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 “이제는 인정받고 싶습니다” [광복80주년①]

입력 2025.08.0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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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하면 3대가 빌어먹는다? 굉장히 슬픈 얘기거든요.
어렵게 산다는 건 당연하죠. 가난이 대물림됩니다.

독립운동하셨던 분들 후손평균 연령78세쯤 됩니다.
이분들 소원이, 살아있을 때 (선대의)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는 것인데요.
그렇지 못한 분이 숱하게 많아요. 정부가 얼른 나서야 합니다.”
- 정종국 광복회 독립유공자법 개정 추진위원장-

서슬 퍼런 일제 통치에도,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애국지사 덕분에 주권을 되찾은 지 올해로 80주년입니다.

KBS 청주방송총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활약상과 숨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 사료(史料)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항일 운동의 추이와 파급력,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기리고 살펴야 할 역사적 과제 등에 대한 연속 보도를 차례로 이어갑니다.

첫 순서로,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잠든 독립운동가부터 살펴봅니다.

일제 강점기, 30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가운데 독립운동 서훈을 받은 유공자는 1만 8천여 명, 겨우 0.6%에 불과합니다.


■ 충북 출신 미포상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독립운동 유공을 인정받은 사례가 극히 드문 상황.

충청북도의회와 지역 역사학계는 2021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충북 출신 미포상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한 기초 조사 연구에 나섰습니다.

충북에서 태어났거나 충북에 주소를 두고 독립운동한 인물을 조사 대상으로 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판결문과 형사 사건부, 수형인 명부, 수형 기록 카드를 중심으로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활동을 살폈습니다.


그 결과, 충북에서는 모두 461명에 대해 서훈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북 영동이 약 29%인 132명으로 가장 많았고, 괴산 85명, 청주 62명, 옥천 40명, 충주 37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 숨은 독립운동가 대거 발굴… 서훈은 고작 3%

이런 발굴 조사 덕분에 결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박내명 독립유공자,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KBS 방송화면)박내명 독립유공자,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KBS 방송화면)
1919년 3월 1일, 들불처럼 일었던 3·1 만세 운동은 충북 괴산에도 닿았습니다.

같은 달 30일 괴산군 청안면에서는 마을 주민 2천여 명이 만세 운동을 했는데요.

일본 경찰은 시위 주도자들을 체포해 청안경찰관주재소로 연행했습니다.

같은 지역 주민이었던 박내명 선생은 이에 분노해 군중과 주재소로 가 붙잡힌 이웃들의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돌로 전화선을 끊는 항일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는데요.

결국 같은 해 7월 소요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습니다. 박내명 선생은 2022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으면서 100년 만에 공적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만석 독립유공자,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KBS 방송화면)이만석 독립유공자,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KBS 방송화면)
같은 충북 괴산 출신의 이만석 선생도 마찬가지입니다.

3·1 만세 운동 소식이 일본 헌병대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병주재소와 연결된 전신주를 파괴하고 전화선을 절단했습니다.

독립 만세를 외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개성군 상도면에서 대성면까지 일대 통신을 마비시킨 건데요.

1919년 5월 보안법과 전신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항소 끝에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같은 공로는 뒤늦게나마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 늦게라도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해야… 독립유공자법 개정 추진

하지만 당시 기초 조사로 발굴된 400여 명의 애국지사 가운데 현재까지 서훈이 이뤄진 이들은 14명뿐입니다.

공적이 확인된 인물의 3% 수준인데요.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포상 신청이 많은 데다 수많은 사료를 추가로 검토해야 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훈으로 이어지기까지 더딘 상황에, 정치권과 보훈단체는 독립유공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80년이 지나 늦게나마 독립유공을 인정받아도, 현행법상 보훈금을 받을 수 있는 후손이 거의 없어서입니다.


이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0일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은 독립유공자 보상금 지급 대상을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으로 제한하고, 유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자녀, 손자녀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손자녀의 경우에는 1명만 수급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마저도 독립유공자가 1945년 8월 15일 이후 작고했을 때는 독립유공자 등록 당시 자녀가 모두 사망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손자녀가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훈이 뒤늦게 이뤄져 손자녀가 사망한 뒤여도, 남은 후세대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보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게 법 개정의 골자입니다.

개정안은 보상 범위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최초 등록할 당시, 이미 자녀와 손자녀까지 사망한 경우 독립유공자의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자녀대 중 1명을 선순위 손자녀로 본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옥중 순국한 독립운동가 87명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수의를 벗고 한복을 입은 모습. (KBS 방송화면, 자료제공: 국가보훈부·빙그레)일제강점기 옥중 순국한 독립운동가 87명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수의를 벗고 한복을 입은 모습. (KBS 방송화면, 자료제공: 국가보훈부·빙그레)
완전한 자주 독립을 위해 크고 작은 저항을 이어갔던 수많은 애국지사들.

21세기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들의 공적이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스러지지 않게 마지막 한 명의 독립운동가까지 발굴하는 것이 아닐까요.

