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야 너도? 나도!’ 선거구 전쟁에 휩싸인 미국

입력 2025.08.06 (12:40) 수정 2025.08.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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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텍사스주의 주의회 의원 3분의 1이 텍사스 밖으로 탈출했습니다.

선거구를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선데, 텍사스 주지사는 이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이 선거구 전쟁, 미국 전역으로 확전되고 있다는데요.

국제부 김양순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먼저 궁금한 게 의원들이 텍사스주 밖으로 나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기자]

의회에서 표결을 하려면 본회의 정족수가 채워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텍사스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 밖으로 떠나 회의에 불참해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주 밖으로 나간 텍사스 의원들 50여 명인데요.

먼저 들어보시죠.

["지금 막 시카고에 도착했습니다."]

["시카고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정족수 요건을 와해시키고 있습니다."]

["저와 민주당 동료 의원들은 본회의를 무마하고, 트럼프가 선거구 재획정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기 위해 사랑하는 텍사스를 떠났습니다."]

텍사스주는 공화당이 압도적인 우세여서, 일단 본회의가 열리면 공화당 주도 법안은 통과되는 구좁니다.

그러면 왜 굳이 멀리 뉴욕, 시카고, 캘리포니아까지 가야했냐 의문이 드는데, 의원이 본회의 참석을 안 하는 건 사실 직무 위반입니다.

법적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죠.

[그렉 애봇/텍사스 주지사 : "우리는 텍사스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선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재획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습니다."]

텍사스 주지사와 주의회는 주를 탈출한 민주당 의원들을 당장 잡아들여야 한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런데 이 체포영장은 텍사스주에서만 효력이 있거든요.

민주당 의원들이 주 밖을 나간 건 체포도 피하고, 저항 메시지도 발신하겠다는 의돕니다.

[앵커]

이들이 막으려는 게 뭔가, 이게 궁금해지는데요.

문제가 된 게 선거구 획정인거죠?

[기자]

선거구 획정, 우리가 학교에서 사회시간에 배웠는데, 게리맨더링이라고 기억 나시나요?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게리라는 사람이 여론조사를 해보니 자신에게 투표할 사람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거주지를 따라서 주욱 선을 그어서 이렇게 선거구를 하자고 했는데, 모양이 도마뱀, 영어로 살라맨더 모양이더라는 거죠.

이후 정당이 입맛에 맞게 선거구 획정을 하는 걸 지칭하게 됐는데요.

텍사스 공화당이 하려는 게 바로 게리맨더링, 선거구 재획정입니다.

휴스턴, 댈러스처럼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대도시 선거구를 외곽 선거구랑 붙여서 새로 줄을 긋겠다는 건데요.

새로 유입된 외곽 인구, 히스패닉계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보니 최대 5석은 공화당 의석이 더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앵커]

왠지 트럼프의 빅픽처일 것 같은데?

[기자]

아주 예리하십니다.

이걸 하라고 한 게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텍사스에서 말이에요. 공화당이 얼마나 의석을 더 확보하길 바라십니까?) 5석이요. (그러니까 하원 선거구 지도를 완전히 다시 그리라고 한 거죠?) 아니요. 아주 단순하게 다시 그리라는 겁니다. 5개 의석만 추가할 겁니다."]

지금 미국은 상원과 하원이 모두 공화당 우위인데, 하원은 근소하게 앞서고 있습니다.

내년 11월에 우리 총선 격인 중간선거가 있는데, 미리 선거구에 손을 써놓으면 텍사스에서 공화당 5석이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그럼 트럼프는 남은 임기 동안도 의회를 동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더 가면 2028,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트럼프는 세번째 대선 출마, 안 나간다고 한 적이 없거든요.

결국 텍사스주의 선거구 획정은 트럼프의 장기집권 포석을 위한 빅픽처라는 말이 나옵니다.

[앵커]

텍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선거구 전쟁, 미국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 같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이 선거구를 멋대로 조정해 5석 늘리겠다면 우리도 하겠다고 뉴욕과 캘리포니아가 나섰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인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가 민주당 의석을 지키겠다고 참전한 겁니다.

들어보시죠.

[개빈 뉴섬/캘리포니아 주지사 : "캘리포니아는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낭비되는 걸 두고 보진 않을 겁니다. 불에는 불로 싸울 겁니다. 단언컨대, 온 힘을 다해 맞설 겁니다."]

[캐시 호컬/뉴욕 주지사 : "텍사스는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 이런 말인데요.

