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고 의회에 있는 게 아닙니다”

입력 2025.08.10 (06:02) 수정 2025.08.10 (09: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주식 거래 인구가 1400만 명이 넘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죠?"

이춘석 의원의 주식 거래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한 증권사 임원은 '화가 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해명을 할 수 있냐고 성토했습니다.

"남의 휴대전화를 굳이 가져가서,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남의 주식 계좌를 열고, 융자 주문까지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흔할까요?"


■ 하필, 네이버 그리고 LG CNS

지난 4일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증권사 앱을 사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주식계좌의 거래 주문 창이었습니다. 주문이 들어간 종목은 네이버와 LG CNS였습니다.

본회의 중에 증권사 앱에 몰두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논란을 키운 건 본인 계좌가 아니란 점이었습니다.

문제의 계좌 명의는 차00. 이 의원의 보좌관이었습니다.

이 의원이 보던 건 신용거래 주문 창이었습니다. 신용거래는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걸 말합니다.

요즘 신용융자 이율은 보통 연리 5%~9% 정도입니다. 이 정도 이자를 내도 수익이 더 남을 것 같을 때 주문합니다.

이 의원은 두 종목의 신용매수 단추를 눌렀고, 주식 매수 누계까지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이 의원은 당시까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분과장이었습니다. 새 정부 산업 정책의 밑그림을 총괄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증권사 앱을 확인한 지난 4일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을 발표합니다.

AI 주권 확보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 5곳을 선정했고, 네이버와 LG CNS는 그 5곳에 들었습니다.

하필, 그 네이버와 LG CNS를 이 의원은 신용거래 했거나 하려 했던 것입니다.

지난 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발표 브리핑지난 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발표 브리핑

이 의원이 분과장을 맡았던 경제2분과는 과기부에서 수시로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소버린 AI' 육성이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만큼, 국정기획위도 관심이 컸습니다.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해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4급 이상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식을 새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 첩첩산중, 한둘 아닌 의혹

금융실명법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의원은 보유한 주식이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공개 내역 . 주식은 없다.지난해 8월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공개 내역 . 주식은 없다.

이 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해왔다면 차명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법 위반일 수 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제3조에서 불법적인 목적의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도 큰 문제지만, 산 넘어 산은 미공개정보이용 가능성입니다.

■ 미리 알았나? 팩트체크해보니…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미공개중요정보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장사의 업무, 경영 상태 등에 관한 정보 중에서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

이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제2분과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과기부의 국가 AI 정예팀 선정 내용을 미리 알고서 해당 주식을 매입했을 수 있단 의혹입니다.

KBS가 확인한 지난 4일 시간대별 행적입니다.

오전 10시 이전: 과기부, 대통령실에 AI 정예팀 선정 관련 보고
오전 10시: 과기부, 출입기자단에 보도자료 배포(오후 2시까지 엠바고)
오후 2시: 과기부, AI 정예팀 선정 결과 공식 브리핑
오후 2시 33분쯤: 이춘석 의원 주식 거래 장면 촬영

이 의원이 네이버와 LG CNS가 나오는 문제의 주문 창을 보던 시점인 오후 2시 33분을 기준으로 하면, 두 종목이 AI팀에 뽑혔단 소식은 이미 '공개된' 정보였습니다.

이 점만 보면 미공개정보이용 혐의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할 대목은 많습니다.

사진이 찍힌 시점 이전에도 해당 종목을 거래했을 수 있습니다. 과기부가 사전에 보고한 대통령실 등을 통해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찰 전담수사팀이 확인할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 점 의혹도 안 남기려면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합니다.

네이버는 지난 4일 매수세가 유입돼 반짝 상승했다.네이버는 지난 4일 매수세가 유입돼 반짝 상승했다.

자본시장법 174조는 상장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정부 기관이나 공적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도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국회의원 등 고위 공무원을 상장사의 '내부자'는 아니지만, 각종 관리 감독 권한을 갖고 있기에 기업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준내부자'로 보고 사건을 처리합니다.

