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고 직장 옮길게”…‘스토킹범’은 집에서 흉기를 챙겼다

입력 2025.08.01 (06: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별 통보에 격분한 30대 남성이 지난달 3일 20대 여성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했지만, 이후 160여 차례 전화와 400여 통의 문자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9일에는 집 앞을 서성였습니다. '스토킹'이었습니다.

여성은 경찰에 다시 신고했고, '접근'과 '통신'을 금지하는 긴급 응급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조치를 어기고 남성은 연락을 반복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남성을 '구금'까지 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접근·통신을 금지하는 1~3호와 함께 신청했습니다.

구금은 피하고 싶었던 걸까요? 남성은 피해자에게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사 가고 직장 옮긴다더라"…'구금' 기각한 검찰
경찰이 잠정조치를 신청한 건 지난달 14일. 폭행 사건 이후에도 여성에게 흉기를 던지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이자 구금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검찰에 요청했지만, 기각했습니다. "경찰이 피의자 조사도 없이 잠정조치를 신청했기 때문에 피의자 소환 이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피해자를 상대로 한 전화 면담 과정에서 "피의자가 집과 직장을 옮기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듣고, ▲피의자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가 4호 조치(구금)를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더해 기각 처리를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피의자 집 수색을 위해 도착한 경찰지난달 30일, 피의자 집 수색을 위해 도착한 경찰

정말 피의자는 집과 직장을 옮길 의지가 있었을까? 취재진이 피의자가 살던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임대인인 여성은 "한 번도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방을 빼겠다는 말은) 없었어요. 내가 문자로 방 빼주라고 해도 답변은 없더라고…(언제인가)밀린 방세가 들어와서 "삼촌, 혹시 방은 구하고 있는 거야?" 한번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런 사태가 났더라고."

-임대인 여성

8월 중순이면 월세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퇴거 여부를 독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회신도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살인미수 범행 이틀 뒤에야 가족의 명의로 "방을 빼겠다"는 문자가 왔다고 합니다.


"직장을 옮기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할 '배관 공사' 기술자를 모집한 사무소 관계자는 "피의자가 지난달 15일에 면접을 봤다"고 말합니다. 또, 다음날부터 출근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날은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 일주일만이었습니다. 실제로 출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스토킹 범행 이후 또 울산에 일자리를 구한 셈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집과 직장을 옮기기로 했다"는 피해자 진술만 듣고 잠정조치 4호를 기각했고, 피의자는 병원 주차장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렀습니다.

■ 집에서 챙긴 '흉기'…'계획범죄' 무게


구금을 피한 남성은 지난달 28일 자신 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여성의 직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여성이 나타나길 기다렸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도망가려고 차에 올라탔지만, 시민들이 막아서면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계획범죄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자택에서 흉기를 가져온 점 등을 계획범죄 정황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사 가고 직장 옮길게”…‘스토킹범’은 집에서 흉기를 챙겼다
    • 입력 2025-08-01 06:56:48
    심층K

이별 통보에 격분한 30대 남성이 지난달 3일 20대 여성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을 저질렀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등 안전조치를 했지만, 이후 160여 차례 전화와 400여 통의 문자가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9일에는 집 앞을 서성였습니다. '스토킹'이었습니다.

여성은 경찰에 다시 신고했고, '접근'과 '통신'을 금지하는 긴급 응급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조치를 어기고 남성은 연락을 반복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경찰은 남성을 '구금'까지 할 수 있는 잠정조치 4호를 접근·통신을 금지하는 1~3호와 함께 신청했습니다.

구금은 피하고 싶었던 걸까요? 남성은 피해자에게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사 가고 직장 옮긴다더라"…'구금' 기각한 검찰
경찰이 잠정조치를 신청한 건 지난달 14일. 폭행 사건 이후에도 여성에게 흉기를 던지는 등 폭력적 행동을 보이자 구금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검찰에 요청했지만, 기각했습니다. "경찰이 피의자 조사도 없이 잠정조치를 신청했기 때문에 피의자 소환 이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또, 피해자를 상대로 한 전화 면담 과정에서 "피의자가 집과 직장을 옮기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듣고, ▲피의자 전과가 없는 점 ▲피해자가 4호 조치(구금)를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더해 기각 처리를 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피의자 집 수색을 위해 도착한 경찰
정말 피의자는 집과 직장을 옮길 의지가 있었을까? 취재진이 피의자가 살던 집을 찾아가 봤습니다. 임대인인 여성은 "한 번도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방을 빼겠다는 말은) 없었어요. 내가 문자로 방 빼주라고 해도 답변은 없더라고…(언제인가)밀린 방세가 들어와서 "삼촌, 혹시 방은 구하고 있는 거야?" 한번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런 사태가 났더라고."

-임대인 여성

8월 중순이면 월세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퇴거 여부를 독촉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회신도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살인미수 범행 이틀 뒤에야 가족의 명의로 "방을 빼겠다"는 문자가 왔다고 합니다.


"직장을 옮기겠다"는 약속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할 '배관 공사' 기술자를 모집한 사무소 관계자는 "피의자가 지난달 15일에 면접을 봤다"고 말합니다. 또, 다음날부터 출근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날은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 일주일만이었습니다. 실제로 출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스토킹 범행 이후 또 울산에 일자리를 구한 셈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가 집과 직장을 옮기기로 했다"는 피해자 진술만 듣고 잠정조치 4호를 기각했고, 피의자는 병원 주차장에서 여성을 흉기로 찔렀습니다.

■ 집에서 챙긴 '흉기'…'계획범죄' 무게


구금을 피한 남성은 지난달 28일 자신 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여성의 직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여성이 나타나길 기다렸고,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도망가려고 차에 올라탔지만, 시민들이 막아서면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계획범죄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자택에서 흉기를 가져온 점 등을 계획범죄 정황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