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없는 유럽, 그리고 조용히 세금 걷는 법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5.08.04 (06:00)
수정 2025.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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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개편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등록 하루 만에 2만 명 이상, 3일 만에 8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주주 기준은 50억 원 보유지만, 정부는 최근 세제 개편안을 통해 이를 10억 원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국민 청원 "부자 감세 아닌 개미 투자자 징벌"
청원 참여자들은 "양도소득세 확대는 개미 투자자에게 사실상 이중과세이며, 대주주 기준 하향은 부자 감세가 아닌 소액투자자 징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주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닙니다.
현재 한국에선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 여부와 상관없이 '증권거래세'(0.20%)가 부과됩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기준이 하향되면, 증권거래세와 함께 사실상 이중 과세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주주들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게 되고, 회피 물량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침체할 거라는 겁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부자 증세가 아니라 개미 징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 유럽은 '원칙적 보편 과세'… 대주주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양도소득세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건 사실상 모든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부과하는 '유럽식 보편 과세'에 가까운 방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단순하게는 부자 증세로 보일 수 있지만, 일부에선 이를 '대주주'라는 과세 구분 선 자체를 점차 무력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처럼 모든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보편 과세' 구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유럽은 실제로 대주주 기준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누구든 주식으로 차익을 얻으면 과세 대상이 되며, 그 수익 규모나 보유 금액에 따라 면세 여부나 세율만 달라집니다. 한국처럼 특정 금액 이상을 가진 사람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는 구조는 드뭅니다. 즉,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벌었느냐'에 따라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한국에 비해 과세율이 강력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상장 주식에서 얻는 수익에 대해 소득세(12.8%)와 사회기여분(17.2%)을 더해 총 30%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영국은 연간 수익이 6,000파운드(약 1,000만 원)를 넘으면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로 10~20%가 부과됩니다. 독일 역시 25% 정률세가 적용되며, 연 1,000유로까지는 면세입니다.
대신 거래세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고, PEA(프랑스), ISA(영국)와 같은 절세용 계좌 제도가 널리 활용됩니다. 반면 한국은 거래세(0.20%)를 그대로 유지한 채, 양도세 적용 대상만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절세수단은 별로 없고 '세금만 두 번'이라는 투자자 불만이 나오는 겁니다.
■ 한국은 왜 대주주 요건이 생겼나? … '주식 투자 장려 차원'
그럼, 한국 주식시장에 대주주 기준은 왜 등장했을까요?
1990년대 당시 정부는 주식시장을 키우기 위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원칙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투자자가 상장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내더라도 세금을 매기지 않아, 투자를 장려하고 유동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수익을 얻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액 투자자는 비과세를 유지하되,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절충안을 마련했고, 이때부터 '대주주 기준'이라는 제도가 제도권에 도입된 겁니다.
과세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제도를 유지하는 이같은 방식은, 과세 형평성과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절충적 정책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과적으로 ‘비과세와 과세’ 사이에 인위적 경계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안겨줬다는 게 공통된 시장의 평가입니다. 특히 매년 말 대주주 기준을 피하려는 '연말 매도' 현상을 유발해 시장 왜곡과 급락 리스크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 유럽도 개미 투자자와 충돌… 정부 개입 때마다 되풀이되는 갈등
그럼, 유럽은 금융시장에 개입할 때 개미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까요?
프랑스도 '모두에게 과세'한다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에 손을 댈 때마다 개미 투자자와의 충돌은 반복돼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집권 직후 추진한 부유세 개편입니다. 기존의 전통적 부유세(ISF)는 부동산·주식 등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를 폐지하고 부동산 중심의 IFI(부동산 자산세)로 바꾸면서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은 과세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 개편은 '투자 유치와 파리 금융허브 강화'를 내세웠지만,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며 노란조끼 시위(Gilets Jaunes)의 도화선이됐습니다. 이후 마크롱 정부는 금융 거래에 대한 과세나 자본이득세 강화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올랑드 사회당 정부(2012~2017) 는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금융거래세(FTT)를 도입해 시가총액 10억 유로 이상 기업 주식에 대해 매수 시 0.3%를 과세했습니다. 이 정책은 '부자 과세 강화'라는 정치적 상징이었지만, 실제 세수는 기대에 못 미쳤고 거래량 감소와 시장 위축 우려로 개미 투자자와 금융업계의 반발을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독일은 EU 차원의 FTT 도입 논의 중 소액 투자자에 대한 과세 부담 논란과 여론 반발을 배경으로 2021년 해당 제도 도입을 사실상 중단한 바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주는 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국내 여론이 작용했는데, 당시 독일 언론과 야당은 '고빈도 거래와 알고리즘 거래는 그대로 두고 개인만 때리는 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탈리아가 2013년 도입한 금융거래세(0.1~0.2%)는 이후 거래량 감소와 유동성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책적 논란이 지속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양도소득세를 광범위하게 부과하면서도, 개미 투자자를 달래기 위한 절세 수단인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적극 운영해 왔습니다. ISA 계좌를 통해 연간 최대 20,000파운드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이 안에서 발생한 수익은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모두 전액 비과세입니다. 한편, 일반 투자 계좌의 경우 양도소득세 면세 한도는 2025~26년 기준 개인당 3,000파운드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입니다.