이 의원이 네이버와 LG가 '국가대표 AI'로 선정된 걸 미리 알고 주가가 오를 걸로 기대하고 매수했다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의혹 수준입니다.

문제의 주식 계좌가 정말 누구 소유인지, 이 의원이 AI 대표팀 선정 과정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미공개정보 생성도 취급도

국회의원은 각종 미공개중요정보를 직접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의 통과, 예산 배정 등 각종 호재성 정보를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알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법제사법위원회는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오는 법률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관문입니다.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별로 특정 분야 정책과 현안을 깊게 다룹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민감한 사업 계획, 정책 방향, 계약 정보 등도 알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으로부터도 비공개 자료를 제출받기도 합니다. 경영 현황, 사업 계획, 계약 내용 등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줄 중요 정보일 때도 적지 않습니다.

소속된 상임위 정보는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소속 상임위가 아니더라도 가능합니다.

언제든지 장관, 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 기업인, 민감한 소송을 수행 중인 법조인 등을 만나 일반 투자자들은 들을 수 없는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각종 미공개중요정보에 언제든 접근할 가능성과 권한이 국회의원인 겁니다.


지난해까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송창영 변호사는 국회의원을 '미공개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증선위는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구입니다.

송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의정 활동을 통해 정부 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 내부에서 생성된 각종 미공개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면서 국회의원 주식 거래에 대한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 변호사는 "의정 활동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주식거래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융 당국,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부과된 수준의 주식거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금감원 직원보다 헐거운 감시

금융감독원 직원의 주식 거래 기준을 찾아봤습니다.

금감원 직원은 본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한 개만 개설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감독하는 기업이나 부서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은 사고팔 수 없습니다.

가령, 은행검사국 직원은 금융주를 사고팔면 안 됩니다.

국회로 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의 은행주 보유를 막는 셈입니다.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정도로 두루뭉술한 공직자윤리법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규제합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매매할 수는 있는데, 내역을 분기마다 보고해야 합니다.

여기까진 일반 직원들 얘기이고, 국장급 이상 고위 직원은 주식 매매가 전면 금지됩니다.


한국거래소도 비슷합니다.

자본시장 관련 부서가 아닌 경영지원 파트 직원들도 분기마다 한 번씩 보유 주식을 보고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만 주식 등 재산 변동 내역을 신고하는 국회의원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투자 금액도 연봉의 50% 이내로 제한합니다.

본부장급 이상 고위직은 자신의 업무 영역과 겹치지 않는다면 매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위직의 경우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본부' 등으로 나뉘어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드뭅니다. 사실상 주식 매매 금지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기마다 한 번씩 변동 사항을 신고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기 때문에 국내 주식을 안 하는 직원이 많다"면서 "ETF 정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지식 활용 거래 방지법’을 소개하고 있는 미국 정부 윤리처 홈페이지‘국회 지식 활용 거래 방지법’을 소개하고 있는 미국 정부 윤리처 홈페이지

■ "돈 벌려고 의원 하나요?"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닌' 상황은 미국의 국회의원들도 비슷합니다.

미국 의원들은 천 달러 이상 주식 거래를 하면 거래일로부터 45일 안에 공개적으로 신고해야만 합니다.

한국 국회는 1년에 한 번씩 재산 등록할 때만 신고하면 끝입니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를 주식 매매에 이용하는 것도 당연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상·하원 의원의 주식 보유 관련 규정을 담은 법안명도 국회 지식 활용 거래 방지법(' Stop Trading on Congressional Knowledge Act')입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 홈페이지조시 홀리 상원의원 홈페이지

일부 의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지난해 7월 10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의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춘석 의원은 지난 5일 저녁에 낸 입장문에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담 수사팀을 꾸려 이 의원과 차 보좌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돈 벌려고 의회에 있는 게 아닙니다”
    • 입력 2025-08-10 06:02:43
    • 수정2025-08-10 09:28:21
    심층K

"주식 거래 인구가 1400만 명이 넘는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죠?"

