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대 자연석호 ‘화진포’…“분단의 아픔”

입력 2025.08.11 (19:18) 수정 2025.08.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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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살펴보는 순섭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자연유산, '명승' 한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동해안 최대의 자연 석호인 '화진포' 얘긴데요.

남북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별장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작열하는 태양 아래 짙푸른 동쪽 바다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1.7km 하얀 모래사장 중간, 물길이 트이고, 바닷물이 육지 방향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장마철이면 바다 통로가 열리는 '갯터짐 현상'이 나타나는 이곳.

바로 고성 화진포입니다.

인근 평천과 월안천까지 모여 거대한 자연 호수가 형성됐습니다.

둘레만 16km, 면적은 238만㎡.

동해안 석호중 최대 규몹니다.

수려한 금강소나무 군락이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각시수련 등 수생식물은 물론 흑고니 등 400여 동식물이 자생합니다.

[전순복/고성군 문화해설사 : "(신생대) 빙기에 얼었던 바다가 간빙기에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연안 골짜기까지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서 만을 형성했지요. 날이 궂고 큰 파도가 치면 개가 터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들어와서 민물과 섞이면서 염도가 낮아진 기수호이지요."]

뛰어난 경관 덕에 화진포 일대 들어선 별장만 세 채.

우선, 해안 절벽 위.

'화진포의 성'으로 불리는 북한의 김일성 별장이 있습니다.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이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망명 왔던 독일 건축가가 지었습니다.

해방 이후 1948년부터 1950년까지는 공산당이 귀빈 휴양소로 활용했습니다.

호수 맞은편 송림으로 우거진 언덕에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별장이 있습니다.

휴전 협정 이듬해인 1954년 신축된 단층 건물로, 1997년 육군이 재건축했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썼던 전화기와 타자기도 재연해 놨습니다.

[전순복/고성군 문화해설사 : "당시에는 간첩이 많았지요. 그래서 간첩과 민간인을 구별할 수 없으니까 이 지역은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어요. 그러니 안보가 잘 돼 있죠. 휴전되고 얼마 안 된 상태니까 북한이 또 언제 전쟁을 일으킬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남북통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구상을 했겠죠."]

두 별장 사이 고즈넉한 평지.

이번엔 이기붕 전 부대통령의 부인, 박마리아의 별장이 나타납니다.

이념을 따라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

그 질곡의 역사가 한 자리에 고스란히 녹아든 겁니다.

여기에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빼어난 풍광이 더해지면서, 화진포는 1971년 강원도 명승으로 지정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영상편집:신정철/영상제공:고성군청·송동섭·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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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해안 최대 자연석호 ‘화진포’…“분단의 아픔”
    • 입력 2025-08-11 19:18:29
    • 수정2025-08-11 19:29:32
    뉴스7(춘천)
[앵커]

강원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살펴보는 순섭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자연유산, '명승' 한 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동해안 최대의 자연 석호인 '화진포' 얘긴데요.

남북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별장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작열하는 태양 아래 짙푸른 동쪽 바다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1.7km 하얀 모래사장 중간, 물길이 트이고, 바닷물이 육지 방향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장마철이면 바다 통로가 열리는 '갯터짐 현상'이 나타나는 이곳.

바로 고성 화진포입니다.

인근 평천과 월안천까지 모여 거대한 자연 호수가 형성됐습니다.

둘레만 16km, 면적은 238만㎡.

동해안 석호중 최대 규몹니다.

수려한 금강소나무 군락이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각시수련 등 수생식물은 물론 흑고니 등 400여 동식물이 자생합니다.

[전순복/고성군 문화해설사 : "(신생대) 빙기에 얼었던 바다가 간빙기에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연안 골짜기까지 바닷물이 넘쳐 들어와서 만을 형성했지요. 날이 궂고 큰 파도가 치면 개가 터지면서 바닷물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들어와서 민물과 섞이면서 염도가 낮아진 기수호이지요."]

뛰어난 경관 덕에 화진포 일대 들어선 별장만 세 채.

우선, 해안 절벽 위.

'화진포의 성'으로 불리는 북한의 김일성 별장이 있습니다.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이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망명 왔던 독일 건축가가 지었습니다.

해방 이후 1948년부터 1950년까지는 공산당이 귀빈 휴양소로 활용했습니다.

호수 맞은편 송림으로 우거진 언덕에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별장이 있습니다.

휴전 협정 이듬해인 1954년 신축된 단층 건물로, 1997년 육군이 재건축했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 내외가 썼던 전화기와 타자기도 재연해 놨습니다.

[전순복/고성군 문화해설사 : "당시에는 간첩이 많았지요. 그래서 간첩과 민간인을 구별할 수 없으니까 이 지역은 민간인 통제구역이었어요. 그러니 안보가 잘 돼 있죠. 휴전되고 얼마 안 된 상태니까 북한이 또 언제 전쟁을 일으킬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남북통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구상을 했겠죠."]

두 별장 사이 고즈넉한 평지.

이번엔 이기붕 전 부대통령의 부인, 박마리아의 별장이 나타납니다.

이념을 따라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

그 질곡의 역사가 한 자리에 고스란히 녹아든 겁니다.

여기에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빼어난 풍광이 더해지면서, 화진포는 1971년 강원도 명승으로 지정됐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영상편집:신정철/영상제공:고성군청·송동섭·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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