민주당 강성 지역, 대선 때 미국 지도 보시면 파란색이죠.

대표적 블루 스테이트인 일리노이 주의회도 나서서 텍사스가 선거구를 다시 그리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은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은가 봅니다?

[기자]

인구조사, 센서스를 하고 10년에 한 번씩 바꾸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독립된 선거구 심의위원회가 아니라 각 주의회가 결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게리맨더링, 입맛대로 선거구를 그리는 건 공화당, 민주당 가리지 않아 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노스캐롤라이나 선거구인데, 무슨 실개천이 흐르듯이 선을 그어놨고 민주당 강세인 메릴랜드 역시 게리맨더링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미국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원인이 제 논에 물 대기 식 선거구 획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옴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앵커]

미국이 선거구 획정으로 꼼수를 쓰고 있다면, 영국에서는 고등학생인 16세에게 투표권을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요?

[기자]

맞습니다.

16살이면 우리 고등학교 1학년인데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총선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영국에서 16세는 합법적으로 노동이 가능하고 소득세와 국민보험료도 냅니다.

부모 동의가 있으면 군 입대도 가능하고요.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청소년, 청년 인구는 적으니까 대표성 차원에서 볼 때 청소년도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야당인 보수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젊을수록 진보적 경향이 있는 만큼 결국 좌파인 노동당이 득표를 늘리려는 꼼수라는 비난입니다.

[앵커]

미국이든 영국이든, 민주주의의 근본 취지와는 상당히 멀어 보이는데요.

중요한 건 유권자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기자]

재밌는 건 영국인데 투표권 줄게, 하고 16세, 17세에 물어보니 뭐라고 했을까요?

절반인 49%가 '안 주셔도 됩니다' 라고 했고요.

투표권이 주어진다 해도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18%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상황은 꽤 심각합니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 집 앞에서 매일 같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민주당 전국위원회도 나섰습니다.

내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해 트럼프의 힘을 빼놓겠다는 게 전략이었는데, 자칫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 김은주/그래픽:조재현 채상우 안재우/자료조사:정지윤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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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in뉴스] ‘야 너도? 나도!’ 선거구 전쟁에 휩싸인 미국
    • 입력 2025-08-06 12:40:57
    • 수정2025-08-06 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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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텍사스주의 주의회 의원 3분의 1이 텍사스 밖으로 탈출했습니다.

선거구를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선데, 텍사스 주지사는 이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이 선거구 전쟁, 미국 전역으로 확전되고 있다는데요.

국제부 김양순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먼저 궁금한 게 의원들이 텍사스주 밖으로 나가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기자]

의회에서 표결을 하려면 본회의 정족수가 채워져야 하잖아요.

그런데 텍사스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 밖으로 떠나 회의에 불참해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 자체를 막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주 밖으로 나간 텍사스 의원들 50여 명인데요.

먼저 들어보시죠.

["지금 막 시카고에 도착했습니다."]

["시카고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정족수 요건을 와해시키고 있습니다."]

["저와 민주당 동료 의원들은 본회의를 무마하고, 트럼프가 선거구 재획정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기 위해 사랑하는 텍사스를 떠났습니다."]

텍사스주는 공화당이 압도적인 우세여서, 일단 본회의가 열리면 공화당 주도 법안은 통과되는 구좁니다.

그러면 왜 굳이 멀리 뉴욕, 시카고, 캘리포니아까지 가야했냐 의문이 드는데, 의원이 본회의 참석을 안 하는 건 사실 직무 위반입니다.

법적 대응이 가능한 부분이죠.

[그렉 애봇/텍사스 주지사 : "우리는 텍사스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선호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구를 재획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습니다."]

텍사스 주지사와 주의회는 주를 탈출한 민주당 의원들을 당장 잡아들여야 한다며,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런데 이 체포영장은 텍사스주에서만 효력이 있거든요.

민주당 의원들이 주 밖을 나간 건 체포도 피하고, 저항 메시지도 발신하겠다는 의돕니다.

[앵커]

이들이 막으려는 게 뭔가, 이게 궁금해지는데요.

문제가 된 게 선거구 획정인거죠?

[기자]

선거구 획정, 우리가 학교에서 사회시간에 배웠는데, 게리맨더링이라고 기억 나시나요?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게리라는 사람이 여론조사를 해보니 자신에게 투표할 사람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었다는 거죠.

그래서 거주지를 따라서 주욱 선을 그어서 이렇게 선거구를 하자고 했는데, 모양이 도마뱀, 영어로 살라맨더 모양이더라는 거죠.