이춘석 의원의 주식 거래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 한 증권사 임원은 '화가 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해명을 할 수 있냐고 성토했습니다.

"남의 휴대전화를 굳이 가져가서,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남의 주식 계좌를 열고, 융자 주문까지 알아서 해주는 경우가 흔할까요?"


■ 하필, 네이버 그리고 LG CNS

지난 4일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증권사 앱을 사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주식계좌의 거래 주문 창이었습니다. 주문이 들어간 종목은 네이버와 LG CNS였습니다.

본회의 중에 증권사 앱에 몰두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논란을 키운 건 본인 계좌가 아니란 점이었습니다.

문제의 계좌 명의는 차00. 이 의원의 보좌관이었습니다.

이 의원이 보던 건 신용거래 주문 창이었습니다. 신용거래는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걸 말합니다.

요즘 신용융자 이율은 보통 연리 5%~9% 정도입니다. 이 정도 이자를 내도 수익이 더 남을 것 같을 때 주문합니다.

이 의원은 두 종목의 신용매수 단추를 눌렀고, 주식 매수 누계까지 확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이 의원은 당시까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분과장이었습니다. 새 정부 산업 정책의 밑그림을 총괄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증권사 앱을 확인한 지난 4일 오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을 발표합니다.

AI 주권 확보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업 5곳을 선정했고, 네이버와 LG CNS는 그 5곳에 들었습니다.

하필, 그 네이버와 LG CNS를 이 의원은 신용거래 했거나 하려 했던 것입니다.

지난 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발표 브리핑
이 의원이 분과장을 맡았던 경제2분과는 과기부에서 수시로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소버린 AI' 육성이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 만큼, 국정기획위도 관심이 컸습니다.

이해충돌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을 비롯해 재산 등록 의무가 있는 4급 이상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식을 새로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 첩첩산중, 한둘 아닌 의혹

금융실명법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의원은 보유한 주식이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이 의원의 재산공개 내역 . 주식은 없다.
이 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해왔다면 차명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법 위반일 수 있습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은 제3조에서 불법적인 목적의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도 큰 문제지만, 산 넘어 산은 미공개정보이용 가능성입니다.

■ 미리 알았나? 팩트체크해보니…

자본시장법에서 말하는 미공개중요정보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장사의 업무, 경영 상태 등에 관한 정보 중에서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것

이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제2분과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과기부의 국가 AI 정예팀 선정 내용을 미리 알고서 해당 주식을 매입했을 수 있단 의혹입니다.

KBS가 확인한 지난 4일 시간대별 행적입니다.

오전 10시 이전: 과기부, 대통령실에 AI 정예팀 선정 관련 보고
오전 10시: 과기부, 출입기자단에 보도자료 배포(오후 2시까지 엠바고)
오후 2시: 과기부, AI 정예팀 선정 결과 공식 브리핑
오후 2시 33분쯤: 이춘석 의원 주식 거래 장면 촬영

이 의원이 네이버와 LG CNS가 나오는 문제의 주문 창을 보던 시점인 오후 2시 33분을 기준으로 하면, 두 종목이 AI팀에 뽑혔단 소식은 이미 '공개된' 정보였습니다.

이 점만 보면 미공개정보이용 혐의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할 대목은 많습니다.

사진이 찍힌 시점 이전에도 해당 종목을 거래했을 수 있습니다. 과기부가 사전에 보고한 대통령실 등을 통해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찰 전담수사팀이 확인할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 점 의혹도 안 남기려면 대통령실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합니다.

네이버는 지난 4일 매수세가 유입돼 반짝 상승했다.
자본시장법 174조는 상장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정부 기관이나 공적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도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국회의원 등 고위 공무원을 상장사의 '내부자'는 아니지만, 각종 관리 감독 권한을 갖고 있기에 기업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준내부자'로 보고 사건을 처리합니다.

