재판부 "출석 거부 조사"

이날도 피고인석은 비어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17일에 이어 세 번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입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전날 '윤 전 대통령의 공복혈당과 간 수치가 정상치를 상회해 장기간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와 건강 상태 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①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②교도관에 의한 강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만 '궐석 재판'이 가능합니다.

재판부는 "(서울구치소에) 건강 상태가 진짜 안 좋은지, 구인 가능한지 여부에 관해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그제(25일) 서울구치소 쪽에 '보고서 제출 요청서'를 보냈는데, 회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앞으로 윤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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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5-07-27 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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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군인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12·3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이른바 '햄버거집 회동'.

이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인 정보사령부 김봉규 대령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날 증인신문은 군사기밀을 이유로 차폐막이 설치된 상태로 진행됐습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제2수사단'을 어떻게 기획하고 또 실행하려 했는지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노상원, 비상계엄 두 달 전 '부정선거 책자 요약' 지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 대령은 지난해 10월 초쯤,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이상한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부정선거 관련 책자의 내용을 정리해달라는 거였는데, 전직 군 장성 모임 강의에 사용할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책자 요약만 부탁했지만, 나중에는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정리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김 대령은 비슷한 시기 노 전 사령관이 '공작요원을 20명 정도 추천해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사격이나 특수 훈련 등에서 능력이 뛰어난 인원을 추천해 달라면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예비역 군인의 요청이었지만, 상관인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잘 대응 해줘라" 당부한 탓에 김 대령은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딘가 이상했던 이런 지시의 실체는 노 전 사령관을 직접 만난 자리에서 드러났습니다.

■'계엄' 적힌 문건 보니…"선관위 직원 체포·조사"

비상계엄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김 대령은 문 전 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경기 안산 상록수역의 한 카페에서 노 전 사령관을 만났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에게 "할 일이 정리돼 있으니 보면 알 거다"라며 문건 하나를 건넸습니다.

A4 용지 10장이 조금 넘는 분량의 이 문건은 대부분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김 대령은 "이전에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내준 그런 내용이 반복되는 것이었다"며 "'계엄'이라는 표현도 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건 중간부터는 김 대령을 포함해 앞서 노 전 사령관 요청으로 선발한 요원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가 정리돼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에는 선관위 직원 30명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노 전 사령관이) 그 직원들이 출근하면 확인해서 30명을 데려오라고 이야기했다"며, "(데려오면) 부정선거에 대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선관위 직원을 체포한다는 것이냐" 묻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잡아 와야 된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 비원(B1) 벙커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느냐"는 질문엔 "있었다"며 "인원을 그쪽으로 옮겨야 하고, 거기서 조사가 이루어질 거라는 그런 식의 내용이었다"고 답했습니다.

김 대령은 이 문건에는 케이블타이 등 선관위 직원 체포에 사용할 구체적인 물품도 기재돼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오물 풍선 부양과 그에 따른 탈북자 발생 문제'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그 과정에서 "계엄이 관련될 수도 있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김 대령은 밝혔습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나를 단장이라고 불러라"라고도 말했다고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편의상 단장이라고 부르라고 한 것이냐"고 묻자, 정 대령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고, 본인이 와서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고 답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군인들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꾸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계획을 세운 혐의를 받는데,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배후에서 단장 역할을 수행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노태악은 내가 직접 담당"…'위압감 느끼게 하라' 지시도

회동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김 대령은 '1차 햄버거집 회동'으로 알려진 이 자리에서 문건에 담긴 임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 본인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해서 직접 담당하겠다고 말했다"며 "직접 진술을 받아내겠다, 그럼 상당 많은 게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단이 "노상원은 일반인인데, 예비역이 수사단장을 할 수 있냐"고 묻자 "지금 와서도 말이 안 되는 상황 같긴 하다"며 "(문상호) 사령관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얘기를 들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간인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이 기획한 선관위 직원 체포 임무는 실제로 정보사 군인들에게 하달됐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이 '위압감을 느끼게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보사 군인들은 비상계엄 당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임무 수행을 위해 집결해 대기하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자 복귀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5월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기소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정보사 소속 군인들에게 선관위 직원을 체포해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3주 연속 불출석…재판부 "출석 거부 조사"

이날도 피고인석은 비어있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17일에 이어 세 번 연속 불출석했기 때문입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전날 '윤 전 대통령의 공복혈당과 간 수치가 정상치를 상회해 장기간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와 건강 상태 확인서를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①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②교도관에 의한 강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만 '궐석 재판'이 가능합니다.

재판부는 "(서울구치소에) 건강 상태가 진짜 안 좋은지, 구인 가능한지 여부에 관해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그제(25일) 서울구치소 쪽에 '보고서 제출 요청서'를 보냈는데, 회신 내용 등을 검토한 뒤 앞으로 윤 전 대통령 없이 재판을 진행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조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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