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못한 이름들…여성 독립운동가의 그늘

입력 2025.08.06 (19:41) 수정 2025.08.0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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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 청주방송총국의 광복 80주년 기획 보도, 8번째 순서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충북에서 64명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는데요.

여성은 한 명도 없습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유가 무엇인지,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독립운동가 자녀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핀 오건해 선생.

목숨을 걸고 독립군의 비밀문서를 전하고 군자금을 모은 임수명 선생.

충북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실에 자리 잡은 이들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당당했던 충북의 여성 독립유공자들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인정한 충북 출신 여성 독립유공자는 1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습니다.

전국 전체 독립유공자 만 8천여 명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충북 출신 남성 독립유공자는 모두 581명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독립운동에 덜 참여한 게 아니라, 활동의 특성상 기록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무장 투쟁이나 조직적 항쟁처럼 드러나는 역할 대신, 연락망 구축과 군자금 전달, 은신처 제공 등 주로 드러나지 않는 책임을 맡았단 겁니다.

[라미경/서원대학교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 : "기록이라고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남성들은 사진이나, 광복군, 의열단, 의병 운동에 관련된 기록에 비해서 여성들은 많이 있지 않아요. 그런 사실들이 충북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조명받지 못했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해 일기나 회고록 등으로 독립 활동 정황이 확인되면 공적을 인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형무소 수형 기록이 있는 충북의 여성 독립운동가 7명은 그 공적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판결문이 없거나 공적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단 이유에서입니다.

반일 민족교육을 이끌다 1년간 옥고를 치른 고강순 선생,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일제의 차별 반대 운동을 주도한 박소순 선생 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정종국/광복회 법률 개정 추진위원장 : "너무 오래된 기록이라, 6·25 전쟁으로 많이 전란에 없어진 것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심사) 기준이 신청주의거든요, 정부는 (대신) 찾아주지 않아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또 묵묵하게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여성 독립운동가들.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역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기리고 기억해야 한단 목소리가 큽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김장헌/그래픽:오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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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되지 못한 이름들…여성 독립운동가의 그늘
    • 입력 2025-08-06 19:41:08
    • 수정2025-08-06 20:05:49
    뉴스7(청주)
[앵커]

KBS 청주방송총국의 광복 80주년 기획 보도, 8번째 순서입니다.

최근 5년 동안 충북에서 64명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았는데요.

여성은 한 명도 없습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역사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유가 무엇인지,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과 독립운동가 자녀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핀 오건해 선생.

목숨을 걸고 독립군의 비밀문서를 전하고 군자금을 모은 임수명 선생.

충북 여성 독립운동가 전시실에 자리 잡은 이들은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당당했던 충북의 여성 독립유공자들입니다.

하지만 국가가 인정한 충북 출신 여성 독립유공자는 1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습니다.

전국 전체 독립유공자 만 8천여 명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충북 출신 남성 독립유공자는 모두 581명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독립운동에 덜 참여한 게 아니라, 활동의 특성상 기록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무장 투쟁이나 조직적 항쟁처럼 드러나는 역할 대신, 연락망 구축과 군자금 전달, 은신처 제공 등 주로 드러나지 않는 책임을 맡았단 겁니다.

[라미경/서원대학교 휴머니티교양대학 교수 : "기록이라고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남성들은 사진이나, 광복군, 의열단, 의병 운동에 관련된 기록에 비해서 여성들은 많이 있지 않아요. 그런 사실들이 충북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조명받지 못했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해 일기나 회고록 등으로 독립 활동 정황이 확인되면 공적을 인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형무소 수형 기록이 있는 충북의 여성 독립운동가 7명은 그 공적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판결문이 없거나 공적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단 이유에서입니다.

반일 민족교육을 이끌다 1년간 옥고를 치른 고강순 선생,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일제의 차별 반대 운동을 주도한 박소순 선생 등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정종국/광복회 법률 개정 추진위원장 : "너무 오래된 기록이라, 6·25 전쟁으로 많이 전란에 없어진 것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심사) 기준이 신청주의거든요, 정부는 (대신) 찾아주지 않아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또 묵묵하게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한 여성 독립운동가들.

기록되지 못한 이들의 역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기리고 기억해야 한단 목소리가 큽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김장헌/그래픽:오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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