이후 정당이 입맛에 맞게 선거구 획정을 하는 걸 지칭하게 됐는데요.

텍사스 공화당이 하려는 게 바로 게리맨더링, 선거구 재획정입니다.

휴스턴, 댈러스처럼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대도시 선거구를 외곽 선거구랑 붙여서 새로 줄을 긋겠다는 건데요.

새로 유입된 외곽 인구, 히스패닉계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보니 최대 5석은 공화당 의석이 더 늘어날 것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앵커]

왠지 트럼프의 빅픽처일 것 같은데?

[기자]

아주 예리하십니다.

이걸 하라고 한 게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텍사스에서 말이에요. 공화당이 얼마나 의석을 더 확보하길 바라십니까?) 5석이요. (그러니까 하원 선거구 지도를 완전히 다시 그리라고 한 거죠?) 아니요. 아주 단순하게 다시 그리라는 겁니다. 5개 의석만 추가할 겁니다."]

지금 미국은 상원과 하원이 모두 공화당 우위인데, 하원은 근소하게 앞서고 있습니다.

내년 11월에 우리 총선 격인 중간선거가 있는데, 미리 선거구에 손을 써놓으면 텍사스에서 공화당 5석이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그럼 트럼프는 남은 임기 동안도 의회를 동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고, 더 가면 2028,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트럼프는 세번째 대선 출마, 안 나간다고 한 적이 없거든요.

결국 텍사스주의 선거구 획정은 트럼프의 장기집권 포석을 위한 빅픽처라는 말이 나옵니다.

[앵커]

텍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선거구 전쟁, 미국 전역으로 확전되는 것 같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이 선거구를 멋대로 조정해 5석 늘리겠다면 우리도 하겠다고 뉴욕과 캘리포니아가 나섰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인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가 민주당 의석을 지키겠다고 참전한 겁니다.

들어보시죠.

[개빈 뉴섬/캘리포니아 주지사 : "캘리포니아는 가만히 앉아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낭비되는 걸 두고 보진 않을 겁니다. 불에는 불로 싸울 겁니다. 단언컨대, 온 힘을 다해 맞설 겁니다."]

[캐시 호컬/뉴욕 주지사 : "텍사스는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 이런 말인데요.

민주당 강성 지역, 대선 때 미국 지도 보시면 파란색이죠.

대표적 블루 스테이트인 일리노이 주의회도 나서서 텍사스가 선거구를 다시 그리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나섰습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은 선거구를 조정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은가 봅니다?

[기자]

인구조사, 센서스를 하고 10년에 한 번씩 바꾸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독립된 선거구 심의위원회가 아니라 각 주의회가 결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게리맨더링, 입맛대로 선거구를 그리는 건 공화당, 민주당 가리지 않아 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노스캐롤라이나 선거구인데, 무슨 실개천이 흐르듯이 선을 그어놨고 민주당 강세인 메릴랜드 역시 게리맨더링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미국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원인이 제 논에 물 대기 식 선거구 획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나옴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앵커]

미국이 선거구 획정으로 꼼수를 쓰고 있다면, 영국에서는 고등학생인 16세에게 투표권을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요?

[기자]

맞습니다.

16살이면 우리 고등학교 1학년인데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총선 투표 연령을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영국에서 16세는 합법적으로 노동이 가능하고 소득세와 국민보험료도 냅니다.

부모 동의가 있으면 군 입대도 가능하고요.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청소년, 청년 인구는 적으니까 대표성 차원에서 볼 때 청소년도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야당인 보수당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젊을수록 진보적 경향이 있는 만큼 결국 좌파인 노동당이 득표를 늘리려는 꼼수라는 비난입니다.

[앵커]

미국이든 영국이든, 민주주의의 근본 취지와는 상당히 멀어 보이는데요.

중요한 건 유권자의 마음 아니겠습니까?

[기자]

재밌는 건 영국인데 투표권 줄게, 하고 16세, 17세에 물어보니 뭐라고 했을까요?

절반인 49%가 '안 주셔도 됩니다' 라고 했고요.

투표권이 주어진다 해도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18%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텍사스 상황은 꽤 심각합니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 집 앞에서 매일 같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민주당 전국위원회도 나섰습니다.

내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해 트럼프의 힘을 빼놓겠다는 게 전략이었는데, 자칫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 김은주/그래픽:조재현 채상우 안재우/자료조사:정지윤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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