[관련기사] 숨은 독립운동가 수백 명…“마지막 1명까지 빛 보도록”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42295)

촬영기자 김현기·김장헌 / 영상편집 조의성 / 그래픽 김선영·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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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 “이제는 인정받고 싶습니다” [광복80주년①]
    • 입력 2025-08-06 22:01:24
    심층K
독립운동하면 3대가 빌어먹는다? 굉장히 슬픈 얘기거든요.
어렵게 산다는 건 당연하죠. 가난이 대물림됩니다.

독립운동하셨던 분들 후손평균 연령78세쯤 됩니다.
이분들 소원이, 살아있을 때 (선대의)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는 것인데요.
그렇지 못한 분이 숱하게 많아요. 정부가 얼른 나서야 합니다.”
- 정종국 광복회 독립유공자법 개정 추진위원장-

서슬 퍼런 일제 통치에도,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애국지사 덕분에 주권을 되찾은 지 올해로 80주년입니다.

KBS 청주방송총국은 조국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활약상과 숨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 사료(史料) 분석을 기반으로 한 항일 운동의 추이와 파급력,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기리고 살펴야 할 역사적 과제 등에 대한 연속 보도를 차례로 이어갑니다.

첫 순서로,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잠든 독립운동가부터 살펴봅니다.

일제 강점기, 300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가운데 독립운동 서훈을 받은 유공자는 1만 8천여 명, 겨우 0.6%에 불과합니다.


■ 충북 출신 미포상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독립운동 유공을 인정받은 사례가 극히 드문 상황.

충청북도의회와 지역 역사학계는 2021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충북 출신 미포상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한 기초 조사 연구에 나섰습니다.

충북에서 태어났거나 충북에 주소를 두고 독립운동한 인물을 조사 대상으로 했습니다.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판결문과 형사 사건부, 수형인 명부, 수형 기록 카드를 중심으로 1894년 갑오의병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활동을 살폈습니다.


그 결과, 충북에서는 모두 461명에 대해 서훈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북 영동이 약 29%인 132명으로 가장 많았고, 괴산 85명, 청주 62명, 옥천 40명, 충주 37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 숨은 독립운동가 대거 발굴… 서훈은 고작 3%

이런 발굴 조사 덕분에 결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박내명 독립유공자,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KBS 방송화면)1919년 3월 1일, 들불처럼 일었던 3·1 만세 운동은 충북 괴산에도 닿았습니다.

같은 달 30일 괴산군 청안면에서는 마을 주민 2천여 명이 만세 운동을 했는데요.

일본 경찰은 시위 주도자들을 체포해 청안경찰관주재소로 연행했습니다.

같은 지역 주민이었던 박내명 선생은 이에 분노해 군중과 주재소로 가 붙잡힌 이웃들의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돌로 전화선을 끊는 항일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는데요.

결국 같은 해 7월 소요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렀습니다. 박내명 선생은 2022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으면서 100년 만에 공적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만석 독립유공자,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 추서 (KBS 방송화면)같은 충북 괴산 출신의 이만석 선생도 마찬가지입니다.

3·1 만세 운동 소식이 일본 헌병대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병주재소와 연결된 전신주를 파괴하고 전화선을 절단했습니다.

독립 만세를 외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기도 개성군 상도면에서 대성면까지 일대 통신을 마비시킨 건데요.

1919년 5월 보안법과 전신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항소 끝에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같은 공로는 뒤늦게나마 2022년 건국훈장 애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 늦게라도 독립유공자 후손 예우해야… 독립유공자법 개정 추진

하지만 당시 기초 조사로 발굴된 400여 명의 애국지사 가운데 현재까지 서훈이 이뤄진 이들은 14명뿐입니다.

공적이 확인된 인물의 3% 수준인데요.

전국적으로도 이 같은 포상 신청이 많은 데다 수많은 사료를 추가로 검토해야 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훈으로 이어지기까지 더딘 상황에, 정치권과 보훈단체는 독립유공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80년이 지나 늦게나마 독립유공을 인정받아도, 현행법상 보훈금을 받을 수 있는 후손이 거의 없어서입니다.


이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0일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은 독립유공자 보상금 지급 대상을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으로 제한하고, 유족의 범위를 배우자와 자녀, 손자녀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손자녀의 경우에는 1명만 수급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마저도 독립유공자가 1945년 8월 15일 이후 작고했을 때는 독립유공자 등록 당시 자녀가 모두 사망하는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손자녀가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서훈이 뒤늦게 이뤄져 손자녀가 사망한 뒤여도, 남은 후세대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보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게 법 개정의 골자입니다.

개정안은 보상 범위를 독립유공자의 유족으로 최초 등록할 당시, 이미 자녀와 손자녀까지 사망한 경우 독립유공자의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자녀대 중 1명을 선순위 손자녀로 본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옥중 순국한 독립운동가 87명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수의를 벗고 한복을 입은 모습. (KBS 방송화면, 자료제공: 국가보훈부·빙그레)완전한 자주 독립을 위해 크고 작은 저항을 이어갔던 수많은 애국지사들.

21세기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들의 공적이 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스러지지 않게 마지막 한 명의 독립운동가까지 발굴하는 것이 아닐까요.

[관련기사] 숨은 독립운동가 수백 명…“마지막 1명까지 빛 보도록”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42295)

촬영기자 김현기·김장헌 / 영상편집 조의성 / 그래픽 김선영·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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