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법원 난입 유도’…경찰이 본 ‘폭동 배후 전광훈’

입력 2025.08.06 (20:09) 수정 2025.08.0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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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전광훈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당직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법원을 상대로 한 폭력을 수반한 위력 행사를 하도록 미리 지시·명령했다."

어제(5일) 경찰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의 배후인 만큼 추가 압수·수색·검증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전 목사는 그동안 자신은 서부지법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부인해 왔습니다.

서부지법 사태가 일어난 건 1월 19일 새벽이고, 본인이 이끌었던 집회는 그 전날인 18일 저녁에 해산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주장에도 경찰이 전 목사를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를 선동한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 '국민 저항권' 선동 + 서부지법 유도 → 폭력 난입 사태

경찰이 영장에서 강조한 건 '심리적 지배,' '국민 저항권 선동' 그리고 '서부지법 유도'입니다. 전 목사가 이 세 가지 조건을 만들어 폭력 난입 사태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1.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경찰이 전 목사에 관해 가장 처음 꺼낸 단어는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입니다.

경찰은 "피의자 전광훈은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신학원 1기, 2기를 차례로 이수한 이○○, 윤○○을(를) 특임전도사로 임명했고,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과 그 지시에 따른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말과 뜻을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심리적 지배하에 두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 모 씨와 윤 모 씨는 여러 기사에서 '특임전도사'로 많이 소개되는 인물입니다. 이들은 서부지법 사태 가담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특임전도사들이) 자신을 선지자로 숭배하여 따르며, 집회·예배 등에서 행한 자신의 발언에 있는 공개적인 메시지가 곧 자신의 지시와 명령임을 알고 이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최측근에게 지시하는 명령이 결국 이들 등 행동대원격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지시·명령 하달 계통을 구축했다"고 했습니다.

2. '국민 저항권' 선동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될 때, 전광훈 목사는 '국민 저항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승만 정권을 몰아낸 4·19 혁명이 '국민 저항권'의 발현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한 공수처나 헌법재판소 등을 해체해야 한다는 발언도 해 왔습니다.

전 목사는 서부지법 사태 직전에도 "국민 저항권이 완성됐으므로 국민저항위원회를 통해 대한민국을 통치해 나갈 것이다. 만약 반발하거나 반국가세력이 개입하면 반드시 처단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판사가 오늘 (윤 전 대통령) 석방을 안 시키면, 우리는 서울구치소에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셔 나와야 한다. 왜?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저항권'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기관이나 그 기능에 대하여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것도 정당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봤습니다.

3. 서부지법 유도

서부지법 사태 전날,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끌던 전 목사는 연단에 올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주소를 한 번 띄워 달라. 주소. 빨리 이동해야 하니까. 오늘 내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발언이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서부지법 앞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 거라고 봤습니다.

전 목사 또한 서부지법 앞으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고는 "판사님도 자기 마음대로 재판하면 안 된다. 국민 저항권이 발동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직접적·명시적으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같은 발언이 '심리적 지배'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겐 물리력으로 공권력에 저항하라는 지령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장 발부 권한이 있는 서부지법을 공격하라는 암시성 발언 지시"라는 겁니다.

4. 폭력 난입 사태

'국민 저항권' 선동을 들은 사람들이 서부지법 앞에 모여든 가운데, 특임전도사 윤 씨는 영장 발부 직전 "빨갱이 판사를 끌어내야 한다," "오늘 구속영장 떨어지면 빨갱이 잡으러 직접 침투한다"라며 난입을 선동했고, 끝내 법원 난입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경찰 시각입니다.

경찰은 그 근거로 아래와 같은 법원 난입 피의자들의 발언도 제시했습니다.

"전광훈TV를 통해 국민 저항권을 알게 됐고, 국가의 불법 법 집행에 폭력이 수반된 국민 저항권 발동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들었다."
"헌법 위에 국민 저항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광훈 집회를 통해 알았다."
"국민 저항권을 써야 한다고 계속 방송에 나오고, 수백 명이 그런 이유로 서부지법에 들어가는 행동을 봤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침입했다."
"국민 저항권 권리로 법원에 들어간 것이다."

■ 전광훈 목사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은혜받은 것'"

전 목사는 반박에 나섰습니다.

오늘 유튜브 생방송에 직접 출연해, 영장 내용에 대해 "토요일(18일) 집회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압수수색 영장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저항권'에 대해서도 여전히 "헌법 위의 권리"라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특임전도사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가스라이팅)는 데 대해서도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앉았다"라며 "교회 용어로 '은혜를 받았다,' 전광훈 목사를 통해서 은혜를 받았다고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임전도사라는 직군 자체가 교회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전 목사는 영장 내용에 대한 반박을 길게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어떻게 되느냐," "전쟁 나면 북한에다 나라를 갖다 바치려고 하는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오늘 입장문을 내고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여론 몰이성 정치 수사"라며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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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라이팅→법원 난입 유도’…경찰이 본 ‘폭동 배후 전광훈’
    • 입력 2025-08-06 20:09:36
    • 수정2025-08-06 20: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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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전광훈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당직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법원을 상대로 한 폭력을 수반한 위력 행사를 하도록 미리 지시·명령했다."