■ 유럽, 세수가 부족할 땐 '금융세' 보다 '부동산세'
따라서 유럽은 세수가 부족할 때 금융소득 과세나 주식 거래세 확대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대신, 부동산 보유세, 상속세, 부가가치세(VAT) 등의 인상을 우선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전략은 단순히 조세 저항이 덜 해서라기 보다는, 금융 시장의 민감성과 자본 유출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금융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국제 금융 허브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정책적 고민이 깊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매년 조정되는 부동산 보유세를 통해 고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정부는 2018년 금융자산에 대한 부유세(ISF)를 폐지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동산 자산에 한정된 과세 체계를 강화해 균형을 맞췄습니다. 지방정부들은 매년 세율을 조정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독일은 부동산 이전세(Grunderwerbsteuer)와 지방세 성격의 재산세(Gemeindesteuer)를 통해 지역 재정의 큰 부분을 충당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계기로 이전 세율을 상향 조정했으며, 이는 주별로, 자율적으로 조정 가능합니다.
영국 정부는 주택을 매입할 때 부과되는 Stamp Duty Land Tax(SDLT)를 세수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득세나 양도세를 확대하기보다는, 거래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거두는 방식을 선호하는 겁니다.
■ 정책 방향은 어디로… '과세 확대'보다 '구조 개편' 필요성 제기
이번 양도소득세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세율이나 기준 변경을 넘어, 조세 체계 전반의 정비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보편 과세 모델을 참고하려면, 양도세 확대뿐 아니라 거래세 폐지, 장기투자 장려용 절세 계좌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미국 역시 장기보유 자산에 대한 세율을 낮추고, 연금 계좌나 개인형 투자 계좌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과세는 하되 퇴로는 보장하는 구조'를 통해 시장의 수용성을 높여왔습니다.
과세에 대한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향후 개편 과정에서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명확한 단계별 계획,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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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주 없는 유럽, 그리고 조용히 세금 걷는 법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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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5-08-04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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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개편에 대해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최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등록 하루 만에 2만 명 이상, 3일 만에 8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주주 기준은 50억 원 보유지만, 정부는 최근 세제 개편안을 통해 이를 10억 원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국민 청원 "부자 감세 아닌 개미 투자자 징벌"
청원 참여자들은 "양도소득세 확대는 개미 투자자에게 사실상 이중과세이며, 대주주 기준 하향은 부자 감세가 아닌 소액투자자 징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주 근거 없는 우려는 아닙니다.
현재 한국에선 주식을 팔 때 양도차익 여부와 상관없이 '증권거래세'(0.20%)가 부과됩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기준이 하향되면, 증권거래세와 함께 사실상 이중 과세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주주들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팔게 되고, 회피 물량으로 인해 주식 시장이 침체할 거라는 겁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부자 증세가 아니라 개미 징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 유럽은 '원칙적 보편 과세'… 대주주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양도소득세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건 사실상 모든 투자자에게 양도세를 부과하는 '유럽식 보편 과세'에 가까운 방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단순하게는 부자 증세로 보일 수 있지만, 일부에선 이를 '대주주'라는 과세 구분 선 자체를 점차 무력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럽처럼 모든 투자자에게 과세하는 '보편 과세' 구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유럽은 실제로 대주주 기준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은 누구든 주식으로 차익을 얻으면 과세 대상이 되며, 그 수익 규모나 보유 금액에 따라 면세 여부나 세율만 달라집니다. 한국처럼 특정 금액 이상을 가진 사람에게만 양도세를 부과하는 구조는 드뭅니다. 즉,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벌었느냐'에 따라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한국에 비해 과세율이 강력합니다. 프랑스의 경우 상장 주식에서 얻는 수익에 대해 소득세(12.8%)와 사회기여분(17.2%)을 더해 총 30%의 세율을 적용합니다. 영국은 연간 수익이 6,000파운드(약 1,000만 원)를 넘으면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로 10~20%가 부과됩니다. 독일 역시 25% 정률세가 적용되며, 연 1,000유로까지는 면세입니다.
대신 거래세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고, PEA(프랑스), ISA(영국)와 같은 절세용 계좌 제도가 널리 활용됩니다. 반면 한국은 거래세(0.20%)를 그대로 유지한 채, 양도세 적용 대상만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절세수단은 별로 없고 '세금만 두 번'이라는 투자자 불만이 나오는 겁니다.
■ 한국은 왜 대주주 요건이 생겼나? … '주식 투자 장려 차원'
그럼, 한국 주식시장에 대주주 기준은 왜 등장했을까요?
