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나는 거창군에서 일합니다” 필리핀 공무원의 하루

입력 2025.08.21 (20:02) 수정 2025.08.2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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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 기준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는 5만 7천여 명.

우리가 먹는 농산물 대부분 외국인들의 손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브로커의 개입과 열악한 근무환경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2년 연속 무단이탈률 0퍼센트를 기록한 거창군.

그 중심엔 필리핀 푸라시에서 온 현지 공무원 널린 씨가 있습니다.

농민과 계절근로자 사이에서 다리가 돼주는 널린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봅니다.

거창군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이곳엔 68명의 계절근로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계절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바로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널린 발고스'씨입니다.

널린 씨는 거창 북부농협과 협력해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필요한 인원을 확인하고 계절근로자를 배치하는데요.

농협에서도 현장으로 나와 인력 관리를 돕습니다.

널린 씨의 곁을 지키는 그레이스 씨는 거창에 먼저 정착한 결혼이민자인데요. 통역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계절 근로자들이 모두 출근한 뒤 널린 씨와 그레이스 씨가 어디론가 향하는데요.

도착한 곳은 남하면의 한 딸기 재배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농부들 모두 계절근로자입니다.

[널린 발고스/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가끔 농장을 방문해서 근로환경을 점검합니다. 푸라시 계절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확인하고요, 그들이 발전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살펴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배우고 직접 경험해 보기도 해요, 그래야 그들의 고된 노동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거든요."]

필리핀의 한 달 평균 임금은 약 30만 원. 하지만 한국에서는 6개월 치 임금을 한 달 만에 벌 수 있습니다.

[레이첼 락타웬/거창군 계절근로자 : "이곳에 사람들이 많아서 비록 일은 힘들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2022년 하루 13만 원까지 치솟았던 인건비도 현재 평균 11만 원 선으로 안정됐습니다.

[백준영/거창군 허니베리 작목반 :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진짜 좋아요. (계절근로자 제도) 그거 없으면 농사 옳게 못 짓습니다."]

그러나 거창군에서 계절 근로자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브로커의 임금 갈취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거창군은 이듬해 필리핀 푸라시와 직접 협약을 맺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이남열/거창군청 전략담당관실 담당관 : "저희들은 예산을 지원해서 항공편을 저희들이 우선 구매를 해서 (계절 근로자들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들어오면은 첫 달 월급에서 항공료를 제하고 그렇게 지급을 하고 있고 근로자 선발하는 것도 우리 직원이 직접 필리핀 현지에 가서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며 2022년 240명에 불과하던 계절근로자는 올해 750여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2년 연속 무단이탈률 0퍼센트를 기록하며 정부 주관 평가에서 5관왕이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거창군 가족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수업.

널린 씨는 농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 공부에도 열심입니다.

[널린 발고스/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공무원들이나 농장주들과 더 잘 소통하려면 제 한국어 실력을 더 향상시켜야 해요."]

일을 마친 계절 근로자들이 농업 근로자 기숙사로 삼삼오오 돌아옵니다.

널린 씨는 한 명씩 인원을 확인하며 오늘 하루의 안부를 살핍니다.

잠시 후 오늘 아침 만났던 이응진 씨가 두 손 가득 운동용품들을 들고 기숙사를 찾아왔습니다.

[이응진/거창북부농협 지도과장 : "오늘 저녁에 같이 운동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친구들이 공하고 이런 게 없다 보니까 운동을 못했었어요. 운동 좀 하라고 그러니까 얘기하니까 배구공, 축구공, 농구공, 배드민턴 라켓 이런 것 원하더라고요."]

계절근로자는 이제 농업의 미래를 함께 지켜가는 든든한 이웃입니다.

[이남열/거창군청 전략담당관실 담당관 : "계절근로자를 이방인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일반 우리 이웃 이웃이라고 봐야 되고 더 가까이는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은 이제 일단 농업 자체가 지탱이 어렵습니다."]

널린 씨는 노력하는 동료들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널린 발고스/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제 동포들이 여기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많은 돈을 벌어 고향으로 송금하는 걸 보면 그들이 꿈을 이루는 걸 볼 때마다, 저도 기쁨과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껴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낯선 한국에서 가족을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계절 근로자들의 하루가 우리의 밥상을, 농촌의 내일을 밝히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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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나는 거창군에서 일합니다” 필리핀 공무원의 하루
    • 입력 2025-08-21 20:02:16
    • 수정2025-08-21 20: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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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말 기준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는 5만 7천여 명.