어제(5일) 경찰이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의 배후인 만큼 추가 압수·수색·검증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전 목사는 그동안 자신은 서부지법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부인해 왔습니다.

서부지법 사태가 일어난 건 1월 19일 새벽이고, 본인이 이끌었던 집회는 그 전날인 18일 저녁에 해산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주장에도 경찰이 전 목사를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를 선동한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 '국민 저항권' 선동 + 서부지법 유도 → 폭력 난입 사태

경찰이 영장에서 강조한 건 '심리적 지배,' '국민 저항권 선동' 그리고 '서부지법 유도'입니다. 전 목사가 이 세 가지 조건을 만들어 폭력 난입 사태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1.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

경찰이 전 목사에 관해 가장 처음 꺼낸 단어는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입니다.

경찰은 "피의자 전광훈은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신학원 1기, 2기를 차례로 이수한 이○○, 윤○○을(를) 특임전도사로 임명했고, 종교적 신앙심을 이용한 가스라이팅과 그 지시에 따른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말과 뜻을 맹목적으로 따르도록 심리적 지배하에 두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 모 씨와 윤 모 씨는 여러 기사에서 '특임전도사'로 많이 소개되는 인물입니다. 이들은 서부지법 사태 가담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과 3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특임전도사들이) 자신을 선지자로 숭배하여 따르며, 집회·예배 등에서 행한 자신의 발언에 있는 공개적인 메시지가 곧 자신의 지시와 명령임을 알고 이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최측근에게 지시하는 명령이 결국 이들 등 행동대원격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도록 지시·명령 하달 계통을 구축했다"고 했습니다.

2. '국민 저항권' 선동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될 때, 전광훈 목사는 '국민 저항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승만 정권을 몰아낸 4·19 혁명이 '국민 저항권'의 발현이었다면서, 이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수사한 공수처나 헌법재판소 등을 해체해야 한다는 발언도 해 왔습니다.

전 목사는 서부지법 사태 직전에도 "국민 저항권이 완성됐으므로 국민저항위원회를 통해 대한민국을 통치해 나갈 것이다. 만약 반발하거나 반국가세력이 개입하면 반드시 처단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판사가 오늘 (윤 전 대통령) 석방을 안 시키면, 우리는 서울구치소에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셔 나와야 한다. 왜?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니까"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저항권'이라는 명목으로 국가기관이나 그 기능에 대하여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것도 정당하다는 주장을 했다"고 봤습니다.

3. 서부지법 유도

서부지법 사태 전날,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끌던 전 목사는 연단에 올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주소를 한 번 띄워 달라. 주소. 빨리 이동해야 하니까. 오늘 내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찾아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발언이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을 서부지법 앞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 거라고 봤습니다.

전 목사 또한 서부지법 앞으로 이동했고, 이곳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고는 "판사님도 자기 마음대로 재판하면 안 된다. 국민 저항권이 발동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직접적·명시적으로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같은 발언이 '심리적 지배'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겐 물리력으로 공권력에 저항하라는 지령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장 발부 권한이 있는 서부지법을 공격하라는 암시성 발언 지시"라는 겁니다.

4. 폭력 난입 사태

'국민 저항권' 선동을 들은 사람들이 서부지법 앞에 모여든 가운데, 특임전도사 윤 씨는 영장 발부 직전 "빨갱이 판사를 끌어내야 한다," "오늘 구속영장 떨어지면 빨갱이 잡으러 직접 침투한다"라며 난입을 선동했고, 끝내 법원 난입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경찰 시각입니다.

경찰은 그 근거로 아래와 같은 법원 난입 피의자들의 발언도 제시했습니다.

"전광훈TV를 통해 국민 저항권을 알게 됐고, 국가의 불법 법 집행에 폭력이 수반된 국민 저항권 발동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들었다."
"헌법 위에 국민 저항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광훈 집회를 통해 알았다."
"국민 저항권을 써야 한다고 계속 방송에 나오고, 수백 명이 그런 이유로 서부지법에 들어가는 행동을 봤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침입했다."
"국민 저항권 권리로 법원에 들어간 것이다."

■ 전광훈 목사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은혜받은 것'"

전 목사는 반박에 나섰습니다.

오늘 유튜브 생방송에 직접 출연해, 영장 내용에 대해 "토요일(18일) 집회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떠났다. 압수수색 영장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저항권'에 대해서도 여전히 "헌법 위의 권리"라는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특임전도사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가스라이팅)는 데 대해서도 "정신 나간 소리를 하고 앉았다"라며 "교회 용어로 '은혜를 받았다,' 전광훈 목사를 통해서 은혜를 받았다고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임전도사라는 직군 자체가 교회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전 목사는 영장 내용에 대한 반박을 길게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한민국이 무너진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어떻게 되느냐," "전쟁 나면 북한에다 나라를 갖다 바치려고 하는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오늘 입장문을 내고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여론 몰이성 정치 수사"라며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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