이 의원이 네이버와 LG가 '국가대표 AI'로 선정된 걸 미리 알고 주가가 오를 걸로 기대하고 매수했다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의혹 수준입니다.

문제의 주식 계좌가 정말 누구 소유인지, 이 의원이 AI 대표팀 선정 과정을 미리 알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미공개정보 생성도 취급도

국회의원은 각종 미공개중요정보를 직접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의 통과, 예산 배정 등 각종 호재성 정보를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알 수 있습니다.

이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법제사법위원회는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오는 법률안이 본회의로 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관문입니다.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별로 특정 분야 정책과 현안을 깊게 다룹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민감한 사업 계획, 정책 방향, 계약 정보 등도 알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으로부터도 비공개 자료를 제출받기도 합니다. 경영 현황, 사업 계획, 계약 내용 등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줄 중요 정보일 때도 적지 않습니다.

소속된 상임위 정보는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소속 상임위가 아니더라도 가능합니다.

언제든지 장관, 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 기업인, 민감한 소송을 수행 중인 법조인 등을 만나 일반 투자자들은 들을 수 없는 '고급 정보'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각종 미공개중요정보에 언제든 접근할 가능성과 권한이 국회의원인 겁니다.


지난해까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송창영 변호사는 국회의원을 '미공개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증선위는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구입니다.

송 변호사는 "국회의원은 의정 활동을 통해 정부 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 내부에서 생성된 각종 미공개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면서 국회의원 주식 거래에 대한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 변호사는 "의정 활동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주식거래에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융 당국, 관련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부과된 수준의 주식거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금감원 직원보다 헐거운 감시

금융감독원 직원의 주식 거래 기준을 찾아봤습니다.

금감원 직원은 본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한 개만 개설할 수 있습니다. 직원이 감독하는 기업이나 부서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은 사고팔 수 없습니다.

가령, 은행검사국 직원은 금융주를 사고팔면 안 됩니다.

국회로 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나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의 은행주 보유를 막는 셈입니다.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정도로 두루뭉술한 공직자윤리법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규제합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매매할 수는 있는데, 내역을 분기마다 보고해야 합니다.

여기까진 일반 직원들 얘기이고, 국장급 이상 고위 직원은 주식 매매가 전면 금지됩니다.


한국거래소도 비슷합니다.

자본시장 관련 부서가 아닌 경영지원 파트 직원들도 분기마다 한 번씩 보유 주식을 보고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만 주식 등 재산 변동 내역을 신고하는 국회의원보다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투자 금액도 연봉의 50% 이내로 제한합니다.

본부장급 이상 고위직은 자신의 업무 영역과 겹치지 않는다면 매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위직의 경우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본부' 등으로 나뉘어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드뭅니다. 사실상 주식 매매 금지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분기마다 한 번씩 변동 사항을 신고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기 때문에 국내 주식을 안 하는 직원이 많다"면서 "ETF 정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지식 활용 거래 방지법’을 소개하고 있는 미국 정부 윤리처 홈페이지
■ "돈 벌려고 의원 하나요?"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닌' 상황은 미국의 국회의원들도 비슷합니다.

미국 의원들은 천 달러 이상 주식 거래를 하면 거래일로부터 45일 안에 공개적으로 신고해야만 합니다.

한국 국회는 1년에 한 번씩 재산 등록할 때만 신고하면 끝입니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를 주식 매매에 이용하는 것도 당연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상·하원 의원의 주식 보유 관련 규정을 담은 법안명도 국회 지식 활용 거래 방지법(' Stop Trading on Congressional Knowledge Act')입니다.

조시 홀리 상원의원 홈페이지
일부 의원들의 주식 투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면서, 주식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지난해 7월 10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의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춘석 의원은 지난 5일 저녁에 낸 입장문에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담 수사팀을 꾸려 이 의원과 차 보좌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