1990년대 당시 정부는 주식시장을 키우기 위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원칙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투자자가 상장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내더라도 세금을 매기지 않아, 투자를 장려하고 유동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이 대규모 수익을 얻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액 투자자는 비과세를 유지하되,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절충안을 마련했고, 이때부터 '대주주 기준'이라는 제도가 제도권에 도입된 겁니다.
과세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제도를 유지하는 이같은 방식은, 과세 형평성과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절충적 정책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과적으로 ‘비과세와 과세’ 사이에 인위적 경계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안겨줬다는 게 공통된 시장의 평가입니다. 특히 매년 말 대주주 기준을 피하려는 '연말 매도' 현상을 유발해 시장 왜곡과 급락 리스크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 유럽도 개미 투자자와 충돌… 정부 개입 때마다 되풀이되는 갈등
그럼, 유럽은 금융시장에 개입할 때 개미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까요?
프랑스도 '모두에게 과세'한다는 원칙은 확고하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에 손을 댈 때마다 개미 투자자와의 충돌은 반복돼 왔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집권 직후 추진한 부유세 개편입니다. 기존의 전통적 부유세(ISF)는 부동산·주식 등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를 폐지하고 부동산 중심의 IFI(부동산 자산세)로 바꾸면서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은 과세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 개편은 '투자 유치와 파리 금융허브 강화'를 내세웠지만,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며 노란조끼 시위(Gilets Jaunes)의 도화선이됐습니다. 이후 마크롱 정부는 금융 거래에 대한 과세나 자본이득세 강화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의 올랑드 사회당 정부(2012~2017) 는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금융거래세(FTT)를 도입해 시가총액 10억 유로 이상 기업 주식에 대해 매수 시 0.3%를 과세했습니다. 이 정책은 '부자 과세 강화'라는 정치적 상징이었지만, 실제 세수는 기대에 못 미쳤고 거래량 감소와 시장 위축 우려로 개미 투자자와 금융업계의 반발을 동시에 불러왔습니다.
독일은 EU 차원의 FTT 도입 논의 중 소액 투자자에 대한 과세 부담 논란과 여론 반발을 배경으로 2021년 해당 제도 도입을 사실상 중단한 바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주는 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국내 여론이 작용했는데, 당시 독일 언론과 야당은 '고빈도 거래와 알고리즘 거래는 그대로 두고 개인만 때리는 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탈리아가 2013년 도입한 금융거래세(0.1~0.2%)는 이후 거래량 감소와 유동성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책적 논란이 지속돼 왔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양도소득세를 광범위하게 부과하면서도, 개미 투자자를 달래기 위한 절세 수단인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를 적극 운영해 왔습니다. ISA 계좌를 통해 연간 최대 20,000파운드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이 안에서 발생한 수익은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모두 전액 비과세입니다. 한편, 일반 투자 계좌의 경우 양도소득세 면세 한도는 2025~26년 기준 개인당 3,000파운드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입니다.
■ 유럽, 세수가 부족할 땐 '금융세' 보다 '부동산세'
따라서 유럽은 세수가 부족할 때 금융소득 과세나 주식 거래세 확대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대신, 부동산 보유세, 상속세, 부가가치세(VAT) 등의 인상을 우선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전략은 단순히 조세 저항이 덜 해서라기 보다는, 금융 시장의 민감성과 자본 유출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금융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국제 금융 허브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정책적 고민이 깊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매년 조정되는 부동산 보유세를 통해 고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정부는 2018년 금융자산에 대한 부유세(ISF)를 폐지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부동산 자산에 한정된 과세 체계를 강화해 균형을 맞췄습니다. 지방정부들은 매년 세율을 조정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합니다.
독일은 부동산 이전세(Grunderwerbsteuer)와 지방세 성격의 재산세(Gemeindesteuer)를 통해 지역 재정의 큰 부분을 충당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계기로 이전 세율을 상향 조정했으며, 이는 주별로, 자율적으로 조정 가능합니다.
영국 정부는 주택을 매입할 때 부과되는 Stamp Duty Land Tax(SDLT)를 세수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득세나 양도세를 확대하기보다는, 거래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거두는 방식을 선호하는 겁니다.
■ 정책 방향은 어디로… '과세 확대'보다 '구조 개편' 필요성 제기
이번 양도소득세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세율이나 기준 변경을 넘어, 조세 체계 전반의 정비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보편 과세 모델을 참고하려면, 양도세 확대뿐 아니라 거래세 폐지, 장기투자 장려용 절세 계좌 도입 등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미국 역시 장기보유 자산에 대한 세율을 낮추고, 연금 계좌나 개인형 투자 계좌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과세는 하되 퇴로는 보장하는 구조'를 통해 시장의 수용성을 높여왔습니다.
과세에 대한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향후 개편 과정에서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명확한 단계별 계획,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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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진 기자 hosk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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