우리가 먹는 농산물 대부분 외국인들의 손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브로커의 개입과 열악한 근무환경까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2년 연속 무단이탈률 0퍼센트를 기록한 거창군.

그 중심엔 필리핀 푸라시에서 온 현지 공무원 널린 씨가 있습니다.

농민과 계절근로자 사이에서 다리가 돼주는 널린 씨의 하루를 따라가 봅니다.

거창군에 위치한 농업 근로자 기숙사.

이곳엔 68명의 계절근로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계절 근로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바로 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널린 발고스'씨입니다.

널린 씨는 거창 북부농협과 협력해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필요한 인원을 확인하고 계절근로자를 배치하는데요.

농협에서도 현장으로 나와 인력 관리를 돕습니다.

널린 씨의 곁을 지키는 그레이스 씨는 거창에 먼저 정착한 결혼이민자인데요. 통역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계절 근로자들이 모두 출근한 뒤 널린 씨와 그레이스 씨가 어디론가 향하는데요.

도착한 곳은 남하면의 한 딸기 재배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농부들 모두 계절근로자입니다.

[널린 발고스/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가끔 농장을 방문해서 근로환경을 점검합니다. 푸라시 계절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확인하고요, 그들이 발전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살펴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을 배우고 직접 경험해 보기도 해요, 그래야 그들의 고된 노동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거든요."]

필리핀의 한 달 평균 임금은 약 30만 원. 하지만 한국에서는 6개월 치 임금을 한 달 만에 벌 수 있습니다.

[레이첼 락타웬/거창군 계절근로자 : "이곳에 사람들이 많아서 비록 일은 힘들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2022년 하루 13만 원까지 치솟았던 인건비도 현재 평균 11만 원 선으로 안정됐습니다.

[백준영/거창군 허니베리 작목반 :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진짜 좋아요. (계절근로자 제도) 그거 없으면 농사 옳게 못 짓습니다."]

그러나 거창군에서 계절 근로자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브로커의 임금 갈취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거창군은 이듬해 필리핀 푸라시와 직접 협약을 맺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습니다.

[이남열/거창군청 전략담당관실 담당관 : "저희들은 예산을 지원해서 항공편을 저희들이 우선 구매를 해서 (계절 근로자들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들어오면은 첫 달 월급에서 항공료를 제하고 그렇게 지급을 하고 있고 근로자 선발하는 것도 우리 직원이 직접 필리핀 현지에 가서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이런 노력이 이어지며 2022년 240명에 불과하던 계절근로자는 올해 750여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2년 연속 무단이탈률 0퍼센트를 기록하며 정부 주관 평가에서 5관왕이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거창군 가족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수업.

널린 씨는 농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한국어 공부에도 열심입니다.

[널린 발고스/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공무원들이나 농장주들과 더 잘 소통하려면 제 한국어 실력을 더 향상시켜야 해요."]

일을 마친 계절 근로자들이 농업 근로자 기숙사로 삼삼오오 돌아옵니다.

널린 씨는 한 명씩 인원을 확인하며 오늘 하루의 안부를 살핍니다.

잠시 후 오늘 아침 만났던 이응진 씨가 두 손 가득 운동용품들을 들고 기숙사를 찾아왔습니다.

[이응진/거창북부농협 지도과장 : "오늘 저녁에 같이 운동하기로 했었는데 이제 친구들이 공하고 이런 게 없다 보니까 운동을 못했었어요. 운동 좀 하라고 그러니까 얘기하니까 배구공, 축구공, 농구공, 배드민턴 라켓 이런 것 원하더라고요."]

계절근로자는 이제 농업의 미래를 함께 지켜가는 든든한 이웃입니다.

[이남열/거창군청 전략담당관실 담당관 : "계절근로자를 이방인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이제 일반 우리 이웃 이웃이라고 봐야 되고 더 가까이는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은 이제 일단 농업 자체가 지탱이 어렵습니다."]

널린 씨는 노력하는 동료들을 지켜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널린 발고스/필리핀 푸라시 공무원 : "제 동포들이 여기서 좋은 직장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며 많은 돈을 벌어 고향으로 송금하는 걸 보면 그들이 꿈을 이루는 걸 볼 때마다, 저도 기쁨과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껴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낯선 한국에서 가족을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땀 흘려 일하는 계절 근로자들의 하루가 우리의 밥상을, 농촌의 내일을 밝히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방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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