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 오리 등이 주로 감염되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되는 사례가 해외에서 잇따르면서 '제2의 팬데믹'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 방역 당국이 시험 평가한 결과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사실상 효과가 없는 거로 나왔습니다.
당장 해외 백신을 비축할 수밖에 없지만, 관련 예산은 지난 6월 2차 추경에서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올해만 8명 사망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철새를 통해 닭, 오리 등이 감염돼 왔지만, 최근에는 포유류를 거쳐 사람이 옮는 사례들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H5N1형이 문제입니다.
올해만 캄보디아와 미국 등 8개 나라에서 24명이 감염돼 8명이 호흡 곤란으로 숨졌습니다.
지난해에도 81명이 확진돼 1년 전인 2023년보다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제2의 팬데믹 우려에 지난해 보건당국도 백신을 비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확정한 '제2차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에서도 백신 비축이 과제로 담겼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은 2015년 허가된 한 제약사의 백신이 유일합니다.
그러나 허가만 받았을 뿐 양산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10년 전 개발 백신, 효과 있을까? 정부 시험 결과 살펴보니
10년 전 개발된 이 백신이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에도 유효한지 질병관리청이 시험한 결과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을 통해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질병청 연구진은 10여 년 전 해당 백신을 개발할 때 사용된 바이러스를 실험용 동물에 주입해 '항혈청'을 얻었습니다.
항혈청이란 특정한 병으로부터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것을 의미하는데,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항체를 현재 해외에서 유행 중인 3가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반응시켰습니다.
반응 값이 40 이상이어야 백신으로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10에서 30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에는 백신으로 사용하기 사실상 어려운 겁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아형이 H5N1형으로 같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유전학적인 특성 그리고 항원-항체 반응으로 이어지는 면역학적인 특성 면에서 과거 유행한 바이러스와 최근 미국 낙농가 등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9조 원 증액했는데 백신 예산은 반영 안 돼…"초동 대응에 필수"
당장 새 백신을 국내에서 개발하기 어렵다면,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백신을 사와야 하지만 현재 예산이 없습니다.
지난 6월 2차 추경 당시 질병청은 백신 비축 예산을 신청했고, 관련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예산결산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경 규모가 정부 원안보다 9조 원이 순증하며,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반면 백신 비축 예산은 50억 원이 채 안 됐습니다.
질병청은 해외에서 판매 중인 백신을 살펴보고 있을 뿐 예산이 없다 보니 구매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원석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에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을 경험하고 나서 한 15~16년 정도가 지났다"며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확률적으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이게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시기에는 이미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장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구비하고 있듯이 백신도 안보 측면에서 본다면 일정 수준의 비축은 필요하다"며 "최소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요원들 수준에서의 비축은 있어야 긴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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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국내 유일 AI 백신인데 효과 없나? 정부 시험 결과 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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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02 08:00:50

닭, 오리 등이 주로 감염되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람이 감염되는 사례가 해외에서 잇따르면서 '제2의 팬데믹'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경우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이 효과가 있을지 방역 당국이 시험 평가한 결과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사실상 효과가 없는 거로 나왔습니다.
당장 해외 백신을 비축할 수밖에 없지만, 관련 예산은 지난 6월 2차 추경에서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 올해만 8명 사망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철새를 통해 닭, 오리 등이 감염돼 왔지만, 최근에는 포유류를 거쳐 사람이 옮는 사례들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H5N1형이 문제입니다.
올해만 캄보디아와 미국 등 8개 나라에서 24명이 감염돼 8명이 호흡 곤란으로 숨졌습니다.
지난해에도 81명이 확진돼 1년 전인 2023년보다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제2의 팬데믹 우려에 지난해 보건당국도 백신을 비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확정한 '제2차 국가비축물자 중장기계획'에서도 백신 비축이 과제로 담겼습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은 2015년 허가된 한 제약사의 백신이 유일합니다.
그러나 허가만 받았을 뿐 양산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10년 전 개발 백신, 효과 있을까? 정부 시험 결과 살펴보니
10년 전 개발된 이 백신이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에도 유효한지 질병관리청이 시험한 결과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을 통해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질병청 연구진은 10여 년 전 해당 백신을 개발할 때 사용된 바이러스를 실험용 동물에 주입해 '항혈청'을 얻었습니다.
항혈청이란 특정한 병으로부터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것을 의미하는데,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항체를 현재 해외에서 유행 중인 3가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반응시켰습니다.
반응 값이 40 이상이어야 백신으로서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10에서 30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에는 백신으로 사용하기 사실상 어려운 겁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 아형이 H5N1형으로 같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인 유전학적인 특성 그리고 항원-항체 반응으로 이어지는 면역학적인 특성 면에서 과거 유행한 바이러스와 최근 미국 낙농가 등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9조 원 증액했는데 백신 예산은 반영 안 돼…"초동 대응에 필수"
당장 새 백신을 국내에서 개발하기 어렵다면,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백신을 사와야 하지만 현재 예산이 없습니다.
지난 6월 2차 추경 당시 질병청은 백신 비축 예산을 신청했고, 관련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예산결산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경 규모가 정부 원안보다 9조 원이 순증하며,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반면 백신 비축 예산은 50억 원이 채 안 됐습니다.
질병청은 해외에서 판매 중인 백신을 살펴보고 있을 뿐 예산이 없다 보니 구매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원석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에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을 경험하고 나서 한 15~16년 정도가 지났다"며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확률적으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이게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시기에는 이미 들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장 전쟁이 나지 않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무기를 구비하고 있듯이 백신도 안보 측면에서 본다면 일정 수준의 비축은 필요하다"며 "최소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요원들 수준에서의 비축은 있어야 긴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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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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